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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3.3 통권 211호     필자 : 석은혜 프린트   이메일 
[한국어 관용어를 중국어로 번역하기]
의미가 일치하는 한•중 관용어 (3)

한국어 관용어를 중국어로 통역하고 번역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관용어(惯用语)란 두 개 이상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그 단어들의 의미만으로는 전체 의미를 알 수 없는 특수한 의미를 나타내는 어구(语句)를 말한다. 다시 말해 관용어는 둘 이상의 낱말이 결합하여 제3의 새로운 뜻을 나타내는 것이다. 때로는 문법에 맞지 않지만 오랫동안 생활 속에서 습관적으로 사용되어 온 것으로 결합 형식이 고정되어 있다. 이번 호에는 지난 호에 이어 한국어 관용어와 중국어 관용어가 비록 형태는 다르지만 그 의미가 일치하는 것들에 대해서 세 번째로 살펴보고자 한다.

1. ‘눈이 높다.’ 이 관용어는 정도 이상의 좋은 것만 찾는 버릇이 있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말로는 ‘안목이 높다’라는 말이 있다. 이 관용어와 의미가 같은 중국어 관용어는 ‘眼光高’ (yǎnguāng gāo) 또는 ‘眼皮子高’ (yǎnpí‧zi gāo)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각각 ‘눈이 높다’, ‘안목(식견)이 높다’이다. 이 말의 뜻은 사람을 선택할 때 조건이 까다롭거나 요구하는 바가 많다는 것을 이르는 말로 그 의미가 한국어 관용어와 일치한다.

2. ‘있는 말 없는 말을 하다.’ 이 관용어는 사실이거나 아니거나 상관없이 목적을 위해서 아무 말이나 닥치는 대로 하는 경우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이 관용어와 의미가 같은 중국어는 ‘有一句没一句’ (yǒu yíjù méi yíjù)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있는 말 없는 말을 늘어놓다’이다. 이 말의 의미는 주제도 없고 논리적이지도 않은 말들을 아무렇게나 함부로 하는 경우를 뜻한다. 중국어 관용어의 의미는 한국어 관용어와 일치한다.

3. ‘목을 움츠리다.’ 이 관용어는 사람이 겁을 먹고 위축되어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이 관용어와 의미가 같은 중국어 관용어는 ‘缩脖子’ (suō bózi)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목을 움츠리다’이다. 이 말은 곤란이 두려워서 뒷걸음 치거나 위축된다는 뜻으로 그 의미가 한국어 관용어와 일치한다.

4. ‘입이 닳도록 말하다.’ 이 관용어는 말을 자주 하거나 말을 너무 많이 했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관용어와 의미가 같은 중국어 관용어는 ‘磨舌头’ (mó shétou)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혀가 닳다’이다. 이 말은 장황하게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한다는 뜻으로 그 의미는 한국어 관용어와 일치한다.

5. ‘두각을 나타내다.’ 이 관용어는 ‘두각(头角)’이라는 단어의 뜻에서 나온 것이다. ‘두각’이란 원래 짐승의 머리에 난 뿔이라는 뜻이지만 그 의미가 확대되어 ‘뛰어난 학식이나 재능’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두각을 나타내다’라는 관용어는 ‘뛰어난 학식이나 재능을 나타낸다’는 뜻이다. 이 관용어와 의미가 같은 중국어 관용어는 ‘露头角’ (lù tóujiǎo)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두각을 드러내다’이다. 이 말은 학식이나 재능을 드러낸다는 뜻으로 한국어 관용어와 그 의미가 일치하다.

6. ‘눈에 거슬리다.’ 이 관용어는 사람이 무엇인가를 보기에 마음에 들지 않아 불쾌한 느낌이 있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말로는 ‘눈꼴이 시다’라는 말이 있다. 이 관용어와 의미가 같은 중국어 관용어는 ‘不顺眼’ (bú shùnyǎn) 또는 ‘不对眼’ (bú duìyǎn)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각각 ‘눈에 거슬리다’, ‘눈에 들지 않다’ 이다. 이 말은 마음에 들지 않아 눈꼴이 사납다는 뜻으로 한국어 관용어와 그 의미가 일치하다.

