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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4 통권 233호     필자 : 강진구 프린트   이메일 
[중국 사회와 문화 이야기]
‘빙둔둔(氷墩墩)’과 중국의 판다 외교

올림픽 마스코트 빙둔둔의 탄생
중국은 2022년 베이징(北京)동계올림픽 마스코트로 판다(panda)를 선택했다. 이름은 빙둔둔(氷墩墩). 투명한 얼음 옷을 입은 귀엽고 장난기 넘치는 아기 판다의 이미지에 우주인을 연상시키는 복장은 중국이 추구하는 미래에 대한 도전과 무한한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이름에는 얼음(氷)이 상징하는 겨울과 투명함, 순수함의 의미를 입혔고, 통통하다는 뜻의 둔둔(墩墩)에는 두터운 인정을 집어넣었다는 것이 조직위원회 측의 설명이다. 어찌 됐든 동계올림픽 마스코트로 중국을 대표하는 동물인 판다를 선택한 일은 상식에 부합하는 일이며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과거 베이징하계올림픽에서 저지른 실수를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베이징하계올림픽의 마스코트는 다소 번잡했다. 중국의 넓은 땅과 오랜 역사 그리고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담을 수 있는 상징물을 찾자니 이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택한 것이 5개의 푸와(福娃)였다. 중국의 전통적 세계관인 오행사상(五行思想)에 기초하여 베이베이(贝贝), 징징(晶晶), 환환(欢欢), 잉잉(迎迎), 니니(妮妮) 등 한 음절이 반복되는 이름을 붙였다. 이 다섯 개의 이름을 한 글자씩 떼어서 음을 조합하면 ‘베이징 환잉니(北京欢迎你, 베이징은 당신을 환영합니다)’가 된다. 5개의 푸와의 이미지는 귀여운 어린아이의 모습에 기초해서 각각 물고기, 판다, 올림픽 성화, 티베트 영양, 그리고 제비의 이미지를 접목시켰다. 그러나 중국어나 중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다섯 푸와의 이름을 외우기도 쉽지 않지만 친화적인 매력을 끌기에도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5개의 푸와는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금방 잊히고 말았다.

‘구관(舊官)이 명관(名官)’이라고 중국 동계올림픽위원회는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의 마스코트 ‘판판(盼盼)’을 떠올리며 만리장성과 더불어 중국을 대표하는 살아있는 국보를 부활시켰다. ‘판판’은 2016년 31살의 나이로 죽을 때까지 130마리가 넘는 후손들을 두어 오늘날 판다가 존속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활기 넘치는 수컷 판다의 실제 이름이었다.

2022년 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 빙둔둔은 단순하다. 이름도 외우기 쉽고 세상 사람 누구나 다 아는 판다를 이미지화함으로써 빙둔둔은 판다고 판다는 당연히 중국이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빙둔둔이야말로 가장 중국다운 마스코트란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특히 판다의 친근한 이미지를 올림픽과 중국에 적용함으로써 최근 미·중 대립의 상황에서 서방세계의 시민들이 중국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하는 데도 일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최고의 외교관, 자이언트 판다
판다가 현대 외교의 현장에 등장한 것은 1941년부터다. 당시 중국 국민당 정부 주석이었던 장제스(蔣介石)는 자신에게 원조를 해 준 미국에 감사의 뜻으로 판다를 보냈었다. 그러나 우리가 역사의 현장에서 판다외교를 기억하게 된 일은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중국 방문 때 이뤄졌다. 철의 장막이었던 구소련에 이어 당시 중공(中共)은 죽(竹)의 장막이라 불리며 미국과 군사적 대립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닉슨 미대통령은 핑퐁외교를 통해 중공과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중공의 마오쩌둥(毛泽东)은 닉슨의 중국 방문 직후에 자이언트 판다 수컷 ‘씽씽’과 암컷 ‘링링’을 선물했다. 씽씽과 링링은 미국의 워싱턴 동물원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틀자마자 동물원 최고의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공개 첫날만 2만여 명의 미국 관람객들이 몰려들었고, 그 인기는 1999년 11월 28살의 나이로 씽씽이 죽은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비록 씽씽과 링링은 새끼를 낳지 못했지만, 미중 간의 지속적인 우호관계가 계속되면서 미국은 중국에서 새로운 판다 식구들을 선물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 중국 정부는 새로 국교를 맺거나 우호관계가 필요한 나라에 판다를 임대 방식으로 선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희귀동물을 팔거나 기증할 수 없도록 규정한 워싱턴조약으로 인해 1983년부터는 10년씩 빌려주었다 회수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4년 9월 한중수교 2주년 때 판다 한 쌍을 용인자연농원에 들여왔지만 1997년 외환위기로 부담이 커지자 1998년 조기 반환하기도 했다. 판다는 선물이란 이름으로 보내졌지만 결코 공짜는 아니다. 중국은 어느 나라나 보호기금 명목으로 연 10억 원에 해당하는 돈을 받고 있으며, 판다를 사육하는 데는 전문 인력과 환경을 유지하는 등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현재 용인 에버랜드에 있는 엄마 판다 아이바오(爱宝)와 아빠 판다 러바오(乐宝)는 2016년도에 한국에 왔다. 아이바오와 러바오는 에버랜드의 중국어 표현인 아이바오러위안(爱宝乐园)에서 인용한 이름이다.

