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체류자, 여행자는 언제든지 불심검문 대상이 될 수 있다. 국가안전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체류자나 여행자의 채팅기록, 이메일 수발신 내역, 사진, 로그인 기록 등 개인의 정보는 노출되고 구류·벌금 등 신체적, 경제적 불이익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은 VPN(가상사설통신망) 등을 통해 중국 내 사용이 금지된 메타(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을 이용한 것이 발각될 경우 괜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지난 7월 1일부터 ‘국가안전기관 행정집행절차 규정(國家安全機關行政執法程序規定)’, ‘국가안전기관 형사사건 진행절차 규정(國家安全機關辦理刑事案件程序規定)’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안전기관 행정집행절차 규정’은 총칙, 예방지도, 조사 및 증거수집, 수용 배상, 행정처벌, 기간 및 인도, 부칙 등 총 7장 170조로 구성돼 있다. ‘국가안전기관 형사사건 진행절차 규정’은 총칙, 재판 관할, 회피, 변호사의 형사소송 참여, 증거, 강제 조치, 사건제기, 기각, 수사, 집행, 벌칙, 특별절차, 보충규정 등 총 11장 360조로 구성돼 있다. 이에 따라 중국 국가안전부는 휴대폰, 노트북 등 전자기기에 대한 불심검문 권한을 갖게 됐다.
‘국가안전기관 행정집행 절차 규정’ 제20조에 따르면 서면 증거, 물적 증거, 시청각 자료, 전자 데이터 등 증거의 조사‧수집을 할 수 있다. 제52조에 따르면 국가안전부 등 공안기관은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국가안전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 물품, 장소에 대한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 108조에 따르면 검사 현장에서 즉각적인 행정처분(행정구류‧벌금 등) 부과 등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국정원은 중국 지도자‧소수민족 인권‧대만 문제 등 민감한 주제 언급 자제, 보안시설(군사‧항만 등) 촬영 금지, 중국 내 선교‧포교 등 종교 활동 유의, 시위 현장 방문‧촬영 금지, VPN을 활용한 카카오톡 등 SNS 사용 자제, 중국 법집행인의 신분증‧검증통지서 제시 여부 확인 등을 유의해야 할 사항으로 제시했다. 또 “불심검문을 당했을 경우 중국 측 법 집행인과 언쟁을 삼가고, 즉시 외교부 영사콜센터(+82-2-3210-0404) 또는 주중대한민국대사관(+86-186-1173-0089), 체류 지역 총영사관에 알려 영사 조력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두 가지 규정이 지난해 7월 1일부터 시행 중인 ‘중화인민공화국반간첩법(中華人民共和國反間諜法, 총 6장 71조)’ 1주기와 지난 5월 1일부터 시행 중인 ‘중화인민공화국국가기밀유지법(中華人民共和國保守國家秘密法, 총 6장 65조)’에 이어 집행된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의 진정한 속내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SNS 공식 계정을 통해 “지난 1년간 국가안보기관은 발전과 안보, 전통적 안보와 비전통적 안보를 통합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불법 범죄 활동을 징벌했고 여러 국가안보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해소했다”며 “국가안보의 강철장성(만리장성)이 더욱 견고해지도록 수호했다”고 자평했다.
