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신인감독 류장장(刘江江)이 각색하고 연출한 장편 데뷔작이다. 2022년 제35회 중국영화제 진지장(金鸡奖, Golden Rooster Award)에서 신인감독상과 주인공인 주이룽(朱一龙)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감독의 이력은 좀 독특하다. 시난정법(西南政法)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허베이(河北)방송국에서 법률 기자로 활동하다가 TV 프로그램 PD를 한 이력이 있다.
류장장 감독의 고향은 허베이성 스자좡(石家庄)이다. 목수인 할아버지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관을 만들었다. 그래서 마당에는 늘 다양한 관들이 놓여 있었다고 회고하였다. 감독은 이러한 어릴 적 기억을 배경으로 대를 이어 가업으로 하는 장의사 이야기를 영화에 담았다.
모싼메이(莫三妹, 朱一龙 분)는 형기를 마치고 교도소에서 출감한다. 그는 장례지도사로 우연히 어느 할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어린 손녀 우샤오원(武小文, 杨恩又 분)과 만나 좌충우돌하고, 아버지 라오모(老莫, 罗京民 분)는 아들 모싼메이가 하는 일마다 모두 못마땅해한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출생, 성인(成人), 성공, 결혼, 죽음, 생/로/병/사…….
후스(胡适)가 1919년 3월 〈신청년(新青年)〉 잡지에 발표한 중국 최초의 단막극인 《종신대사(终身大事)》는 5·4신문화운동 시기 혼인의 자유를 찾아 가출하는 여성의 이야기이다.
1981년 후진취안(胡金铨)이 연출한 대만 영화 《종신대사》 또한 결혼과 연애에 관한 이야기다. 후스의 영향을 받은 후진취안 역시 인생에서 가장 큰일은 결혼이라고 하지만, 그는 이 영화에서 죽음에 대해 말한다.
죽음은 늘 우리 가까이에 있지만 죽음에 관한 논의는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되어 왔다. 이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시설과 직업 등도 예외는 아니며, 혐오시설로 여기는 화장시설에 대한 시각은 변하지 않았다. 모싼메이가 장의차를 웨딩숍 옆에 세우자 여주인은 손님들을 내쫓는다면서 불만을 터뜨리며 아들에게 장례에 쓰는 물건을 만지지 말고 가서 손을 닦으라고 다그친다. 영화는 장례업에 종사하는 사람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을 코믹하게 잘 비틀어 보여준다. 이웃하고 있는 모싼메이의 장의사(葬儀社)와 웨딩숍을 통해 혼례와 장례를 중시하는 중국인의 인생관을 은유적으로 연출하였다.
유치원에서 장례식 흉내를 낸 샤오원에게 학부모가 불만을 제지하자 유치원 선생은 샤오원 부모를 호출한다. 모싼메이는 아버지와 말다툼하다가 어릴 때부터 죽은 사람의 밥을 먹고산다는 사람들의 조롱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장례업에 대한 오해뿐 아니라 종사자들에 대한 경시도 존재한다. 장례를 맡았던 모싼메이에게 며느리는 어머니 손가락에 반지가 없어졌다며 그를 도둑으로 몰았고, 그는 맨몸으로 결백을 증명한다. 사실 반지를 숨긴 사람은 샤오원이었다. 장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정작 장례지도사의 입장이 되어 보면 판이하다. 모싼메이의 아버지는 병상에서 둘째 형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이야기해주었는데, 둘째 형은 강가에서 시신을 수습하다가 익사했다고 한다. 특별한 책임감과 희생이 뒤따르는 직업임을 알게 해준다.
모싼메이의 아버지 라오모가 운영하는 장의사의 상호는 ‘샹톈탕(上天堂, 천당에 간다)’이다. 라오모는 “인생에서 죽음보다 더 큰일은 없다”라고 말한다. 죽음에 대한 경건함뿐 아니라 직업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낸다. 라오모는 장의사로서 삶의 길은 죽음을 통해 드러나고, 죽음의 의미는 삶을 통해 결정된다는 인생 이야기도 나눈다.
“인생은 한 권의 책처럼, 마침표나 줄임표가 있기도 하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넘겨야지,” 평생 남을 위해서 장례식을 치르던 모싼메이의 아버지 라오모 씨는 자신의 죽음과 마주하게 되는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냐고 우리에게 묻는다. 죽음은 인생의 의미에 깊이를 더해준다. 이별의 상처와 눈물의 치유 샤오원은 잠에서 깨어나 주무시는 외할머니를 계속 불렀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별이다. 모싼메이는 샤오원의 외할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준비하기 위해 운구차에 모시고 떠났다.
