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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3 통권 195호     필자 : 김성민 프린트   이메일 
[변화하는 중국]
사회조직 생태계의 의존성과 자율성의 문제

지난호에서 중국 사회조직에 대한 방침인 ‘放管并重’은 단지 대외적인 선언일 뿐 실제로는 ‘양두구육’의 상황으로 표현해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때 ‘放’과 ‘管’의 실제/실체는 사회조직이 지니고 있는 의존성과 자율성의 문제에 직간접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자선단체를 포함하여 중국 내 사회조직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높은 의존성과 낮은 자율성(high dependence and low autonomy)’이 될 것이다.

이전에 언급했듯이 사회조직관리 전략과 정책방침에는 ‘监(감독)’, ‘管(관리)’, ‘抓(통제)’, ‘制(제재)’ 등과 함께 ‘放(방권)’, ‘扶(지원)’, ‘许(허용)’, ‘培(육성)’ 등 일견 서로 대비되는 요소들이 병존하고 서로 섞여 있다. 그런데 전자와 후자는 그 강도와 정도가 동등하지 않을 뿐 더러 보다 중요한 것은, 후자의 상당 부분들이 결국에는 전자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사회조직들에게 국가가 권한을 제공/허용하는 정도, 简政(정부의 인원 정선과 정무 간소화), 정사분리, 정부의 전략적/합리적 후퇴와 그 공백을 메울 ‘market’과 ‘society’의 육성, 국가의 사회조직으로부터의 사회적 서비스 구매 확대, 모금활동과 펀드레이징 자격 부여, 각종 행정적, 재정적 지원, 사회조직들을 상대로 마련한 专项资金(특별항목 자금)의 확보와 지원, 기부금/후원금 관련 세금감면과 공제 확대를 통한 기업과 개인들의 후원 유도 등의 여러 방침을 통해, 사회조직들의 생존여건과 이익, 권리와 자율성 등을 일정 정도 보장해 주고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후자에 해당하는 이러한 것들이 동시에 사회조직들의 발목을 잡고 ‘high dependence and low autonomy'의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조직들이 공개모금 혹은 펀드레이징의 자격을 얻을 수는 없다. 선별된 조직들만 특별항목 자금의 지원대상이 된다. 국가와 정부로부터 사업을 위탁받는 것 혹은 사회 서비스 구매의 혜택을 받는 일도 비율로 따져보면 그리 녹록한 게 아니다. 자선단체들이 전부 다 charity(자선/구호단체) 혹은 philanthropy(자선활동) 관련 영역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어 살아남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지부설립을 허가받은 사회조직들 또한 매우 제한적이다. 누구나 다 당정으로부터 행정적/제도적, 재정적 지원을 받는 게 아니며 아무나 기업들의 후원을 유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즉 모든 사회조직들이 일률적으로 전부 다 일정 이상의 권리와 이익과 자율성을 누릴 수 없다는 뜻이다. 일정한 이익과 권리와 자율성을 조금이라도 보장받고 누리려면(low autonomy), 국가에 대한 의존성과 종속성이 그만큼 증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high dependence).
 

국가와 정부에 대한 사회조직들의 높은 의존성과 그로 인한 낮은 자율성은 보건영역에서 좀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조직들이 얻을 수 있는 재정적, 제도적 자원들이 가장 많은 영역이 보건/위생 분야이기 때문이다. HIV/에이즈 예방을 비롯한 보건/위생 분야의 사업을 위해 중국 정부가 자체적으로 안배하는 자금, 그리고 –국제기구와 재단 등- 국제사회로부터 흘러들어 오는 사업 지원금에 대한 배분(distribution)은 응당 전적으로 정부의 권한이자 몫이다. 정부 산하 사업단위(事业单位)로서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国家卫生计生委)의 업무지휘를 받는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中国治病预防控制中心)가 주로 그 배분을 담당하는데, 어느 보건/위생 관련 사회조직들에게 어느 정도의 재정지원을 제공할 것인가에 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거버넌스와 메커니즘은 사회조직들에 대한 당정의 통제력과 당정으로의 의존성을 높이고, 그로 인해 사회조직들의 자율성과 정치적 기회*)를 상당히 수축시키는 작용을 하게 된다.
 

의존/종속 가운데의 제한적 자율성 혹은 ‘허용된’ 자율성은 ‘새장 속의 자유’ 개념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사실 여기저기 드리워져 있는 새장은 중국의 공민사회 전반에서 상수라고 말할 수 있다. 소수민족들도, 노동자들도, 농민들도, 네티즌들도, 언론인들도, 교수/연구자와 지식인들도, 사영기업인들도, 자선단체들을 포함한 사회조직들도, 중국식 사회적 경제 조직의 대표적 행위자인 사회복리기업과 농민전업합작사들도 모두 각자 자신만의 새장을 가지고 있다. 차이라고 한다면 새장의 크기, 새장의 재질과 두께, 새장 속 인테리어와 환경, 새장에게 공급되는 먹이의 양과 질 등이다. (물론 새장을 설치하고 새와 새장을 관리하는 이의 성향과 전략과 방식 등 역시 시기마다 조금씩 변화를 보여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따라서 새장 속의 새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의 노력과 분투로 먹이의 양과 질의 향상을 얻어내는 것, 그리하여 몸집을 조금이라도 불리고 키우는 것, 새장 속 생활환경 조건의 개선을 이끌어내는 것, 좀 더 넓고 큰 새장을 제공 받아 운신의 폭을 넓히고 조금 더 편안히 지내는 것 등일 뿐이다. 결론은 결국 새는 새장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중국 당정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 새들이 자신의 새장에 만족하며 노래를 부르면서 잘 지내는 것. 둘째, 새들이 새장 탈출을 시도하지 않고 그 속에서 얌전히 먹이 잘 받아먹고 잘 자라는 것. 셋째, 새들을 잘 키우고 활용하여 주인은 돈을 많이 벌고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만 된다면 중국 당정으로서는 상당한 성공인 셈이다. 이것이 바로 중국식 사회치리의 본질이 아닐까. 그리 간주해도 아마 큰 무리는 아닐 것이다.



*) 사회조직의 정치적 기회를 수축시킨다 함은 사회조직들이 당정의 입장, 정책방침, 요구 등에 어긋나는 선택을 하거나 그와 다른 목소리를 내거나 자신의 영역/분야에서 독자적인 철학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의미한다.

 

 





사진 | 바이두
김성민 | 동서대 국제관계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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