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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4 통권 243호     필자 : 강진구 프린트   이메일 
[중국 사회와 문화 이야기]
진시황과 시진핑

역사를 후퇴시키는 시진핑
지난 10월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있었던 중국공산당의 제20차 전국대표대회(中国共产党全国代表大会)에서 시진핑(习近平)은 총서기로 재선출되면서 3연임에 성공했다. 밑바닥에서 출발하여 산전수전(山战水战) 다 겪으며 2012년 11월, 5년 임기의 제9대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에 등극한 지 10년 만의 일이다. 이번 재선출의 표면적 의미는 3연속 총서기직을 지켜냈다는 데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종신토록 중국공산당의 최고 지도자로서 독재적 권력을 유지할 가능성을 높였다는 데 그 속뜻이 있다.

지난 2018년 중국공산당은 헌법개정을 통해 국가주석의 5년 임기 제한을 없애는 헌법 수정안을 통과시켰는데, 이는 이번 전국대회를 통해 시진핑이 3연속 총서기직을 사수하면서 동시에 ‘종신 지도자’ 시대를 열기 위한 사전작업이었다. 중국공산당은 1989년 장쩌민(江泽民) 집권 이후 10년 통치 관행을 지켜왔었다. 시진핑 직전에 당서기로 최고 권력의 자리에 있었던 후진타오(胡锦涛) 역시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년의 관행을 지키고 시진핑에게 권력을 넘겨주었다. 

그러나 시진핑은 달랐다. 중국의 정치 불문율이라 여기는 ‘칠상팔하(七上八下)’도 과감히 깨뜨렸다. 칠상팔하는 ‘만 나이가 67세면 유임되고, 68세면 퇴진한다’는 뜻으로 지도부의 지나친 고령화를 막고 젊은 층의 유입을 통해 1인 독재를 예방함과 동시에 공산당 지도부가 질서있는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한 상무위원의 연령 제한 방식이다. 시진핑은 1953년 6월 15일생으로 올해 만 69세다. 칠상팔하의 암묵적인 정치 불문율을 적용하자면 은퇴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중국공산당이 상무위원 중심의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어 온 이유는 절대권력 마오쩌둥 집권 때 벌어진 문화대혁명에 대한 뼈아픈 반성에서 비롯되었다. 오늘날의 중국 현대화를 이루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덩샤오핑(邓小平)은 그 때문에 1인 독재를 방지하기 위해 칠상팔하의 불문율을 정착시키고 집단지도체제를 강화하는 한편 국가주석은 세 번 이상 할 수 없다는 법률을 헌법에 집어넣어 명문화하기도 했었다.

물론 시진핑이 포함된 7인의 상무위원 제도가 여전히 존속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전국대표대회에서 신임 상무위원으로 선출된 4명은 모두 시진핑 주석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고, 잔류한 다른 두 명의 상무위원 역시 시 주석 최측근들이다. 다시 말해서 시진핑의 영구 집권이 언제든 가능한 구조가 완성되었다. 대신 시 주석을 견제할 만한 다른 계파들 즉 상하이방(上海幇)이나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共青团)으로 분류될 만한 인물들은 한 명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오직 시진핑을 중심으로 한 계파인 시자쥔(习家军)이 정치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진시황을 소환하는 시진핑
기원전 221년 전국시대를 평정하고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를 수립했던 진(秦)나라의 제31대 왕 영정(嬴政)은 스스로를 ‘최초의 황제’라는 의미로 ‘시황제(始皇帝)’라고 부르도록 지시했다. 역사 교과서에 나오듯이 그는 내부적으로는 중앙집권제를 강화하고 외부적으로는 영토를 확장하고 만리장성을 축조하여 변방 적들의 침입을 막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통일제국 진나라의 백성들은 엄청난 고통을 받아야 했다. 영토확장에 따라 전장에 동원되고 군사력의 소모와 갈등, 만리장성 건설이라는 초대형 토목공사에 따른 사람들의 희생이 뒤를 따랐다. 1인 지배 체제가 강화된 중앙집권화란 결국 모든 비판을 잠재우고 진시황과 다른 의견이 묵살되고 잠재우는 분서갱유(焚書坑儒) 사건을 만들고 말았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중국의 역사가들은 진시황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으며, 중국에 독재 권력의 폐해가 우려될 때마다 진시황을 소환해서 현 권력에 대한 경고를 날린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중앙권력을 잡은 중국의 지도자들은 진시황의 통일 업적을 높이 평가하면서 권력 통제에 대한 흠모와 모방을 일삼았다. 

진시황을 중국의 암흑사의 주인공이 아닌 역사의 영웅으로 화려하게 부활시킨 사람은 바로 마오쩌둥이었다. 문화대혁명(1966-1976) 시기 마오쩌둥 일인의 권력은 절대화를 넘어 신격화하던 시기였고, 전체주의 1인 독재 사상은 진시황을 지상의 세계로 끌어올려 마오쩌둥의 절대권력을 정당화하고 미화하려는 목적으로 활용되었다.
 
