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990년부터 2001년까지 10년간 인도네시아에서 선교 사역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선교 동원가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선교 동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나름대로는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하나님이 하시는 그 일에 사람들을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선교의 동원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이 글을 통해 한국교회 선교 동원의 명암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선교의 붐이 일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30년 동안 이루어진 동원의 문제만을 다루는 것으로 하겠다.

한국선교 동원의 명암 
세계 여러 나라들은 복음을 받아들인 지 백 년을 조금 넘긴 한국교회가 선교사를 파송하고 장기로 혹은 단기로 선교지에서 많은 사역을 감당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더욱이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으로 계속되는 대치 상황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한국교회가 현재 200개가 넘는 나라에 2만 명이 넘는 장기선교사를 보내어 선교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은 세계인의 눈으로 보면 경이로운 일이라고 할 만하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과거 선교 동원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 실제적인 선교사 파송의 역할 
지난 30년간 선교지에서 이루어낸 성과를 생각해 볼 때 한국교회의 선교 동원은 가히 주목을 받을 만하다. 1980년대 초부터 시작된 선교에 대한 관심은 8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더 커지고 더 구체화 되었다. 특히 1988년 시작된 선교한국 대회는 청년 대학생들을 위한 선교 동원의 장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규모 선교 대회를 통해서 많은 장단기선교 헌신자들이 나오고 파송되었으며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비전트립팀들이 선교지로 향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려면 한국선교연구원(이하 KRIM이라고 함)이나 한국세계선교협의회(이하 KWMA라고 함)에서 발표한 자료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자료에 따르면 한국선교의 동원이 양적인 면에서 대단한 발전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 비서구교회들의 선교 동원의 모델 
20세기 후반, 많은 사람들이 서구의 선교가 정체 또는 감소되어가고 비서구의 선교 시대가 되었다고 말을 했지만 가시적으로 그것을 느끼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80년대 이후 한국교회 선교 동원은 비서구선교 동원의 모델이 되었다. 경제적으로 낙후된 나라의 교회들이 선교를 생각할 때 서구는 너무 멀게 느껴졌지만 한국은 자신들이 따라 해 볼만 한 나라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한국에서 하고 있는 선교 동원이 비서구교회들에게 좋은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었고,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선교한국 대회를 벤치마킹 하고 있다.

▪ 한국교회에 선교를 이해시키는 중요한 역할
한국교회는 구한말 우리나라에 들어온 서양선교사들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1950년 6·25전쟁 이후 더 많은 규모의 서구선교사들이 오기 시작했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한국교회들은 많은 선교사들로부터 재정적 도움을 받기도 했다. 한동안 이렇게 서구교회의 원조를 받던 상황에서 어느 순간부터 선교사를 보내고 선교지에 재정을 보내는 나라로 바뀌게 되었다. 선교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난 30년 동안 선교 동원을 통해서 한국교회는 나름대로 선교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지난 30년 동안 이루어진 한국의 선교 동원이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정적인 면들은 다음과 같다.

지나친 물량적 동원: 선교 동원의 대상이 사람, 재정, 기도와 관심이라고 할 때 그 동안 한국교회의 선교 동원은 지나치게 물량적 동원에 치우쳤다. 특히 대규모 대회를 중심으로 하는 동원일 경우 실적에 대한 부담으로 물량적 성과를 중요시 하는 경향이 있었다. 물론 큰 규모의 선교 대회가 갖는 순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선교 대회를 열고 인원을 동원하는 것은 짧은 시간 동안 사람들에게 선교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집회를 통한 선교 동원의 경우에는 거품이 들어갈 가능성이 많이 있다. 교단 등에서 이루어지는 선교도 선교사 파송의 숫자나 교회 개척 숫자, 혹은 선교비 지원 현황 등의 물량적 동원 결과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다.

