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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6.2 통권 214호     필자 : 김영철 프린트   이메일 
[중국 영화]
《과부 마녀(北方一片苍茫, Mirrors and Feathers)》- 상실, 유랑, 죽음의 서사

《과부 마녀》는 1980년에 허베이(河北)성에서 태어난 차이청제(蔡成杰) 감독의 영화로 2017년 중국 시닝(西宁)에서 열린 제11회 FIRST 청년영화제에서 최우수 대본상과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다. 그리고 2018년 제47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호랑이(金虎)상을 수상하여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그는 2013년에 대본을 직접 쓰고 감독도 한 《량산이 들린다(听见凉山)》-량산은 이족(彝族)자치주(自治州)이다-는 이족의 음악을 소재로 한 텔레비전 드라마를 제작했다. 
   
《과부 마녀》는 ‘젊은 과부가 신선이 되다(小寡妇成仙记)’라는 중국어 제목도 있다. 여자 주인공 역할을 맡은 톈톈(田天)과 남자 주인공 역할을 맡은 원신위(温新宇)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불행히도 세 명의 남편을 잃은 농촌 과부 왕얼하오(王二好)는 온갖 황당한 사건을 겪는다. 그러다가 그녀는 마을 사람들에 의해 ‘살아 있는 신v선’으로 추대받는다. 그녀는 성심을 다해 이웃들의 질병을 고쳐 주고, 아들을 낳게 도와주고, 죽은 귀신을 내쫓는 일도 도맡아 해 주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은 탐심과 이기심을 변화시킬 수 없음을 절실히 깨닫는다.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 
추운 겨울, 중국 동베이(東北)의 눈 내린 산길을 걸으며 왕얼하오는 한 지인에게 자신의 가슴 아팠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꺼내 들려준다. 남동생이 5살 때 텔레비전에서 하는 만화 영화를 보고 싶어 했는데, 8살이었던 그녀가 보지 못하게 하자 남동생이 어머니에게 고자질하여 그녀는 어머니께 매를 맞았다. 이에 화가 난 그녀는 남동생이 밥을 다 먹자 남동생을 달래는 척하며 얼음물 두 잔을 마시게 했고, 그 후 남동생은 3일간 시름시름 앓다가 밤에 화장실에 갔다가 실신하여 얼어 죽었다는 안타까운 과거를 고백했다. 이를 통해 중국 농촌의 가정 안에 뿌리내린 아들을 선호하는 풍습과 가정 폭력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편견과 차별을 겪는 과부  
남편 다용쯔(大勇子)의 폭죽 공장이 폭발하면서 화재가 일어나 남편은 죽고 왕얼하오는 보름 정도 병원에 입원했다. 그녀는 실어증에 걸린 상태였고, 몸도 가눌 수 없었다. 친척이 그 틈을 타 그녀를 강간했다. 

마을에 사는 한 여자가 외양간에서 속옷을 들고 와서 왕얼하오의 것이라고 단정지으며, 언제 자기네 집에 와서 남편을 유혹했냐고 따져 물었다. 왕얼하오는 자기에 대해 오해하는 것이 너무 기가 막혀서 자기를 죽이라고 총을 주었는데 잔뜩 화가 난 그 여자는 왕얼하오를 향해 총을 쐈다. 왕얼하오의 옷이 총알을 맞아 구멍이 났는데 황당하게도 그녀는 죽지 않고 멀쩡하게 살아 있었다. 

이 장면은 성경에서 간음한 여인을 죽이라고 하는 군중 속에서 예수님이 “이 중에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라고 명하자 그녀를 정죄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그곳을 떠나는 장면을 연상하게 한다. 마을 여자들은 왕얼하오가 세 명의 남편을 죽였다고 모욕과 멸시를 퍼부었다. 그러자 그녀는 내면에 쓴뿌리와 수치심을 안고 남들의 손가락질을 피해 세 번째 남편의 남동생이자 청각장애인 샤오스터우(小石头)와 빵차를 타고 이리저리 유랑한다. 하룻밤 묵을 곳이 없어서 빵차 안에서 불편한 삶을 꾸려나갔다. 이들의 고단한 현실을 통해 차이청제 감독은 인생은 본래 정처 없이 갈 곳을 모르고 돌아다닌다는 노마드의 삶을 암시한 것이다. 