또 “엄격·규범화·공정·문명화 법 집행을 견지하면서 미국 간첩 량청윈(梁成雲) 사건과 영국 해외정보국(MI6) 간첩 사건 등 일련의 중대 간첩 사건을 적발했다”며 “‘10대 간첩 사건’과 ‘10대 공민(시민) 신고 사건’ 특별 홍보로 기고만장한 해외 간첩·정보기관을 두려움에 떨게 했고, 전 사회적 반간첩·방첩 의식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반간첩법’은 간첩 행위에 기밀 정보 및 국가 안보와 이익에 관한 문건·데이터 등에 대한 정탐·취득·매수·불법 제공을 명시했다. 외국인도 반간첩법 처벌 대상이 된다고 했다. 중국의 국민·조직 또는 기타 조건을 활용한 제3국 겨냥 간첩 활동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경우 반간첩법 적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문제는 국가안보에 대해 규정할 권한이 중국 당국에 있기 때문에 이 범위는 언제든 자의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두 가지 규정은 완전 새로운 것은 아니다. 국가안전기관이 기존 법령에 따라 권한을 행사할 때, 대내외적 절차나 기타 유의사항을 명확하게 규정한 것이다. 검사 대상자가 됐을 경우 안전장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국가안전기관이 전자기기 등에 대해 검사를 할 경우 아래와 같은 절차를 지켜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첫째, 검사 통지서 등 증빙서류의 제시 요구. 국가안전기관은 조사 및 증거 수집을 진행할 때 최소 2인 이상의 집행담당자가 참여해야 하며, 집행인원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관련 법률 문서와 경찰증 또는 수사증명서를 제시해야 한다(제17조). 따라서 전자기기 등을 검사할 때에는 2인 이상의 집행담당자가 참여할 것, 제40조에 따른 책임자의 승인 서류 및 검사통지서, 집행담당자의 신분증명 등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둘째, 입회 요구. 검사 현장에는 검사 대상자나 참관인이 입회해야 한다(제41조). 집행담당자가 검사 대상자를 배제하고 검사를 진행하려는 경우 입회를 요구할 수 있다. 동 조항은 검사 과정에서 전자 데이터의 진실성과 완전성을 유지하고 전자기기 등에 불필요한 손상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집행담당자에게 이를 상기시켜 조심스럽게 검사를 진행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셋째, 검사 과정의 녹화 요구. 검사, 봉인, 압수 등 중요한 증거 수집 작업을 할 때는 전자 기록 장비를 사용해 전 과정을 녹음 및 녹화해야 하고, 이 기록들을 적절히 보관해야 한다(제22조). 따라서 추후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해 전자기기 등의 검사 과정을 녹화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넷째, 검사 장소 관련 요구. 제42조에 따르면 검사는 전자기기 등을 사용하거나 보관하는 장소에서 검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집행담당자가 임의로 검사 대상자로 하여금 다른 장소로 가서 검사를 받도록 하는 경우에는 책임자의 승인을 받을 것을 요구할 수 있다. 국가안전기관이 직접 다른 장소로 가져가서 검사하려는 경우에는 검사 대상자의 동의를 받도록 요구할 수 있다.
다섯째, 봉인·압수 관련 요구. 국가안전기관이 전자기기 등을 압수하는 경우 제56조 이하의 봉인 및 압수와 관련된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따라서 전자기기 등을 압수 또는 봉인하려는 경우 이를 준수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압수 또는 봉인 기간은 30일을 초과할 수 없다. 상황이 복잡한 경우, 시급 이상의 국가안전기관 담당자의 승인을 받아 기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연장 기간은 30일을 초과할 수 없다. 다만 법률이나 행정규칙에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는 예외다. 압수 또는 봉인 기간을 연장하는 경우, 당사자에게 즉시 서면으로 통지하고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제60조). 제43조는 국가안전에 위해가 되는 상황이 해소된 후 봉인, 압수를 해제하도록 하고 있다. 제43조에 따른 봉인, 압수의 경우에는 위 연장 기간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여섯째,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의 제기. 행정기관의 강제 조치나 강제집행결정에 불복하는 경우에는 행정심판을 신청하거나(행정심판법 제11조),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행정소송법 제12조). 따라서 국가안전기관이 위와 같은 요구에 불응하는 경우,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나아가 만약 위법한 행정행위로 인해 재산상 및 인신상 손해가 초래됐다면 그 손해의 배상도 청구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한편 중국의 형사소송법 제4조에 따르면 국가안전기관은 법에 따라 국가안전을 위해 관련 형사 사건을 처리할 때 공안기관과 동일한 권한을 행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안전기관 형사사건 진행절차 규정은 국가안전기관이 형사사건을 처리하는 경우, 전자 데이터 증거 수집 절차 등 세부적인 절차를 명확히 한 반면 전자기기 수색에 대해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위 규정 역시 국가안전기관에 새로이 전자기기 등을 검사할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전자 데이터 수집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규정상의 전자 데이터는 사건 발생 과정에서 형성된 데이터 형식으로 저장, 처리, 전송되는 사건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데이터를 의미한다.
