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어려워! 결혼이 힘든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매일반이다. 남녀가 서로 사랑으로 인해 맺어지는 것만을 결혼이라 한다면 그것은 현실을 떠난 소설 속에서나 있을 수 있는 순진한 생각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결혼에도 돈이 개입된다고 믿는 것이 세상사를 사는 현실적인 판단일 수 있다. 돈이 있어야 결혼도 한다는 생각은 세속적이고 자본주의의 계산된 결혼 풍속 같지만 현대 중국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에서는 신랑이 신부 측에 ‘차이리(彩礼)’라 부르는 지참금이나 예물을 주는 풍습이 있다. 처음에는 농촌을 중심으로 노동력 상실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신랑이 신부집 살림에 보태쓰라고 얼마간 보조해주는 정도의 수준에 지나지 않았고, 대부분의 ‘차이리’는 서로의 경제 수준에 맞게 타협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대륙 차원의 문제로 불거지는 일은 드물었다. 그런데 중국의 경제가 성장하고 주변에서 적지 않은 지참금이 오가는 모습을 보면서 차이리의 규모가 커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결혼 당사자들에게 지참금 문제가 결혼 성사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금년 2월에는 결혼을 앞둔 한 남성이 50만 위안(약 9900만 원)의 지참금을 요구하는 장모로 인해 처가 식구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인터넷에 공개되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지참금을 줄 형편이 안되는 예비 신랑을 앞에 두고 처가 사람들이 신부를 끌고 가자 화가 난 예비 신랑이 달려드는 장면이 고스란히 화면에 담겨 있었다.
허난(河南)성 상추(商丘)시에 사는 한 남성은 ‘지참금 18만 위안을 돌려주세요. 힘들게 번 돈입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을 자동차에 걸고 시위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결혼 적령기를 넘긴 남성이었던 그는 중매인의 소개로 젊은 여성을 소개받은 지 한 달 만에 결혼을 마음먹고 대출까지 받아가면 거액의 지참금을 건네주었다. 그러나 젊은 여성은 결혼을 거부했고 지참금도 돌려주지 않았다. 화가 난 남성은 17만9천 위안(약 3550만 원)을 돌려달라는 반환소송을 걸었지만, 여성 측이 돌려줄 기미를 안 보이자 시위에 나서게 되었던 것. 중국의 민법에는 혼인을 빌미로 금품을 주고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서 여성 측이 이를 악용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과 더불어 지참금 존속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중국을 뜨겁게 달궜다.
풍속인가 한몫 챙기긴가? 텅쉰뉴스(腾讯新闻)에 따르면 지역별로 차이리의 격차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기준으로 가장 많은 차이리가 오간 곳은 저장성으로 약 18만3000 위안(3635만 원)이었고, 헤이룽장성(15만2000 위안)과 푸젠성(13만1000 위안)이 그 뒤를 이었다. 하이난(1만1000 위안)과 지린성(2만8000 위안) 같은 곳은 상대적으로 차이리 부담이 덜한 곳이었다. 흥미롭게도 베이징(6만3000 위안)과 상하이(7만2000 위안) 같은 대도시 지역의 차이리가 상대적으로 낮아서 농촌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낮고 전통적인 관습의 영향을 덜 받는 지역일수록 차이리가 비교적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차이리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 차이리의 역사적 근원을 바라보는 생각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유교의 전통으로 비롯된 혼인 예절이 변질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한나라 때 쓰여진 것으로 알려진 《예기(礼记)》의 〈빙례(聘礼)〉편에 기록된 사항을 바탕으로 실행된 정혼(订婚)제도에서 차이리 전통의 시작을 엿볼 수 있다. 정혼은 중간에 혼사가 깨어지지 않도록 혼인을 확약하는 일로써 예비 신랑과 신부 측이 사주단자(四柱单子)를 뜻하는 경첩(庚帖)을 교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처음에는 붉은 종이에 쓴 사주단자를 보냈지만, 중매인을 통해 경첩이 오갈 때 약간의 음식이나 예물을 함께 보내기 시작하면서 차이리의 모양새를 보여주는 빙례가 시작되었다. 혼인의 대상이 되는 가족들 가운데는 물건보다는 현금을 좋아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빙금(聘金)이라 하여 돈을 보내는 일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유교문화권에서 현금을 보내는 일은 마치 돈으로 사람을 사는 것과 같은 인상을 주기 십상이어서 처음부터 일반화하지는 않았었다.
차이리의 또 한 가지 연원은 문화인류학적인 고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의 문화인류학계는 지참금 관습의 시작을 원시적 공동사회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부일처제의 결혼제도가 정립되기 이전의 공동사회에서 생산의 주도권을 가진 남성은 자신의 재산을 물려줄 수 있는 자식을 낳을 수 있는 여성에 대한 독점권을 행사하기 원했고, 이를 인정받기 위해서 여성 측에 재산의 일부를 넘기는 원시적 차이리가 생겨났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대 중국 사회에서 차이리가 근절되지 않은 결정적 이유는 중국의 인구변화 때문이다. 2000년 인구 조사 결과 첫째 아이 출생 성비는 여자 100명당 남자 107.1명이었는데, 둘째 성비는 남자가 무려 151.9명이나 되었다. 한 명만 낳을 수 있는 시절에도 남초현상이 두드러졌는데 둘째 아이에 이르러서는 아들을 낳기 위해 계획된 출산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뜩이나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남아에 비해 여아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현실은 여성에게 지불해야 하는 지참금을 올려놓았고, 결혼 적령기에 다다른 남성들 가운데 지참금을 마련할 수 없는 사람들은 결혼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중국에서는 결혼 적령기를 지나 혼인의 경험이 없는 채로 나이를 먹고 있는 ‘남겨진 남자’란 뜻의 셩난(剩男) 수가 2019년 현재 4천4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결혼을 위한 혼수품 3가지(三大件), 즉 집과 차 그리고 지참금을 준비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여성을 원하는 남성의 수에 비해서 여성의 숫자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잔인하게 적용되는 사회가 지금의 중국이다. 일부 노총각들은 차이리의 절반도 안 되는 돈을 주고 캄보디아 등에서 납치된 신붓감을 사는 일도 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법을 지키면서 동남아시아 등 타국에서 신부를 수입할 만큼 높은 경제력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시간이 갈수록 셩난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독교가 들어갈 수 있는 틈새의 발견 여성이 귀한 중국에서 신부에게 지참금을 주는 차이리가 결국 결혼에 대한 포기로 이어진다면 당연히 가까운 미래에 중국의 인구는 감소세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중국 당국도 차이리를 단순한 관습이나 전통으로 보지 않고 사회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는 추세다.
2022년 9월, 중국 농업농촌부와 공산당 조직부 등 8개 부서는 과도한 차이리로 발생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가의 결혼 지참금 등 농촌풍속 개혁 업무방안’을 발표했다. 주로 농촌에서 벌어지는 과도한 차이리에 대해서 규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관습과 전통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차이리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대응방안과 더불어 의식의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의 교회는 기독교의 결혼관을 전파하는 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미혼남녀들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결혼예비학교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뿐만 아니라, 왜곡된 풍습을 이기는 진정한 사랑의 가치가 실현되는 결혼에 이르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결혼과 가정이라는 제도를 만드신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도록 만들 수 있다면 중국 사회의 여러 고민을 동시에 해결할 수도 있지 않을까.
사진 | 바이두 강진구 | 고신대 국제문화선교학과 교수, 영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