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서 ‘공동부유(共同富裕)’라는 단어가 갑자기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말은 부의 분배를 통해서 모두가 함께 잘살자는 뜻으로 최근 시진핑(习近平) 주석이 내세운 경제정책의 슬로건이다. 2021년 8월 17일에 열린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中央财经委员会)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은 공동부유 기조를 전면화하였다. 공동부유를 중국어로는 ‘共同富裕’[gòng tóng fù yù]라고 하고, 영어로는‘common prosperity’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공동번영 혹은 공동부유라고 쓰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이 회의에서 “공동부유는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이며,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특징이다. 우리가 말하는 공동부유는 전 인민이 잘사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전 인민의 물질적 생활과 정신적 생활의 전면적 부유를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절대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부의 재분배, 양극화 해결,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35년까지는 공동부유를 향해 견실하게 발걸음을 내딛고, 2050년까지 전 국민의 공동부유를 기본적으로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공동부유라는 의제는 시진핑 주석이 처음 만든 것은 아니다. 이 의제는 마오쩌둥(毛泽东)부터 4세대 지도자 후진타오(胡锦涛)의 기본 사상을 관통하는 중국 사회주의의 핵심용어이다. 1950년대 공산당 혁명에 성공한 마오쩌둥은 ‘모두가 잘살자’는 ‘공부론(共富论)’을 주창하면서, 능력에 관계없이 똑같이 대우한다는 이른바, ‘한 솥 밥을 먹는다(吃大锅饭)’는 평균주의 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당시 농민이 90%를 차지했던 가난한 중국을 일으키지 못했다. 1980년대 덩샤오핑(邓小平)은 문화대혁명으로 황폐해진 중국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선부론(先富论)’을 제창했다. 선부론은 평균주의에서 벗어나 시장 경제하에서 일부 지역, 일부 기업, 일부 사람들부터 먼저 잘살게 하자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이 잘살고 생활이 좋아지면,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모두가 잘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여겼다.
3세대 지도자 장쩌민(江泽民)은 노동에 따른 분배를 강조함과 동시에 동부 연해지역에 비해 경제 사회 발전이 크게 뒤떨어진 서부지역을 개발하여 동부와 서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서부대개발’전략을 제시했다. 서부지역은 간쑤(甘肅), 구이저우(贵州), 산시(山西), 충칭(重慶) 등 10개 성(省)과 시(市)를 포함하고 있으며, 전국 국토 면적의 2/3와 중국 총인구의 22.8%를 차지하고 있었다. 4세대 지도자 후진타오는 ‘양극화 해소’와 ‘신농촌건설’을 주장했다.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3농(농촌·농업·농민)정책과 사회주의 신농촌건설운동을 시작했다. 사회주의 혁명 이후 중국 농민이 누려왔던 평균주의가 개혁개방 이후 ‘부자 되기’열풍에 무기력하게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동부유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핵심 내용으로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은 왜 갑자기 공동부유정책을 전면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는가? 덩샤오핑이 시장경제를 수용하는 ‘중국적 특색을 가진 사회주의’를 도입한 이후, 덩샤오핑의 실용주의 노선에 힘입은 중국은 지난 40여 년간 고도성장을 하여 지난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경제적 성장에만 집중하다 보니 경제대국은 되었지만 도시와 농촌 간의 성장격차와 소득의 불균형 현상이 일어나 심각한 빈부격차를 야기하면서 사회주의 체제에 심대한 균열을 가하고 있다. 중국은 소득이 어느 정도 균등하게 분배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지니계수가 지난 2000년에 0.599에서 2021년에는 0.704로 확대되었다. 숫자가 ‘0(완전평등)’에서 ‘1(완전불평등)’ 로 갈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적으로 소득 불균형의 위험 수위는 지니계수 0.4로 보고 있다.
