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어두운 겨울의 시작 올가을에 시작된 중국의 전력난이 심상치 않다. 산둥(山东)성 웨이하이(威海)시에 있는 공장들은 전력공급이 중단되는 바람에 1주일에 2일은 할 수 없이 쉬어야 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회사는 납품기일을 맞추지 못할까 노심초사, 직원들의 잔업수당에 대한 기대는 날아갔고 제대로 임금이나 받을지 몰라 좌불안석이다. 올겨울 중국은 혹독한 겨울을 맞이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중국 전역에 감돌고 있다.
지방에 따라 조금씩 사정은 다르지만 이미 9월부터 중국 31개 성(省) 가운데 랴오닝(辽宁)성과 광둥(广东)성 등 20개 성은 전력송출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웨이하이시의 공장들처럼 조업시간이나 작업 일수를 줄이기 시작한 데가 있는가 하면, 심지어 광저우(广州)와 선전(深圳)의 도심에서 매년 해오던 국경절 축하 조명쇼는 전력난 때문에 취소되기도 했다. 전력난 등의 여파로 3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은 4.9%를 기록함으로써 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대로 간다면 중국은 가장 춥고 어두운 겨울을 보내야 할 상황이다.
제한전력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동북부지방의 중앙난방은 벌써 시작되었다. 10월 9일 우루무치(乌鲁木齐)지역을 시작으로 10월 15일 지린(吉林)성 창춘(长春)과 10월 20일 헤이룽장(黑龙江)성 하얼빈(哈尔滨) 등 동북 3성은 겨울철 추위가 극심한 지역이라 일찍 난방을 시작했고 베이징(北京)과 톈진(天津) 등 수도권 대도시의 중앙난방도 11월 15일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다. 상하이(上海)와 난징(南京) 등 중국의 남쪽 지방은 겨울 추위가 상대적으로 덜한 까닭에 중앙난방이 공급되지 않는 대신 개별난방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추위를 느끼는 정도는 동북지방보다 남쪽지방이 훨씬 강하다는 얘기도 있다. 동북지방 사람들은 겨울이 오면 늘 강추위에 대해 단단히 준비하는 습관이 몸에 밴 까닭에 웬만한 추위도 견뎌낼 수 있지만, 기후가 습하고 난방준비가 상대적으로 열약한 남쪽은 작은 추위에도 견뎌내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그런데 올겨울은 남쪽이든 북쪽이든 전력난과 그 원인으로 작용하는 석탄난이 가중되면서 겨울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석탄이 원활하게 공급이 되지 않는다면 석탄을 때는 동북지방의 중앙난방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을지 의문이며,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 또한 대부분이 석탄에 의존하기 때문에 전기난로 등을 이용하는 남쪽지방 사람들도 추위에 고생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의 석탄을 먹는 하마가 된 중국 사실 중국의 전력난의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다. 일차적으로는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 호주 총리가 지난해 4월 코로나19 발원지를 조사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중국은 대응조치로 호주에 대한 전방위 무역보복을 시작하였다. 그해 10월에는 가장 강력한 조치인 호주산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시켰다. 호주와 중국의 관계는 계속 나빠지기 시작했다. 거기다 불에 기름을 붓듯 금년 9월 15일에는 호주의 스콧 모리슨 총리와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 그리고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영국 총리가 함께 모여 오커스(AUKUS)동맹 협정을 선언함으로써 중국을 다시 한 번 충격에 빠뜨렸다. ‘AUKUS’는 호주, 영국, 미국 세 나라의 이름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유럽의 서방국가들이 연합하여 러시아(구 소련)의 국방위협에서 보호하기 위한 군사동맹을 맺은 것이라면, 오커스동맹의 속뜻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에 대항하기 위해 앵글로 색슨 혈통을 조상으로 둔 영어권 국가인 미국과 영국 그리고 호주가 군사적 연합체를 구성한 것이다. 동맹을 결성하면서 미국은 호주의 해군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놀랍게도 핵추진잠수함 기술을 호주에 이전하여 8척을 건조하기로 결정하였다. 핵추진잠수함은 한 번 연료를 장전하면 20년 이상 연료 재공급이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수심 300m까지 잠항하고 물속에서 평균 50∼60㎞의 속도를 유지할 수 있어서 전쟁의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가만있을 리 없었다. 중국은 이러한 결정에 대한 보복의 뜻으로 지난해부터 시작한 호주산 석탄 수입 전면 중단 조치를 더욱 확고히 시행하기 시작했다. 호주산 석탄 생산량의 50%를 수입하는 중국으로서는 무역보복을 통해 항의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명확히 깔려 있었다. 다시 말해서 호주가 경제적 타격을 견디지 못하고 얼마 가지 않아서 중국의 보복에 무릎을 꿇을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다.
