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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4.3 통권 248호     필자 : 석은혜 프린트   이메일 
[신조어로 보는 중국 사회]
‘쿵이지(孔乙己)’로 살아가는 중국 젊은이들

최근 중국 젊은이들에게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신조어는 ‘쿵이지(孔乙己)’와 ‘쿵이지 문학(孔乙己文学)’이다. 어떻게 이 신조어가 만들어졌으며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2023년 1월 말, 중국의 글로벌 숏폼(Short-form) 모바일 비디오 플랫폼인 ‘틱톡(抖音: 더우인)’에서 취업을 하지 못한 중국 젊은이가 자조 섞인 말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학력은 성공을 위해 밟고 올라설 디딤돌일 뿐만 아니라 내가 내려올 수 없는 높은 발판이며, 벗을 수 없는 쿵이지의 장삼(품과 소매가 넓고 길이가 긴 웃옷)이다” 이 말은 많은 중국 청년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나오는 쿵이지라는 단어는 젊은 네티즌들에 의해 재구성되어 쿵이지 문학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중국 젊은이들이 쿵이지 문학이라는 인터넷 플랫폼에 취업하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풍자한 글을 올리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2023년 2월 25일, 쿵이지 문학의 인터넷 조회수는 1억 건을 기록했으며, SNS의 핫 검색어에 올랐다. 최근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쿵이지 문학은 대학 졸업장에 얽매여 일자리를 고르는 눈만 높아져 취직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스스로를 루쉰(魯迅)의 소설 속 주인공 쿵이지에 빗대 자조하는 것이다.

《쿵이지(孔乙己)》는 《아Q정전(阿Q正傳)》, 《광인일기(狂人日记)》등을 쓴 중국의 문학가 루쉰이 백화(白话)로 쓴 단편소설이다. 중국 교과서에 실려 있기 때문에 중국 젊은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소설이다. 쿵이지는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으로 가상인물이다. 1919년 4월, 루쉰은 〈신청년(新青年)〉제6권에 이 단편소설을 발표했으며, 1923년 자신이 간행한 현대소설집 《나한(呐喊)》에도 수록하였다. 이 소설은 청나라 말기 과거에 급제하지 못한 쿵이지이라는 인물을 통해 과거제도의 폐단과 육체노동을 수치로 생각하여 굶어 죽을지언정 신분을 낮추어 육체노동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유교사상을 비판하고 있다. 봉건제도 밑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심한 박해를 받은 쿵이지 같은 하층 지식인들이 봉건제도의 희생물이 되어 가면서도 끝내 각성하지 못하고 비참하게 일생을 마감한다는 것을 꾸짖고 있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무감각하며 오히려 그것을 웃음거리로 삼아 즐기는 중국인들의 국민성에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 소설의 대강의 줄거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쿵이지는 유학을 기반으로 한 관료 선발제도인 과거시험에 목숨을 걸었다가 몰락한 지식인이다. 그는 사서삼경 같은 고전을 읽는 것과 붓글씨를 쓰는 것 외에는 다른 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과거에 급제하지 못한 쿵이지는 자신의 생계조차 영위할 수 없는 가난뱅이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나 쿵이지는 선비를 상징하는 긴 소매의 장삼 입는 것을 고집하였다. 그는 주점에서 탁자에 앉아 술을 마실 돈조차 없어서 늘 서서 술을 마셨다. 쿵이지는 붓글씨로 남의 책을 베껴주고 푼돈을 받는 것 외에는 수입이 없어 매우 가난했지만 체면 때문에 육체노동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는 생계를 위해서 도둑질까지 하게 되었지만 낡은 장삼을 벗지 않았다. 그는 “책을 훔치는 것은 도둑질이 아니다”라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으며, 말을 할 때는 지식인을 상징하는 문어체로 하여 주변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다. 또한 그는 체면을 중시하였기 때문에 도둑질보다는 외상 장부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을 참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외상값은 미루지 않고 갚았다. 이후 그는 어떤 영감 집에 가서 도둑질을 하다가 다리가 부러지고 만다. 어느 날 거적때기를 끌고 거지꼴로 나타난 그는 남은 돈으로 술을 사서 마신 뒤 어딘가로 사라져 생사를 알 수 없게 된다.

