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중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6세대 감독인 왕샤오솨이(王小帅, 1966- )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로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았다. 2020년 제14회 아시아필름어워즈에서 최우수 감독상,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 제32회 중국영화제 진지장(金鸡奖)에서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왕샤오솨이는 2001년 《북경자전거(十七岁的单车, Beijing Bicycles)》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하여 국외에 이름을 널리 알렸다. 왕샤오솨이는 예술영화를 고집하던 이전의 태도와는 달리 《나의 아들에게》는 상업성을 고려하여 3시간 미만으로 편집하였다. 1980년대 베이징에 사는 세 가정의 이야기가 주축을 이룬 이 영화는 류야오쥔(刘耀军, 王景春 분)과 왕리윈(王丽云, 咏梅 분) 부부, 리하이옌(李海燕, 艾丽娅 분)과 선잉밍(沈英明, 徐程 분) 부부, 연인인 가오메이위(高美玉, 李菁菁 분)와 장신젠(张新建, 赵燕国彰 분) 등 이들이 살아가는 삶을 조명한다.
리하이옌의 아들 초등학생 선하오(沈浩, 杜江 분)는 류야오쥔의 아들 류싱(刘星, 王源 분)을 데리고 댐 근처로 놀러 간다. 마침 물놀이를 하고 있는 친구들을 본 선하오는 물을 무서워하는 류싱에게 같이 물놀이를 하자고 떼를 쓴다. 그러다 류싱이 물에 빠지는 사건이 벌어지고 만다.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 류씨와 선씨 집안 그리고 동네 사람들이 달려갔다. 류야오쥔은 류싱을 업고서 기찻길 터널을 지나 병원으로 달려보았지만 이미 소용이 없었다. 그날 이후 형제처럼 지내 온 두 집안은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었고, 아들을 잃은 류야오쥔 부부는 떠날 결심을 한다. 하이난(海南)에서 다시 푸젠(福建)의 어촌 마을로 와서 수리점을 차린다. 세월이 지나 리하이옌은 출산을 앞둔 며느리를 둔 할머니가 되었고, 뇌종양 투병 중인 그녀는 머지않아 세상을 떠날 것을 직감하고 자신의 마지막 생일에 류야오쥔 부부를 초청하기로 한다. 결국 몇십 년 만에 옛집으로 돌아온 류야오쥔 부부와 두 집안은 재회하게 된다.
선하오와 류싱은 생년월일도 같아서 생일파티도 함께했고, 류야오쥔과 선잉밍도 친형제처럼 지냈었다. 그러나 류싱의 익사 사고 후에 모든 것은 달라졌다. 선잉밍은 아들의 목숨을 내놓겠다며 사죄한다. 하지만 류야오쥔은 선잉밍에게 다시는 선하오에게 류싱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어떤 보상 행위도 한 사람의 목숨을 되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류야오쥔과 왕리윈 부부는 같은 국영기업의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류야오쥔은 아내 왕리윈이 둘째를 임신한 사실을 알고 다른 곳으로 이주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공장 관리자인 부주임 리하이옌은 왕리윈이 둘째를 임신한 사실이 알려지면 자신부터 다른 직원들과 공장까지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염려하여 사람을 몰래 불러서 왕리윈을 병원에 데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류야오쥔은 심하게 저항하면서 사람들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사람들의 힘에 제압당하고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 주먹으로 벽을 내리친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고분고분하게 병원으로 따라간 그는, 아내가 낙태 수술을 받다가 심한 출혈로 인해 더 이상 임신할 수 없는 사실에 맞닥뜨리게 된다.
개혁개방의 도도한 흐름 속에 국영기업은 감원을 단행하고 공장 간부는 모든 직원 앞에서 해고자 명단을 호명했다. 왕리윈의 이름도 해고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장신젠은 서양에서 유행하는 노래와 춤을 추다가 철창신세를 지고 정신 개조의 명을 명받는다.
류야오쥔과 왕리윈은 오랫동안 생활하던 곳을 떠나 푸젠 어촌 마을에 정착해 수리점을 운영한다. 양자를 들여 류싱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양자 류싱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을 놀려대는 반 친구의 휴대용 카세트를 훔쳐서 자신의 침상에 숨겼다. 류야오쥔은 이를 발견하고 힘으로 훈계하려 들자 류싱은 가출해 버린다. 류싱을 찾지 못하자 류야오쥔과 왕리윈 부부는 신문에 사람 찾는 광고를 낸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류싱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 친구들과 함께 와서 자신의 신분증을 요구한다. 류싱과 그의 친구들을 정성껏 대접한 부부는 아들이 남아주기를 바랐지만 류싱이 떠나려고 하자 류야오쥔은 가진 돈을 아들의 손에 쥐어주면서 저우융푸(周永福)라는 이름의 신분증도 돌려준다. 앞으로 성인으로서 직업도 가지고 바르게 생활하라고 당부했다. 부부는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외로운 날들을 보낸다.
