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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20 통권 72호     필자 : 임경심 프린트   이메일 
[특집] - 특집/ 여성선교사
여성선교사의 정신건강
-부인선교사를 중심으로

선교사 생활은 인생을 풍성하게 한다. 많은 선교사들이 말년에 이르러 그들의 삶을 돌이켜보며 후회 없고 기쁘게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나님이 불러 주신 곳에서 그분을 섬기며 인생을 배우는 축복, 즐거운 때나 힘들 때나 변함없이 하나님과 동행하는 기쁨, 새로운 문화를 접하며 그것을 자기 것으로 삼아가는 기회 등 어려움 못지 않은 풍성한 경험이 선교사의 생활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사실이다. 근래 선교를 준비하는 후보자들에게 선교지에서의 부정적인 갈등에 대해 많은 준비를 시키고 이것을 강조하다 보면 선교사 생활의 긍정저인 면을 높이게 될 수 있다. 균형잡힌 시각 없이 갈등만 강조하다보면 선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고정될 수 있고, 선교사들이 최악의 상황을 기대하며 선교지로 가게 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 글을 통해 타문화권에서 여선선교사, 특히 부인선교사들이 경험하기 쉬운 여러 가지 갈등과 여기에 대처할 정신건강에 대해 조심스럽게 살펴보고자 한다.

부인선교사의 정체성 
현재 전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선교사의 3분의 2는 여성이다. 이것은 선교사역에서 부인선교사와 독신 여성선교사가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이 생각보다 크다는 의미이다. 

일반적으로 부인선교사는 소명과 비전을 갖고 여러 가지 복잡한 파송 절차를 주도하게 되는 남편과 함께 선교지에 도착한다. 대개의 경우 사역지에서도 선교부가 규정한 분명한 역할을 가진 사람은 남편이다. 이들은 전도자, 신학교 교육자, 의사, 사회사업가 등으로 본국에서와 마찬가지의 의식을 갖고 사역을 통해 개인적인 만족을 찾을 수 있다. 많은 회중에게 설교하고 사람들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며 때로는 병자를 치료하고 젊은이를 교육한다. 

반면 부인선교사는 특별한 자격이나 안수를 받지 않고는 사역에 있어 공식적인 역할이 부여되지 않는다. 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가사와 자녀양육을 해야 하는데 그것도 훨씬 더 어려운 환경에서 감당해야 한다. 언어와 문화가 익숙하기 전부터 시장을 찾아 물건을 구입하고, 자녀교육을 위해 학교를 찾아가며 사담도 해야 하고, 자녀들의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도와주고, 이웃과 친분관계를 쌓는 일이며 빈번한 손님접대, 국가와 지역에 따라서는 직접 농작물과 가축도 기르는 등 선교라는 고상하고 원대한 비전에 비하면 지극히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일에 압도된다. 그러면서도 본국보다 더한 스트레스와 그에 반해 더 낮은 성취감과 노력의 결과를 맞는다. 

부인들은 남편이 사역에 대해 흥분하는 것을 보고 들으며 그의 성취를 통한 대리만족을 갖는 경우도 많다. 더구나 분주한 일상으로 현지 언어학습을 포기하는 경우 더욱 심각한 결과를 야기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단기든 장기든, 비교적 잘 훈련되어 있고 적극적인 독신 여성선교사와 함께 팀사역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부인선교사의 역할에 대한 성취감은 더욱 낮아지고 불만을 갖게 될 것이며, 그에 따른 죄책감이 증가되어 자신을 더욱 비하하게 될 수 있다. 또한 선교지 국가가 여성의 역할이 축소되어 있다거나 수동적인 나라라면 더욱 사역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기회는 없어질 것이다. 어떻게 보면 관계 갈등은 동역자와 남편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선교사 또는 아내로서의 정체성의 문제가 개입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성숙한 인격을 위한 노력 
그렇다면 부인선교사들은 어떻게 이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까? 선교학자인 허버트 케인 박사는 이에 대해 여러 가지 실제적인 대안을 제시하였다. 이런 갈등은 타문화권에서 사역하는 부인선교사에게 나타나는 정상적인 반응임을 인식할 것과, 다른 선교사들도 이미 겪었으며 이를 극복해 내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빨리 언어를 배우고 문화에 적응하여 선교사로서의 자존심을 높힐 것을 권하고 있다. 

