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이상하다. 2020년 초 1360만 명이 사는 우한(武汉)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자 76일간 전면 봉쇄라는 초강력정책으로 중국식 방역의 우월성을 과시하고, 이후 델타변이까지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시진핑(习近平) 국가주석이자 총서기의 대표 치적으로 평가됐건만 전염성이 높지만 치사율이 낮은 오미크론 변이가 퍼지면서 ‘칭링(淸零·제로 코로나)’의 한계가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칭링’과 경제성장세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최고 지도부의 의도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오미크론을 독감처럼 치부하지만, 이는 대중을 현혹하고 오도하는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이다. 서구의 ‘위드 코로나’ 정책은 면역 능력이 떨어지는 약자를 대량으로 도태시키는 잔혹한 사회 다윈주의다.” 지난달 11일자 중국 관영 환구시보 논평의 일부 내용이다.
전 세계가 엔데믹 위드 코로나를 상정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칭링에 집착해 한 달 남짓 상하이(上海) 전역을 봉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도시 곳곳에서 주민들의 시외 이동을 격하게 막고 있다.
지난 5월 1일부터 4일까지 노동절 연휴이지만 방역 통제는 전국적으로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베이징(北京)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곳을 임시 관리·통제지역으로 정하고, 해당 지역 주민은 필수적인 사유가 아니면 거주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또 노동절 연휴 기간 관광지나 호텔에 들어갈 때는 핵산(PCR) 검사에서 48시간 이내 음성이 나왔다는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감염자가 1명 만 나오더라도 봉쇄에 들어간다. 이 같은 강도 높은 봉쇄정책으로 식자재 등 원하는 물건을 제때 구하기 힘든 시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뿐 아니라 자동차와 반도체 분야 기업들의 가동 중단과 물류 이동의 제한 조치 등 직격탄을 맞아 경제성장에 차질을 빚고 글로벌 공급망도 흔들리지만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는 변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2020년 이래 지난 4월 25일까지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5억959만6118명이다. 이 중에서 미국의 확진자 수는 8266만2748명으로 전체 인구의 25% 수준.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의 경우 나라별 확진자 수는 전체 인구의 30∼40%. 한국의 확진자 수는 1692만9564명으로 전체 인구의 30%를 넘어섰다. 반면 인구 14억이 넘는 중국(홍콩, 마카오 제외)의 확진자 수는 20만3334명에 불과했다. 중국의 60세 이상 노인 인구는 2억6400만 명(2020년 기준)으로 전체의 18.7%에 달한다. 수천만 명이 고위험군인 셈이다. 여기에다 코로나 백신이 버팀목이 될 수 없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중국은 자국산 백신만 허용하고 있다. 시노백, 시노팜 등은 모두 비활성화 백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승인을 받았지만 오미크론 등 변이바이러스에는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화이자, 모더나 같은 리보핵산(mRNA·전령RNA) 백신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대량 생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보인다. 중국 본토 백신접종률은 2차 기준으로 89%에 이르지만 중국 백신 효과가 화이자 등보다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내 오미크론 예방 효과는 20%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추세와 더불어 중국산 백신만으로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을 가능성이 극히 낮은 데도 불구하고 중국은 방역 강국의 면모를 유지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려고 집중해왔다. 안정적인 경제성장과 방역 실적은 중국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지만 이는 한꺼번에 달성하기 쉽지 않은 과제라는 것을 그 무엇보다 잘 아는 중국 지도부가 왜 이 같은 결정을 고수하고 있을까?
‘위드 코로나’를 선택할 경우 중국의 의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근본적인 두려움이 깔려 있는 것은 아닐까. 칭링 정책의 실패를 인정할 경우 시 총서기의 이미지 관리가 여의치 않게 된다. 중국이 칭링 정책을 미국이나 서구에 앞서는 체제 승리로 선전해왔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올가을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시 총서기의 3연임을 확정하기 위해선 국내외 치적 관리가 중요한 데 정치, 경제 환경이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홍콩, 대만 문제 등 중국은 미국과 양국 간 무역 갈등을 넘어 사사건건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 재발은 물론 부동산 침체, 중소기업의 생산난, 취업난, 인플레이션, 미국의 금리 인상, 지정학적 충돌 가능성 등 국내외 문제가 산적해있다.
“‘위대한 부흥의 영도자(领航人)’를 따라 분발하여 더욱 아름다운 미래를 열어가자는 인민들의 공통된 마음과 강한 열망이 반영됐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의 4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4월 22일 중국공산당 광시좡족(广西壮族)자치구 대회에서 참석자 666명의 만장일치로 시 총서기가 20차 당 대회에 참석할 광시좡족자치구 대표로 선출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공산당은 5년마다 베이징에서 당 대회를 갖고 총서기 등 차기 지도부를 뽑고 있는데 이에 앞서 당 대회에 참석할 지역 대표들을 각각 선출해야 한다. 광시좡족자치구에 할당된 대표는 46명. 시 총서기가 그중 한 명이 된 것이다. 당 총서기를 비롯해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특정 지역에 적(籍·선거구)을 두고 당 대회에 참석한다는 것을 알면 이번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즉, 시 총서기는 18차 당 대회에서는 상하이, 19차 당 대회에서는 구이저우(贵州) 대표로 선출됐다. 이번에는 광시좡족자치구로 적을 바꿔 대표가 된 것이다. 2017년 구이저우 대표로 선출됐을 당시, 인민일보는 “구이저우 인민의 시진핑 총서기에 대한 ‘충성 어린 존경과 사랑’과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충심 어린 지지를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이번에는 인민일보가 당시에 언급되지 않았던 ‘위대한 부흥의 영도자’라는 표현을 쓰고 시 총서기가 지방의 대표가 아니라 당의 핵심이자 새 시대의 지도자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사상교육과 여론통제, 사정작업 등으로 시 총서기 3연임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지만 칭링 정책이 지속될 경우 중국 경제에 큰 타격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없지 않다. 상하이의 3월 산업생산은 이미 전년 대비 7.5% 감소했다. 홍콩중문대학과 중국 칭화대학·저장대학, 미국 프린스턴대학 연구진은 중국 전역의 엄격한 방역 정책으로 매달 460억 달러(한화 약 56조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과거보다 봉쇄 범위를 좁히고 격리 기간도 단축하기 시작했지만 칭링 정책을 전면적으로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왜냐하면 그동안 시 총서기가 강조해왔던 방역 성과를 스스로 허물어야 하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칭링이 하나의 방역 정책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영향력이 정치, 경제, 사회, 대외관계 등 각 영역에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한마디로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칭링과 위드 코로나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는지 어느 때보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시 총서기의 3연임의 대세에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지 않겠지만 칭링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가 2022년 중국에 대한 새로운 관전 포인트임에는 분명하다.
앞으로도 시 총서기의 강력한 리더십이 지속된다면 중국 인민들의 종교활동에 대한 변화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칭링과 시 총서기와 고차원 방정식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중국교회 입장에서는 칭링이든 위드 코로나이든 어떤 상황 속에서도 진정한 교회 됨을 추구하고, 세상의 소금과 빛인 그리스도인 됨을 각인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 소외된 이웃이 있다면 사랑의 손길을 펼칠 수 있는 용기와 여유가 필요할 것이다.
사진 | 바이두→머니투데이 백석 | 중국전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