양극화로 인해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시진핑 주석은 공산당의 존엄성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래서 그는 8월 17일 연설을 통해 성장보다는 분배에 초점을 맞춘 공동부유정책을 국정 기조로 전면화하기에 이르렀다. 공동부유론이 제기된 배경에는 세 가지 극심한 불평등의 문제가 있다. 첫째,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다. 중국 국가 통계국이 2021년 1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도시와 농촌 간의 소득 격차는 2.7배였다. 둘째, 연해지역과 내륙지역 간의 격차다. 광둥(广东)성, 선전(深圳)시, 상하이(上海)시 등 연해지역은 선진국 수준의 경제 발달을 자랑하고 있지만, 내륙지역은 아직도 가난과 싸우고 있다. 셋째, 부자와 빈자 간의 격차다. 중국의 가구당 총자산 분포 자료를 보면, 상위 10%의 평균 자산이 하위 20%의 36.5배이다. 경제 성장 속도에 비해 임금 상승은 더딘 반면, 급진적인 금융 정책 도입과 부동산 개혁 등으로 벼락 부자가 많이 탄생한 결과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중국에서 6억 명이 월 1,000위안(약 18만 원)으로 생활한다”고 발언했던 것과 시진핑 주석이 4억명의 중산층 확대를 강조한 것이 모두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이번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시 주석은 공동부유 달성을 위해 ‘제3차 분배(第三次分配)’라는 새로운 개념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소득 분배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제1차 분배’는 시장경제 논리에 따른 분배로 즉 노동에 따른 분배를 의미한다. 중국은 1차 소득 분배에서 근로자가 가져가는 몫이 선진국에 비해 작다. 지속적인 임금 인상과 재산소득을 향상시켜서 도시와 농촌 주민의 실질소득을 끌어올려서 계층 간, 지역 간의 소득 격차를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제2차 분배’는 정책에 따른 분배로, 개인소득세와 소비세 확대, 상속세 도입 등을 통한 조세와 독점, 부정 경쟁, 불법소득과 음성소득 등의 벌금을 재분배하는 것이다. 2차 분배를 통해 사회복지 확대 등 정부 이전소득을 확대하고, 중산층 비중을 높여서 ‘올리브형(타원형)’ 분배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목표이다. 최근 중국 정부가 반독점법 위반 기업들에 벌금을 받아내는 것이 바로 제2차 분배에 따른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2021년 4월, 중국 반독점 규제 당국은 반독점법 위반 행위로 알리바바(阿里巴巴)에 벌금 182억 위안(약 3조 2천억 원)을 부과했다.
그렇다면 ‘제3차 분배’는 무엇인가? 고소득 기업과 개인들에 의한 자선과 기부사업을 통한 분배를 의미한다. 이것은 공익사업에 대한 기부로 시장의 분배도 아니고, 정부의 분배도 아닌 도덕적 힘에 의한 자발적 분배다. 즉 돈 있는 자본가들의 자선과 대기업들의 기여를 통해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2020년 말부터 중국 규제 당국은 알리바바, 텅쉰(腾讯:텐센트), 디디추싱(滴滴出行) 등의 기업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과 아무런 제약 없이 뻗어 나가던 민간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왔다. 2021년 8월 제10차 회의가 끝나자 마자 몇몇 기술업계 대표 기업들은 주요 자선 기부와 재난구호활동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온라인 게임 대기업인 텅쉰은 공동부유 프로젝트에 금년 4월에 이미 500억 위안(약 9조 원)을 기부했고, 앞으로 500억 위안(약 9조 원)을 더 기부하여 총 1,000억 위안(약 18조 원)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알리바바도 2025년까지 1,000억 위안을 내놓겠다고 밝히고, 몇 주 후 CEO인 장융(张勇)은 알리바바의 ‘핵심 기업 책임’에 공동부유를 추가했다. 핀둬둬(拼多多)는 농업기술 발전을 위해 100억 위안(약 1조 8천억 원)의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차량공유 업체인 디디추싱 등의 플랫폼 기업은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과 보험 가입을 약속하는 등 중국 대기업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추세다.