7. ‘코가 꿰이다.’ 이 관용어는 빠져나가지 못하게 걸려들었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에게 약점이 잡혔다는 말이다. 이 관용어와 의미가 같은 중국어 관용어는 ‘牵鼻子’ (qiān bí·zi)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코를 꿰어 끌고 가다’이다. 이 말은 남의 약점을 잡고 마음대로 조종한다는 뜻으로 그 의미가 한국어 관용어와 비슷하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한국어 관용어는 피동의 의미로 쓰여서 ‘어떤 사람에게 자유를 구속당해 꼼짝 못한다’라는 뜻이다. 반면 중국어 관용어는 자동의 의미로 쓰여서 ‘내가 어떤 사람의 약점을 잡아서 그 사람을 꼼짝 못하게 한다’라는 뜻이다. 

8. ‘비싼 수업료를 내다.’ 이 관용적 표현은 어떤 경험을 얻은 대가로 비싼 돈을 지불했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어떤 일을 실패한 뒤의 경제적 손실은 마치 수업료를 지불한 것과 같고 그 실패를 통해서 교훈을 얻게 되었다는 말이다. 이 관용적 표현과 의미가 같은 중국어 관용어는 ‘交学费’ (jiāo xuéfèi)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학비를 내다’이다. 이 관용어는 어떤 일을 할 때 각종 원인으로 손실과 대가를 지불하게 되는데, 그로 인해 새로운 경험을 하고 교훈을 얻었다는 뜻으로 그 의미는 한국어 관용어와 일치한다.

9. ‘십중팔구.’ 이 관용어는 열 가운데 여덟이나 아홉 정도로 거의 대부분이거나 거의 틀림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이 관용어와 의미가 같은 중국어 관용어는 ‘八九不离十’ (bā jiǔ bù lí shí)이다. 이 말을 직역하면 ‘팔과 구는 십(10)에서 그리 멀지 않다’이다. 이 말은 거의 실제 상황에 접근한다는 뜻으로 그 의미는 한국어 관용어와 동일하다.

10. ‘마각을 드러내다.’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에 의하면 이 관용어는 ‘말의 다리로 분장한 사람이 자기 모습을 드러낸다는 뜻으로 숨기고 있던 일이나 정체를 드러냄을 이르는 말이다’. 이 한국어 관용어와 의미가 같은 중국어 관용어는 ‘露马脚’ (lòu mǎ jiǎo)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말의 다리가 드러나다’이다. 이 말은 ‘진짜 자기 모습을 드러내다’, ‘정체가 드러나다’라는 뜻으로 그 의미가 한국어 관용어와 일치한다.

이 중국어 관용어의 유래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는 각종 축제나 제사 때 기린 분장을 했던 말의 다리가 밑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다. 옛날 중국에서 상서로움을 상징하는 전설 속의 동물은 기린(麒麟), 용(龙), 봉황(凤凰), 거북이(龟) 등이다. 따라서 각종 축제나 명절에 기린 문양을 그린 천을 말에게 덮어 씌우고 행진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행진을 할 때 천이 펄럭이면서 말의 다리가 드러나 그 동물의 정체가 기린이 아닌 말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마각(馬脚)이 드러난 것’이다. 여기에서 ‘마각’은 ‘말의 다리’를 뜻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한국어 관용어는 동물의 탈을 쓰고 벌이는 중국 탈춤에서 ‘말의 다리 노릇을 한 사람의 모습이 드러난 것’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중국어 관용어에서는 ‘기린 분장을 하거나 기린 문양을 그린 천을 덮어 쓴 말의 다리가 드러난 것’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보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유래설도 있다. 중국 명나라를 세운 태조(太祖) 주원장(朱元璋)의 황후인 ‘마(马)씨의 이야기’이다. ‘효자고황후’의 성은 마씨였는데 마 황후는 당시 유행하던 전족을 하지 않아 발이 컸다고 한다. 당시(송나라 때부터 청나라 때까지)는 작은 발이 미인의 필수조건이었다. 주원장은 전혀 개의치 않았지만 마 황후는 큰 발이 창피스러워 항상 긴 치맛자락으로 발을 감추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가마를 타고 금릉(金陵, 지금의 남경)으로 유람을 가고 있었는데, 바람이 크게 불어와 가마 커튼을 젖히자 치맛자락 밑에 감추었던 큰 발이 드러나고 말았다. ‘마각(马脚)이 드러난 것’이다. 여기에서 ‘마각’은 ‘마씨의 발’을 뜻한다. 그때부터 ‘露马脚 (마각이 드러나다)’라는 말은 ‘숨기고 있던 일이나 본래의 정체가 자기도 모르게 또는 뜻하지 않게 드러나다’라는 뜻을 가진 관용어로 쓰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진 | 바이두
석은혜 | 본지 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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