어느 날 우연히 류야오쥔은 선잉밍의 여동생 선모리(沈茉莉, 齐溪 분)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받는다. 선모리는 류야오쥔의 지도 아래 공장에서 실습생으로 있다가 대학에 입학했었다. 그녀는 토플 시험을 보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기 전에 류야오쥔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왔다. 그날 두 사람은 밤을 함께 보낸다. 선모리는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자 아이를 낳기 위해 유학을 포기하겠다고 한다. 이는 과거 오빠의 아들인 선하오의 잘못으로 류야오쥔의 아들인 류싱을 잃은 것에 대해 보상하겠다는 심리다. 류야오쥔은 아이를 낳는 것 역시 자신의 아내와 선모리, 그리고 미래의 자식에게 죄를 짓는 것으로 생각해 거절하였다.
선모리는 오빠 선잉밍의 아들 선하오로 인해 류야오쥔에게 죄의식을 느꼈다. 부동산사업으로 성공한 선잉밍도 류야오쥔 부부가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면 그들에게 집을 선사하겠다고 했었다. 리하이옌은 이 세상에서 마지막 생일을 병원 침대에 누워서 보내며, 류야오쥔 부부에게 용서를 구했다.
의사가 된 선하오는 류야오쥔 부부가 살던 옛집에 찾아와서 자기의 잘못으로 류싱이 죽었다고 사죄한다. 오랫동안 억눌렸던 감정을 놓아주지 못하고 있던 선하오, 류야오쥔 부부는 담담한 심정으로 위로하고 용서했다. 그리고 선하오의 아내가 낳은 아들도 기꺼이 축하해 주었다.
류야오쥔과 왕리윈 부부, 선잉밍, 가오메이위와 장신젠 부부 등 여러 사람이 선하오 아내의 출산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 그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류야오쥔은 아파트 베란다로 나가서 낮은 목소리로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류싱의 전화를 받는다.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부부는 번갈아 류싱과 통화하며 얼른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하였다.
권위주의 시대 가해자와 피해자는 불분명하고,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강한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선 씨 집은 류 씨 집에 대한 가해자로 보이지만 산아제한 정책의 비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리하이옌은 비극적인 인물로 2012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모옌(莫言)의 소설 《개구리》에 등장하는 산아제한 정책의 선봉에 있던 산부인과 의사 고모 완신(万心)과 교차한다. 영화는 개혁개방 40주년 즈음한 2019년에 상영하여, 개혁개방 시기 산아제한 정책과 국영기업의 실업 문제 등 다양한 사회 현상을 다루었다.
이 영화에서 스코틀랜드 민요인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 연주곡이 여러 번 흘러나온다. 죽은 이와 이별뿐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과 이별 장면에서도 나온다. 영화의 영어 제목은 아들과 영원한 이별을, 중국어 제목은 영원성을 부각한다. 이 영화의 자식을 상실한 이야기는 장이머우의 영화 《원세컨드》를 연상시킨다. 어두운 시대에 부모로서 자식을 지켜줄 수 없는 무기력한 비극을 그려냈다. 특히 대를 잇는다는 전통사상의 영향을 깊게 받은 세대에게는 더욱 뼈아플 수 있다. 류야오쥔의 휴대전화 벨소리는 모차르트의 교향곡 제40번이다. 애수의 멜랑콜리가 느껴지는 멜로디로 극적 분위기를 잘 연출해주었다.
중국 정부는 2021년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1가구 3자녀 정책을 시행하였다. OECD 국가 중 저출산 1위 국가인 한국은 임신·출산·육아 지원 정책들을 쏟아 내고 있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듯하다. 한국 국회와 정부가 법안을 통해 많은 규제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들린다. 무절제한 통제는 개인과 사회의 유연성을 축소한다. 리하이옌은 평생 죄책감에 시달렸고 아들 선하오 또한 오랫동안 침묵하였다. 개인과 가정이 한 시대의 아픔을 침묵으로 대신한 것이다.
사진 출처 | 바이두 김영철 | 한양대학교 중국학과 교육전담교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