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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3 통권 232호     필자 : 김영철 프린트   이메일 
[중국 영화]
《니하오 리환잉(你好,李焕英 Hi, Mom) 2021》
- 돌이킬 수 없는 시간 속의 사모곡

《니하오 리환잉》은 중국 여성 감독 자링(贾玲, 1982∼)이 연출한 첫 번째 영화이다. 자링 감독은 이 영화를 자신이 출연했던 2016년 저장(浙江)위성방송의 예능 프로그램 《희극총동원 시즌1(喜剧总动员第一季)》과 자신이 대학에 입학한 뒤 한 달 만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하였다. 올해 춘제(春节)에 상영하여 54억 위안의 수입을 기록한 이 영화는 현재까지 여성 감독이 거둔 역대 최고의 입장 수입을 기록하였다. 대개 춘제에 상영하는 중국 영화는 가족 관객을 위주로 박스오피스의 경연장이 되는데, 《니하오 리환잉》도 그렇다. 

이 영화는 판타지와 코미디에 샤오핀(小品)의 공연형식을 가미하였다. 자링은 중앙희극대학(中央戏剧学院)을 졸업하고 만담형식의 샹성(相声)연기자로 출발하여 샤오핀으로 이름을 알렸다. 단막극 콩트형식의 샤오핀은 줄곧 중국 대중에게 인기를 끌었다. 감독은 중국 관객의 취향에 맞추어 코믹한 단막극의 형태인 샤오핀의 연출방식을 사용하여 20분가량의 샤오핀을 2시간의 영화로 제작하였다. 

영화는 1980년대 중국 여자배구의 전성기를 배경으로 여주인공 리환잉이 참가한 공장에서 개최한 배구대회를 비중 있게 다루었다.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국경절 행사와 영화 등 다양한 매체에서 중국 여자배구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하려는 맥락과 일치한다. 2020년 상영한 홍콩 천커신(陈可辛) 감독의 영화 《탈관(夺冠, Duo Guan、Leap)》은 1981년 오사카월드컵 배구대회에서 중국이 일본을 이기고 첫 우승을 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2016년 올림픽의 중국과 쿠바의 경기까지 다루었다. 

2019년 월드컵대회에서 11연승을 하며 우승을 차지한 중국 여자배구팀은 그해 10월 1일 국경절 70주년 행사에도 참가하였다. 중국 여자배구는 월드컵대회 5회 우승, 올림픽 3회 우승, 세계선수권대회 2회 우승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여자배구를 통한 중국 스포츠의 위상은 바로 국력의 상징으로 스포츠를 통한 홍보는 2022년 베이징(北京)동계올림픽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타임슬립(time slip)을 통한 복고를 표방한 《니하오 리환잉》은 특히 1980년대를 조명하였다. 이러한 1980년대 복고의 붐은 한국 드라마에도 찾아볼 수 있다. 장쯔이(章子怡)가 감독하고 올해 9월 30일에 개봉한 《나와 나의 아버지 세대(我和我的父辈, My Country, My Parents)》는 항일시기부터 자랑스러운(?) 중국 현대사의 궤적을 그렸다. 또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기념한 영화 《1921(Nineteen twenty one)》은 올 7월에 개봉하였다. 2019년은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70주년이고 중국은 2개의 100년을 두 영화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시진핑(习近平) 주석은 지난 11월 중국공산당 19기 6중전회에서 세 번째 역사결의를 내놓으며, 중화민족의 대부흥을 내세운 중국몽(中国梦)의 실현을 위해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과 제2의 100년 목표를 향한 새로운 시대에 진입하는 중요한 시점임을 강조하였다. 2022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7월 청두(成都)하계유니버시아드, 9월 항저우(杭州)아시안게임 등 일련의 국제 스포츠 대회는 국내외로 중국의 위상을 알리는 계기로 활용될 것이다.

그동안 중국에서 역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 영화가 주류를 이루었는데 최근에는 타임슬립 드라마 영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타임슬립 드라마 《경여년(庆余年)》은 마오니(猫腻)의 웹소설로 치뎬중문망(起点中文网)에 연재했었다. 《니하오 리환잉》의 여주인공은 20년 전으로 돌아간다.



1982년에 출생한 자샤오링(贾晓玲, 贾玲 분)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중년의 어머니 리환잉(李焕英, 刘佳 분)의 병상을 지키다가 꿈을 꾸는 듯 1981년으로 회귀하여 미혼의 어머니 리환잉(李焕英, 张小斐 분)을 만난다. 

자샤오링은 젊은 시절 미혼의 리환잉을 만나 자신을 사촌 동생이라고 소개한다. 자샤오링은 리환잉과 자매처럼 지내며 리환잉을 돕기 위해 동분서주하였다. 자샤오링은 리환잉이 마을에서 첫 번째로 텔레비전을 가진 집이 되도록 도와주었다. 온 동네 사람들은 리환잉의 집으로 몰려와 TV 중계방송으로 제3회 월드컵 여자배구 중·일 결승전을 보면서 응원하였다. 

