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낙화》는 홍콩 신예 감독 자성펑(賈勝楓)이 각색, 연출한 첫 장편영화로 2023년 상영되었다. 이 영화에서 위탁가정의 엄마 역을 맡은 정슈원(鄭秀文)은 제41회 홍콩영화제 진샹장(金像獎)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천톈메이(陳天美, 鄭秀文 분)는 안타깝게도 몇 해 전에 난치병으로 어린 아들을 잃었다. 게다가 실업 위기에 직면하자, 위탁가정을 신청한다. 마약중독의 어머니와 격리된 남자아이,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픔이 있는 여자아이, 장애를 갖고 태어난 여자아이, 친인척을 혐오하는 남매, 혼혈 청소년 등 다양한 아이들을 만난다. 천톈메이와 허빈(何彬, 陸駿光 분) 부부는 원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로부터 상처받은 어린 영혼들을 보듬어 주려고 애쓰지만, 이 위탁가정은 부부의 불협화음까지 겹치며 좌절과 시련도 함께 겪게 된다. 위탁에서 입양으로 가는 중간 정거장 같은 역할은 늘 안타까운 이별로 이어졌다.
천톈메이는 통학버스로 어린이들의 등하교를 돕는 일을 하다가 실직하고, 홍콩 외곽에 있는 집에서 국화차를 만들어서 플라스틱병에 담아, 끌대로 가져가서 허름한 동네 가게의 외부 냉장고에 채워 주고 돈을 받았다. 남편 허빈도 변변한 직장이 없다. 천톈메이는 남편에게 위탁가정을 시작하자고 말한다.
첫 번째 가정위탁아동은 원썬(文森, 黃梓樂 분)이다. 원썬은 말이 거의 없고, 위탁 부모에게 정을 붙이려고 하지 않는다. 어느 날 천톈메이가 100달러(HKD)를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원썬에게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침대에 누워 있는 원썬에게 천톈메이가 다그치자, 울음을 터뜨리고 심지어 침대에 오줌까지 쌌다.
원썬에게 100달러(HKD)를 받은 학교의 반 친구는 원썬의 학생증을 바닥에 내동댕이쳤고, 화가 난 원썬은 친구와 싸우고 말았다. 담임선생은 학부모인 천톈메이에게 가정 배경이 좋지 않은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서 키우기 힘들다고 직언했다. 천톈메이는 원썬이 친구들에게 엄마 아빠가 없는 아이라고 놀림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 밤에 원썬의 친엄마가 갑자기 들이닥치더니 자기 아들을 내놓으라며 천톈메이를 위협하고 무력을 행사했다. 사회복지사 미스 모(莫姑娘, 談善言 분)는 원썬을 다른 위탁가정에 맡기겠다고 다급하게 중재했지만 천톈메이는 아이가 물건이냐고 따졌다. 복지사는 친모가 다시 들이닥칠까 봐 그렇다고 변명하였다. 친모의 마약중독 때문에 분리되었던 원썬은 불안한 원가정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학교나 사회에서 편견과 위험이 가득한 상황에 노출된다.
두 번째 위탁아동은 징징(菁菁)이다. 토끼 인형을 손에 들고 다니는 어린 여자아이다. 첸톈메이는 정성껏 만두를 만들어주지만, 징징은 할머니가 만든 만두가 맛있다고 말한다. 임신한 엄마는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징징 할머니가 입원한 병원에 나타난다. 징징의 출생 증명서류를 할머니에게 건네며 키우라고 말한다. 이혼 가정의 아동인 징징은 할머니의 손에 자란다.
구순구개열 장애가 있는 여자아이 샤오화(小花)는 어린 나이에 여러 차례 수술했지만, 평소에 천톈메이를 늘 엄마라고 부르며, 밝고 살갑게 다가와 사랑스러웠다. 천톈메이는 샤오화같은 장애아동은 대체로 열등감이 높고, 내향적이기 때문에 입양되기 쉽지 않다는 사회복지사의 말을 듣고 자신이 샤오화를 입양하기로 결심한다. 천톈메이는 샤오화를 위해서 오랫동안 피웠던 담배마저 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남편은 책임져야 하는 수술비용 등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하며 입양을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했다.
천톈메이는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샤오화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자신감 없이 고개를 숙이고 다니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학부모와 함께하는 이어달리기에 나선 천톈메이는 샤오화에게 “고개를 높이 들고 다른 사람의 시선은 신경 쓰지 말고 앞으로 달리는 거야, 알았지?”라며 격려해 주었다.
사회복지사는 입양은 경제 상황과 가정 상황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며, 입양 가정이 아이를 선택할 수 없다고 단정 지어 말했다. 미국의 부부가 입양 가정으로 선정되었는데 샤오화에게 수술도 해 주고, 언어훈련 치료도 책임지기로 했다고 말했다. 천톈메이는 입양 가정을 어떻게 점수로 환산해서 결정할 수 있냐고, 입양 아동의 생각은 들어봤냐고 추궁했다. 천톈메이는 떠나는 샤오화와 정을 떼려고 무던히 노력한다. 그런 천톈메이의 모습에 관객은 한숨만 짓는다.