쿵이지 문학은 중국 청년세대가 루쉰의 소설 속 쿵이지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시작되었다. 중국 젊은이들은 대학 졸업장의 굴레를 벗어 던지지 못하고 저임금 자리를 거들떠보지 않는 스스로의 처지를 표현하는 것이 쿵이지 문학이다. 그들은 쿵이지 문학을 통해 대학을 졸업했지만 원하는 직업을 찾지 못해 겪는 어려움과 고민을 털어놓고 있다. 쿵이지 문학의 특징은 진정성, 소박함, 평범함, 따뜻함 그리고 인도주의이다. 이 문학은 사람들의 실제 생활과 내면세계를 보여주는 한편 인간미와 감성, 서로의 협력을 강조한다. 이 문학의 문체는 화려한 수사와 예술적 표현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디테일과 평범한 인물들을 통해서 인간성과 사회적 문제를 보여준다. 또한 독자들로 하여금 소외계층들이 처한 상황에 주목하고 사회 발전과 진보를 고민하도록 안내한다.

“내가 바로 장삼을 벗지 못한 쿵이지와 다름없다는 걸 깨달았다.”
“사람들은 쿵이지를 보고 비웃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가 쿵이지다.” 
“학교 다닐 때는 쿵이지를 비웃었는데, 오늘날 내가 ‘장삼을 못 벗는 쿵이지’가 되었다.” 
“내가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다면 마음 편히 공장에서 나사를 돌렸을 텐데.”
“차라리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다른 일을 찾을 수 있었을 텐데, 하필이면 대학 공부를 하는 바람에.”

위 글은 쿵이지 문학에 실린 글로 중국 젊은이들은 쿵이지의 벗을 수 없는 긴 장삼이 바로 자신의 고학력 졸업장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이 소설을 교과서에서 배운 청년들은 어린 시절에는 ‘봉건 시대의 상징’이던 쿵이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이켜 보니 현재 자신의 모습이 어느새 그때 비웃었던 쿵이지의 모습과 같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중국 젊은 세대의 모습을 잘 반영한 ‘네이쥐안(内卷: 질적 성장 없는 소모적인 경쟁)’, ‘탕핑(躺平: 의욕을 잃고 드러눕다)’, ‘룬쉐(润学: 해외로 이주하는 지식)’에 이어 쿵이지 문학 등은 중국 경기 부진과 경제 성장 둔화, 치열한 경쟁 사회에 내몰린 중국 청년들의 무기력감과 불안감을 반영한 신조어다. 

각종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의 대학 졸업 예정자는 무려 1158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82만 명이나 늘어나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더구나 해외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중국 내에서 일자리 찾고자 하는 유학생 규모도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밝힌 2023년 도시 일자리 창출 목표는 약 1200만 개인데 취업해야 할 도시 구직 인력은 1662만 명에 달한다. 일자리 창출 목표를 달성한다고 해도 400만 명 넘는 사람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셈이다. 과거 초고속 성장을 이루었던 중국의 성장 속도가 점점 둔화되면서 대학 졸업생을 비롯한 청년들의 구직난은 가중되고 있다. 

2022년 중국의 대학 졸업생 규모는 1,076만 명이었는데 최대 취업 시즌이었던 3∼4월 취업률이 46.7%에 불과했다. 2021년 취업률 62.8%보다 무려 16.1% 포인트가 떨어졌다. 중국 최고 명문대학이라고 불리는 칭화대학조차 2022년 10월 기준 졸업생 8천여 명 가운데 62.6%만 취업했고, 이 중 정규직 취업자는 52.5%에 그쳤다. 중국 국무원이 2022년 말에 발표한 고용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14차 5개년 계획 기간인 2021~2025년까지 15~24세 청년 인구는 약 1억 4000만 명이며, 이 중 2422만 명의 청년들이 취업 대기 상태에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실제로 2023년 2월 중국 청년(16~24세) 실업률은 18.1%로, 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청년 5명 중 1명은 직장이 없다는 뜻이다.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청년 실업률(12.8%)을 훨씬 웃돌고 있다.

