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1.gif) 대만과 홍콩에서 선풍을 일으켰던 무협영화가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영웅>으로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았고, 대만출신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에서 무협영화의 열풍은 정점에 달했다. 최근 한?중?일에서 삼국지 열풍이 불어 2008년 4월에 영화 <삼국지:용의 부활>이 한국에서 상연되었고, 7월에 홍콩 느와르 액션을 선보였던 우위썬(吳宇森) 감독이 <적벽대전:거대한 전쟁의 시작>으로 삼국지 열풍에 동참하였다.
우위썬은 할리우드에서 , 로 세계적인 액션 감독의 입지를 자리매김하였고, 이번에 16년 동안 기획한 삼국지에 관한 소재를 가지고 아시아로 귀환했다.
역사,소설, 영화 속의 적벽대전 《삼국지》는 서진(西晉)시대 진수(陳壽)가 지었는데 위(魏)나라를 정통으로 하여〈위서〉에 기(紀)와 전(傳)을 두고, 〈촉서〉?〈오서〉에는 열전만 두었다. 진수의 《삼국지》는 삼국의 역사를 간략하게 기술하였지만, 《삼국지연의》는 명대 나관중(羅貫中)의 주관과 허구를 가미하여 삼국시대를 재구성한 장편소설로 촉한을 정통으로 삼고 유비· 제갈량 · 관우 · 장비 등의 인물묘사에 치중하고 조조를 폄하했다. 위나라의 조조는 208년에 화북을 평정한 후 유비를 추격하고 오(吳)나라의 손권에게 투항을 권유했지만 이를 거절당하자 전국을 통일하려는 야심 때문에 호북성(湖北省) 가어현(嘉魚縣)에 위치한 적벽에서 오, 촉의 연합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오나라의 손권과 촉나라의 유비가 이끈 연합군 5만 명이 뛰어난 지력과 화공(火攻)으로 20만 명에 달하는 조조의 대군과 싸워 대승을 거두어 위?촉?오 삼국의 형세가 정립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적벽대전에 동원된 조조의 군사 수에 대해, 진수는《삼국지》에서 20여만 명으로 추정했지만, 나관중은《삼국지연의》에서 83만 명이라고 과장하고, 조조에 대해서는 폄하하고 제갈량을 지혜의 화신으로 삼아 극찬하였다.
우위썬 감독은 중국 전쟁사에서 백미로 꼽는 적벽대전을 위나라와 촉나라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던 오나라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전개했다. 소설《삼국지연의》에서는 오나라 장군 주유를 흉금이 좁은 인물로 묘사하고 유비의 책사인 제갈량을 부각시켰지만, 영화 <적벽대전>에서는 제갈량에 대한 경도(傾倒)를 지양하고 주유(周瑜)를 주인공으로 삼아 중화권 최고의 연기파 배우인 량챠오웨이(梁朝偉)를 주유로 캐스팅 하였고, 진청우(金城武)는 제갈량 을 맡았다. 우위썬 감독은 대만 출신의 아시아 톱 모델 린즈링(林誌玲)을 주유의 아내인 소교(小喬)로 캐스팅 한 반면, 중국 최고 여자 배우중의 하나인 자오웨이(趙微)를 소교보다 비중이 적은 ‘손상향’(손권의 여동생)을 맡게 하여 눈길을 끌었다.