자시(家希, 曾睿彤 분)와 자랑(家朗, 徐嘉謙 분)은 남매다. 누나 자시는 동생 자랑의 엄마인 척하며 학교에 전화를 걸어 병가를 냈다. 남매는 산에 놀러 갔다가 폭우가 쏟아져서 내려오지 못했다. 부부는 다급하게 산으로 올라가 구급차를 불렀고, 병원에서 자랑의 저체온증을 치료받게 하였다. 천톈메이는 두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태연하게 “별거 아냐 빨리 집에나 가자”라고 말하면서 나무라지 않았다.
부부는 아이들을 위해 날을 잡아 경치 좋고, 하늘의 별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야영하러 갔다. 누나는 나중에 아버지와 함께 이곳에 야영을 오고 싶다고 말했고, 동생은 친척들이 겉으로는 자기들을 아껴주는 척하면서 내심 돈만 밝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위탁가정의 아버지인 허빈은 자신도 형편없는 어른이라고 말한다.
남편의 귀가 시간이 늦어지고, 외모에 신경 쓰는 것을 이상히 여기던 천톈메이는 남편이 다른 여자와 손잡고 다니는 모습을 목격한다. 남편은 아내 천톈메이가 아이들만 신경 쓰고 자기에게는 무관심하다면서 불만을 터뜨렸다. 결국 남편은 다시는 그 여성을 만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는 수시로 위탁가정에 전화해 위탁아동의 상황을 점검한다. 위탁아동 아밍(阿明, 趙啟嵐 분)은 저녁에 집에서 혼자 복지사의 전화를 받고, 손을 다쳐서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다. 아밍은 자기가 다친 것은 모두 자기의 실수라며 복지사에게 위탁가정 부모를 두둔한다. 무척이나 어른스러운 아밍은 오랫동안 입양 가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부부는 희귀난치성 심장병으로 3살짜리 아들을 잃었다. 남편은 다시 자식을 낳자고 말하지만 아내는 아이가 다시 죽는 걸 보고 싶냐며 화를 낸다. 아이를 잃은 기억과 아이를 다시 낳지 못하는 슬픔으로 마음의 치유가 어렵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든 천톈메이는 이제 옷에 단추를 다는 데도 흑인 혼혈인 고등학생 중헝(仲恒, 劉朝健 분)의 도움을 받아야만 바늘에 실을 꿸 수 있다. 천톈메이는 바람 불고 꽃 떨어지는 늦봄 어느 날, 다리에서 홀로 쓰러진다. 병원에 입원한 천톈메이는 남편에게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하며 두 눈을 감는다.
집으로 돌아온 천톈메이 눈앞에 중헝이 미소를 지으며 누가 왔는지 보라고 한다. 시간 흐름의 역순으로 아이들이 등장하며 인사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일렬로 나란히 서서 미소 짓는다. 이 광경은 천톈메이의 죽음을 상징하며 그녀가 평생 마음에 둔 잔상을 상징적으로 투사한다.
그리고 카메라는 집 안에 걸린 아이가 그린 그림들을 보여준다. 카메라 렌즈는 다시 밖으로 향해서 세 살배기 어린 아들을 비춘다. 아이는 작은 손으로 다리 위에 떨어진 흰 꽃들을 흐르는 강물에 던지고 달려간다. 서서히 작동하는 카메라 렌즈의 시선에 깊은 슬픔을 옅게 연출한다.
다시 카메라는 구멍가게를 비추며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물 위에는 여전히 꽃들이 흐른다. 남편 허빈은 혼자서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다가 길에서 아이들을 만났는데, 아이들이 다가와 강아지를 쓰다듬는다. 그리고 허빈은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아이를 잃은 상실감의 회복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시간이 흘러도, 다른 아이에게 시선을 돌려도, 반려동물을 키워도 대신할 수 없다. 정신적 치유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부부관계의 위기까지 겪으며, 위탁아동의 원가정 부모의 개입으로 위협받기도 한다. 위탁아동은 학교에서도 따돌림받으면서 사회적 부적응을 보인다.
영화의 중국어 제목은 흐르는 물에 떨어진 꽃잎을 말한다. 흐르는 강물은 끝없는 시름이며, 떨어진 꽃은 생명의 조락을 말한다. 이 두 가지는 끝없이 순환하고 변화한다. 하지만 떨어져 흘러간 꽃은 다시 돌아올 수 없어 그 속에 담긴 무한한 슬픔은 삶과 죽음에 대한 관조를 담고 있다. 조락한 꽃잎은 위탁아동이며 거슬러 올라가면 천톈메이가 상실한 아들이다. 강물은 위탁가정의 부모이며, 이별과 죽음을 겪은 슬픔을 말한다.