샤오원은 나타(哪吒, né zhā) 같이 창을 들고 모싼메이에게 대들며 뒤쫓았다. 나타는 신화 속 등장인물이다. 명대 환마소설(幻魔小說)인 《서유기(西遊記)》, 《봉신연의(封神演義)》에 등장하며, 애니메이션 《나타지마동강세(哪吒之魔童降世)(2019) 》도 큰 인기를 끌었다.
샤오원의 나타 형상은 천방지축의 손오공 이미지의 모싼메이와 잘 어울린다. 《서유기》에서 손오공과 나타가 결투를 벌이는 장면을 연상하게 한다. 샤오원과 모싼메이 두 사람은 방언(사투리)으로도 티격태격한다. 영화는 우한(武汉)에서 촬영하고, 모싼메이와 가족은 우한 방언을, 샤오원과 그의 가족은 쓰촨(四川) 방언을 사용한다.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하필 바쁜 날에 돌아가셨다고 투덜대며 아들을 위해서 서둘러 베이징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발인날짜를 잡는 데 서두른다. 샤오원의 삼촌은 아내와 아들 핑계를 대며 모싼메이에게 샤오원을 사흘만 보호해달라고 부탁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사촌 오빠는 샤오원에게 큰 상자에 실린 외할머니가 화장터에서 재가 될 것이라고 말해준다. 샤오원은 모싼메이 집에 찾아가서 외할머니를 돌려달라고 떼를 쓰고, 장례식장까지 쫓아와서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모싼메이가 대신 보상을 해줘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화가 치밀어 오른 모싼에이는 화장터의 굴뚝을 가리키며 너의 외할머니는 이미 저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고 냉정하게 말한다. 상심한 샤오원은 큰 소리로 울고 만다.
모싼메이는 장례를 치르는 집에서 지전(저승돈)으로 담뱃불을 붙이고 다니며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인정이나 사랑을 받지 못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장성해서 장의사 일을 거들어도 시큰둥하기만 하고, 오히려 자주 화를 내고 엄격하게 대하기만 했다. 모싼메이는 1년간 일을 잘 도와서 아버지의 부동산을 물려받고 나면 장의사 일을 그만두려고 했지만, 그는 날이 갈수록 돌아가신 분들을 경건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모셨다.
모싼메이는 비록 고집쟁이지만 낳아주신 부모도 모르고 친척에게도 버림받은 샤오원에게 정이 들어 입양까지 생각한다. 그러나 미혼 신분으로는 입양할 수 없다는 말들 듣고 직장 동료에게 부탁하여 입양하게 되어 결국 함께 살게 된다. 어느 날 모싼메이가 주문해 보관해놓은 고급 납골함에 샤오원이 색연필로 화려하게 그림을 그렸다. 모싼메이는 납골함이 엉망이 되어 사죄하고 배상하려 했지만, 뜻밖에도 부부는 자신들의 딸과 또래인 샤오원이 그려준 그림에 화를 내지 않고 도리어 만족해하며 특별한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뻐했다.
모싼메이는 부동산과 장의사를 처분해서 여자친구와 함께 유아용품점을 열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고 결혼할 것이라며 떠났다. 그리고 어느 날 그녀는 남편이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하여 장례를 치러야 하는데 맡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모싼메이를 찾아왔다. 모싼메이는 내키지 않아 거절하였지만 아버지 라오모의 뜻에 순종하여 근육, 골격, 사지, 오장육부 등 순서대로 시신을 염하고, 어지럽히면 절대 안 된다는 아버지의 엄격한 지시에 따라 장례 절차를 진행했다. 아버지는 장례도 죽음처럼 평등해야 하며, 모든 이에게 예를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동안 샤오원은 스스로 아빠도 엄마도 없이 돌에서 깨치고 나왔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모싼메이와 함께 살면서 샤오원은 유치원에서 자신의 아빠는 별을 심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늘에 있는 별 하나하나는 우리를 사랑했던 사람들이다.” 이 장면은 장례지도사인 모싼메이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또한 부녀의 정을 느끼게 해준다.