웹페이지, 블로그, 네트워크 디스크 및 기타 온라인 플랫폼에 게시된 정보, 휴대폰 문자 메시지, 이메일, 통신 그룹 및 기타 네트워크 응용 프로그램 서비스에서 얻은 통신 정보, 이용자 등록정보, 본인인증정보, 전자거래기록, 통신기록, 로그인 로그 및 기타 정보, 문서, 사진, 음성 및 영상, 디지털 인증서, 프로그램, 컴퓨터 네트워크 장비 운영기록 등 전자 파일 등이 모두 포함된다(제80조). 전자 데이터를 수집할 때, 전자 데이터의 원본 저장 매체(原始存儲介質)를 압수할 수 있는 경우에는 원본 저장 매체를 밀봉해야 한다(제82조). 원본 저장 매체의 봉인이 곤란한 경우, 컴퓨터 메모리에 저장된 데이터, 네트워크 전송 데이터 등 저장 매체에 저장되지 않은 전자 데이터를 추출할 경우, 사건의 상황이 긴급해 전자 데이터를 즉시 추출하지 않으면 전자 데이터의 멸실 또는 기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경우, 전자장치를 끄면 중요한 정보 시스템의 서비스 중단을 초래할 수 있는 경우, 현장 추출을 통해 의심스러운 저장매체를 조사할 필요가 있는 경우, 운영 중인 컴퓨터 정보 시스템의 기능 또는 응용 프로그램이 종료된 후 비밀번호가 없으면 추출할 수 없는 경우, 원본 저장 매체가 해외에 있는 경우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전자 데이터를 현장에서 추출할 수 있다(제83조).
반간첩법 제정된 이후 중국의 지방 정부, 기관, 대학 등은 소속 직원이 업무상 외국인과 만날 때 사전 보고하도록 하는 규정을 속속 제정했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외국인 개별 접촉을 막은 것이 아니냐는 반응과 함께 실제로 사업가나 기업 주재원, 연구자 등이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가 30년 만에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한 것 역시 반간첩법 영향이라는 해석도 나올 정도다.
이번에 시행되는 두 가지 규정은 국가안전기관의 업무 집행에 있어 더욱 명확하고 투명한 절차를 확립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이번 규정은 기존 법령에 따라 전자기기 등의 검사 및 전자 데이터 증거 수집 등을 진행하는 경우에 준수해야 하는 구체적이고 세밀한 절차를 마련해 집행에 관한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당사자들의 절차적 권리 또한 보장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전자기기 등의 검사를 받아야 할 경우, 이들 규정을 적극 활용해 절차적인 권리를 보장받고, 검사 과정에서 부당한 권리 침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약 국가안전기관이나 공안기관 등이 유사한 조사 또는 요구를 받은 경우 즉시 대사관, 영사관 등 공관에 신고해 합당한 보호 조치를 받아야 한다. 뱀같이 지혜로워야 한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지난해 12월 ‘중국의 경제 쇠퇴’, ‘외자 배척’, ‘민영기업 탄압’ 등을 주장하거나 관련 정보를 유포하면 단속·처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규정이 시행되기 전부터 중국 국민들 사이에서도 공항에서 휴대폰 검사를 받았다는 경험담이 SNS에 속속 올라왔다.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은 모든 사람을 상대로 휴대폰을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선 바 있다. 국가안보 위협이 의심될 경우에만 책임자의 승인을 얻어 검사와 검문이 이뤄진다고 항변했다. 국가안보와 안전이라는 명분에 따라 그만큼 많은 경우의 수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3기 체제를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사례다. 중국 상황의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
▩ 사진 출처 | (아래) 바이두 캡처
▩ 왕빈 | 중국전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