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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통권 257호     필자 : 에이레네 프린트   이메일 
[선교사의 삶과 사역]
하나님의 생각은 우리의 생각보다 높다

“이는 하늘이 땅보다 높음 같이 내 길은 너희의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의 생각보다 높으니라” (사 55:9)

한 사람이 선교사로 헌신하면 하나님께서 선교의 계획과 방법을 정하시고 그리로 인도하신다. 그러나 단번에 모든 것을 알 수는 없기에 때로 하나님의 생각이 아닌 내 뜻대로 사역을 전개할 때가 많은 것 같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일을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신다(엡 1:11). 선교의 영이신 성령께서도 분명한 계획을 가지고 진행하신다(행 16:6). 이를 인정하고 순종하는 것이 선교의 첫 걸음이다.

남편과 나는 1988년 선교사의 소명을 받고 헌신기도를 드리면서 복음전파가 어려운 지역을 가기로 했다. 그 후 7년 동안 준비하면서 우리는 인도로 가려고 했다. 그 이유는 8억(현재는 약 14억 명) 명의 인구를 가졌으나 불과 0.3% 만이 예수를 믿는 나라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하나님은 중국 남동부 해안으로 우리를 인도하셨다. 우리가 도착했던 1990년대 중반의 중국교회는 1980년대부터 시작된 대부흥을 맞고 있었다. 기독교인 숫자는 5,0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었고, 일부 사람들은 이제 중국은 선교사가 필요 없는 나라가 되었고, 곧이어 세계 최대의 기독교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하며 흥분에 휩싸여 있었다. 그런데 왜 하나님은 이런 곳에 우리를 보내신 것일까? 하나님의 길은 찾을 수 없고 다 알 수 없었다. 

언어를 배우기 위해 대학에 등록했는데 당시 외국인 학생들은 학교 내 기숙사에 머물러야 하고 외부에 살 수 없었다. 주로 싱글 학생이 많았기 때문에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학교를 다니는 우리 가정은 캠퍼스 안에서 신기한 손님들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통해서 학교나 시장, 유치원에서 쉽게 사람들을 만나고 친해질 수 있었다. 아이가 둘이나 있냐고 신기해하는 분들과 서툰 중국어로 대화할 기회가 종종 있었다. 당시 우리 유학생 모두가 사고 싶어 하는 ‘300근 자전거’라는 별명의 봉황표 자전거가 있었는데 이 자전거는 냉장고 한 대, TV 그리고 돼지도 실을 수 있다! 그러고도 굉장히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 고기는 냉장한 것만 사야 하고, 냉장고는 이삿짐 아저씨가 와야만 옮길 수 있다고 생각하던 이 한국 사람의 고정관념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모든 나라는 자신에게 맞는 문화가 있다. 유학생활을 하면서 그동안 책에서 배운 것보다 더 많이 중국인을 이해하게 되고 하나님의 은혜로 한 달 한 달을 보내게 되었다.

그즈음 빨리 복음을 전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합법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점점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매일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게 되었고, 하나님은 “오직 성령의 열매는 (…) 금지할 법이 없느니라”(갈 5:22-23)라고 응답해 주셨다. 내가 기대한 것은 사도 바울에게 마게도니아로 가라 하신 것처럼 어떻게 하라는 자세한 방법과 수단이었지만 하나님은 선교하는 원칙에 대해 가르쳐 주셨다. 성령의 열매를 맺는다면 금지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확한 응답이었다. 선교 제한 국가에서 성령의 열매를 맺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이 말씀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실패하지 않는 선교 방법임을 절감하게 된다. 

언어를 공부하고 사역을 시작할 때도 하나님의 길과 생각은 내 생각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체험했다. 생활을 하며 언어과정을 졸업했지만 여전히 언어는 잘 늘지 않고 있었다. 간단한 일상의 대화는 되었지만 중국어로 설교하고 제자훈련을 할 정도는 못 되었다. 중국어로 설교를 할 수 있기 위해서 매일 마가복음을 한 구절씩 중국어로 외우고 ‘선교 중국어’라는 책도 외우면서 그저 언어가 빨리 늘기만을 기도하며 기다렸다. 입국한 지 3년이 되는 여름, 한 지인의 소개로 다른 성(省)에 사는 교회 목회자를 알게 되었는데 자기 고향에 교회가 많으니 가 보지 않겠냐고 한다. 기차를 타고 그곳에 가서 여러 교회를 방문하게 되었다. 한곳에 이르렀을 때 동행한 자매가 잠깐이라도 좋으니 잠시 하나님 말씀을 전해주면 좋겠다고 부탁을 했다. 작년에도 다른 곳에서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고 나가서 말씀을 전하다 진땀을 뺐다 들어온 경험이 있어서 나는 절대 안 나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자매는 너무나도 완강하게 꼭 나가서 40분 정도 권면의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 상식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동행한 분들의 권유도 있고 해서 강단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고 히브리서 11장 말씀으로 권면을 시작했다. 5분 정도가 지나자 써 온 원고도 바닥이 나고 더 계속할 수가 없었다. 문제는 자리를 뜨는 청중들이 아무도 없었으며 내가 말하기만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말씀을 반복했다. 그렇게 10분쯤 지났을 때 갑자기 입에서 중국어가 막힘없이 흘러나왔다. 내가 듣기에 히브리서 11장에 대한 정확한 메시지를 말하고 있었는데 말하면서도 스스로 놀라서 “어, 이거 지금 누가 말하고 있는 거지?”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약속된 40분이 되었을 때 나는 자연스럽게 설교를 마칠 수 있었고 가슴속에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감사가 흘러나왔다. 그날 모인 청중들을 위해 설교하신 분은 바로 성령님이심을 나는 알 수 있었고 나중에 알고 보니 때로 어떤 선교사들은 이렇게 해서 사역언어를 터득했다고 한다. 

하나님의 은사와 부르심에는 후회가 없으시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중국어로 사역하는 데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다. 본래의 나 자신이라면 하지도 못할 설교를 위해 강대상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생각은 나의 생각과 달랐다. 하나님의 길은 나의 길보다 높았다. 불안하고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서라도 앞을 향해 나아갈 때 하나님의 예비하심과 일하심을 늘 볼 수 있었다. 스캇 선퀴스트(Scott Sunquist)는 그의 책 《기독교 선교의 이해》에서 “선교는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에 교회가 참여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그 말이 옳다. 하나님은 선교의 무대를 만드신다. 그리고 일꾼을 부르고 훈련하여 사용하는 선교의 주인이시다. 세계 어느 곳에 가든지 이미 그곳에서 일하고 계시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선교사의 소명을 받을 때, 나라와 지역을 정할 때, 선교 방법을 정해야 할 때, 문화와 언어를 배우고 사용할 때, 하나님은 내 생각과 능력을 초월하는 크고 위대한 분이셨다. 새로운 한 해를 실패하지 않는 하나님의 사랑을 의지하여 달려 가리라. 

“나의 기뻐하는 뜻을 이루며 내가 명하여 보낸 일에 형통함이니라”(사 55:10b) 



♠에이레네 |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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