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뉴스를 검색하다가 지난 2021년 12월 11일 치러진 장쑤(江苏)성 공무원 시험 관련 뉴스를 보았다.1) 장쑤성 공무원 채용 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이고 응시자도 46만여 명으로 사상 최대였다는 기사다. 장쑤성의 중심 도시는 난징(南京)이고 인구는 약 8천4백만 명으로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다.2) 경제 규모(GDP)는 우리나라 1조 3401억 3900만 달러에 약간 못 미치는 1조 3118억 달러에 이른다.3) 인구도 많고 경제 규모도 큰 지역이기 때문에 공무원 시험 응시자가 많다는 것은 그리 큰 뉴스가 아니었다. 그런데 별생각 없이 기사 내용을 읽던 중 시험 문제에 핫한 신조어 몇 개가 출제되었다는 기사가 흥미로웠다.
이전 시험에 ‘凡尔塞[fánĕrsài](자기 과시, 플렉스)’라는 신조어가 출제되어 인터넷을 달구었는데 이번 시험에도 적지 않은 신조어가 응시자들을 당황하게 했다는 내용이다. 기사에 등장한 신조어는 대부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단어들로 ‘载人航天飞船(유인 우주선)’, ‘脱贫攻坚(빈곤 탈출)’, ‘乡村振兴(농촌 진흥)’, ‘抗击疫情(전염병 퇴치)’, ‘碳达峰(이산화탄소 최대 배출량)’, ‘微躺青年’ 등과 ‘EDG夺冠(EDG 게임 승리자4))’과 같은 신조어가 있었다. 이 가운데 ‘EDG夺冠’은 논술 문제(申论)로 출제되었는데 추측하건대 e스포츠에 대해 달라진 중국 청년들의 직업관을 파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들 신조어 가운데 특별히 눈에 들어온 것은 ‘微躺青年’[wēitǎng qīngnián]라는 단어였다. 최근 중국 젊은이들의 단면을 잘 나타낸다는 ‘躺平’[tǎngpíng]은 이미 들어 보았지만 ‘微躺’은 처음 보는 단어라 그 의미가 궁금했다. 꽤 오랜 시간 투자해서 微躺과 관계있는 신조어 몇 개를 더 찾아보고 나서야 겨우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관련 신조어를 순서대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打工人’[dăgōngrén]과 ‘社畜’[shèchù]이다. 전자는 월급 노예이고 후자는 회사 노예이다. 둘 다 모두 월급 중독자처럼 회사에서 주는 월급에 매여 노예처럼 사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内卷’[nèijuàn]이다. 打工人들은 단지 월급을 받기 위해 직장을 다닐 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극한 경쟁에도 내몰리게 된다. 하지만 자신을 연소하듯 에너지를 소진하지만, 상황은 좋아지지 않고 오히려 마이너스 생산성이라는 블랙홀에 빠져 있는 상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기대한 효과를 얻지 못하고 오히려 불평등한 상황만 더 심화해 간다.5) 셋째 ‘丧文化’[sāng wénhuà]다. 비효율적이고 지나친 내부 경쟁으로 점차 도전 의식이나 일에 대한 의욕을 잃게 된 청년들이 겪는 허탈감과 감정을 자조적이고 해학적으로 표출하는 문화가 유행한다. 이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소셜네트워크에서 유행하고 있는 이모티콘인데 중국 청년들은 이런 통로를 통해 자신들의 상실감과 좌절감을 분출하고 있다.6) 넷째 ‘躺平’이다. ‘内卷’에 내몰린 젊은이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현실이 청년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탕핑족(躺平族) 출현의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躺平은 우리나라에도 이미 소개된 단어로 직역하면 ‘평평하게 눕다’이지만 새롭게 부여된 의미는 청년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의 벽 때문에 의욕을 잃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냥 누워 있다’라는 부정적 의미를 나타낸다. 이들은 취업도 결혼도, 내 집 마련이라는 희망도 포기한 채 무기력하게 살아간다. 반면 일부 부유층에서는 자신의 부를 은근히 자랑하는 ‘炫富(부의 과시) 혹은 凡尔塞(플렉스)’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 소득의 양극화와 분배의 불균형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어떤 사회이든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심각한 사회 갈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자체적으로 자정(自淨) 작용에 참여하게 된다. 개인의 처지나 사회 현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보다 긍정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요구될 때 자주 소환되는 단어가 바로 ‘正能量(긍정 에너지)’이다. 요즘 중국 인터넷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도 ‘正能量’이다. 물론 이 주장에 근거는 없지만 최근 躺平에 상대적인 개념으로 微躺이 등장한 것을 이러한 자정 작용의 결과가 아닐까 한다.
微躺은 躺平의 부정적 요소를 감소시키고 개인의 개입이 적극 투입된 전환적 현상이다. 비생산적인 일에 자신을 연소시키기보다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신에게 집중하려는 긍정적 태도가 微躺이다. 微躺青年은 ‘적게 일하고 적게 벌어도 자신의 삶을 즐기는 MZ세대’라는 의미로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포털 바이두에서는 微躺青年을 대충 직장은 있지만 자신을 지나친 경쟁 속으로 내몰지도 않고, 거창하게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없지만 소소하게 할 일은 하면서, 적게 일하고 적게 버는 것으로 만족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MZ세대 청년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7)
결국 중국에서 탕핑족이 발생한 원인은 취업난과 높은 물가로 노동과 노동의 대가가 비례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늘어났기 때문이고 微躺青年의 출현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새롭게 모색되는 중국 청년들의 또 다른 삶의 모습이라고 하겠다.
미주
사진출처 | 바이두 박애양 | 중문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