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산계급 문화대혁명(1966.5∼1976.10) 시기, 중국의 청소년들은 경쟁의 기회를 박탈당했다. 1952년부터 실시해온 가오카오(高考: 전국대학입학시험)가 전면 폐지되었기 때문이다. 성적이나 시험 점수는 더 이상 대학 입학의 기준이 되지 못했다. 가오카오의 폐지는 역설적으로 실력 대신 출신 성분이, 재능보다 ‘관시(关系, 관계 또는 인맥)’가 중시되는 부패구조를 낳았다. 마오쩌둥(毛泽东, 이하 마오)의 교육관은 많이 왜곡되어 있기도 했다. 마오는 이런 말도 했다. “현재 교육제도에 대해서 많은 회의가 생긴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모두 16, 17년 혹은 20년 동안 학생들은 벼, 콩, 보리, 기장 등 농작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다. 노동자가 어떻게 일하는지, 농민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상품이 어떻게 교환되는지 전혀 배우지 않는다. 또 공부만 한다고 몸까지 망가지니 사람을 해치고 죽이는 교육이다.” 한술 더 떠 마오는 문과대학이 아무 쓸모가 없다면서 학생들을 생산현장으로 보내 공업, 농업, 상업에 종사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공계 학생 역시 현장에서 실무를 익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학의 전면 폐지를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마오는 그 과정을 2년으로 대폭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오의 수족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현장노동자들이 대학 정원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들은 ‘공농병학원(工农兵学员)’이라 불렸다. 학생요원으로서 이들은 대학에 가서 학교를 관리하고, 마오의 사상으로 학생들을 개조하는 특수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공농병학원은 마오의 아이디어였다.
왜 문화혁명과 마오의 이야기로 시작하는가? 이 책의 주요 내용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큰 시야로 보면 중국 도시와 농촌의 격차 문제를 대상으로 하지만, 교육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이 책은 두 명의 미국인 학자가 수십 년 동안 직접 현장에서 진행한 연구의 산물이다. “중국이 현재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발견할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쓴 책이다. 중국이 잘되어야 모든 이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을,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설득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한때 삭막한 가난의 땅이었던 중국은 엄청난 속도로 경제 대국으로 변모해갔다. 한 사람의 생애에서 평균 수입이 10∼20배 증가했는데, 이는 상상도 하기 힘든 정도의 진전이다. 다수의 전문가가 이 같은 진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중국의 부상, 미국의 몰락’, ‘필연적인 슈퍼파워’ 등은 중국의 어깨에 힘을 주게 하는 표현들이다. 그러나 저자는 중국의 급격한 부상 뒤에 엄청난 약점이 숨어 있다고 한다. 그것이 이제 막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중국의 막대한 인구와 낮은 임금이 장점이 되어 전국 곳곳에 공장들이 지어졌다. 경제 전반이 이 마당에서 이익을 취했다. 노동자들 주로 농민공(农民工)들은 농장을 떠나 수요를 채우기 위해 성장하고 있던 공장, 건설현장, 광산 등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임금 상승은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를 가져왔고 주택 건설과 서비스, 공산품에 대한 수요를 끌어올렸다. 이 모든 개혁이 결합하여 만들어낸 동력은 매년 경제를 더 강력하게 발전시키는 선순환을 창출했다. 이 모든 성장은 수많은 저숙련 노동자를 기반으로 삼았다. 공장, 건설현장, 광산에서 일한 대부분 노동자는 가난한 농촌 출신이고, 대부분 초등학교나 중학교밖에 나오지 않았다.
중국 교육의 현주소 “수백만 명의 아이가 그들의 잠재력보다 훨씬 못한 미래에 굴복하고 있다. 중국 미래 노동력의 3분의 2가 ‘보이지 않는 중국’에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은 국가적 우려 사항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국가별 교육 정도(전체 노동력)를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5년 현재(시간이 흐른 자료지만) 대학 교육을 받은 노동력의 비율은 16개국과 그룹에서 (높은 퍼센트 순서로) 러시아, 일본, 한국 … 최하위가 중국이다(12%). 고등학교 교육을 받은 노동력의 비율은 일본, 러시아, 미국, 독일, 한국 … 최하위가 중국이다(28%). 오늘날 중국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이지만 교육수준은 세계적으로 매우 낮다.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노동력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경우 지속적인 고임금 고소득 국가로 진입하기 위한 경제성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또 다른 통계가 있다. 국가별 가장 젊은 집단(25∼34세)의 교육 달성률이라는 제목이 달려 있다. 25∼34세 가운데 고등학교 교육을 받지 않은 비율(2014)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그래프를 보면(수치가 낮을수록 1등) 한국이 1등이다. 반면 중국은 65%의 비율로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다.
마오의 이야기를 한 번 더 한다면, 10년에 걸친 문화대혁명 기간 중 정치적 이유로 모든 대학과 대부분의 인문계 고등학교가 문을 닫았다. 사회적으로 많은 고학력자를 조직적으로 모욕했고, 침묵하도록 강요했다. 농촌지역에 새로운 학교들이 생겨났지만 그들이 가르친 것은 수학, 중국어 혹은 영어가 아닌(공산주의 정치사상에 대한) 마오의 샤오홍수(小红书, 마오 어록)였다. 그다음 지도자였던 개혁가 덩샤오핑(邓小平) 시기에도 대규모 교육, 특히 중등 교육은 후순위에 있었다. 덩샤오핑이 집권하고 10년이 흐른 1988년 고등학교 진학률은 그가 처음 정권을 잡았던 1978년보다 낮았다. 1990년에도 중국 어린이 가운데 60%만 중학교에 진학했다.
“도시와 농촌 간 거대한 불평등은 세계 많은 나라에 존재하지만, 중국은 이 불평등을 법으로 유지하고 강화하는 유일한 나라다. 외부 사람들은 제대로 깨닫지 못하지만, 중국의 후커우(户口, 호구)는 국가가 후원하는 카스트 제도 같다.”
물론 지금 중국의 대학은 세계 유명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다. 많은 중국 유학생이 세계 각지에 유학을 가서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와 농촌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저자는 중국의 후커우를 주목한다. 중국인은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의 후커우를 물려받게 되는데, 만약 이를 변경하려면 반드시 정부의 허가를 받고 이주지역의 후커우를 취득해야만 합법적으로 거주할 권리를 가지게 된다. 후커우는 농촌 후커우와 비(非)농촌 후커우(도시 후커우)로 나뉘며, 일반적으로 도시 후커우를 가진 사람이 농촌 후커우로 바꾸는 것은 쉽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상당히 어렵다. 도시에 비해 농촌 아이들이 겪는 불이익은 교육 문제를 비롯하여 성장기 필수 영양소 결핍, 구충제 복용 미비, 인지기능약화, 근시에도 불구하고 안경 착용에 대해 알지 못해 불편함조차 모르는 채로 청소년기를 보낸다는 점 등을 지적한다.
“축적된 인적 자본이 낮을수록 경제는 새롭게 등장하는 문제들에 더욱 취약해진다. 노동력이 더 잘 교육받을수록 더 유능하게 반응하고 적응할 수 있다. 내가 밤새워 고민하는 위기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중국은 수백만 명의 어린이에게 더 건강하고 더 번영하는 삶을 위한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책 제목으로 쓰인 ‘보이지 않는 중국’은 중국 지도부 입장에서 보면 ‘보여주고 싶지 않은 중국’이 될 것이다.
변성래 ｜ 중국을 알고 싶은 의료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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