샤오원은 손목시계를 차고 외할머니의 사진을 보며, 할머니의 목소리 녹음을 자주 들었는데 손목시계가 고장이 나고 말았다. 모싼메이는 고장이 난 손목시계에서 간신히 할머니의 목소리를 뽑아내서 장난감에 넣어 선물해 주었다.
영화 후반부에 샤오원의 엄마가 갑자기 나타난다. 모싼메이는 친엄마의 요구에 고민하다가 잠자는 샤오원을 택시에 태워 엄마에게 보냈다. 그러나 샤오원이 모싼메이를 다시 찾아오자 하는 수 없이 샤오원의 엄마에게 함께 장례일을 도와줄 것을 요청하고 샤오원에게 새로운 가정을 꾸려주면서 해피엔딩의 가족드라마로 끝난다.
중국 정부가 지향하는 중국 사회의 취지에 걸맞은 이 영화는 2023년 5월 제19회 중국영화제 화뱌오장(华表奖, Huabiao Film Awards)에서 우수 청년 창작상을 수상했다. 이는 중국 정부에서 인정하고 수여하는 상으로 중국영화제의 삼대 영화상 중의 하나이다.
이 영화를 보면 이런저런 영화들이 떠오른다. 이 영화처럼 장례지도사를 다룬 영화 중에 명작으로 미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던 일본 영화 《굿바이, Departures(2008)》를 꼽을 수 있다. 첼리스트로 활동하던 남자주인공이 장례지도사로 새로운 삶을 겪게 되는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중화권에서 《천국에서의 일주일(父后七日, Seven Days in Heaven(2010)》은 제47회 대만 영화제 진마장(金馬獎)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주인공 딸이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는 7일간을 통해 대만의 장례문화를 잘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2021년 드라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는 유품정리사라는 가상의 직업을 통해서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었다. 이 드라마 속 삼촌의 건달 같은 모습은 모싼메이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이 영화는 《우견아랑(阿郎的故事, All About Ah Long)(1989)》이나 《천생일대(天生一對)(1984)》를 떠올리게 한다. 남자주인공은 건달 같은 생활을 하다가 자식에 대한 정을 알게 되어 새로운 삶을 사는 모습을 담은 영화들이다. 1970-80년대 대만과 홍콩 영화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었던 소재이다.
두치펑(杜琪峰)이 연출한 홍콩영화 《우견아랑》은 불법 오토바이 경기를 하다가 형을 살다가 교도소에서 출감해, 고아원에서 아들을 찾아와 부자간 갈등을 회복하고, 정을 쌓으려 노력하다가 비극적 결말을 맞는 가족 이야기이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바이징뤠이(白景瑞)가 연출한 대만 영화 《재견아랑, 再見阿郞, Goodbye Darling(1970)》에서 영감을 얻었다.
1984년 주옌핑(朱延平) 감독이 연출한 《천생일대》는 굶주림에 허덕이는 거리의 부랑인이 거지 아이를 돌봐주고, 시각 장애인 여자가 눈을 뜨게 도와주는 이야기이다. 주옌핑 감독은 2012년 다시 메가폰을 잡아 《신천생일대(新天生一對)》를 연출했다. 헤어진 여자친구가 오랜만에 나타나 모터사이클 선수 남자 주인공에게 어린 아들을 맡기고 떠나면서 부자의 정을 새삼 알게 된다. 미성숙한 인간이 가족의 정인 천륜을 넘어서 흐르는 사랑을 알아가면서 성장한다. 그중에는 희생과 죽음도 동반하였다.
이 영화는 신인감독의 감수성과 진솔함이 잘 묻어나고, 남우주연상을 받은 주이롱(1988- )의 연기가 돋보인다. 주이롱은 우한 출신으로 베이징영화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였다. 준수한 외모에 예전의 연기에서 벗어나 모싼메이라는 건달의 연기를 잘 소화했다. 샤오원이 마음을 열어서 그를 아빠로 여기는 장면,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목소리를 샤오원에게 다시 들려주기 위해서 애쓰는 모습은 신파극처럼 관객을 눈물을 짓게 한다. 이러한 장면들은 어쩌면 식상하고 어디서 본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알고도 눈물짓는 이유는 그리움일 테다. 돌아가시고 나서 가족의 정은 더욱 끊기 어렵다. 평소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주고 가신 분에 대한 상념은 특히 그렇다.
사진 출처 | 바이두 김영철 | 한양대학교 중국학과 교육전담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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