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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5.3 통권 225호     필자 : 박애양 프린트   이메일 
[신조어로 보는 중국 사회]
소분홍(小粉红)

착잡한 마음이다
현재 한국과 한국인,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중국의 왜곡이 도를 넘고 있다. 참 답답하고 한심한 일이다. 적어도 내가 알던 이들은 한국을 존중하는 그런 사람들이었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바뀐 것일까? ‘한류’라는 말이 시작된 중국에서 최근 손바닥 뒤집듯 한류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한국문화를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황당한 일들이 자주 보도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중국 내 한국 문화 왜곡은 이미 고구려와 발해를 자국의 역사에 편입시키려고 시도한 동북공정 이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이미 조선족을 내세워 농악무, 전통 혼례, 상모춤, 조선족 전통 복식(한복) 등을 2009년에, 아리랑, 가야금, 씨름, 판소리 등을 2011년에 중국 국가 무형 문화유산에 등재를 했다.1) 그러나 한국에서는 중국의 이러한 문화공정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중국의 한국 문화 왜곡이 수면 위로 떠 오른 것이 아마도 중국의 한 SNS 운영자가 한복이 중국 명나라 복장(漢服)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그 뒤로 한 중국 게임사에서 한국 이용자들을 위해 한복 서비스 제공했다가 중국 네티즌들이 한복이 중국옷이라고 주장하자 한국에서 한복 서비스를 중단하는 일이 생겼다. 기가 막힌 일이다. 그 뒤로 김치, 갓, 태권도는 물론 민족시인 윤동주까지 중국 조선족 애국시인으로 교육하고 있으며 심지어 태극기까지 중국인이 제안한 것이라고 중국 공영방송에서 내보내는 일까지 있었음이 드러났다. 아니, 윤동주 시인이 중국 독립을 위해 싸웠다는 말인가? 상식에 어긋나는 거짓 주장이지만, 우리는 누군가 우기고 주장하면 진실이 되어버리는 이상한 상황을 수도 없이 경험해 왔다. 중국의 우리 문화 왜곡이 이토록 쉽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조선족 문화를 자국의 문화에 편입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또 이에 동조하는 이들의 방기(放棄) 혹은 적극적 협조가 있었을 것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참 씁쓸한 기분이 든다. 

그동안 너무 무심하게 살았다는 생각이다
소셜 플랫폼에서 한중 네티즌들이 수차례 치열한 공방이 오고 간 후에야 알게 되었으니, 나도 참 무지하고 안일했다는 생각이다. 아차 하는 마음에 관련 동영상과 뉴스들을 찾아보고 이 논쟁의 중심에 소분홍(小粉红)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분홍2)은 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중국의 젊은 애국주의 청년들이다. 이들은 중국공산당을 아이돌처럼 사랑하고 추종하며 혹시라도 중국공산당에 반하는 개인, 단체, 국가를 발견할 시 ‘좌표를 찍은’ 후 조직적으로 극렬한 공격을 가하는 성향을 갖는다. 소분홍은 애국, 충성, 정의, 극단이라는 특징이 있으며 자신을 중화민족과 일치시키고 개인이 아닌 공동의 이익을 위해 헌신한다는 신념이 있다. 이전에도 소분홍과 비슷한 애국 청년들이 있었다. 홍위병(红卫兵,문화혁명 시기), 분노청년(愤怒青年,1990년대 중반 출현한 인터넷 극우 청년집단), 자간오(自干五,2010년대 출현한 친정부 인터넷집단) 등. 소분홍은 2016년 등장하여 일시에 주도권을 장악한다. 이전에 홍위병이 오프라인에서 자발적 애국 청년으로 활동했다고 한다면 소분홍은 고등 교육을 받은 청년들로 사이버 공간에서 조직적, 체계적으로 움직인다는 특징이 있다.

이전의 단체 행동이 중국 정부나 언론에서 시작했다면 최근 소분홍의 활동은 인터넷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난다고 하겠다. 이전에 자간오가 주로 자유파 지식인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면, 소분홍의 주요 공격 대상은 외국이다. 이들은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이 조직하고 프레임을 짜서 외국을 공격하는 데 활용한다는 점이 이전 애국 청년과 다르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들의 주요 공격 대상은 한국이다. 이들은 한국어를 잘하고 한국 문화에 익숙하며 한국 연예인은 좋아하지만, 한국은 좋아하지 않는다. 조국을 사랑하는 것과 우상을 좋아하는 것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철저한 이분법적 사고로 행동한다. 2008년 동방신기 홈페이지를 마비시키는 일도 소분홍이 한 일이라고 하니 최근에 그 활동범위를 짐작할 수 있다. 중국통계청 인구조사 내용을 보면 1990년대생(30대) 17,500만 명, 2000년대생(20대) 14,600만 명, 2010년대생(10대) 15,000만 명이다. 20-30대 인구만 3억 명이 넘는다. 우리나라 인구의 6배가 넘는다. 이들 가운데 일부가 중국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선진 지식을 배우고 활용하면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했을 때 그 규모와 양은 매우 방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분노청년이나 자간오, 소분홍 모두 중국 애국주의 교육에 경도된 청년들이다. 중국공산당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중국공산당에 반대하는 이들의 출현을 방지하기 위해 애국주의 교육을 강화하게 되는데 중국 정부의 의도대로 중화주의에 빠진 젊은 ‘애국’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국내외에 중국공산당의 의견을 대변하고 항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발전된 중국에서 태어나 중국의 밝은 면만 보면서 성장했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자긍심이 강하다. 자신들이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조국이 조금이라도 수세에 몰리게 되면 이들은 자발적으로 조국의 대변인이 되려고 한다. 조국을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의 행동은 상황에 따라 배타적이고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소분홍의 정의감은 권력의 인정을 받았다는 자신감에서 나온다. 팔에 완장이 채워진 이들은 아전인수격으로 상대를 매도하고 훈계하며, 사과하라고 다그친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내가 아는 중국 청년들은 대부분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 그들이 한·중 양국의 입장에서 역사와 문화를 바라보고 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현장에 있는 우리부터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중국의 애국주의가 길러낸 소분홍들이 타인에 대한 비난과 공격을 멈추고 자신을 둘러싼 것들의 허와 실을 분별할 수 있도록, 그 지독한 쇼비니즘(Chauvinism: 극단적인 애국주의, 국수적인 이기주의)3) 에서 빨리 빠져나올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이에 대한 책임의 짐을 함께 나눠질 수 있기를 바란다. 기꺼이. 



미주            
1)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tvh&oid=052&aid=0000360017
2) 김인희(2021), 《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 서울: 푸른역사, 73쪽(소분홍 관련 내용은 이 책의 내용을 기본으로 하였다.)
3) 한스 페터 마르틴 지음, 이지윤 옮김(2020), 《게임 오버》, 서울: 한빛비즈. 








사진출처 | 바이두
박애양 | 중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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