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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6.3 통권 226호     필자 : 석은혜 프린트   이메일 
[신조어로 보는 중국 사회]
중국 젊은이들의 보복성 저축(报复性存款)

작년에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주춤하자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보복성 소비(报复性消费)’가 등장했다. 보복성 소비의 원래 의미는 배우자의 과소비를 보복하기 위해 사치품 등을 흥청망청 사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라는 외부적 요인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보복하듯이 한꺼번에 분출되는 현상을 뜻한다. 이 보복성 소비는 중국 부동산 시장도 과열시켰다. 선전(深圳)시에서는 신규 아파트 온라인 분양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단 8분 만에 288채가 모두 팔려 나갔다. 상하이(上海)에서는 2020년 4월 아파트 거래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요식업계도 활기를 되찾았다. 중국 음식배달 서비스 업체에 따르면, 훠궈(火锅:중국식 샤부샤부) 체인점인 하이디라오(海底捞) 점포 8만여 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주문량을 회복했다. 백화점에서 값비싼 명품을 주저 없이 사는 ‘주링허우(90后: 1990년 이후 출생자)’의 ‘허우랑(后浪: 뒤이어 오는 파도라는 뜻으로 중국 다음 세대를 일컫는 신조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미래가 불투명해지자 중국인들은 향후 경제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중국인들 중에는 자신의 현금 자산 확보를 위해서 저축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보복성 저축(报复性存款)’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보복성 저축은 원래 은행 서비스에 크게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고객들이 더 적극적인 방법을 찾아서 예금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현재는 코로나19로 위기의식이 커지자 미래를 대비해 보복하듯이 예금으로 돈이 쏠리는 현상을 뜻한다. 중국 젊은 세대들은 현금과 금을 모아 놓거나 부동산과 같은 실물 자산에 투자하려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또한 금리가 낮은 은행보다는 ‘즈푸바오(支付宝, 알리페이)’ 플랫폼 등에 자금을 예치해 놓고 있다.  

최근 중국 SNS상에서 가장 유행하는 말은 “너희들은 보복성 소비를 해라. 나는 보복성 저축을 하겠다(你们报复性消费吧,我要报复性存钱)”이다. 중국청년보(青年报)는 2020년 7월 “이 시대 중국 청년들의 보복성 저축 현상은 당연한 것이다”라는 기사에서 최근 중국인들의 저축 열풍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현재 중국의 젊은 직장인들이 주말과 여가시간을 이용해서 ‘투잡(two jobs, 兼职) 뛰기’에 나설 정도로 돈 모으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돈을 벌 수 있는 재능만 있으면 남는 시간을 활용해 여유 자금 확보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이제는 고정적인 월급만으로는 만족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엿보인다. 중국 젊은 층들은 차츰 현금 보유량을 늘리는 것이 위기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안전벨트’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중국인들이 보복성 저축에 열을 올리는 현상은 그만큼 이번 코로나19가 그들에게 준 위기의식이 컸다는 것을 반영한다. 중국 포털사이트 가운데 하나인 시나닷컴(Sina.com, 新浪)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만약 당장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면, 현재의 자산으로 얼마 동안이나 버틸 수 있는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는데, 응답자의 42%가 ‘당장 살 수 없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반 년 동안 살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이 4%이고, ‘1년 이상 버틸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27%에 불과했다. 중국인들이 저축에 열을 올리는 현상은 수치를 보아도 알 수 있다. 2020년 7월 20일, 중국신경제연구소(中国新经济研究院)와 즈푸바오가 연합으로 발표한 ‘주링허우 저축 보고서(2020년)’에서는 2020년 상반기에 주링허우들의 일인당 저축 총액이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0%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에서는 1990년대 이후 출생자가 약 1억 7,400만 명으로, 이 가운데 1억 3,400만 명이 즈푸바오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조사 신뢰도가 높다고 말할 수 있다.