남편이 사역에 몰두함으로써 오는 관계 갈등이나 동료선교사와의 갈등에서 이런 선교지 환경의 외부상황에서 오는 요인 외에도 본인 자신의 내면을 발달 과정에서 오는 요인이 있음을 리치(Ritchey)와 로직(Rosic) 박사(1993)는 언급하였다. 발달적 요인이란, 한 사람이 유아시절에서 청년기에 이르기까지 경험하는 중요한 타인관계라든가 외부적 사건, 믿음체계 등의 결과가 현재의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뜻한다. 예를 들면 어린 시절에 언니나 오빠, 남동생에 의해 부모님의 관심이나 애정에 결핍을 느꼈던 부인이라면, 동료 독신선교사라는 존재가 어떤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상태에서도 다른 관계에서보다 위협감을 느끼고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정서반응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갈등이라는 것은 우리의 이성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비합리적인 정서상태이다. 즉 어떤 때는 당면한 문제를 논리저으로 다 이해하고, 어떻게 해야한다는 해결방안까지 머리로는 다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유사한 문제에 부딪히면 전혀 아무 것도 몰랐던 사람과 똑같이 반응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대표적인 예가 부부싸움이다. 결혼해서 오랜 시간 지나도 부부싸움을 여러 차례 하게 되는데, 알고보면 대개 단순한 이유 때문에 싸움이 일어난다. 왜 싸우는지도 알고,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도 다 알지만, 막상 닥치면 나도 모르게 내 속의 또 다른 내가 폭발하고 만다. 이런 것을 우리는 내면의 무의식 또는 정신역동이라 말한다. 

이렇듯 인간의 감정은 매우 다양하지만 대부분 대인관계의 맥락에서 체험되는 것이다. 정신건강의 측면에서 볼 때 어떤 사람이 정서적으로 성숙되어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표준의 하나는, 감정적으로 억압하지 않으면서 외부의 다양한 압력에 대해서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 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여러 가지 내적, 외적 갈등에 직면했을 때 감정적으로 평정을 잃지 않으면서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융통성을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신경증이나 노이로제라 함은 이 균형의 유지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때, 즉 지나치게 억압하거나 지나치게 폭발 할 때 나타나는 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외부에서 그 개인에게 작용하는 힘이 지나치게 강하기 때문이거나, 그 사람의 대처 방식이 감정적인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만큼 효과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이나 정서적 성숙이라는 말은 어떤 감정이 없다거나, 어떤 심리적 반응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인간이라면 삶 속에서 누구나 불가피하게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기 마련이고, 관계에서도 갈등이 안 일어날 수 없다.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도 이런 가운데 다양한 종류의 반응이나 감정을 느낀다. 예를 들면 기쁨이나 사랑, 행복이나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고 슬픔, 원한, 분노를 느낄 수도 있으며, 또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창피하다거나 죄스럽다거나 하는 부정적인 감정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감정적으로 건강한 사람의 특징은 이러한 여러 가지 정서반응이 그 사람이 직면하고 있는 사건, 갈등, 상황, 그리고 문제점과 비례한다는 점이고 또 그가 경험하고 있는 현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란 자신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살펴보면 그 감정이 과거경험에 의해 작용하지 않고, 주로 자기의 현재 생활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한 반응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그 감정은 현재의 생활 여건이나 위기, 현재의 사건이나 관계가 변화되면 거기에 알맞게 변화한다. 즉 감정을 느끼고 자각하되, 그 감정의 세력(정신역동)에 휘말려서 이성을 잃지 않는 것이 바로 건강한 사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문제되는 사람의 행동을 보면, 현재의 외부 상황과 갈등이 비례적으로 연관되어 있지 않다. 즉 부적응적인 상태가 나타나게 된다는 뜻인데, 이것을 전문용어로는 신경증, 인격장애, 성격장애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자녀가 학교에서 일어난 어떤 사건으로 인해 분개하고 있는 감정의 정도가 ‘5’ 수준이라고 하면, 부모가 ‘5’ 수준 정도에서 아이를 이해하고 함께 공감하면 건강하다는 의미이다. 만약 아이는 ‘5’ 정도로 분개하고 있는데, “뭐 그 정도 가지고 그렇게 난리냐?”라고 ‘0-1’ 정도로 축소하여 반응을 한다든지, 아니면 더 화가 나서 “당장 그냥 두지 않겠다”는 식의 과잉반응하는 것은 건강하지 못하다는 의미이다. 현실에 적절한 감정이 흐르지 않고 부조화된 감정이 흐르는 상태, 대인관계에서 상대방의 상태에 대해 확대해석을 하거나 축소해 버리는 것은 과거의 감정에서 적절하게 분리되지 못하는 자신의 감정 때문이라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감정자각은 자신을 아는 첫걸음으로써, 가족이나 직장동료 등 주위 사람들에 대한 자신의 감정상태를 스스로 느끼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감정을 자각하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을 다룬다는 것은 적을 알지 못하고 적을 다루는 이치와 똑같다. 감정자각은 내면의 감정 움직임에 대한 원인을 발견해 낼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 따라서 감정을 자각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감정상태를 바아들이고 그 원인을 이해하고 깨닫는 데 필요한 기본적 도구이며, 이것은 성숙한 인간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필자가 만난 한 부인선교사의 경우도 선교지에서 동료선교사가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감정이 생겼다. 그런데 그가 행한 것에 비해 항상 더 부정적이고 지나친 느낌이 들어서, 그 선교사는 자신이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다는 죄책감에 무척 괴로워하였다. 어느 날 문득 그 부인선교사는 동료선교사에게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그렇게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는 자신에게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안식년 중에 상담받을 기회가 생겨서 그 원인을 살펴볼 수 있었고, 과거의 미해결된 정서의 문제를 다룰 수 있게 된 다른 분의 이야기를 듣고 도움을 받게 되었다. 

