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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3 통권 256호     필자 : 변성래 프린트   이메일 
[책 속의 중국]
《중국 딜레마》
_박민희 / 한겨레출판사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부터 1992년 한중수교까지의 중국은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죽(竹)의 장막이었다. 냉전체제가 흔들리고 수교가 이루어지면서 한국은 덩샤오핑(邓小平) 체제의 중국과 처음 만나게 된다. 이후 수십 년 동안 한국인들의 중국을 향한 시선은 ‘낙후된 나라’였다. 그러나 지금은 ‘벼락부자의 나라’ 또는 중국 내외 기업가들에게 ‘기회의 땅’이 되었다. 

역사 전공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한겨레〉신문 베이징 특파원으로 중국 곳곳을 다니며 취재한 경력을 살려 중국의 내면을 잘 정리했다. 책의 전반적인 주제는 ‘시진핑(习近平) 시대의 중국을 어떻게 진지하게 이해하고 마주해야 할 것인가?’이다. 저자는 중국과 홍콩, 대만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중국의 변화에 대한 고민과 질문에 나름의 답을 찾아보고자 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서 빌려온 ‘열전(列傳)’이란 형식을 택했다. 

1부는 시진핑 국가주석에 대한 이야기이다. 시진핑 절대 권력을 만들어낸 동력인 공산당의 위기의식에 초점을 맞췄다. 

2부는 시진핑 체제를 설계하고 운영해온 관리들을 살펴본다. 시진핑이 아무리 똑똑하고 과감해도 혼자 힘으로 그 자리를 보존해갈 수는 없다. 주변에 어떤 사람들을 배치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는 비단 중국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도자들은 입 안에 혀 같은 존재, 빈틈없고 한결같은 충성심을 가진 사람들을 곁에 두는 것이 당연하다. 시진핑의 책사인 왕후닝은 국가의 이익을 절대시하면서 신권위주의 체제를 설계했다. 서구가 주도해온 국제질서에 도전하며 중국 중심의 새 국제질서를 만들어나가려는 구상을 추진했다. 

3부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에 희생되는 제국의 변경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중화민족’은 한족을 중심으로 55개 소수민족을 동화시키려는 개념이다. 시진핑 시대 중국은 소수민족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지워 한족 중심으로 교화시키고,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빼앗긴 홍콩과 대만을 회복해 중화제국의 부활이라는 역사적 업적을 완수하겠다는 야망을 추구한다. 위구르인들을 향한 매우 심각한 ‘인권침해’ 현장을 고발한다. 

4부의 주인공은 중국 사회를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민간의 활동가들이다. 시진핑 시대는 인민과 사회를 철저히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며, 자율적인 민간의 공간을 인정하지 않는다. 먼저 인권 변호사들이 체포되었다. 뒤이어 기계공장인 자스커지(佳士科技·Jasic)에서 독립노조를 만들려던 노동자들 그리고 그들과 연계해 철저한 자본주의사회로 변해버린 중국 사회를 마르크스와 마오쩌둥(毛澤東)의 이념에 따라 변화시키려던 대학생들이 체포된다. 시진핑도 마오쩌둥을 내세워 그 자리를 이어 나가면서 마오쩌둥의 이념에 따라 중국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어 하는 대학생들을 가두다니 말이 안 되지 않는가? 아무튼 학생운동 조직들에 대한 탄압이 이어진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당국의 진실 은폐로 벌어진 비극의 현장을 알리려고 했던 시민기자들, 권위주의와 가부장제도에 동의하지 않는 여성들이 약자들에 대한 억압에 어떻게 도전하고 있는지를 기록했다. 

5부는 기업가들과 감시사회, 국가자본주의사회를 다루었다. 견제, 감시할 시민사회가 미약한 중국에서 4차 산업혁명을 감시자본주의와 긴밀히 연결되어 빅브라더 사회를 실현하고 있다. 민영기업이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 과도한 힘을 갖는 것에 대한 공산당 지도부의 불안은 금융제국을 계획하던 마윈의 앤트그룹 기업 공개를 취소시켰다. 이어서 빅테크(대형정보기술) 기업들에 대한 강력한 규제로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시진핑 시대의 의미심장한 예고편이었던 보시라이(薄熙来)와 그가 계획했던 ‘충칭(重庆)모델’을 통해 시진핑 통치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아이러니한 것은 보시라이가 정치적으로 몰락한 이후 충칭모델이 ‘시진핑모델’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책에는 보시라이가 법정에서 좌우에 로봇 같은 제복군인들 가운데에 수갑을 찬 채 서 있는 모습의 사진이 있다. 보시라이의 표정은 자못 평온한 가운데서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짓고 있는 얼굴이 인상적이다. 

21세기의 ‘시황제’
시진핑 리더십은 임기 초반부터 외부로는 강력한 자신감, 내부로는 불안감의 두 얼굴로 등장했다. 시진핑은 권력을 잡은 직후부터 공산당 지도부를 향해 현재 당이 처한 불안한 상황에 대한 위기감을 강조했다. 자신이 그 위기를 돌파할 비전을 가진 위대한 지도자임을 강조했다. 시진핑 1인 체제가 출범하게 된 것이다. 

시 주석이 문화대혁명과 마오쩌둥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노동자와 농민, 학생들이 21세기 홍위병이 되어 아래로부터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을 두려워하는 문화혁명 트라우마도 깊이 도사리고 있다. 

베이징의 한 학자는 익명을 전제로 현재 중국의 상황에 대해 비판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덩샤오핑 시대에는 광활한 중국의 복잡한 상황 속에서 인민들에게 일정 정도 자유로운 공간을 보장해 인민과 지방의 적극성과 열정을 동원했다. 그러나 시진핑 시대에는 지도자와 당이 이미 진리를 모두 장악했으니 인민들은 당과 지도자를 무조건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변했다. 지방과 기층조직들의 탐색공간도 주어지지 않고, 언론의 자유도 주어지지 않는다.” 

미국과의 관계는 어떨까? 
바이든과 시진핑은 양국 간 군사, 경제의 긴장감을 완화하고 서로 불필요한 소모를 줄이고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최근(11월 15일) 회담을 갖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은 바이든이 불편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식의 요란하고 낡은 무역 전쟁이 아닌, 동맹들의 힘을 결집하고 반도체를 비롯한 천연기술과 무역 규범, 인권 등의 전선에서 체계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구상을 한 발 한 발 진전시키고 있다. 

중국 위구르인들에 대한 인권 침해, 홍콩 민주주의 훼손 등 인권과 가치의 문제를 핵심 이슈로 거론하면서 아시아와 유럽의 동맹들을 하나씩 끌어들여 중국을 포위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은 시진핑 지도부에 곤혹스러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오죽하면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미국의 차기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되길 바라고 있을까 싶다. 중국 외교가 처한 사면초가의 상황에 대해 중국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020년 5월 윈난성 전 샌프란시스코 총영사는 일본이 진주만 공격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중국, 소련과 동시에 관계를 악화시켰다는 역사를 되돌아봐야 한다면서 “한꺼번에 여러 나라와 대립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외교적 재난”이라는 글을 올렸다. 같은 해 7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원한이 이렇게 큰지 몰랐고,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이렇게 악독한 줄 몰랐으며, 중국이 이토록 미국에 얻어맞는 데도 중국을 지지하는 나라가 없을 줄 몰랐다”는 군부 강경파 다이쉬 국방대학 전략연구소의 탄식이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고 한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중국이 처한 상황을 잘 표현한 듯하다. 





♣변성래 | 중국을 알고 싶은 의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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