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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3.3 통권 235호     필자 : 박애양 프린트   이메일 
[신조어로 보는 중국 사회]
和风(日本风, 일본풍)

90년대 말쯤으로 기억한다. 당시 중국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어 새로운 용어가 쏟아져 나오던 시기였다. 신조어라는 것이 단기간 유행하다가 사라지는 것도 많고 의미도 파악하기 어려워서 신조어 사전이 따로 필요했던 시기다. 그때 중국어 어휘를 전공하고 있던 나는 새로운 어휘들의 조어법이나 의미 생성 등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 여기저기서 귀동냥으로 들었던 단어들을 끌어모아 중국어 학습용 도서로 출판한 경험이 있다. 그때 수집한 단어들 가운데 ‘哈韩族([hāhánzú] 한국 노래나 드라마, 패션 등을 좋아하고 따르는 사람들)’와 ‘哈日族([hārìzú]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등을 좋아하고 따르는 사람들)’가 있었다. 일각에서는 젊은이들이 한국과 일본을 추종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 시각도 꽤 있었다. 또는 곧 사라질 어떤 일시적인 ‘현상’ 같은 것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그때부터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당시의 ‘哈韩族’과 ‘哈日族’는 대규모 ‘韩流(한류)’팬과 ‘日本风(일본풍)’의 오덕후로 성장하여 여전히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을 살펴보면 이런 기류에 약간의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21세기 한류는 중국과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긍정적인 관심을 일으키고 있다. 음악과 드라마는 물론, 음식과 한복까지 ‘한국’은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반면 일찍이 한류가 크게 일어났던 중국에서는 최근 강력한 ‘일본풍’이 불고 있다. 이미 한류를 경험한 중국은 점차 일본에 대해 호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많이 다양해졌지만 중국에서 제작된 드라마나 영화의 대부분은 항일전쟁과 관련된 주제였다. 일본의 침략과 수탈에서 중국 인민을 지키려는 영웅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의 외교적 시각으로 제작된 작품들이 많아졌다. 영화 ‘전랑(战狼)’이 그 대표적인 영화라 하겠다. 최근에는 한국과 관련된 작품들이 속속 등장한다. 얼마 전 발표된 ‘장진호(长津湖)’는 한국전쟁에서 북한을 도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열강과 대등하게 싸우는 인민열사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애국심을 고취하는가 하면, 얼마 전 올림픽 기간에 중국에서 상영된 ‘날아라 빙판 위의 빛(飞吧 冰上之光)’은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을 ‘반칙왕’으로 묘사하는 물의를 일으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고발을 당하기도 하였다. 반면 일본에 대한 접근은 다소 조심스러워졌다. 최근 한국과의 관계에 냉랭한 기운이 강화되는 반면, 일본과는 화해의 분위기가 점차 짙어지고 있다고 보는 게 지나친 비약일까? 

중국어에서 한류(韩流[Hánliú])는 한류(寒流[hánliú])의 발음과 같다. 한류(寒流)는 말 그대로 ‘차가운 바람’이라는 의미다. 여기에서 ‘寒’은 ‘시원함’의 의미가 아니라 부정적 의미의 ‘차가움’이다. 반면 일본풍을 의미하는 화풍(和风[héfēng])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바람이다. 보통 ‘和’자는 화합을 의미하지만, 일본을 의미하는 단어로도 쓰인다. 중국에서 기모노를 ‘日服’라고 하지 않고 ‘和服’라고 하며 현재 중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일본식 스타일을 ‘일본풍(日本风)’ 혹은 ‘화풍(和风)’이라고 한다. 최근 중국에서 ‘和风’은 생활 곳곳에서 불고 있다. 몇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중국인들이 일본 글자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 마케팅의 일환으로 상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도 상품이나 제품, 심지어 아파트 이름까지도 영문으로 표기하는 예가 많이 있다. 최근 중국에서도 중국 기업 제품 포장에 외국어로 표기하여 기업의 호감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전략이 증가하고 있다. 외국어로 표기한 제품의 인기를 체감한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이를 마케팅에 응용하고 있다. 같은 한자라도 일본 한자와 중국 한자는 조금 다르다. 그런데 중국 브랜드에 일본 글자를 입혀 상품화하면 그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호감도가 높아져 브랜드의 가치까지 좋아지는 선순환을 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미미소’이다. 한국 드라마 ‘도깨비’의 협력 광고주로 등장한 ‘MIMISO(미미소)’이다. 이 기업의 상표는 ‘メイソウ’로 일본 기업 유니클로의 마크를 모방한 듯하다. 이 기업은 일본어를 브랜드명으로 사용하고 있어 소비자들은 이 제품이 ‘일본제품’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1) 다음은 신생 음료수 기업인 ‘元気森林(겐키 포레스트)’이다. 이 회사는 자사의 제품 ‘奈雪の茶’에 일본식 이름을 표기해 깨끗하고 건강한 음료라는 인식을 갖게 했으며 이 전략은 신세대의 호평을 받고 있다.2)