자샤오링의 도움으로 리환잉은 승리화학공장에서 열린 여자 배구대회에서 공장장의 눈에 띄게 되었다. 자샤오링은 리환잉을 공장장의 아들 선광린(沈光林, 沈腾 분)과 인연을 맺어주려고 애썼다. 자샤오링은 고학력에 부잣집 아들인 선광린에게 리환잉과 공원 데이트를 주선하고 영화 데이트도 마련해주지만 모든 노력이 허사로 돌아간다. 리환잉은 자샤오링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샤오링의 아버지인 보일러공 자원톈(贾文田, 贾文田 분)을 선택한다. 

자샤오링은 80년대로 돌아가 리환잉에게 당시 잘 나가는 남자와 결혼하라고 재촉했다. 하지만 리환잉은 완강히 거부하면서 자신은 한평생 행복했다는데 왜 믿지 않냐고 자샤오링에게 반문했다.

자샤오링은 어머니 리환잉의 행복을 위해서 자신이 세상에 나오지 못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리환잉이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도록 도왔다. 리환잉은 세상의 가치를 마다하고 연인 자원톈을 사랑으로 선택하였다. 이는 딸이 어떠하든 어머니는 여전히 딸을 사랑하는 것처럼, 같은 이유로 남편을 선택한 것이다. 

자샤오링의 배역에는 내가 없으면 부모가 더 행복할 것이라는 심리가 투영되어있다.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을 효로 인식하였다. 하지만 어머니 리환잉은 딸이 어려서부터 외모가 빼어나지 않고 공부에 소질이 없어도 늘 격려하였다. 리환잉은 잔치에 참석한 친척들 앞에서 딸 자샤오링의 가짜 대학 합격증이 들통이 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지만, 결국 딸과 화해했다. 

결혼 전 리환잉은 집안일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는데 자샤오링의 구멍 난 바지를 예쁘게 바느질한 것을 보고 자샤오링은 리환잉이 자신보다 먼저 과거로 돌아와 객석에서 무대 위 자신의 연기에 눈물과 웃음으로 답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머니 리환잉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딸 자샤오링을 위해서 자신의 몸을 던졌고, 어머니는 딸과 마지막 작별에서 건강하고 행복하라고 당부했다. 

2017년 춘제에 개봉했던 한한(韩寒) 감독의 영화 《승풍파랑(乘風破浪, Duckweed)》은 주인공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나러 과거로 회귀하였지만, 자신을 희생하며 난산으로 죽은 어머니의 운명을 바꾸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니하오 리환잉》속의 자샤오링은 운명을 바꾸려고 노력했지만 도도한 시간의 흐름 속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니하오 리환잉》의 영어 제목은 ‘Hi, Mom’인데 모성애를 부각시킨다. 하지만 중국어 제목은 어머니의 이름을 사용하여 어머니, 나아가 한 여성으로서 리환잉을 조명하였다. 마오쩌둥(毛泽东)은 “하늘의 반쪽은 여성이 머리에 지고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말의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판단은 차치하고 중국 여성의 지위를 언급할 때 자주 인용된다. 이 영화는 여성이 지닌 모성의 위대함과 한 평범한 인간의 순수함과 위대함을 동시에 말하고자 하였다. 

효는 오랫동안 유교 문화권에 속한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이다. 그래도 언제나 가족의 사랑을 다룬 드라마 영화를 보면 다시 감동이 일게 된다. 

자샤오링은 어머니처럼 자신을 희생하고자 했지만, 어머니는 기다려주지 않고 떠났다. 누구는 자식이 생각하는 것보다 부모님은 훨씬 자식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시간은 기다리는 자의 편이 아니다. 사랑은 주거나 받는 것이지 어쩌면 갚을 수 없는 것 같다. 

어머니는 어린 딸을 위해 가재를 잡아주고 대학에 입학한 딸을 위해 모아놓은 돈을 모두 내놓았다. 어머니 리환잉은 딸 자샤오링에게 차창 사이로 찐빵을 건네주며 배웅하고 버스에 타는 척만 하다 내려서 폭설이 내리는 미끄러운 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간다. 성장한 딸은 성공해 멋진 외제 차로 풍광이 아름다운 곳을 드라이브하면서 옆에 앉아 환한 미소를 짓는 어머니와 오붓하게 대화를 나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일 뿐 옆자리는 텅 비어 있고 딸은 쓸쓸하게 도로를 질주한다. 평생 고생하고 알뜰하며 박복한(?) 어머니를 위한 호사는 뇌리에서 그치고 만다.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 속에 때늦은 후회를 반복한다.

감독 자링의 어머니는 18세에 농촌에서 올라와 동방화학공장의 노동자로 자원톈과 3년간 연애하다 결혼하여 48세에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감독 자링의 어머니는 딸이 태어나고서 자신을 위해서 무엇하나 제대로 샀던 기억이 없다고 한다. 

새 신발은 신발장에 고이 두고 헌 신발을 신고 가신 사무치게 그리운 그분이 떠올랐다.








사진 | 바이두
김영철 | 한양대학교 중국학과 교육전담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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