둘은 무엇이 닮았을까?
문화대혁명을 통해 자신의 사상과 조금이라도 어긋난 기록과 역사들을 모두 지웠던 마오쩌둥이 그랬다면 이제는 시진핑도 진시황을 닮아가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시진핑을 시황제(习皇帝)로 부르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첫째는 시진핑이 일대일로(一带一路)를 통해 중국의 영향력을 확산하는 것은 진시황의 영토확장 정책의 현대판이라 볼 수 있다. 진시황은 중국통일을 이룬 뒤에도 영토확장을 계속하여 흉노를 물리치고 남쪽으로는 베트남과 하이난(海南岛)까지 군현을 설치했다.

일대일로는 경제와 군사력을 증가시키기 위한 실크로드 경제벨트(一带)와 해상실크로드(一路)를 합친 중국의 신조어다. 다만 무역의 활성화를 통해 중국경제의 이익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군사적 의도 또한 가지고 있음이 실크로드와 다른 점이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경제와 군사력의 견제에 대응해 중국식 세계질서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저개발국의 자원을 중국의 자본과 기술로 개발해 함께 발전하자는 전략을 내세워 저개발국의 교통, 발전, 항만 등 인프라와 광산 개발을 진행해왔다. 겉으로는 아시아 및 아프리카와 남미 등 제3세계 국가들에 대해 경제와 군사원조를 아낌없이 지원하면서 마치 해당 국가의 발전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원래부터 경제 능력이 안 되는 국가들은 비용과 이자를 감당할 수 없어서 중국의 정치 군사력에 예속되기가 일쑤다. 즉 군사기지를 제공해야 하고 UN 등 국제관계 현장에서 미국이 아닌 중국의 손을 들어주는 거수기 노릇도 해야 하는 실정이다. 

둘째는 중국통일에 있어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대만에 대한 무력정복을 노골적으로 제시한 점은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룬 진시황을 시진핑이 추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진핑은 10월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20차 당대회 업무보고에서 “대만 문제 해결은 중국 인민 고유의 업무고 인민들이 결정할 일”이라며 “결코 무력 사용 포기를 약속하지 않고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선택권을 유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만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무력대결도 불사하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전례 없이 많은 장비와 인원을 동원한 군사훈련을 감행한 일은 앞으로 시 주석의 임기 중 대만 침공이 현실화할 수 있어서 가장 우려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가 주장해 온 대만 통일의 정당성이 진시황의 이미지를 고수하는 데 있어서 단순한 구호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셋째는 1인 독재 강화를 위한 언론통제와 국민통제를 통한 집권력의 강화라는 사회통제 정책은 분서갱유를 감행한 진시황의 모습을 그대로 따르는 분위기다. 이번 전국대회 폐회식에서 시진핑의 좌측에 앉아 있던 79세의 전임자 후진타오가 완강히 버티다 강압에 못 이겨 회의장 밖으로 쫓겨나는 장면은 권력에서 퇴출된 야인의 모습 그대로였다. 당시는 시 주석에 대한 반대 의견이 후진타오 입에서 나올 수 있는 순간이었다.

전(前) 중공 중앙당교의 저명한 이론가 차이샤(蔡霞) 교수는 국제정치 저널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2022년 9월 6일자 기고문 ‘시진핑의 약점: 중국의 미래’에서 시진핑 정권이 과학을 부정하고, 상식을 거부하고, 국제질서를 무시하고, 민간경제의 자율성을 파괴하고,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악용해서 전 인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전체주의 정권이라 비판했다.

현재 제로 코로나(COVID zero policy)를 고집하며 대도시를 봉쇄하고 국민에게 고통을 감내할 것을 요구하는 시진핑 정책의 이면에는 권력에 중독된 개인의 허영과 편집증이 깔려 있다고 보는 시각이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금년 봄 상하이시에 신종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할 때 상하이시 당간부들과 의료전문가들은 유연한 접근법에 동의했지만, 시진핑은 격노하며 “칭링(清零)을 실시하라!”고 소리쳤다. 칭링이란 제로 코로나의 중국어다. 그 때문에 2천6백만 명의 상하이 시민들은 3월 28일부터 65일 동안 감옥 아닌 감옥 생활을 해야 했다. 

과거 중국의 유교 사회에서 유생(儒生)들이 진시황을 그토록 비판한 것은 군주 한 사람에게 정치 권력이 집중될 경우 군주의 독단이 정부의 실패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누가 시진핑을 말릴 수 있을까? 시진핑이 허영에 가득 찬 권력욕을 가지고 있음을 그에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성경에는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약 1:15) 하였는데 그 역시 실패한 후 깨달을 것인가! 그러기에는 중국 국민들의 고통이 너무 커 보인다.







사진 | 인민망
강진구 | 고신대 국제문화선교학과 교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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