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중앙아시아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 우리 선교사님이 계셔서 사역지를 둘러보기 위해서이기도 했고, 또한 마침 그곳에서 선교포럼이 개최되어 회의 참석차 그렇게 방문하게 되었다. 갈 때, 아는 선교사님의 짐을 부탁받아 하나 들고 가게 되었는데, 어찌나 크고 무거웠는지 출발하기도 전에 큰 염려가 생겼다. 왜냐하면 공항에는 수레가 있어서 내리자마자 카트에 실어서 밀고 가면 그만이지만, 이것을 버스터미널까지 옮기고, 또 리무진 타는 곳까지 옮기는 자체가 힘들 정도로 물건의 부피와 무게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못 들고 가겠다고 말씀을 드릴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래도 선교사님께서 부탁하셨는데 어찌하든 가져가야지 하는 생각에 물건을 끌고(?) 출발해야 했다.
택시에도 실을 수가 없는 상황에서 마침 같은 게스트하우스에 살고 계신 선교사님께서 사정을 아시고는 봉고로 터미널까지 실어 주셨고, 버스터미널에서 리무진 타는 곳까지는 아는 권사님께서 빌려주신 손수레를 이용해서 짐을 옮겨서 리무진 버스에 겨우 탈 수 있었다. 그렇게 공항까지는 무사히 왔는데, 또 하나의 관문이 남아 있었다. 이 큰 짐이 과연 공항 검색대를 아무 문제 없이 통과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예전에 이민 가방에 물건을 가득 차게 넣어 갔으나 공항에서 규격보다 부피가 더 큰 경우에 안에 있는 물건을 빼서 다른 가방을 만들어야 하는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가지고 움직이는 짐은 이민 가방보다도 부피가 더 커 보였기 때문에 조바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나의 염려는 기우에 불과했고, 아무 문제 없이 통과되어 결국 나는 비행기를 타고 원하는 목적지로 출발하게 되었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동안 내가 너무 믿음이 없이 걱정과 염려를 많이 했다는 생각에 무척 부끄러웠다. 주께서 선교지에서 수고하시는 선교사님을 위해 사실 모든 필요한 사람들을 다 예비하시고 준비해 주셨는데, 내가 미리 너무 염려하고 걱정했었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내려서 선교사님을 만나 그 물건을 전해 주었을 때, 선교사님의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짐을 가지고 오면서 느꼈던 수고와 염려가 온전한 감사로 바뀌었다.
예전에 내가 선교지에 있었을 때, 여름과 겨울 단기선교 때마다 형제자매들이 우리를 위해 필요한 물건들을 가져다주었던 일이 생각났다. 아이의 분유며 책과 교재들, 된장, 고추장 등 온갖 먹거리들을 바리바리 싸 들고 와 주었는데, 그들도 그때 그렇게 수고하며 힘들게 물건들을 들고 왔을 텐데, 정작 내가 그분들의 수고와 섬김을 잘 생각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그들을 향한 고마움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일어났다.
그렇게 첫날 마중을 나오신 선교사님 댁에서 머물게 되었고, 다음날 K국으로 넘어가 우리 선교사님들을 만나 오랜만에 교제하며 그분들의 선교현장을 함께 둘러보게 되었다. K국은 이번에 두 번째 방문이지만, 우리 선교사님들의 사역 현장을 둘러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우리 선생님들은 이슬람국가인 그곳에서 중국인들을 돌보는 사역을 하고 계셨다. 언제나 현장을 직접 보면서 그분들이 하는 사역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를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을 직접 밟는 단기선교의 중요성도 동일하다고 생각된다. 선교현장을 직접 볼 때, 현장 가운데서 주께서 주시는 마음을 알게 되고, 또 어떻게 선교현장을 돕고 기도할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중앙아시아를 방문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중국선교사들과의 만남이었다. 예전부터 중국교회가 선교사를 파송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직접 만나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곳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인 둥간족(중국에서는 후이족) 교회에서 선교 콘퍼런스를 섬기고 있는 약 10명의 중국선교사를 만났는데, 대부분 연령대가 20대 초반이었고, 두 명이 30대 초반이었다. 전략적으로 이들은 대학을 아예 선교지로 와서 언어를 배우고 공부하면서 문화를 익히는 중이었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선교현장인 중국이 익숙한데, 지금 K국에서 중국교회가 파송한 젊은 선교사를 직접 만나 이야기하고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감격이고 감사가 되었는지 모른다. 필자가 첫 선교지로 나갈 때가 이들의 나이랑 비슷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직 부족한 부분은 있기는 하지만 하나님께서 세계선교를 위해 중국교회를 이렇게 일으키시고 사용하고 계시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정말 가슴이 뜨거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들과의 교제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이미 중국교회가 세계 곳곳으로 엄청난 선교사를 파송했고, 또 파송 중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것은 이 지면을 통해 다 나누기가 어렵지만 선교중국이 결코 공허한 외침이 아니라,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게 된 것이다. 중국교회는 2030년까지 2만 명의 선교사를 열방으로 파송한다는 ‘선교중국2030’의 비전을 품고 있다. 중국이 갈수록 더 폐쇄적으로 되어져 가는 환경 가운데 너무나 막연하게만 보였던 이 비전을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이루어 가고 계신다고 하는 기쁨의 감격이 있었다.
이번 중앙아시아의 방문을 통해 이제 우리의 할 일은 더 명확해진 것 같다. 우리 중국대학선교회의 슬로건인 중국교회와 함께 세계선교를 완성해 가는 그 일에 남은 우리의 삶과 시간을 더 조밀하게 하나님 앞에 드리며 나가야 하겠다. 그래야 다시 오시는 그 주님 앞에서 우리의 삶을 가장 의미 있게 드렸다고 고백할 수 있을 것 같다. ▒
* 이 글은 (2024 여름 통권 94호)에 실린 내용을 저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였습니다.
▒ 사진 출처 | 픽사베이 ▒ 이바나바 | 중국대학선교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