적벽을 노래한 최고의 걸작 주유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삼국시대 적벽대전은 역사서외에 문학작품에서도 자주 소재로 삼았다. 당대(唐代)의 이백과 두보는 적벽에 대해 시(詩)로 읊었고, 송대의 소동파는 유행가인 사(詞)로 적벽을 노래하였는데 그의 <염노교(念奴?) · 적벽회고(赤壁?古)>는 역대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大江?去,浪淘?。千古?流人物。 장강은 동쪽으로 흐르는데 파도가 천고의 영웅호걸들을 삼켜버렸네. 故?西?,人道是,三?周?赤壁。 사람들은 보루 서쪽은 삼국시대 주유의 적벽이라고 말하네. ?石穿空,??拍岸,卷起千堆雪。 뾰족한 바윗돌 창공을 뚫고, 놀란 파도 강 언덕을 내리치며, 수많은 눈 덩이 말아 올리네 江山如?,一?多少豪杰! 그림 같은 강산에 한때 얼마나 많은 호걸들이 출현했던가! ?想公瑾?年,小?初嫁了,雄姿英? 주유의 젊은 시절 떠올리니 소교 갓 시집왔을 때 당당한 자태 뽐내고 재기 번득였지 羽扇?巾,?笑?,??灰?烟?。 푸른 두건에 깃 부채 들고 담소하는 사이에 적의 군함은 재가 되어 연기 속에 사라졌지. 故?神游,多情?笑我,早生??。 마음은 고향에서 노니는데, 다정한 그대 벌써 흰 머리 서린 날 비웃겠지. 人生如?,一樽??江月。 꿈만 같은 인생, 강물에 비친 달한테 술 한 잔 붓네.
소동파는 44세에 생애 최고의 위기인 오대시안(烏臺詩案)을 겪게 된다. 자신이 쓴 시문이 신종과 신법을 비방했다는 죄목으로 100일간 어사대에 갇혀 사형의 위기까지 처했다가 간신히 풀려나 호북성 황주(黃州)로 유배를 와서 황강현(黃岡縣)의 동쪽에 소재한 적벽을 배회한다. 이곳은 실제로 삼국시대에 적벽대전이 일어났던 곳은 아니지만 소동파는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치열한 적벽대전에 참여했던 삼국시대의 영웅호걸들을 그려냈다. 이 사 (詞)의 전반부에서는 적벽의 광활하고 웅장한 경치를 세밀한 필치로 묘사하며 도도히 흐르는 장강을 바라보며 거센 파도에 사라져 버린 위?촉?오의 영웅들을 개탄하면서 주유라는 인물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주유는 삼국시대 오나라의 명장으로 건장하고 자태와 용모가 뛰어났고 24세에 손책의 수하에 들어가 건위중랑장(建威中郞將)이라는 직책을 맡았고 당시 절세미인이었던 소교를 아내로 맞이했다. 소동파는 후반부에서 주유가 젊은 시절 소교와 결혼할 때의 늠름하고 당당한 자태를 묘사하였고, 34세에 적벽대전에서 대도독(大都督)을 맡아 오?촉의 연합군을 지휘하고 뛰어난 지략과 전술로 조조의 대군과 싸워 대승을 거둔 주유의 공적을 치하하였다. 당시 소동파는 47세로 초로(初老)의 나이에 접어들었지만 젊은 시절에 미녀와 성공을 모두 거머쥔 주유와 비교해 볼 때 자신은 아내와 사별한지 오래되었고, 아무런 공적 없이 당쟁의 여파로 유랑하는 초라한 모습을 발견하고 의기소침했다. 그러나 소동파는 인생의 부귀영화가 한낱 꿈처럼 무상한 것임을 깨닫고 자신이 처한 북송의 암울한 정치현실과 회재불우(懷才不遇)한 심경을 훌훌 털어 버리고, 강물에 술을 부으며 역사의 물결 속에 사라진 영웅호걸의 넋을 기리며 유한한 생명을 지닌 자신 또한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할 것을 떠올리며 자신의 고난을 거시적인 시공간에서 내다보고 철학적으로 사색하였다.
