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6일, 중국 국가언어자원모니터링연구센터(国家语言资源监测与研究中心)가 ‘2021년도 10대 인터넷 용어(2021年度十大网络用语)’를 발표했다. 2021년 한 해 동안 인터넷에 등장한 신조어 가운데 AI 정보처리 기술을 활용, 관계기관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서 선정된 것으로 두 가지 부담을 덜어준다는 뜻을 가진 ‘솽젠(双减)’이라는 신조어가 3위로 뽑혔다. 솽젠은 교육 당국이 의무교육 시기인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숙제 부담과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자는 의미로 처음 사용하면서 이슈가 된 신조어이다. 솽젠은 학교 공교육의 질을 더욱 향상하여 과외를 줄이고, 숙제를 보다 합리적으로 할당하여 학생들의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를 줄여주자는 차원에서 시행된 교육정책 용어다.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中央办公厅)과 국무원판공청(国务院办公厅)이 합동으로 2021년 7월 24일 <의무교육 단계 학생들의 숙제 부담과 학교 밖의 과외 부담을 줄이는 의견(关于进一步减轻义务教育阶段学生作业负担和校外培训负担的意见)>을 발표하였다.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초등학교 1-2학년은 숙제가 금지되고, 3-6학년에게는 완성시간이 60분 이하의 숙제만 내줄 수 있으며, 중학교 학생에게는 90분 이하의 숙제만 내줄 수 있다. 또 숙제는 원칙적으로 집이 아니라 학교에서만 해야 하며 부모가 자녀의 숙제를 도와주거나 평가하지 못하게 했다. 또한 예체능 과목 이외에 한어(중국어)·영어·수학 등의 교과목에 대한 사교육을 금지시켰다.
중국 당국은 사교육 기관 설립을 금지시켰고, 기존에 있던 사교육 기관은 모두 비영리성 기관으로 전환하도록 조치하였다. 또한 중국 사교육 기관의 기업공개를 통한 자금 조달과 광고 등을 금지했고, 사교육 기관에 대한 상장기업들과 외국인들의 투자도 금지하여 사교육 기관의 자금줄을 모두 봉쇄하였다. 방학과 주말, 공휴일에는 학교 교과와 관련된 모든 사교육이 금지되었다. 취학 전 아동 대상의 온라인 수업이나 교과 관련 교육도 허용되지 않는다. 원어민 강사 채용과 해외 교육 과정 도입도 금지했다. 교육 당국은 솽젠정책의 시범지역으로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선양(沈阳), 광저우(广州), 청두(成都), 정저우(郑州), 창즈(长治), 웨이하이(威海), 난통(南通) 등 9개 도시를 지정하여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사교육 기관에 대한 엄격한 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에 만연한 지나친 교육 열풍과 입시 지상주의로 인해 벌어지는 사교육 열풍은 사실상 사회 문제 중의 하나였다. 중국교육학회에 따르면 베이징, 상하이, 선전(深圳), 광저우 등 일선도시(一线城市)에서는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10명 중 7명이 방과 후 과외수업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경제 전문매체인 시대경제(时代经济)의 보도에 의하면 자녀 한 명이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지출되는 사교육비는 약 52만 위안(약 9,360만 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중국 국가통계국(国家统计局)에 따르면 2021년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 2천 달러(약 1,400만 원)인데, 이런 소득 규모를 감안한다면 사교육비는 부모들에게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 아이메이데이터센터(艾媒数据中心)가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중국 초·중·고생의 방과 후 사교육 시장 규모는 2020년 5,300억 위안(약 95조 4,000억 원)으로 2019년 4,830억 위안(86조 9,400만 원)에 비해 8.8% 증가하였고, 2016년 3,610억 위안(약 64조 9,800억 원)과 비교하면 4년 만에 31.8%나 늘어났다. 또 온라인 사교육 시장 규모도 2016년 196억 위안(약 3조 5,300억 원)에서 2020년 884억 위안(약 15조 9,000억 원)으로 4배 넘게 성장했다. 이처럼 사교육 시장이 과열되어 온 이유는 학생들이 출세와 취업이 보장되는 명문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중국 명문대 입학은 중국 대학수학능력시험인 가오카오(高考)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의 사교육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았고, 사교육 기관은 많은 이익을 챙기게 되었다. 하나밖에 없는 자녀를 잘 가르쳐서 성공하도록 돕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지난해 7월 솽젠정책이 도입된 이후 사교육의 빈자리는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방과 후 수업으로 채워지고 있다. 상하이의 경우 방과 후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 비율이 무려 95%에 이르고, 재직 교사의 80% 이상이 방과 후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솽젠을 시행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중국의 사교육 시장은 당국의 고강도 규제정책으로 사실상 소멸 단계에 이르렀다. 2021년 12월 21일 중국청년망(中国青年网)의 보도에 따르면 예체능을 제외한 영어, 수학 등 학과목 관련 사교육 기관이 대폭 감소했다. 오프라인 교육 기관은 83.8% 줄었고, 온라인 교육 기관도 84.1% 폐업했다. 당국은 남은 사교육 기관 일부를 비영리 기구로 전환하여 대중에게 공익서비스로 제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베이징, 톈진(天津), 허베이(河北), 푸젠(福建) 등에서 비영리 기구 전환을 본격화함에 따라 남은 사교육 업체 95% 이상이 비영리 기구로 전환될 예정이다.