중국 고용시장이 위축된 이유는 코로나19로 경제 성장세가 둔화된 데다가 2022년 말까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고강도 봉쇄형 방역 정책을 장기간 지속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정부가 인터넷, 부동산, 교육 등 방면에서 각종 규제 단속을 강화하면서 경영난에 빠진 기업들이 일자리 감축에 나섰기 때문이다. 2022년 8월, 중국 통신기업인 화웨이(华为)는 글로벌 경제가 쇠퇴에 직면하고 소비력이 하강하는 상황에서 생존을 가장 주된 강령으로 삼아야 한다며 강도 높은 사내 구조조정을 촉구했다. 메이퇀(美团), 바이트댄스(字节跳动), 알리바바(阿里巴巴), 텐센트(腾讯) 등 인터넷 기업도 지난해 신규 채용 인력을 줄이거나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중국 구인구직 사이트에 따르면 중국 각 업종의 100개 이상의 주요 기업 중 약 60%가 대졸자 채용을 줄이고 아예 신규 채용을 중단했다. 이것이 바로 중국 청년들이 과거 구시대의 산물이라 비웃었던 쿵이지의 처지가 오늘날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스스로를 비하하고 자조하며 무기력증에 빠진 배경이다. 
 
중국 젊은이들의 취업난이 사회 문제가 되고, 무기력증에 빠지자 중국 관영매체까지 나서서 쿵이지 문학을 경계하면서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학력에 얽매이지 말라’며 청년들을 북돋우고 있다. 2023년 3월 16일 중국 국영중앙텔레비전(CCTV) 인터넷판은 ‘쿵이지 문학 배후의 초조함을 직시하라’는 제목의 평론을 게재하며 “쿵이지의 삶이 몰락한 것은 공부를 해서가 아니라 지식인의 허세를 버리지 못하고 노동으로 자신의 처지를 바꾸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또한 “일시적인 어려움은 평생의 어려움을 의미하지 않는다. 미래는 청년들의 것이며, 희망은 청년들에게 주어졌다. 쿵이지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고 오늘날의 청년들은 절대로 쿵이지처럼 장삼에 얽매이지 말라”고 하였다.



또한 중국 공산주의청년단(共青团)의 중앙위원회에서도 평론을 게재하였다. “만약 우리 생각 속에 ‘벗어 버릴 수 없는 장삼’ 때문에 부담이 여전이 남아 있고, ‘장삼’에 얽매여서 개인의 자아발전이 가로막혀 있다면, 아마도 허리를 굽혀 부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없을 것이다. 바짓가랑이를 걷어붙이고 현장에 나가길 꺼린다면, 광활한 세상에서 질적 성장을 실현하고 취업을 할 수 있는 필연적인 활로를 놓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우리는 어떤 시대환경에 있든지 간에, 사람은 항상 어려움을 겪지만, 어려움 앞에서 요구 사항을 줄이고 우회해야만 한다. 자신을 포기하고 바로 드러누울 것인지(躺平), 아니면 어려움을 맞닥뜨리고 자신을 이겨낼 것인지, 지금 모든 젊은이들은 선택의 용기와 끈기를 시험당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청년들의 도전 의식을 일깨웠다.


하지만 취업난에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중국 청년들에게 이것은 ‘공허한 구호’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 청년들은 “어렸을 적에는 ‘장삼을 입어야 한다(대학을 가야 한다)’고 가르치더니, 성년이 되자 장삼에 얽매이지 말라고 한다”면서 분노했다. 어떤 젊은이는 “루쉰이 소설 쿵이지에서 비판한 것은 사회 악습인데, 오늘날 중국 관영매체는 쿵이지가 개인의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늘날 청년 취업난은 중국 경제가 불황에 빠져 고용시장이 악화한 사회의 구조적 문제인데, 오히려 학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청년 개인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관련 매체를 비판한 것이다.

중국 정부도 청년 실업난을 해소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고 있기는 하다. 공무원이나 국유기업의 채용 규모 확대, 창업과 탄력 고용 지원, 농촌지역 대졸자 우대 혜택 제공, 석박사생 모집 확대 등이다. 한때 중국 청년세대를 대표하던 1990년대 이후 출생한 사람들은 초고속 경제 성장기의 열매를 향유하면서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 때로는 지나친 국수주의자라고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가 겪고 있는 현실은 그때와 훨씬 다르다. 쿵이지 문학이 상징하는 중국 청년세대의 좌절과 무력감이 앞으로 중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자. 그리고 과연 중국 정부의 청년 실업난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들은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 주목해 보자. 






사진 출처 | 바이두
석은혜 | 본웹진 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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