병든 사람을 치유하는 무녀
왕얼하오는 1년 전부터 반신불수가 된 친척 롱쓰예(聾四爺)의 집에 도착하여, 마당에서 목욕통에 그를 넣고 장작불을 피워 물을 데우고 목욕을 시켰는데 비누도 없고 가루 세제도 없어 빵차가 있는 곳으로 가지러 갔다. 밤에 마을 사람들이 그녀가 자는 빵차로 몰려와 롱쓰예의 마비된 몸이 풀려 치유되는 기적이 일어나났다며 그녀를 초청하여 살아 있는 신선으로 추대하고 서로 자기들 집으로 모시고 가서 도움을 받으려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 장면은 성경에서 38년간 중풍병자로 누워 있던 환자를 예수님이 고쳐 주신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롱쓰예는 자신의 할머니가 남긴 무속 도구를 그녀에게 선물하고 본격적으로 그녀가 무녀로서 삶을 살아가는 계기를 마련하여 주었다.

시간이 흘러 춘절(春節)에 왕얼하오가 롱쓰예를 찾아갔으나 그는 이미 음력 섣달 23일에 발을 잘못 디뎌 미끄러져서 마당에 죽어 있었다. 돈을 벌기 위해 외지로 나간 아들 며느리는 명절에도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비록 몸은 고쳐졌지만 돌봐 주는 사람 없이 혼자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것이다. 왕얼하오는 외롭게 죽어 있는 롱쓰예를 보고 오열하며 진심 어린 애도를 표했다. 차이청제 감독은 롱쓰예의 죽음을 통해 농촌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고독사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폭력을 무력화시킨 신녀 
왕얼하오는 쉬웨이(徐衛)의 집에 갔는데 그는 금광을 캐서 큰돈을 벌고 싶어 했다. 그가 그녀를 성희롱하자 완강하게 거절했다. 갑자기 두 남자가 찾아와 행패를 부리자 그녀는 쉬웨이를 숨기고 그들을 돌려보내려고 하자 그들은 왕얼하오의 거울을 던져 산산조각이 났다. 풀이 죽은 왕얼하오가 쉬웨이의 집을 떠나는 힘겨운 발걸음을 깨진 거울에 비추는 카메라 기법을 사용해서 그녀의 상한 마음과 깨진 자아를 완곡하게 잘 담아냈다.

나중에 왕얼하오가 쉬웨이의 집에 다시 갔을 때 그는 자신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고 자랑하며 그녀에게 구혼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를 거절했다. 얼마 후에 그녀는 길거리에서 두 깡패가 쉬웨이를 두들겨 패는 모습을 보자 큰소리로 그만 두라고 호통을 쳤다. 그러자 다빙쯔(大餠子)라고 하는 남자가 그녀를 해치러 왔는데 그녀는 그의 이름을 알고, 세 형제 중에 둘째라고 하자 동생 한 명이 죽은 것을 어떻게 아냐고 물었다. 그녀가 그들의 가정사를 자세히 알고 있으며 요즈음 운이 좋지 않은 일도 벌어지지 않았냐고 묻자 그는 두 번의 교통사고가 났다고 말하며 갑자기 태도룰 돌변하여 어떻게 하면 운을 좋게 바꿀 수 있냐고 자문을 구하는 황당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샤오스터우가 신경 쓰지 말고 그냥 가자고 하니까 왕얼하오는 자신이 상관하지 않으면 이 남자가 죽는다고 했다. 그러자 나쁜 남자는 제발 살려 달라고 애걸복걸하였다. 왕얼하오는 그에게 담배 한 개를 주면서 절대 뒤 돌아보지 말고 천오백 보를 걸어간 뒤 3번 돌고, 다시 반대쪽으로 3번 돈 뒤에 앞을 향해 걸어가라고 했다. 그러자 그 남자는 고마워하며 그녀의 말을 순순히 따랐다.


