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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3 통권 256호     필자 : 김영철 프린트   이메일 
[중국 영화]
《저 밝은 곳을 향하여(向着明亮那方, To the Bright Side)》-희망의 빛을 외로운 이에게

이 영화의 제작자 왕레이(王磊)는 중국에서 그림책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여 상영한 첫 번째 영화라고 자부하였다. 2022년 1월 15일 중국에서 상영된 이 영화는 란쳰야(兰茜雅), 리녠쩌(李念泽), 자오이(赵易), 위쿤(俞昆), 류가오샹(刘高翔), 류마오닝(刘毛宁), 천천(陈晨) 등 일곱 명의 영화감독이 일곱 명의 작가의 그림책을 각색 연출하였다. 각기 다른 일곱 편의 이야기는 수작업으로 그림을 그리고, 수묵화, 수채화, 전지(剪纸: 종이공예), 스톱 모션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였다.

총제작자로서 왕레이는 중국의 국민만화라 불리는 애니메이션 《시양양과 후이타이랑(喜羊羊与灰太狼)》으로 성공을 거두었는데 《부니 베어스(熊出没)》, 《시어호(赛尔号)》, 《쿵푸버니(功夫兔菜包狗)》 등으로 연이은 흥행에 성공하였다. 

중국풍의 옴니버스 형태로 구성된 일곱 편의 에피소드는 어린이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다. 《어린 토끼의 질문(小兔的问题)》에는 치파오를 입은 엄마 토끼와 수묵화 기법을 보여주었다. 《헝장군과 하장군(哼将军和哈将军)》은 이랑신(二郎神) 등 중국의 신화와 전설을 바탕으로 제작하였다.

《어린 토끼의 질문》에서는 “가장 좋은 것을 어린이에게 주자”라는 쑹칭링(宋庆龄)의 말을 인용하였다. “어린 시절에 포근함과 아름다움을 바친다”라는 자막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어린이의 꿈을 바탕으로 진선미의 미래를 만들자”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영화는 어린이에게 관심을 갖자고 호소할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 동심을 회복하여 밝은 미래 사회를 함께 만들자고 호소한다. 간다융(甘大勇)의 원작을 바탕으로 란쳰야가 각색 연출한 이 영화는 어린 토끼와 엄마 토끼가 나눈 이야기다. 어린 토끼는 엄마 토끼에게 이것저것 끊임없이 물어보는데도 엄마 토끼는 귀찮아하지 않고 일일이 대답해 준다. 

세상에 이상한 게 많은 어린 토끼는 묻는다. “꽃은 왜 혼자 피는지? 송충이는 왜 나비가 되는지? 왜 성장해야 하는지?” 엄마 토끼는 성장한다는 것은 눈도 크고 귀도 커져서 멀리까지 볼 수 있고, 멀리까지 갈 수도 있으며, 많은 사람 속에서도 자신의 어린 토끼를 알아볼 수 있다고 말한다. 어린 토끼는 엄마와 영원히 함께 있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성장은 이별을 의미한다. 아이는 성장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부모가 된다. 설사 이별해도 영원히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성장은 고통도 따르기 마련이다. 모녀 토끼의 대화는 성장에 관한 이야기다. 엄마 토끼는 생육하고 이별하는 고통은 곧 삶의 과정이라고 따뜻하고 알기 쉽게 말해준다. 


《반딧불이 소녀(萤火虫女孩)》는 펑이(彭懿)의 원작으로 리녠쩌가 각색 연출했다. 은퇴를 하루 앞둔 버스 기사 라오저우(老周)는 늦은 밤 종점으로 돌아가는 길에 처음 보는 정거장에 들어선다. 과일을 따러 나왔다가 길을 잃고 길에 서 있던 어린 소녀를 집으로 데려다주는 길에 다람쥐가 나뭇가지에서 떨어뜨린 도토리를 주워서 다람쥐에게 돌려준다. 

곰 아주머니는 라오저우와 포옹하면서 작년 가을에 옥수수를 보내주어 겨울을 잘 났다고 감사의 말을 건넸다. 어린 소녀의 어머니인 반딧불이 요정과 다람쥐와 고슴도치 등 여러 동물이 모여서 라오저우 아저씨의 은퇴 환송 파티를 열어주었다. 라오저우 아저씨는 곰 아주머니가 옥수수로 만든 과자를 맛보면서 행복의 맛이라고 미소 짓는다. 


라오저우는 평소 버스 승객들의 물건을 들어주고 상냥하게 대하며 반겨 주었던 일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젊은이들은 외지에 나가서 더 이상 돌아오지 않았고, 버스의 승객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산길 풀밭에 잠시 누웠다가 꿈속에서 깨어 일어난 라오저우는 버스를 운전해서 돌아온다. 돌아오는 버스에는 승객이 아무도 없었지만 반딧불이 숲길을 환하게 비추어 주었다. 라오저우는 그동안 보이지 않게 해왔던 선행에 대한 기억을 위안으로 삼으면서 미소를 짓는다. 이 에피소드는 한적하고 외로운 곳에서 평생을 바쳐온 분들에게 위로와 찬미를 바치는 헌사와도 같다. 