시진핑 주석은 1, 2, 3차 분배를 통해 빈부격차를 줄이겠다는 복안을 제시했다. 실제로 시 주석은 “공유제를 주체로 1, 2, 3차 분배가 조화를 이루는 속에서 조세와 사회보장, 이전지급 등을 조정하고, 중간 소득층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또 저소득층의 소득을 끌어올리고, 고소득층의 소득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불법 소득을 단속해, 중간 소득층이 크고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은 작은 올리브형 분배 결과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공동부유를 위해서 부동산 규제와 사교육, 게임, 연예계도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모두가 잘살기 위한 정책에는 탈세 억제, 기술 분야 노동자의 근무 시간 제한, 학생들의 핵심 과목에 대한 영리 사교육 금지, 미성년자의 비디오 게임 시간 제한 등 다양한 정책이 포괄되어 있다. 앞으로 청소년들은 게임을 매주 금요일, 주말, 휴일에 하루 1시간(저녁 8-9시) 만 할 수 있다. 같은 ID로 음원을 중복 구매할 수 없게 막는 등 팬클럽 활동에 따른 소비를 제한하기도 했다. 각 시장에 과도하게 돈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봤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공동부유는 평등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며, ‘빈민을 돕기 위해 부자를 죽이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시진핑의 표현을 빌리면 “공동부유는 소수의 부유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획일적인 평균주의도 아니다.” “공유제를 주체로 삼는 다양한 소유 경제의 공동 발전을 견지하고, 일부 사람들이 먼저 부를 일군 뒤, 선부(先富)가 후부(后富)를 이끌고 도와주는 것이다.” 즉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에서 말하는 공동부유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공유제 경제’와 ‘비공유제 경제’둘 다 견지한다는 것은 자가당착인 것처럼 보인다. 논리적으로는 모순되는 주장이지만 중국에서는 필요에 따라 어느 쪽이든 벨 수 있는 양날의 칼을 쥐고 있는 셈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한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지난 6월 저장(浙江)성을 공동부유 시범지구로 지정했다. 이미 경제가 상당히 발전한 곳에서 선도적으로 소득 분배 개선, 사회복지제도 강화, 도농격차 해소 등의 실험을 진행해 성공 사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시범지역에서 2025년까지 소득격차를 줄이는 실험을 해 본 뒤, 평가와 조율을 거쳐서 점진적으로 공동부유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2021년 8월 8일,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집중탐방(焦点访谈)’ 프로그램에서 저장성이 중국 ‘공동부유 시범지역(共同富裕示范区)’으로 선정된 이유와 확장성, 가치 등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었다. 이 프로그램은 저장성 닝보(宁波)시의 중등도시인 펑화구(奉化区) 텅두춘(腾斗村)의 농민을 소개했다. 이 지역은 농촌이지만 이미 별장식 주택을 가지고 있으며 공업과 농업, 여행업 등이 골고루 발달한 곳이다. 1인당 소득이 6만9천 위안(약 1,250만 원)으로 1만 달러를 넘어선 곳이다. 이곳을 시범구역으로 한 이유는 도시와 농촌의 소득격차가 전국 평균(2.56배)보다 낮은 1.96배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이곳의 1인당 소득을 2025년에 13만 위안(약 2,350만 원)으로 올린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앞으로 중국에서 공동부유가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것을 알려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은 왜 갑자기 중국의 경제 성장을 소득 분배로 기조를 바꾼 것일까?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시 주석이 내년 3연임을 위해 국민들의 지지를 다지려는 의도이다. 사회의 최대 불안 요소인 불평등을 적극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 이례적인 집권 연장 시도가 대대적인 반발에 직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라는 것이다. 둘째, 중국의 사회 발전 계획에 따른 것이다. 중국의 사회 발전 단계는 원바오(溫飽) 사회, 샤오캉(小康) 사회, 다통(大同) 사회로 이어진다. 2021년 7월 1일 중국공산당은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모든 국민이 의식주 걱정없이 편안하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샤오캉 사회가 계획대로 실현되었다고 선포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을 통한 ‘중궈멍(中国梦)’을 이루기 위해서는 모두가 잘사는 다통 사회, 즉 공동부유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개입을 통한 인위적인 공동부유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시진핑의 공동부유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시장의 힘을 믿지 않고 정부 개입으로 공동부유를 밀어붙이면 ‘공동빈곤’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하면서 “자유 경제가 국민들에게 부유해질 기회를 제공해 준다”고 보도했다. 중국 베이징(北京)대학의 한 노교수도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 구상은 결국 공동 빈곤으로 끝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빈부격차의 원인을 고소득층에게 돌려서 서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포퓰리즘(populism)’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과연 공동부유정책이 성공하여 빈부격차를 줄이고 전 인민이 물질적, 정신적으로 부유한 삶을 누릴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 실험을 주시하고 있다.
<참고 자료> https://baijiahao.baidu.com/s?id=1713759421949857689&wfr=spider&for=pc https://baijiahao.baidu.com/s?id=1708905311526499346&wfr=spider&for=pc https://baike.baidu.com/item/共同富裕/7790098 https://baike.baidu.com/item/三次分配/58326860
사진 | 바이두 석은혜 | 본웹진 전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