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여성 감독 롼펑이(阮凤仪 1990-)가 각색과 연출을 맡은 첫 장편영화이다. 이 영화는 제58회 대만영화제 진마장(金马奖) 신인감독상, 제3회 대만 영화인협회 각본상, 제40회 홍콩영화제 진상장(金像奖) 최고 아시아 화어(华语)영화상을 수상했다.
30대 초반의 젊은 감독 롼펑이는 1997년 7살 때 어머니, 여동생과 미국 오리건(Oregon)주로 이주하였다가 어머니가 암 진단을 받자 6년 만에 귀국하였다. 감독은 이 영화에 자신의 이민과 귀국에 대한 경험을 담았다. 그녀는 국립대만대학교 중국어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AFI(American Film Institute: 미국영화연구소)에서 영화창작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영화에서 왕리리(王莉莉, 林嘉欣 분)는 미국에서 이민생활을 하던 중 유방암에 걸리자 치료를 위해 두 딸과 함께 대만으로 귀국한다. 큰딸 량팡이(梁芳仪, 方郁婷 분)는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학우들에게 미국 소녀라고 불리며 따돌림을 당한다. 량팡이는 걸핏하면 부모에게 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떼를 쓴다. 게다가 이즈음 사스-코로나바이러스(SARS coronavirus, SARS-CoV)가 유행하여 여동생 량팡안(梁芳安, 林品彤 분)은 감염이 의심되어 병원에 격리되어 검사를 받는다.
최근 중화권에서는 코로나19 관련 영화들이 속속 제작되고 있다. 중국의 《중국의사(中国医生)》, 홍콩의 《사랑은 격리 중(总是有爱在隔离, All U Need Is Love)》, 대만의 《폭포(瀑布, The Falls)》와 본 영화가 주목을 받았다.
낯선 고향 영화의 시작은 왕리리가 두 딸을 데리고 미국에서 귀국하여 남편과 재회하는 장면이다. 왕리리는 딸에게 아빠와 대화할 때 영어 말고 중국어로 말하라고 요구한다. 큰딸 량팡이는 “지금 미국은 몇 시지?”라고 묻는다. 량팡이는 늦은 시간임에도 인터넷 채팅을 하며 미국에 있는 친구 제시가 승마캠프에 참가하는 것을 부러워한다. 엄마는 대만의 시간에 맞춰 생활하라고 잔소리를 한다.
아빠 량쫑후이(梁宗辉, 庄凯勋 분)는 정성껏 식사를 준비해주지만, 미국 음식이 익숙한 두 딸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량팡이는 긴 머리를 잘라 단발머리를 하고 중학생 교복을 입고 등교한다. 아빠는 딸에게 예쁘다고 말하지만, 그 말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고 자신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화가 날 뿐이다.
량팡이는 노트필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친구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수업이 끝나는 종소리가 울리자 책가방을 챙기려 하는데 친구들과 선생님은 따가운 시선을 보낸다.
학생들은 량팡이에게 “넌 미국 사람 아냐? 영어를 왜 공부해?”라고 놀린다. 미국에서 귀국한 조기 유학생은 미국 소녀라 불리며 고향에서는 낯선 사람이 되어 버렸다. 수학 선생님은 점수가 “52점이면 미국에서는 합격이니?”라고 말하며 미국에서 우수생이던 량팡이를 비웃고, 회초리로 1점에 2대씩 손바닥을 때렸다. 엄마 왕리리는 학부모 회의에 참석한다. 옆에 앉은 학부모는 량팡이 때문에 자신의 딸 성적이 내려가고 놀기를 좋아하게 되었다며 자신의 딸과 어울리지 말아 달라고 말한다. 왕리리는 성적이 우수해야만 친구가 될 자격이 있냐며 따지고, 그런 친구는 자신의 딸에게도 필요 없다며 맞받아쳤다.
죽음의 공포 왕리리는 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귀국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화학치료로 인한 공포감에 시달리고, 죽음을 입에 달고 삶을 포기할 생각을 한다. 왕리리는 자신이 죽으면 그만이라고 여긴다. 엄마의 어두운 그림자는 감염병처럼 온 가족에게 드리운다. 막내딸은 언니에게 “엄마 죽는 거야?”라고 물으며 엄마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심지어 자신이 유방암에 걸리는 꿈을 꾸기도 한다.