본국 중심의 동원: 그 동안 한국선교의 동원이 선교지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주로 한국교회 내의 선교를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나 교회의 명분 때문에 이루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 지금도 현지의 필요와 상관없이 10만 명 동원, 100만 명 동원 등의 구호가 교회 내에 난무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선교지의 필요와는 전혀 상관없는 동원이라면 결국은 한국교회가 하고 싶은 동원을 위한 동원이 될 수도 있다. 최근 들어 은퇴선교사나 시니어선교사들의 경우도 실제로 선교지에서의 필요와는 상관없이 동원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 선교지의 필요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과 다른 경우가 많다. 선교 동원가들이 본국에서는 얼마든지 선교사로 갈 수 있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지만 선교지의 상황이 기대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오히려 선교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에게 실망감만을 안겨주는 경우들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선교 동원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선교지의 필요를 정확히 전달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국교회는 그러한 정보에 근거해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인적, 재정적, 기도의 동원을 감당해야 한다.

태릉선수촌식 동원: 인도네시아에 있을 때 많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내가 배드민턴을 잘 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배드민턴을 해본 적이 없다.) 처음에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그렇게 질문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나중에 사정을 알고 보니 그렇게 생각하는 데에 매우 일리가 있었다. 국제 배드민턴 대회에서 결승에 자주 올라가는 나라는 인도네시아와 한국이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배드민턴 체감 지수는 매우 다르다. 인도네시아는 많은 국민이 배드민턴을 한다. 그래서 동네의 챔피언이 면 단위 시합에 나가고, 그곳에서 챔피언이 된 사람이 군 단위 시합에 나가고 다시 도 단위 시합에 그리고 전국 대회에 나간다. 전국 대회에서 챔피언이 결국 국제 대회에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실제로 배드민턴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고 유망주 몇 명을 발굴해서 태릉선수촌에 입소시킨 후에 집중적인 훈련을 해서 국제 대회에 나가 금메달을 따는 식이다. 이 그림이 선교의 동원에도 그대로 적용된 것은 아닌가 싶다. 최근에 선교한국이 대회와 파트너스로 나누어서 사역을 담당하게 된 것도 이런 차원에서 이루어진 동원의 발전된 모습이다.

감상적 동원: 그동안 한국선교의 동원은 대부분 일선에서 목회를 하는 목사님 들이나 선교지에서 경험을 하고 돌아온 선교사들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일반 목회를 하는 목사님들 가운데 선교에 대한 이해가 없이 선교 동원을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선교 집회에서 지명도가 높은 목사님이 사람들에게 오른 팔을 세 번 흔들면서“우리는 선교사다”라고 외치게 하면서 이제 우리가 모두 선교사가 되었다고 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씁쓸했다. 선교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 그런 식으로 선교나 선교사를 지나치게 쉽게 이해시키려는 것은 동원에 순기능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역기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선교사들은 자신들의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선교를 이해시키려는 측면이 강했다. 물론 개별 선교사의 경험을 가지고 동원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는 매우 의미 있는 것이지만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듣는 일반 성도들에게는 식상하게 받아들여지는 면이 많이 있다. 이제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동원뿐만 아니라 선교의 전반적인 그림을 그려주는 지식적인 동원이 동반되어야 한다. 따라서 선교사들이 동원을 하는 경우 미션 퍼스펙티브스 과정이나 다른 형태의 훈련을 받은 후에 동원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단선적 동원: 그 간 한국교회의 선교 동원은 너무 단선적이었다. 선교 동원을 교회개척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려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선교와 함께 따라가야 하는 여러 가지 지원 사역에 대한 동원이 무시되는 측면이 있었다. 예를 들어 중국내지선교회의 경우 선교사들의 은퇴 후와 자녀 교육에 대해 확실한 지원기반을 유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선교사들이 그런 면에서 신경을 쓰지 않고 전방에서 사역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우리의 경우 선교사자녀 교육이나 행정 등의 사역을 하는 선교사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이를 위한 적극적인 동원의 노력도 매우 약했다. 특히 한국교회에 만연한 이분법적인 사고는 목회자가 아닌 선교사의 무시 등으로 이 부분의 동원에 더 악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실제로 선교지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만들어 놓은 서구선교의 시설들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서구적 선교 모델을 따라가는 동원: 선교지에서 이루어지는 선교는 서구적 선교 모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톨릭선교사가 처음 남미로 파송되던 16세기 초반으로부터 시작해서 지난 500년간 이루어진 서구교회의 선교 모델은 서구 문명의 세계 전파와 함께 이루어져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더욱이 개신교선교가 시작된 18세기 말은 영국, 독일 등이 식민지 개척을 하던 시기와 맞물려 있고, 이런 정황 속에서 선교사들도 음으로 양으로 제국주의의 팽창과 함께 선교 사역을 했다고 하는 관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러한 선교를 위한 선교 모델은 이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제는 여러 가지 새로운 모델의 선교를 모색해야 한다. 따라서 동원의 목표인 선교의 모델에 대한 새로운 검증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최근에 나타나는 변화들 
하지만 최근에 한국에서 일고 있는 선교 동원의 새로운 변화들은 희망적이다. 