솽젠정책으로 중국에서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사람은 신둥팡(新东方) 창업자인 위민훙(俞敏洪, 58세) 회장이다. 신둥팡은 중국 최대 사교육 기관이다. 위민훙 회장이 다른 사교육 기관 대표들과 솽젠에 대한 대책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통곡을 했다고 전해진다. 위민훙 회장은 베이징대 강사 출신이다. 1993년 그는 베이징 8학군으로 불리는 하이뎬(海淀)구 중관촌(中关村)의 한 작은 빌딩에 영어학원을 설립하였다. 이 학원은 당시 중국 학생들의 미국 유학 열풍을 타고 빠르게 성장했다. 조그만 영어학원으로 시작하여 단기간에 자연과학과 사회과학까지 아우르는 플랫폼형 학원으로 키우는 데 성공했다. 위민훙 회장은 이 학원을 대학 입시를 비롯한 취학 전 교육, 초중고 12개 학년의 학생 교육, 온라인 교육 등으로 분야를 확대하며 중국 최대 사교육 종합기업으로 키워 놓았던 것이다. 2000년 중국이 대학을 통폐합하고 교육산업을 육성하자 위민훙 회장도 그 덕분에 큰돈을 벌기 시작했던 것이다.
신둥팡은 2006년 9월 중국 교육업체로는 최초로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했으며, 2017년 중국 교육업체로는 역시 최초로 시가총액 100억 달러(약 12조 억 원)를 돌파했다. 신둥팡은 중국 100여 개 도시에 900여 개 학원과 강사 6만여 명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수강생도 5,500만여 명이나 되었다. 이렇게 위민훙은 ‘중국 사교육의 대부’로 불리는 학원 재벌이 되었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신둥팡이 정부의 사교육 금지 조치로 한순간에 존폐 위기에 직면했다. 2022년 1월 10일 21세기경제(21世纪经济)의 보도에 의하면 2021년 연말정산에서 신둥팡의 시장 가치는 90% 하락했고, 영업 이익은 80% 감소했다. 위민훙은 6만 명의 학원 강사를 해고해야 했고, 학원 등록금 환불, 직원 해고비용과 교육장소 철회 벌금 등으로 200억 위안(3억 6천만 원)을 지불했다.
당국이 사교육 시장을 규제하자 일자리를 잃은 학원 유명 강사들이 고육지책으로 ‘왕홍(网红:인터넷 스타)’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들의 매출 실적은 폭발적이다. 역사, 지리, 인문학적 배경 지식을 곁들여 방송을 흥미진진하게 진행해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위민훙 회장도 더우인(抖音) 플랫폼인 둥팡전쉬안(东方甄选)에서 농산물을 판매하는 왕홍으로 나섰다. 2021년 12월 28일 저녁, 생방송으로 진행한 전자상거래에서 위민훙은 농산물을 판매하여 500만 위안(약 9억 원)의 매출을 올려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날 생방송 시청자 수는 21만 8천 명에 육박했고, 전체 시청자 수는 2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2022년 1월 17일 홍싱신문(红星新闻)의 보도에 따르면 위민훙은 “나는 생방송 왕홍이 되고 싶지 않다. 더 중요한 일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럼 이제 중국에서 과외는 사라졌는가? 그렇지 않다. 중국인들은 흔히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上有政策, 下有对策)’고 말한다. 당국의 강력한 규제로 공식적인 사교육은 사라졌지만 당국의 눈을 피한 고액 과외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명문대 입학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부모들은 수수방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부모들은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고급 가사 도우미로 시선을 돌렸다. 최근 텅쉰망(腾讯网) 등 인터넷 매체들이 앞다퉈 고급 가사 도우미와 고급 보모를 구한다는 광고를 올리고 있다. 학원 대신 가사 서비스 명목으로 아예 과외선생을 집안에 들이는 무늬만 가사 도우미인 입주 과외가 등장한 것이다. 고급 가사 도우미는 가사 도우미임에도 불구하고 화이트칼라 직종이나 마찬가지고, 고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학벌과 어학실력이 출중한 고학력 젊은이들에게 환영을 받고 있다. 2021 중국 가사 서비스 시장규모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가정교사를 겸한 가사 도우미 수요 증가율은 48%에 달해 간호(5.0%), 육아(1.2%)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렇다면 중국 당국이 왜 이렇게 강경하게 솽젠을 실행하고 있는가? 그 이유는 사교육이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출산율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사교육비 부담으로 출산을 포기하는 것이 인구 감소의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시진핑(习近平) 주석이 주창하는 공동부유(共同富裕)정책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공평한 부의 분배를 통해서 모두가 함께 잘살자는 공동부유 정책에는 학생들의 핵심 과목에 대한 사교육 금지, 탈세 억제, 노동자의 근무 시간제한 등이 포괄되어 있다. 어떤 시장에 돈이 과도하게 몰리는 현상을 규제함으로써 중국의 빈부격차 문제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여 공동부유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오래전에 사교육을 금지한 적이 있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중국의 솽젠정책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그리고 이 정책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참고자료> https://baijiahao.baidu.com/s?id=1718510103230598833&wfr=spider&for=pc https://baijiahao.baidu.com/s?id=1721530587205468723&wfr=spider&for=pc https://baijiahao.baidu.com/s?id=1721809386427698755&wfr=spider&for=pc https://baijiahao.baidu.com/s?id=1718510103230598833&wfr=spider&for=pc
사진 | 바이두 석은혜 | 본웹진 전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