둘째, 중국 내 대대적인 일본풍경거리(日本风情街) 조성이다. 최근 젊은 청년들을 중심으로 일본 복장과 장식품, 음식 등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 대도시에 일본풍경거리가 조성되어 기모노를 입고 일본 음식과 장식품 등을 소비할 수 있는 업소들이 성업 중이다. 현재 상하이(上海长宁·仙霞路), 쑤저우(江苏苏州·淮海街), 광둥(广东佛山·食番街), 다롄(大连·日本风情街), 하이난(海南儋州·海花岛六国风情街) 등 중국 유명 대도시에 대규모 일본거리가 조성되고 있다. 특히 2021년 8월 개장한 다롄 일본거리는 60억 위안(현재 환율로 보면 1천억 엔이고 우리 돈 1조1477억 원에 해당하는 거액이다3))이 투자된 대규모 일본거리로 일본식 상점가는 물론 ‘小京都(작은 도쿄)’라는 대형 일본촌이 조성되어 중국인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다. 결국 다롄 일본풍경거리는 개장한 지 한 달도 안 돼 잠시 휴장이라는 극단적 상황까지 이르렀지만 아직도 인터넷 공간에서는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내 계속되는 일본거리 건설과 일본풍 유행 소식에 중국인들은 물론 일본에 있는 일본인들조차 당혹스러워한다는 기사도 눈에 띄인다.4)

셋째, 기모노 열풍이다. 중국의 일부 젊은이들은 최근 기모노를 입고 기념사진을 찍는 것을 놀이처럼 여긴다. 기모노와 유카타의 화려함과 일본식 머리 장식, 일본식 전통 버선 ‘타비’와 ‘게다’ 등 모든 것이 새롭고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중국 인터넷 사이트 바이두에 ‘日本风’을 치면 기모노를 입고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의 이미지가 그득하다. 유행한 민감한 젊은이들 가운데 결혼식을 일본풍으로 거행하는 이들도 있으며, 심지어 평소에 기모노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이들도 있었다. 얼마 전 중국 우한(武汉)대학의 벚꽃 축제 때 일부 청년 둘이 기모노와 비슷한 옷을 중국 전통복인 ‘탕좡(唐装)’이라고 주장하면서 입장하려고 하자 경비원이 제재한 일이 SNS를 통해 알려진 일도 있다. 중국 일각에서는 일본 전통 복장인 기모노가 고대 오나라 복장인 ‘우푸(吳服)’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한다. 그런 논리를 따르면 중국에서 일본 기모노를 입고 다녀도 비애국적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 젊은이들의 이러한 급진적인 일본풍 추종에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을 경험했던 연배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며 일부 지식인들은 이들의 맹목적 추종에 비판적 글로 담론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일본풍을 즐기는 젊은이들에게는 이런 어른들의 걱정이 부담스럽게만 느껴질 것이다. 

사실 선진국에 대한 동경은 우리에게도 있었던 감정이다. 서양의 문화를 직접 경험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프랑스 마을, 영국 마을, 이탈리아 마을 등과 같은 이국적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관광지를 조성했던 것이다. 최근 중국 젊은이들이게 급격하게 퍼지고 있는 일본풍 현상은 일종의 중국식 자포니즘(japonism)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자포니즘은 19세기 중반 이후 서양 미술에 나타난, 일본의 화풍이나 문화를 선호하는 현상으로 당시 화가들 가운데 모네는 자포니즘에 열광한 화가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 가운데는 일본 전통의상이나 일본 물건들이 자주 등장하고 자신의 집 정원도 일본풍으로 만들 만큼 일본 문화에 심취해 있었다. 특히 자신의 아내를 그린 라는 작품은 금발의 여성이 붉은 기모노를 입고 쥘부채를 편 채 율동적인 자세를 하고 있는 그림으로 당시 그가 얼마나 일본풍에 관심이 많았는지 잘 보여준다. 현재 중국 젊은이들 사이의 일본풍이 19세기 유럽인들이 일본을 동경했던 자포니즘 정서와 비슷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더욱이 근 몇 년 동안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했던 시기라 간접 경험이라도 해보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얼마 전 유행한 ‘假装在韩国(한국에 있는 척 하기)’ 놀이처럼 기모노를 입고 일본풍경거리에서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의 일본풍 역시 그저 중국 젊은 세대가 즐기는 놀이문화의 하나라고 하겠다. 

우리나라는 1998년에 일본 대중문화를 개방했다. 당시에는 수많은 이들이 일본 문화가 우리의 정신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오히려 한국 문화는 더 발전했고 더 공고해졌다. 중국도 과거의 화려한 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가진 나라이다. 전면적인 개방에 더 이상 주저할 이유가 없다. 중국 정부가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어떤 방향으로든 터져 나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주             
1) 참고: 위키사전 https://namu.wiki/w/%EB%AF%B8%EB%8B%88%EC%86%8C
2) 참고: 차이나랩 블로그 https://blog.naver.com/china_lab/222612382542
3) 참고: 바이두 https://baike.baidu.com 
4) 출처: https://baijiahao.baidu.com/s?id=1694368012853292512&wfr=spider&for=pc






사진출처 | 바이두
박애양 | 중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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