위탁가정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복지기관의 감독에 대한 압박을 받으면서도 위탁아동을 위해서 희생을 감당한다. 위탁 양육을 시작할 땐 치유와 희망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더 큰 외로움과 상처를 감내해야 하고 압박감이 점점 더 옥죄었다. 천톈메이는 위탁아동에 자기를 엄마라 부르지 말라고 하며, 지나친 감정의 몰입을 경계하였다.
영화의 중국어 제목은 중국 오대십국 시대 남당(南唐)의 마지막 군왕 이욱(李煜, 937〜978)의 사(詞) 작품에서 유래했다. 〈낭도사(浪淘沙)〉, “흐르는 물에 시든 꽃처럼 봄도 떠나가니 천상과 인간세상은 요원하네(流水落花春去也, 天上人間)” 남당이 멸망한 뒤 이욱은 송나라 수도 변경(汴京)의 포로가 되어 생을 마감했다.
이욱은 시에서, 비바람에 꽃들이 떨어지는 늦봄 한밤중 이불에 한기가 스며들어 잠 못 이루며 포로 신세로 과거 궁전에서 즐거웠던 시절을 꿈에서 잠시 탐닉해 본다. 시인은 이 시에서 머나먼 고국산천을 떠나서 다시 보기 어려우니 그 슬픔은 마치 흐르는 강물 위에 떠가는 꽃처럼 가없다고 읊조린다. 이욱이 겪은 슬픔은 망국의 아픔이다. 반면에 영화는 이별과 상실의 아픔이다. 비록 아픔의 결은 다르지만, 그 애상의 중압감은 비슷하여 회복할 수 없다.
위탁아동은 원가정의 방임·학대 등으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상처를 경험한 아이들이다. 그리고 질병과 사고 등으로 인한 자녀의 사망으로 자녀를 상실한 경험이 있는 위탁부모가 있다. 이들은 가족이란 이름 안에서 애도·대체·투사·복원 욕구 등 복잡한 역동적 관계를 형성한다. 하나는 원가정의 사랑을 잃고, 하나는 자식을 잃어서 이 둘은 상실의 상처를 경험한 공통점이 있다. 이에 자식을 잃은 위탁부모와 위탁아동의 만남과 동행은 사랑과 희생 외에 복잡하고 깊은 슬픔과 갈등이 내재해 있다.
불안정하고 혼란한 애착과 양육을 경험한 위탁아동은 대인 불신이 흔하게 보인다. 자녀를 잃은 부모는 상실에 대한 죄책감으로 “또 잃을까 봐” 하는 과도한 불안에 시달린다. 이 때문에 위탁아동이나 위탁부모도 “자신이 돌보던 아동이 떠날 때” “자신을 돌봐준 위탁부모와 헤어질 때” 때론 심각한 상실의 아픔을 겪는다.
홍콩 사회복리서(社會福利署)는 0세부터 18세 미만 아동에게 가정 형태의 숙식 보호 서비스를 제공하여, 그들이 가족과의 재회, 입양 가정으로의 편입, 또는 자립생활이 가능해질 때까지 가정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힌다. 이 기관의 통계에 의하면, 2025년 9월 말 기준 위탁가정 수는 1,107가정, 위탁아동 수는 930명이다.
한국 보건복지부가 2025년 1월 20일 공표한 가정위탁보호아동 현황(23. 12. 31. 기준) 위탁가정 수는 7,714가정, 위탁아동 수는 9,526명이다. 통계를 보면, 한국의 위탁가정 수는 위탁아동 수에 비하여 홍콩보다 부족한 형편이다.
영화를 통해 홍콩과 한국의 위탁가정과 위탁아동의 현황을 알아보면서, 이들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지난 11월 26일 홍콩 북부 타이포(大埔, Tai Po) 구역의 32층 아파트 훙푸위안(宏福苑, Wang Fuk Court)에서 화재 경보 최고 등급인 5급 화재가 발생했다. 1948년 176명이 숨진 창고 화재 이후 77년 만에 최대 인명 피해라고 한다. 이번 참사로 최소 사망 146명, 실종 40여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젊은 소방관 허웨이하오(何偉豪, 37세)도 순직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재민에 대한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구호물자 공급이 수요를 넘친다는 뉴스도 있다. 2018년 이후 7년 만에 홍콩에서 열린 2025 마마 어워즈(MAMA AWARDS)에 참가한 저우룬파(周潤發)는 이번 참사의 희생자들을 위해 목이 메인 채 관중들에게 기립하여 묵념할 것을 제안했다. 한국 아티스트들이 한류 확장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현지인의 아픔과 슬픔을 보듬는 친선 대사가 되길 희망한다. ♣
♣ 사진 출처 | (위) https://i.yugaopian.cn/show/175207 영상 화면 캡처[2025.12.3. 접속함]
♣ 김영철 | 한양대학교 글로벌문화통상학부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