중국 서남재경대(西南财经大学) 연구 팀이 즈푸바오 이용자 2만8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코로나19가 종식된 뒤에도 저축을 늘리고 소비는 줄이는 패턴을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보복성 저축이 계속 증가하면서 이 예금이 소비로 연결되지 않아 중국 당국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23일 중국 인민은행(人民银行)에 따르면 중국인들의 2020년 1분기 가계 저축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9% 늘었으며, 저축 총액은 6조 4,700억 위안(약 1,100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00억 위안(약 70조 원)이 증가하였다. 2020년 1월부터 3월까지 91일 동안 하루 평균 700억 위안(약 12조 원) 정도를 저축했다는 말이다. 재경망(经济网)은 저축이 증가한 원인으로는 중국이 2020년 1분기에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기업의 자금이 늘어났고, 기업이 근로자들에게 지급한 급여가 소비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신경제연구소의 발표에 의하면 주링허우 세대의 60%가 매일 평균 차 한 잔 값을 저축하고 있으며, ‘밀크티(奶茶) 한 잔 값을 저축하자’는 움직임이 요즘 젊은이들의 새로운 습관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저축하는 금액으로 보나 저축하는 사람들의 숫자로 보나 일선도시(一线城市, 대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저축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면 선전, 광저우(广州), 상하이, 베이징(北京)에 사는 사람들의 순으로 저축을 많이 하고 있다. 또한 평균적으로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20% 더 많은 돈을 저축하고 있으며 60% 이상의 남성들이 즈푸바오 플랫폼에 자금을 저축해 놓고 있는 반면, 여성들은 남성보다 더 신중하게 재무관리를 하면서 다양한 방법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돈을 물 쓰듯 하던 웨광족(月光族, 그 달의 월급은 그 달에 다 쓰는 사람)들이 보복성 저축 대열에 주요 세력이 되고 있다. ‘웨광족’ ‘마이마이마이(买买买,무더기로 사기)’‘징즈충(精致穷,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제로는 가난한 사람)’과 같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맹목적인 소비를 해온 것으로 유명했던 중국의 주링허우들이 코로나19 이후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인터넷으로 재택근무를 하던 젊은이들이 원래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외출해서 비싼 음식으로 푸짐하게 한 끼를 해결했는데, 지금은 한 달 동안 라면을 먹으면서 버티기도 한다. 또한 원래 한정판‘신상 컴퓨터 오락게임 프로그램’을 사는 것을 좋아하던 젊은이들이 전에 충동 구매했던 물건들을 중고거래 사이트인 셴위(闲鱼)에 내놓고 팔기 시작했다. 중국의 온라인 커뮤니티 더우반(豆瓣)에 있는 절약클럽(节约小组)의 가입자는 최근 50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 카페   회원들은 ‘보복성 저축’ ‘아껴 쓰는 법’ ‘저축 노하우’ 등의 키워드를 공유하면서 절약과 저축을 생활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 젊은이들은 이렇게 모은 돈을 어디에 쓰려고 하는 것일까? 중국 설문조사 기관인 이지트래킹(EZ-Tracking)과 왕이딩웨이(网易定位)가 중국인 1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코로나19 이후의 소비 계획에 대해 업무 환경을 바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겠다(42.8%)고 답했다. 이어서 보험 가입(26.8%), 부동산 투자(17.2%), 차량 구매(14.3%) 순으로 안정적인 삶의 추구와 함께 눈에 보이는 실물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소비시장의 주요 세력인 주링허우와 바링허우(80后:1980년 이후 출생자)들이 부동산 매수를 주도하고 있다. 중국 전체 인구 14억 가운데 4억여 명이 여기에 속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가족 중심적이고 안정적인 삶을 위해 내 집 마련과 보험 가입에 적극적으로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해외여행과 쇼핑에 관심이 쏠려왔던 허우랑들의 갑작스러운 자금 축적 열풍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이런 배경에는 코로나19 이전으로 경제의 원상복귀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경제학에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는 중요한 개념이 있다. 선택한 물건의 진짜 가격은 그것을 위해 사용한 비용뿐만 아니라 그것을 얻기 위해 포기한 다른 것들에 대한 비용도 포함한다는 것이다. 즉 결국 선택의 비용을 ‘포기한 다른 것들에 대한 가치’로 측정한 것을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대학 진학을 선택한 학생의 경우 기회비용은 대학교육에 소요되는 비용과 취업을 포기한 결과로 발생하는 금전적 손실의 합이다. 오늘부터 돈 쓰는 것을 포기하고 보복성 저축을 시작한 중국의 허우랑들은 오늘 자기 수중에 있는 돈을 쓸 때 얻는 즐거움이 기회비용이다. 그들은 보복성 저축을 통해 미래의 위기 대응, 불확실성 시대에 대한 대응이 기회비용보다 경제적인 여유와 저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소비, 저축, 투자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개개인의 머릿속에서 현재의 향유와 미래의 기회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이루게 할 것인가? 보복성 저축을 위해 수전노와 같이 짠돌이 짠순이로 살 필요까지는 없다. 돈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자신이 어떤 기회비용에 직면했는지를 알면 진짜 원하는 삶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투자하면서 살 것인지, 아니면 내일을 위해 굳이 오늘의 행복을 희생하지 않을 것인지 그 선택은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참고 자료>
https://baike.baidu.com/item/ 报复性存款/12591918?fr=Aladdin
https://baijiahao.baidu.com/s?id=1672715145044159525&wfr=spider&for=pc
https://zhuanlan.zhihu.com/p/142860750






사진출처 | 바이두
석은혜 | 본웹진 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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