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에서 영어 다음으로 한국어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둥베이(東北)3성 산둥(山東)성 등 30여개 지방대학이 한국어과를 두고 있고 그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칭다오(靑島)시 공무원으로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쑨(孫)모 씨. 연공서열도 낮은 그가 한국어를 구사한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주재원으로 최근 발령받았다. 그는 대학 지원 때 1, 2, 3지망에 모두 떨어질 경우 학교에서 배정해주는 학과에 간다는 각서를 썼다.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학교가 지정해준 한국어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취업난을 걱정하는 다른 학과 학생들과 달리 한국어 전공학생들은 직장을 골라가는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한다. 한국어과 경쟁률도 날로 높아지는 추세다.
영어가 공용어로 쓰이는 데다 상대적으로 한인 교포와 유학생이 적은 홍콩에서도 한국어 붐이 일기는 마찬가지다. 홍콩중원(中文)대 등에 한국어 과정이 개설돼 있다. 한국어 연수과정도 인기가 높고 사설 한국어학원은 수강생들로 가득 찬다. 홍콩 한인상공회는 한국계 기업과 금융회사, 현지 채용 직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처럼 중화권에서 한국어가 인기를 끄는 것은 한국 기업의 현지 진출이 늘고 있는 데다 한류 열풍까지 겹쳐 수요가 날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의 한국어문화센터 강사인 이현주 씨는 "한국어 능력시험 응시자가 2003년에는 150명에 불과했지만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전 홍콩의 서점에서 한국어 교재는 단 2권뿐이었지만 지금은 넘쳐날 정도다. 영화 등 문화 관련서적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쓸만한 한국어 구사인력은 절대부족이다. 광둥(廣東)어ㆍ영어에 한국어까지 구사하는 인재의 몸값이 급상승하고 있지만 현지 진출 한국 기업들은 아직까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 산둥 성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웨이하이(威海) 베이징(北京) 광저우(廣州) 등을 전전하며 4년 동안 6번 직장을 옮겨다닌 자오리팅(趙立停ㆍ26) 씨는 최근 칭다오(靑島)의 한 한국 기업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많은 한국 기업에서 유리장벽을 경험, 여러 번 직장을 옮겼다"면서도 "전공을 살릴 기회가 많아 한국 기업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의 경험처럼 한국 기업의 보수적 문화로 어렵게 잡은 인재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한국어와 중국어ㆍ일본어 등을 유창히 구사하는 옌(嚴)모(33) 씨는 몇 년 동안 한국 기업에서 일하다가 경력을 인정해주고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중국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한국 회사는 다국적 기업들과는 달리 여전히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현지 직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지 않는 것이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업체에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 인재들은 중국 기업, 중국 기관 등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미국 유학을 했던 한 홍콩인은 "한국의 기업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우수한 현지 인력의 이탈로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헤럴드경제 2006-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