이 또한 2014년도에 있었던 한중 정상회담이라는 외교의 결과였다. 양국 정상은 ‘판다 공동 연구’라는 명목의 합의가 있었고 이를 통해 한국은 세계 열네 번째 판다 보유국이 되었다. 아이바오와 러바오가 보잉747 특별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던 날에는 당시 외교부 차관과 주한 중국대사 그리고 에버랜드를 대표하는 삼성물산 사장이 직접 공항에 나와 한중 친선의 상징이 된 한 쌍의 판다를 맞이하기도 했다. 또한 2020년 7월에는 아이바오와 러바오 사이에 새끼 암컷 푸바오(福宝)가 탄생함으로써 최근 서먹서먹했던 한중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낳기도 했다.

판다외교 대신 전랑(战狼)외교를 택한 중국
전 세계에 살아있는 판다의 개체 수는 불과 2천여 마리 남짓하다. 따라서 중국이 국보로 통하는 판다를 외국에 보내는 일은 그야말로 상대편에게 호의를 담아 보내는 귀한 선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동물 중 이미지가 가장 좋은 동물이 판다 아니던가! 동물보호를 위한 기금모집에 판다는 단골로 등장하고 판다가 등장하는 곳에는 돈이 몰릴 만큼 판다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과 애정은 지극하다. 따라서 중국은 세계인의 마음을 기쁘고 따뜻하게 만드는 판다외교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은 ‘판다외교’ 보다는 ‘전랑외교(战狼外交)’에 힘을 쏟고 있다. ‘전랑(战狼)’은 2015년에 제작한 중국의 애국주의 영화 <특수부대 전랑>과 2017년에 히트한 <특수부대 전랑2>에서 비롯된 말이다. 공격적이고 위협적인 특수부대의 활약상을 흉내 내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세계를 향한 중국 외교관들의 공세적인 발언과 행동을 표현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중국은 과거에 아프리카나 남미의 약한 국가들을 상대할 때 중국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발생할 때마다 경제적 위협을 통해 중국의 입지를 견고하게 다지는 외교정책을 시행해왔었다. 그런데 2017년 이후 미중 간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이제는 약소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서방 선진국들을 향해서도 외교관들은 공격적인 언행을 서슴지 않고 있다.

2021년 3월 18일 앵커리지에서 있었던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중국의 외교 수장인 양제츠(杨洁篪)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과 토니 블링컨(Tony Blinken) 국무장관 사이에 있었던 중국 인권 문제에 대한 격렬한 설전은 서방세계의 중국 외교관들의 원색적 비난을 부추기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미중 고위급 회담 사흘 뒤 프랑스 주재 중국대사관의 홈페이지에는 ‘전랑외교’를 옹호하는 의견서가 게재되었다.

“만일 중국의 국가 이익과 이미지가 위협과 손해를 입었다면 우리 외교관은 돌진해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한다. 누군가 이런 중국에 ‘전랑외교’란 모자를 씌웠다. 만일 ‘늑대 전사’가 있다면 ‘미친개(疯狗·풍구)’가 너무 많고 너무 흉악해서다. 학술이니 매체라는 겉옷을 걸친 ‘미친개’가 중국을 미친 듯이 물어뜯어서다.”

품위를 지켜야 할 외교관들마저도 중국을 향한 비난에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매우 공격적인 메시지로 읽힐 수밖에 없다. 과연 중국의 전랑외교가 중국의 국가 이미지와 대외적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세계는 중국이 판다외교를 회복하기를 바라고 있다. 한없이 껴안아 주고 싶은 둥그렇고 포근해 보이는 판다처럼 중국이 다가오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동계올림픽의 빙둔둔이 얼마나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몇몇 서방 주요 국가들이 외교적 보이콧을 이미 선언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중국은 세계 유일의 판다 서식처를 갖고 있다. 중국인들뿐만 아니라 세계 사람들이 왜 판다를 좋아하는지를 기억해야 할 때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 (마 7:12)








사진 | 바이두
강진구 | 고신대 국제문화선교학과 교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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