국어 선생님의 격려로 량팡이는 웅변대회에 참가하기로 한다. 강연 원고에 “이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되고 싶지 않는 사람은 나의 엄마이다. 엄마가 약해지면 나도 약해지고, 엄마가 두려워하면 나도 두려워진다”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엄마가 없는 세상 또한 두렵기는 마찬가지이다.
량팡이는 ‘엄마가 암에 걸리지 않았다면 우리는 미국에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마저 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모든 일은 너희를 위해서야”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자녀는 부모 자신을 위해서 한 것이라고 여긴다. 이민과 귀국 모두 엄마가 결정하였다. 량팡이는 엄마의 질병과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미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에 크게 좌절한다.
자유라는 이름의 도피 과거 량팡이는 엄마와 같이 미국 이민과 유학의 꿈을 꾸었다. 량쫑후이는 “만일 정말 미국에 가고 싶다면 가난해서 걸칠 옷이 없게 되어도 보내줄게 하지만 도피로 가는 거라면 어디를 가도 매한가지야”라고 말했다. 이후 아내와 두 딸을 미국으로 보낸 기러기아빠 량쫑후이는 대만에서 중국을 오가며 사업을 했다.
이제 대만으로 돌아와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량팡이는 부모에게 반항하고 학교생활도 적응하지 못한다. 량팡이는 pc방에 가서 미국에 있는 친구와 인터넷 채팅을 하고, 미국 잡지를 보고, 오직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부모에게 조른다. 어느 날 엄마에게 심하게 대들며 싸우다 아빠에게 매를 맞는다.
량팡이는 가출해서 말을 보러 간다. 마구간에 있는 백마를 보고 미국에서처럼 달려 보고 싶었다. 량팡이는 백마에게 마구를 씌워보려고 애썼지만, 말은 그녀의 간곡한 애원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량팡이는 냉혹한 현실에 눈물을 흘렸고 결국 경찰차를 타고 귀가했다.
엄마 왕리리는 암에 걸리지만 않았다면, 딸 량팡이는 미국에 돌아가기만 하면 모든 것이 다 잘 될 것이라며 모녀는 자기 최면을 건다.
가족, 끝없는 이야기 친구 쓰팅이 량팡이에게 엄마에게 왜 그리 화를 내냐고 물었다. 량팡이는 더 잘 하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쓰팅은 이미 최선을 다한 것이라면?이라고 되물었다. “더 잘 할 수 있을 거야”라는 말은 격려가 아니라 때로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
량팡이는 엄마에게 자신의 귀지를 청소해 달라고 말하며 엄마의 다리를 베고 옆으로 누웠다. 그리고 제발 죽지 말라고 간청했다.
가족들은 병원에 있는 막내딸의 사스 감염 여부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는 딸이 감염되지 않았다는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달려가는 도중에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아내와 두 딸이 귀국한 뒤에 겪은 갈등으로 분노에 차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내와 딸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 후회만 남는 자신의 언행을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자전적인 이 영화는 감독의 이름 롼펑이(阮凤仪)와 여주인공 량팡이(梁芳仪) 이름 사이에 한자와 발음도 비슷하다. 감독은 딸의 시선으로 엄마를 그렸고 성장 관점에서 죽음을 묘사했다고 한다. 량팡이는 꿈만으로 돌파할 수 없는 현실의 벽을 인식하며 성장한다. 감독은 “엄마가 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엄마와 나의 인생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고, 현재의 모든 것은 그때 결정된 것이다”라고 술회하였다.
영화의 종반부에 량팡이 가족이 사는 5층 빌라의 테라스에 새순이 돋은 고구마가 나온다. 영화는 해피엔딩이 아니라 가족 간에 엉킨 실타래를 부단히 풀어내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가족이기에 할 말을 다 하지 못하고 살다가 엉킨 실타래처럼 문제가 커지고 쌓여서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지금은 코로나19가 일상이 된 비상시국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세상의 변화와 가족의 이야기는 이 시대를 기록한 집단기억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
사진 | 바이두 김영철 | 한양대학교 중국학과 교육전담교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