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월 초에 중국공산당은 유력 정치인사들, 원로들을 포함하여 전·현직 정치인들이 허베이(河北)성 베이다이허(北戴河)라는 휴양지에 모여서 회의를 하는데 이를 ‘베이다이허 회의’라 부른다. 이곳에 중국 형제자매들과 함께 가 본 적이 있는데, 도시 자체가 중국의 다른 도시와 달리 얼마나 깨끗하게 정비가 잘 되어 있는지 많이 놀랐다. 역시 중국 최고 지도부의 회의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매년 열리는 이 베이다이허 회의는 중국의 중요 현안에 대해 방향을 정하는 ‘비밀 회의’로도 유명하다. 약 2주간 열리지만 공식 일정을 알려 주지 않기 때문에 언제 시작했는지, 언제 끝났는지를 잘 모른다. 다만 시진핑(習近平)을 포함한 7명의 상무위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회의를 시작했구나 생각하고, 그러다가 최고 지도부의 동정 보도가 나오면 회의가 이미 막을 내렸을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많은 이들이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에 과연 차기 후계자에 대한 언급이 나올 것인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회의가 끝난 뒤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중국공산당이 새로운 국정 방향으로 ‘공동부유(共同富裕)’를 들고 나왔다. ‘공동부유’는 ‘인민이 함께 부유해지자’라는 의미이다. 개혁개방으로 일부 지역, 일부 사람을 먼저 부자로 만들자는 덩샤오핑의 ‘선부론’에서, 이제는 그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되면서 오히려 그에 따른 부의 극심한 편중이 중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다 보니, 중국 최고 지도부는 부의 분배 문제를 미래 중국 통치 방향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사실 시진핑 주석은 2015년부터 공동부유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들어 그것에 대한 언급의 빈도수를 높이더니, 결국 지난 8월 17일에 열린 중앙재경위원회의 10차 회의에서 공동부유를 새 국정 방향으로 선언하였다. 시진핑 주석은 “공동부유는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이며,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특징이다. 인민 중심의 발전 사상을 유지하고, 높은 수준의 발전을 통해 공동부유를 추진해야 한다”고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소득 불평등 문제가 두드러지고 있으며, 일부 국가들은 빈부격차와 중산층의 붕괴로 인해 사회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도 과학기술 혁명과 산업개혁 등 경제 발전을 촉진시켰지만 분배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불균형 문제가 두드러지고 있어 효과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며 공동부유를 시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혔다.
이 같은 중국 정부의 정책에 많은 민영 기업들은 정부에 눈도장을 찍기 위해 발 빠른 반응을 보였다. 알리바바는 물론 텐센트(腾讯, Tencent), 핀둬둬(拼多多) 등 많은 기업들이 수조 원에 이르는 기금 조성을 통해 사회로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최근에 중국 정부는 사교육을 폐지하고,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는데, 이 또한 공동부유정책과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것이 사실이다. 본래 의미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지만, 부자들의 것을 빼앗아 가난을 구제한다는 것은 실현되기 어려우며, 결국에는 공동부유가 아닌 ‘공동빈곤’이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그와 더불어 우리는 무엇보다 그 이면에 있는 정치적 의도를 읽게 된다. 인민의 빈부격차와 사회적 불평등을 적극 해결하려는 공산당의 의지와 실천을 인민에게 보여주면서 민심 이반을 막아 결국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3연임)을 하기 위한 포석 전략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장기집권을 위해 덩샤오핑 이후 유지되던 ‘격대지정(隔代指定, 현 지도자가 다음을 넘어 차기 지도자를 지정하는 방식)’과 3연임 금지에 이어 ‘칠상팔하(七上八下, 지도자 지정 시 67세까지 일하고, 68세에는 은퇴한다)’의 규칙까지 깨트리며 권력을 잡기 위해 몸부림치는 시진핑 주석의 말로가 어떠할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중국을 주시하는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소련이 공산화한 지 74년 만에 해체되었는데, 현 중국의 상황이 그때 소련이 붕괴될 때와 많이 닮았다고 한다. 올해로 중국인민공화국이 세워진 지 72년째이다. 최근 전기 부족으로 많은 기업들이 정상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고, 국가는 이전 ‘문화혁명’ 시대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되었으며, 서방 국가들과 관계는 갈수록 대립적이며, 중국 내 일반 민중과 정부와의 관계도 긴장 관계에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소련이 해체되기 전 1991년에서 1992년도의 상황과 꼭 닮았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앞에 두고 중국공산당이 주장하는 공동부유가 앞으로 어떻게 시행되며, 또 이것이 중국을 어떤 변화로 몰고 갈지 그리고 하나님이 어떻게 중국을 다루어 가실지 잠잠히 지켜볼 일이다.
* 이 글은 <CUM-Q>(2021년 가을 통권 83호)에 실린 내용을 저자의 허락을 받아 수정, 보완하여 게재하였습니다.
이바나바 선교사 | 중국대학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