농촌 여성의 비참한 삶에 대한 동정  
어느 날 왕얼하오와 샤오스터우는 첫 번째 남편이 살았던 야생돼지 촌락이라는 의미를 지닌 예주촌(野猪村)이라는 곳에 도착하여 돌로 된 터널에 앉아 있는 두 여자아이를 발견했다. 샤오스터우는 그곳이 마치 참회실 같다고 말했다. 왕얼하오는 첫 번째 남편의 여동생 집에 왔는데 두 딸들이 엄마가 자야 한다며 추운 겨울에 밖에 나가서 놀라고 해 벌벌 떨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였다. 왕얼하오가 집안으로 들어가니까 첫 번째 남편의 여동생은 가을에 큰 비가 내려 집이 무너지고 집수리할 돈도 없다고 했다. 딸아이 네 명이 있었다. 다섯째 딸아이는 낙태하고 여섯째 아이도 딸이라 낙태를 결심했다고 돈을 빌려 달라고 했다. 만약 그녀가 아들을 낳지 못하면 남편에게 이혼을 당한다고 두려워했다. 왕얼하오는 낙태하지 말고 아이를 낳으라고 하면서 배 속의 딸을 아들로 바꾸어 주겠다고 장담했다. 영화는 저녁에 네 명의 딸들이 나란히 누워 자는 모습을 한참을 비추며 여자로 태어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고 오로지 아들을 낳아야만 아내를 인정하는 가부장적인 가장의 모습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왕얼하오는 아들을 간절히 원하는 바오청(寶成)에게 그의 손가락에 칼을 대서 피를 모은 뒤 부적을 태워 대들보에 49일간 두라고 처방을 내린다. 그리고 몇 가지 계명을 지키면 아들을 가질 수 있다고 설득하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아내를 때리거나 욕하지 말라. 둘째, 아내를 위해 머리를 빗겨 주고 가사를 도맡아 하라. 셋째, 돈을 줄 터이니 아내 옷을 사 주고 원하는 것을 해 주고 딸들을 잘 키우라. 왕얼하오는 이 계명 중에 하나라도 지키지 않으면 아들을 얻는 운이 날아간다고 당부하였다. 나중에 배 속의 성별이 바뀌어 아들을 낳게 되자 이 부부는 왕얼하오를 집에 초대하여 감사의 표시를 했는데 두 딸들이 보이지 않아 물어보니 할머니 집에 갔다고 거짓말을 했다. 나중에 두 딸들을 돈을 받고 팔아넘긴 뒤 그 돈으로 아들을 키우려는 사실을 고백하자 왕얼하오는 배신감과 분노를 느꼈다. 왕얼하오는 이 비정한 엄마와 남들이 보는 들판에서 대판 싸우며 분노했다.


죽은 자와의 대화와 교감  
어느 마을에 샤오차이펑(小裁縫)이라는 사람이 광동으로 일하러 가서 오랫동안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자 그의 16살이 된 중학생 딸 루이루이(蘂蘂)가 우물에 자살했다. 왕얼하오는 그 마을에 자주 와서 샤오차이펑의 집에 가서 향을 피우고 기도를 하려고 했다. 왕얼하오는 창고에서 샤오스터우와 누워 있을 때 과거의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두 번째 남편과 결혼한 지 2년이 되었을 때 아기를 갖게 되었는데 신 것이 너무 먹고 싶어서 야산에 있는 배나무에서 배를 따 먹었는데 무척 맛있었다고 했다. 남편에게 산에 가서 배를 주워 오라고 보냈다. 그런데 집 문 앞 처마에서 물이 샜는데 자신이 미끄러져 땅바닥에 주저앉았는데 저녁에 복통이 심해 남편이 자신을 데리고 병원에 갔는데 7개월 된 아기를 유산했다고 털어 놓았다. 아기의 작은 손과 작은 발이 자신과 생긴 것이 같다고 말했다. 두 번째 남편이 3일간 식음을 전폐하다가 야산 배나무 근처 우물에 몸을 던져 자살하였다.