《작은 기차(小火车)》의 원작자와 감독은 동일하다. 자오이(1976- )는 17년간 해외 생활을 했으며 공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쓰촨(四川)대학교 예술대학 부연구원으로 있다. 영화는 지진 피해로 인해 집을 잃고 이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6,700여 가구의 이재민이 새로운 곳으로 이주하고 지진 피해지역은 재건사업에 들어갔다. 교통도 중단되었다. 아버지는 어린 아들에게 오늘은 기차가 어디로 가냐고 물어본다. 아들, 엄마, 아빠 세 사람이 탄 작은 기차의 목적지는 옛집이다. 엄마와 아빠가 아들의 등을 잡아주고 걷는 연습을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희망의 꿈을 꾼다. 아들은 문에 서서 썰매를 타는 친구의 이름 ‘류싱’을 부른다. 류싱은 친구를 보고 놀라서 말없이 도망간다.


이재민들은 새해를 맞아 폭죽을 터뜨리는 저 먼 도시의 하늘을 바라본다. 부모와 함께 폭죽을 보러 나온 아들과 류싱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면서 싱긋 웃으며 화해한다. 아들은 기차 소리가 난다고 기차를 보러 가자고 보챈다. 세 식구는 고향 마을이 보이는 터널에 도착했다. 부모는 터널 입구에서 아들의 허리를 잡았던 손을 놓았다. 아들은 지진으로 지하에 갇혀서 구조해달라고 소리쳤던 기억을 떠올렸다. 터널을 빠져나오는 아이는 의족을 찬 한쪽 다리를 힘겹게 내디뎠다. 재건 중인 고향 마을 사이로 기차가 다시 달리는 그곳을 바라보면서 가족은 희망을 다시 품는다. 영화는 지진으로 인해 삶의 고통을 겪는 이재민들에게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빛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하지만 이주민의 불안함은 새해가 되어 폭죽을 터뜨리는 도시와 대조를 이룬다. 또 장애를 갖게 된 아들은 친구들의 시선을 극복해야 하는 현실 앞에 서 있다.

《콰이 아저씨의 가게(蒯老伯的糖水铺)》는 펑윈(冯云)의 원작이며, 위쿤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영화는 딸의 전화로 시작한다. 딸은, 남편은 출장을 가고 아들을 학원에 보내느라고 이번 달에도 못 온다고 말한다. 딸은 손이 불편하고 나이 든 아버지에게 가게를 접으라고 말한다. 콰이 아저씨는 저녁 10시부터 아침 7시까지 영업을 한다. 손님을 위해 단맛이 나는 음식에는 빨간 스티커를 붙여주며 구분해주고, 할머니의 건강은 요새 어떠시냐고 묻는다. 기침하며 검은깨죽을 주문하는 청년에게는 모과와 흰목이버섯을 권한다. 고객은 콰이 아저씨에게 음식을 포장할 때 쓰라고 모아둔 골판지를 가져다준다. 손님은 콰이 아저씨에게 풍습령(風濕靈)이라는 중국 전통 의료 파스를 가져다주며 부쳐보라고 한다. 콰이 아저씨는 미화원에게 아침을 먹었냐고 물으면서 무료로 먹을 것을 건네준다. 택시 기사는 동료 기사에게 주려고 따뜻한 죽 두 개를 주문한다. 야간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풍경을 보여준다. 경비, 배달 기사, 거리의 악사, 도로 작업자, 미화원 등이 도시의 밤을 수놓는다.


야밤에 캐리어를 끌고 쓸쓸히 홀로 걷는 청년은 거리에서 모든 일이 자기 뜻대로 잘 풀리라는 만사여의(萬事如意)라는 말이 붙어 있는 것을 본다. 녹록하지 않은 타향살이를 풍자하는 듯하다. 근대 작가 장아이링(张爱玲)이 말했던 도시인의 황량함은 지금도 여전하다. 도시인의 고독은 도시의 토박이든 외지인이든 피할 수 없다. 

영화는 이웃의 정으로 좀 해소하려고 한다. 콰이 아저씨가 어머니에게서 배운 뜨거운 죽을 식혀 먹는 법을 어린 손님에게 알려주듯이 사랑은 가족에서 이웃으로 흘러간다. 《맹자(孟子)·양혜왕상(梁惠王上)》에 나타난 자신의 가족처럼 다른 사람의 노인과 어린이를 보살펴 주는 따뜻한 사회를 갈구하는 듯하다.

《헝장군과 하장군》은 양하이린(杨海林)의 원작이며, 류가오샹이 각색 연출하였다. 중국의 신화와 전설 같은 이야기다. 하늘의 문을 지키는 수문장 헝장군과 하장군은 외모는 비슷하지만 매사에 서로에게 반목한다. 형제는 누구보다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서로를 원수처럼 여긴다. 하지만 헝장군이 괴수로 인해 위험에 처하자 하장군은 도우러 나서고 함께 괴수를 물리치고 화해한다. 이들 두 장군의 신화 이야기는 현대로 시간이 전환하면서 어린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가 된다. 엄마가 복숭아를 먹으라면 형제는 둘 다 싫다고 하고 옷도 같이 입기 싫다고 한다. 한 부모에게 나서 반목하는 형제 이야기는 혈연 가족에서 민족으로 확장되어 수많은 비극의 단초가 되어왔다.