그러나 호주에게서 석탄 수입 금지에 역풍을 맞은 것은 중국이었다. 코로나19가 통제되기 시작하면서 국내 공장 가동이 늘어나고 경제가 살아나자 중국은 더욱 많은 전기와 원재료를 생산해내기 위해 석탄이 필요했지만, 그동안 석탄의 주요 공급처였던 호주와의 거래 단절이 장기간 계속되자 전기생산량이 감소하고 공장이 멈추자 중국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석탄 수입선 다변화 등을 통해 러시아나 몽골은 물론 인도네시아와 카자흐스탄에서 석탄을 들여오고 있지만 품질 저하와 운송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동북부지방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전기와 난방이 석탄을 원료로 한다는 점에서 이번 겨울은 중국의 인민들이 견뎌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석탄공업협회도 지난 9월 말에 발표한 통지문에서 “발전용 석탄공급이 부족하고 재고도 적어서 겨울철 발전용 석탄공급을 낙관하기 힘들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다가오는 동계올림픽과 기후변화 문제 중국 전력난의 또 다른 원인은 코앞으로 다가온 베이징동계올림픽 준비 때문이다. 중국으로서는 세계인들을 초청하여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국가로서 역량을 뽐내고 세계를 주도하는 강국의 면모를 살릴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다가오는 중이다. 베이징동계올림픽은 오는 2월 4일부터 20일까지 17일 동안 베이징(빙상)과 허베이(河北)성 장자커우(张家口)(설상) 일원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중국 당국은 동계올림픽 기간 중 대외 이미지 유지를 위해 모든 수단의 조치를 총동원해 이른바 ‘베이징 블루(blue)’를 유지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기후변화가 세계의 초관심사로 떠오른 현실에서 수도 베이징은 지금까지 세계 최악의 대기 환경을 자랑(?)하는 수도로 인식되어 왔다. 가뜩이나 겨울철 대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올림픽 개최국이 오염국가라는 치명적인 불명예를 안을 가능성이 높아 중국 정부는 잔뜩 긴장하고 있는 상태다.
2008년 베이징하계올림픽 당시에도 중국 정부는 베이징 근교의 공장 가동을 일체 중단시키고 차량운행 또한 홀짝제를 시행하는 등의 대기환경 개선정책을 시행했었다. 문제는 동계올림픽은 말 그대로 겨울에 열리고 한겨울 중국인들의 난방을 책임지기 위해서는 석탄을 주원료로 쓰며 대기오염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화력발전소의 가동을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이다. 경기가 열리는 지역의 주변 공장들을 멈추게 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만약 난방공급의 원천인 화력발전소마저 가동을 최소화한다면 대기는 좋아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중국 인민들에게 이번 겨울은 가혹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전력난에 가장 고통을 받는 사람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다. 가진 것 없고,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난방마저 끊긴다면 그 고통은 뼛속을 넘어 영혼에까지 스며들지도 모른다. 과연 중국 정부가 어디까지 난방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여기서 교회의 역할은 빛을 발할 수 있다. 교회가 이들과 함께 추위를 이겨내면서 하나님의 아들이 낮고 천한 구유에서 태어나셨고(눅 2:7),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그 사랑을 보여주셨다는(롬 5:8) 사실을 나눌 수 있다면 영혼이 얼어붙는 일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사진 | 바이두 강진구 | 고신대 국제문화선교학과 교수, 영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