다음 날 왕얼하오는 귀신을 쫓아내기 위해 굿을 하면서 주술적인 행위를 하고 들판에서 여자 아이 귀신을 만났는데 그 아이가 자신의 두 번째 남편을 우물에서 만난 일을 얘기했다. 그 남자가 우물에 온 지 오래되었고 자신은 야산 배나무 근처에 왔다가 실족하여 우물에 빠졌는데 아내가 집에서 기다린다고 말했다. 여자 아이가 그녀의 춤을 다시 보고 싶다고 하자 그녀는 동북지방 무녀의 복장을 하고 여자 아이의 넋을 달래고 죽은 두 번째 남편의 넋을 달랬고 자신의 몸은 고달픈 현실에 있지만 그녀의 정신과 영혼 세계는 나비처럼 훨훨 날고 싶은 염원을 담은 것 같았다.


어두운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울 때
시동생 샤오스터우는 유일하게 왕얼하오와 항상 함께하고 늘 그녀의 아픈 과거를 조용히 경청해 주고 공감해 주는 대상이다. 그는 비록 청각장애를 지녔지만 누구보다도 그녀를 인정해 주고 신뢰하는 사람이다. 평소 샤오스터우가 무척 사랑했던 개를 잠시 남에게 맡겼는데 그 개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나중에 산속에서 사과 속에 있는 폭탄으로 인해 죽임을 당한 개의 사체를 발견하자 샤오스터우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얼마 뒤에 샤오스터우는 폭탄이 들어있는 사과 옆에 앉아 있다가 폭발 사고로 갑자기 죽어 버렸다. 왕얼하오는 목 놓아 울며 그의 죽음을 애달파하였다.



평소 왕얼하오에게 과부라고 손가락질하던 여자들이 금광을 캐러 산에 간 남편들이 산을 폭파하다가 매몰되는 사건이 터지자 그녀에게 찾아와 제발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샤오스터우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충격과 슬픔으로 인해 삶에 대한 의지조차 잃고 길에 쓰러진 왕얼하오에게 마을 여자들은 자신의 가족을 구원해 달라고 매달렸다. 왕얼하오는 더 이상 자신에게 신기가 없다고 말하자 마을 사람들은 다른 신을 모셔서라도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신을 이용하는 인간의 연약한 모습을 묘사했다. 왕얼하오는 자신이 죽어 가면서도 몸에 지니던 평안을 기원하는 부적 한 장을 들고서 오직 한 사람만 구할 수 있다고 하자 마을 여자들은 죽어 가는 왕얼하오에게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의 남편만 살리겠다고 서로 부적을 가지려고 다투는 어처구니없는 장면을 연출했다.   

왕얼하오는 이전에 마을 사람들의 병을 고치고 귀신을 내쫓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속여서 밤에 머물 곳을 제공받았다. 그러나 후에 그녀가 무녀가 되어 마을 사람들의 필요를 채우고 성심을 다해 도와주었지만 마을 사람들의 탐욕과 죄악에 대해 절망을 느껴 삶을 마감하게 되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의 가사는 사람들의 욕망과 탐욕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돈과 성공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이기적인 본능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이 영화는 오늘날 중국의 동북 농촌지방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재연하였고 주로 흑백 영상을 통해 과거에 대한 기억과 사라져야 할 구습의 폐단을 낱낱이 드러냈다. 아들을 선호하고, 가정 폭력이 난무하고, 딸을 인신매매하고, 농촌에 버려진 노인들이 죽어 가는 모습, 자신들의 탐욕과 이기심을 채우기 위해 미신적인 풍습을 따르고, 사주팔자를 중시하고, 돈 주고 개명하여 자신의 운이 좋아지길 바라고, 풍수지리를 따지는 농촌의 모습을 들추어냈다. 또한 촌장과 마을 사람들이 금광을 캐기 위해 남의 땅을 빼앗고 이를 말리는 왕얼하오를 협박하고 소변을 뿌려 기절시키고 산을 폭파하는 잔인한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사진 출처 | 百度 图片
김영철 | 한양대학교 중국학과 교육전담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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