《외할머니의 푸른색 철궤 휠체어(外婆的蓝色铁皮柜轮椅)》는 류마오닝이 원작의 일러스트레이터(Illustrator)로서 각색과 연출을 맡았으며, 내레이션까지 1인 다역을 맡았다. 영화는 화자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면서 자전적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골 풍경이 물씬 풍겨 나는 영화에는 옥수수, 채소, 고구마, 보릿짚 더미, 쥐엄나무, 잠자리, 참새, 개미, 구슬치기 등 그림책 같은 풍경화가 펼쳐진다. 



무채를 절일 때 산초를 많이 넣어 진한 향을 내게 하는 외할머니는,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세 명의 자녀 집에 돌아가면서 사셨다. 엄마는 할머니에게 고구마잎을 넣은 면을 가져다드리고 지켜보라고 했지만 화자인 나는 침대 옆 작은 탁자에 그냥 두고 나오곤 했다. 외할머니의 다리가 불편해지자 엄마는 내게 할머니의 요강을 치우게 했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를 싫어했다. 엄마는 사람을 시켜서 철로 된 상자에 바퀴를 용접해서 휠체어로 사용하게 했다. 외할머니는 상자에 빗도 넣고 헝겊으로 겹겹이 싸서 돈을 감췄다. 나는 그 돈을 몇 번 훔쳐서 구슬도 샀지만, 할머니는 알아채지 못한 듯했다. 치아가 세 개만 남아서 좌측으로만 식사하는 할머니를 보고 내가 울자, 할머니는 나의 눈물을 닦아주셨고 그 뒤로 나는 할머니가 식사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할머니는 새해를 보내려고 큰외삼촌 집에 가셨다가 돌아가셨다. 엄마는 할머니 유품을 정리하면서 상자 속의 많은 물건과 돈을 발견했다. 할머니 인생의 전부가 그 안에 들어 있었다. 어머니는 그 겨울 외할머니에게 전기담요를 사주지 못한 것을 늘 후회했다. 나는 구슬을 사려고 할머니의 돈을 탐낸 것에 대한 회한의 그리움이 있다. 어머니가 나에게 할머니가 식사하는 것을 지켜보라고 했는데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래서 할머니는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인 음식을 잊어버리고 식사하지 못하셨다. 사람들은 외할머니가 90세 넘어 돌아가셔서 호상이라 말했지만 죽음에 좋은 죽음이 어디 있을까? 죽음 앞에는 늘 아쉬움과 슬픔이 교차한다.


《이와쯔의 일요일(翼娃子的星期天)》은 류쉰(刘洵)의 원작이며, 천천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영화는 일요일 새벽 5시 30분, 기온 2도, 알람 시계의 울림으로 시작한다. 추운 날씨, 해뜨기 전, 익룡을 좋아하는 어린 아들 이와쯔는 일어나 엄마와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아버지는 전동 오토바이로 아들과 아내가 탄 버스를 뒤쫓아 온다. 면가게에 도착하면 이와쯔는 아침 식사를 시작한다. 이와쯔는 손님들에게 이 세상에서 엄마의 음식이 제일 맛있다고 칭찬을 늘어놓는다. 이집트인도 와서 식사했다고 자랑한다. 이와쯔는 익룡 장난감을 가지고 가게서 놀고 숙제도 하는 9살, 3학년이다. 농민공 손님들은 자신이 자녀와 헤어져 있어 이와쯔가 부럽다고 말한다. 숙제도 하지 않고 배달을 함께 가겠다는 이와쯔는 아버지에게 꾸지람을 듣는다. 쓰촨 충칭(重庆)의 농촌에서 이와쯔가 6살 때 부모는 도시로 와서 면가게를 열었다. 친구들은 이와쯔의 몸에서 기름 냄새가 난다고 놀린다. 숙제할 때 부모도 풀지 못하면 열정적인 손님이 도와주었다. 



도시의 시장이나 가게에서 지내는 어린이들은 겨울에도 새벽 일찍 기상해서 부모의 가게 일을 도와 청소하고 배달하고 시끌벅적하고 비좁은 공간에서 숙제도 하고 공부한다. 농민공의 자녀에게 안쓰러움도 느껴지지만 영화의 주인공 이와쯔는 가족을 사랑한다며 행복하다고 말한다. 고된 삶 속에서 희망만을 바라보는 이야기다. 영화의 일곱 가지 에피소드는 삶의 어두운 터널, 지진으로 인한 이재민, 도시인의 외로움, 장애의 아픔, 성장의 고통, 형제간의 다툼, 상실과 회한, 삶의 고단함 등 다양한 현실의 고충을 담았다. 하지만 일관되게 밝음을 강조한다. 희망을 말한다. 어린이, 청년, 노인을 포함한 모든 세대가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 희망의 빛에 다가서길 기원한다. 




♣사진 출처 | 바이두
♣김영철 | 한양대학교 중국학과 교육전담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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