▪ 대규모 집회 중심보다 훈련학교 중심 
KRIM의 문상철 원장의 지적처럼 선교한국 등의 대규모 대회 중심의 동원은 그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미션 퍼스펙티브스 훈련을 포함한 훈련학교 등의 동원은 여전히 잘 진행되고 있다. 선교사들은 감성적인 메시지를 들려주는 데서 탈피해서 심도 있는 내용을 전달해주는 사람으로 그 역할을 바꾸어야 한다. 

▪ 비전트립의 내실화 
중국에서 전문인들을 중심으로 사역하고 있는 MSI 사역 현장에 많은 수의 한국팀들이 다녀왔지만 비전트립 이후 별 다른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일본교회에서 한 번의 비전트립의 결과로 장기 헌신자가 한 명 나왔다는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아프가니스탄 사태 등을 포함한 최근에 있었던 여러 가지 사건들이 비전트립의 거품을 걷어내고 오히려 내실화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에는 비행기 티켓 하나를 공짜로 받기 위해서 15명을 채우곤 했던 비전트립에서 이제는 왜 가야하는지를 생각하게 하고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가야 할 명분이 분명한 비전트립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는 제도의 발견 
최근 OMF에서 패밀리 멤버라고 하는 제도를 시작했다. 매달 한 구좌 이상의 후원을 하는 제도로서 OMF가 발행하는 책을 구독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제도의 목적은 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었다. OMF가 가지고 있는 150년의 유산으로서 선교에 관한 좋은 책들을 소개하고 그 책을 읽음으로 하나님이 하신 일을 이해하고 자신들의 삶을 하나님의 사역에 드리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 결과 현재 4,300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게 되었다. 

▪ 새로운 선교 모델을 위한 동원 
서구교회들이 그동안 해온 선교와는 다른 모델의 선교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연구와 함께 이러한 새로운 모델에 어울리는 동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지난 30년 동안 세계적으로 이루어지는 디아스포라 상황의 변화는 선교적 상황의 인식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버렸다. 이제는 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의 선교를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따라서 새로운 상황에 어울리는 선교이론, 원리, 그리고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최근에 이루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BAM (Business as Mission)에 대한 새로운 시도들, 또 서구의 프레임에 맞는 신학이 아닌 자신학화 (Self-Theologizing)에 대한 논의를 구체화할 수 있는 동원으로 방향 전환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급변하는 선교지 
선교사들이 사역할 선교지는 급하게 변하고 있고 선교사를 동원해서 파송할 한국교회도 변했다. 아니, 계속 변하고 있다. 변화의 내용도 문제지만 변화의 속도가 대단하다. 한국교회의 선교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선교 동원의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30년 동안의 동원 경험은 한국교회의 큰 자산이 되었다. 달라진 선교 환경 속에서 이러한 자산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서 앞으로 한국선교의 동원 모습은 달라질 것이다. 

편집자 주 
2013 방콕 포럼에서 한국선교의 동원 문제를 발제한 글로 「MISSION KOREAN REVIEW」. 2013.8. NO.2 Vol. 3에 게재되었습니다.     


손창남 | OMF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