이
처럼 관계갈등이 일어났을 때 문제의 원이 자신의 바깥에 있다고 생각하여 남편, 동료선교사, 현지인, 환경 등을 탓하던 것에서, 점차 자신의 내부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해 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로 성숙된 인격의 정도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리하여 결국 세상의 모든 문제나 갈등은 나 하기에 달렸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온전함으로 나아가기 
그렇다면 선교지에서 이런 상황에 처할 경우 어떻게 하면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지혜롭게 행도알 수 있을까? 우선은 자신의 감정상태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 너무 지나친 반응을 하는 것은 아닌지. 항상 똑같이 걸리는 문제는 없는지, 상대방의 어떤 태도가 나를 자극하며 그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그렇다면 이것이 반복적으로 오는 느낌인지 등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만약 가까운 사람(배우자 등)에게 자신의 반응이 객관적으로 어떻게 느껴지는지 들어본다면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감정의 원인을 탐색하는 과정을 갖는다. 이런 느낌이 과거에도 느꼈던 느낌인지, 익숙한 느낌인지, 이 느낌과 관련하여 떠오르는 특정한 사람이 있는지 등이다. 이것을 통해 자신이 주위 사람들에게 느끼는 감정의 원인을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게 되고, 그러한 발견을 통하여 자신의 행위를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자신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은 평생에 걸쳐서 진행되는 과정이다. 나이가 들고 영적으로, 감정적으로 성숙해지면서 장점을 개발되고 약점은 점점 줄어들며, 인성의 다른 여러 영역들이 더욱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고통을 수반하기도 한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새롭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새롭게 보완해 나가는 것을 통해 성숙은 이루어진다. 행동과 관계의 패턴은 변화될 수 있는 것이다. 사도 바울은 자신의 ‘몸의 가시’를 통해 이러한 교훈을 얻게 되었다. 하나님의 목적은 약함을 제거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연약함 가운데 그분의 능력을 힘입어 온전해짐으로 나아가는 것에 있다. 외롭고 환경적으로 힘든 선교지에서 고군부투하고 있는 많은 여성선교사들이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을 잘 이김으로 풍성한 주님의 은혜를 더욱 누리길 기도한다.

여호와여 주께서 나를 감찰하시고 아셨나이다... 
주께서 내 장부를 지으시며 
나의 모태에서 나를 조직하셨나이다. 
내가 주께 감사하옴은 
나를 지으심이 신묘막측하심이라... 
하나님이여, 나를 살피사 내 마음을 아시며 
나를 시험하사 내 뜻을 아옵소서. 
내게 무슨 악한 행위가 있나 보시고 
나를 영원한 길로 인도하소서  (시 139:1, 13, 14, 23, 24)


[참고문헌]

마저리 훠일(유경애 옮김), 1992, 영광스런 상처, 죠이선교회출판부
짐츄, 1994, 타문화권 선교, 네비게이토 출판사
폴 히버트(채은수 옮김), 1987, 문화 속의 선교, 총신대학 출판부
찰스 크랩(김동화 옮김), 1991, 복음과 커뮤니케이션, IVP
허버트 케인(백인숙 옮김), 1986, 선교사의 생활과 사역, 두란노 서원
정방자, 최경희 지음, 2000, 대임관계와 정신역동, 이문출판사.
Ritchey K. J. & Rosik H. C., (1993), Clarifying the interplay of Developmental and contextual issues in counseling missionaries, JPC



임경심 / 전 오엠에프 일본선교사․현 한국선교상담지원 센터 전문연구원․OMF 실행이사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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