영웅과 미녀의 사랑과 평화에 대한 갈망 소설<삼국지연의>에서는 주유를 부정적인 인물로 그렸지만 우위썬 감독은 역사와 전설을 근거로 하여 주유를 문무를 겸비한 관용적인 인물로 설정하고 그의 예술적인 재능을 섬세하게 묘사하였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당시 절세미인으로 불리던 소교는 청혼하는 주유에게 숫자를 사용하여 답시를 창작하라고 요구하였는데 주유는 시를 절묘하게 완성했다고 한다. 영화에서 주유가 아내 소교의 붓글씨를 모방하는 장면을 통해 부부간의 친밀한 애정을 표현하였다. 주유는??곡(曲)에 잘못이 있으면 주유가 찾아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음악에 정통했다. 우위썬 감독은 이 점에 착안하여 주유가 군영 근처에서 어린아이의 피리소리를 차분하게 듣고 찾아가 피리에 구멍을 뚫어 소리를 재대로 내도록 도와주는 장면을 삽입하였고, 주유가 연맹을 맺고자 하는 제갈량과 함께 고금(古琴)을 연주하며 서로간의 의중을 간파하는 명장면이 연출되었다.
주유는 오나라 왕인 손권을 충심으로 보좌하여 유약한 손권이 직접 호랑이를 잡게 하여 조조와의 일전을 선포하게 하였고, 촉나라가 가서 지푸라기의 힘은 미약하지만 유비의 손을 거친 짚신은 튼튼하다고 강조하며 촉과 오가 연합하면 승산이 있다고 사기를 진작시켜 양국의 화합과 단결을 이끌어냈다. 주유는 지략과 용맹을 갖춘 장수로 제갈량과 함께 거북이 등모양의 미로로 적군의 유인하여 퇴로를 차단하는 전법을 구사했다.
우위썬은 역사와 전설에 기초하여 주유를 자애롭고 겸손한 인품의 소유자로 그렸다. 주유를 아내 소교를 진심으로 아끼고 집안의 말이 난산하는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망아지의 생명도 소중히 여기는 따뜻한 인물로 표현하는 반면 조조를 주유의 아내인 소교를 탐내서 전쟁을 도발한다하는 간웅(奸雄)으로 설정하였다. 주유는 도둑질을 한 부하에 대해 관용을 베풀고, 조조에게 사신으로 파견된 부하가 살해되자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앵글에 담았다. 일설에 의하면 주유는 성격이 너그러워 세간의 인심을 얻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주유의 군대가 우연히 지나다가 폭우를 당한 마을을 위해서 제방을 쌓다가 조조의 대군이 침략한다는 소식을 듣고 적군을 격퇴하고 다시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주유가 끝내 돌아오지 못하자 마을 사람들은 돈대를 만들어 ‘주랑돈(周郞墩)’이라고 명명하고 그의 은공을 기념했다는 미담이 전해진다.
어려서 교회 학교에서 성장했던 우위썬 감독의 영화 속에는 비둘기가 자주 등장한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기독교 신자다. 그래서 비둘기를 그 무엇보다 사랑한다. 성령을 느낄 수 있고 평화와 순결함을 느낀다. 비둘기를 보면 마음에 평온도 함께 느낀다. 비둘기를 통해 순수한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고 밝히고 영화속에서 비둘기를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평화와 순결 및 반전사상을 표현하였다.
삼국지는 중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회자되는 스토리로 적벽대전은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전쟁이었다. 우위썬 감독은 기존에 주목을 받아왔던 위나라 조조나 촉나라 유비와 제갈량의 비중을 줄이고 오나라 주유를 삼국시대 적벽대전의 중심인물로 부각시켜, 기존의 삼국지에 관한 소설이나 영화와는 차별화된 중국 고전 무협영화의 세계를 개척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행사기간에 발생했던 성화봉송 문제와 끊임없는 티베트?위구르족과의 마찰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올림픽 개막식에서 ‘화(和)’를 내세워 민족적인 화합과 단결을 주창했다. 우위썬 감독은 주유와 소교가 적벽대전을 앞두고 쓴 ‘평안(平安)’라는 글자를 통해 자신의 평화에 대한 염원을 투영하였다.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와 개혁개방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7호기를 발사하여 우주항공분야 세계 3대 강국이 된 중국 땅에 왕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평강이 강림하여 현존하는 정치적인 갈등과 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김영철 | 가톨릭대학교 중국언어문화전공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