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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3 통권 230호     필자 : 노정민 프린트   이메일 
[특별 기고]
2021년 북∙중 국경의 현주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북∙중 국경 

북∙중 국경의 대표적 도시인 중국 단둥(丹东)시   
지난 8월 말, 이곳에서 활동하는 대북 무역업자에게 전해 들은 최근 상황은 “여전히 아무것도 할 수 없다.”였다. 2020년 1월, 코로나19 대유행을 이유로 북한 당국이 일방적으로 국경을 걸어 잠근 지 1년 8개월째를 맞고 있지만, 좀처럼 봉쇄조치가 완화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북∙중 국경이 봉쇄된 이후 지금까지 손을 놓고 있는 이 무역업자는 단둥을 떠나 중국 내 인근 지역에서 계속 국경 상황을 주시하고 있지만, 들려오는 소식은 ‘언제 국경이 다시 열릴지 알 수 없다’는 대답뿐이다. 최근까지 살펴본 단둥시 세관과 주변 거리는 한낮임에도 차량과 사람의 이동이 많지 않거나 대부분 상점도 문을 닫는 등 썰렁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는 올해 1월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북∙중 국경이 봉쇄된 이후 북한과 교역으로 먹고살았던 중국 무역업자나 상인들 사이에서 휴업이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물자는 물론 사람의 교류까지 끊기다 보니 중국 내 대북 사업가들이 사업을 완전히 접어야 할 만큼 어려운 상황인데, 어떤 무역업자는 2년 가까이 창고 보관비를 내지 못해 물건을 그냥 버려야 할 정도로 경제적 타격이 심각하다. 늘 손님으로 북적였던 단둥시의 북한 식당은 찾는 손님이 없어 매출이 뚝 떨어졌고,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주재원들도 할 일이 없어 매일 학습과 회의로 시간을 때우는 실정이다.  

북한 쪽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함경북도와 양강도, 평안북도 등에서 일부 무역회사에 “중국과 무역 재개를 준비하라”는 당국의 지시가 있었지만, 8월 현재까지도 이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올 연말까지도 북∙중 국경은 굳게 닫혀 있을 거란 관측이 많다. 북한 내부소식을 전하는 일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중국에게서 연료와 원자재가 들어오지 않아 대부분 공장이 멈춰선 지 오래다. 또 무역과 시장활동의 부진으로 북한 주민의 현금 수입이 급감하면서 시장과 역전 등에는 노숙자가 늘고, 현금과 곡물이 바닥난 ‘절량세대’도 넘쳐나고 있다. 

사실상 북한 경제를 이끌어왔던 북한의 ‘돈주’, 이른바 신흥부유층도 생활고를 겪고 있는데, 북∙중 국경이 봉쇄된 이후 보관해 놓은 물품들이 바닥나고, 그동안 구축해 놓은 정보망도 사라지면서 막막해진 상태다. 돈주들의 현금 수입이 급감하면서 생존을 위해 인건비와 외식비 등의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데, 이들이 고용했던 사람들도 연이어 직장을 잃거나 현금 수입이 줄어들면서 연쇄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6월부터 갑자기 폭등한 물가와 절반 가까이 급락한 중국 위안화∙미국 달러화에 대한 환율 탓에 북한 주민들의 혼란이 가중된 것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나타난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꼽힌다.  

 <올 1월 촬영된 단둥시 거리 모습. 북한을 상대로 영업하던 상점들 대부분이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


‘국경 열린다’는 추측∙소문만 무성  
지난 7월 초 중국 단둥시에는 소문 하나가 돌았다. ‘7월 15일부터 국경 봉쇄가 일부 해제될 예정인데, 각 세관에는 업무 준비에 관한 명령이 하달됐고, 물자 운송에 대한 접수를 시작한다’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소문에서 언급된 15일이 됐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 4월에는 ‘북한 화물 열차가 운행을 개시하기로 했다’, ‘약 1천500개 컨테이너 분량의 중국 원조 물자가 나갈 것이다’라는 소문으로 단둥시가 들썩였지만, 말 그대로 소문에 그쳤다. 단둥시의 대북 무역업자는 “잊을 만하면 나왔다가 헛소문으로 끝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 이제는 직접 눈으로 보기 전까지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꼬집는다. 지난 7월 말에는 북한 평안북도 의주 비행장 인근에서 국제화물 검역 시설의 재개 움직임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이를 두고 북∙중 무역이 곧 재개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한 달 넘게 조용하다. 올해 초부터 북∙중 국경이 조금씩 열릴 것이란 소문에 중국 사업가와 북한 무역업자들 사이에서 기대감이 컸지만, 지금은 실망을 넘어 자포자기의 심정이다. 국경 봉쇄의 완화를 기다리던 중국 내 대북 무역업자들 사이에서는 이른 시일 내 무역 재개에 대한 기대를 접고, 다른 사업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많아졌다고 한다. 

북∙중 국경과 함께 단절된 연락∙송금 수단
지난해 북∙중 국경이 봉쇄된 이후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우선 북한 가족 간의 연락 수단이 뚝 끊겼다. 북한 당국이 통신 수단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전화 통화가 어려워진 것이다. 탈북민과 북한 가족을 연결해주는 중간 브로커들이 많이 적발되고, 이들의 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북한에 있는 가족과 전화 통화가 쉽지 않다는 탈북민들의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북∙중 국경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송금 수수료가 폭등한 것도 탈북민들에게 미친 가장 큰 영향 중 하나다. 최근 북한에 있는 어머니에게 돈을 보낸 한 탈북민은 송금액의 절반인 50%를 중간 수수료로 지불했다. 함경북도, 양강도, 평안북도 등 대부분 지역의 중간 수수료가 상향 평준화됐는데 40~50%가 평균으로, 심지어 60%까지 요구하는 브로커도 있다고 한다. 북∙중 국경이 봉쇄되기 전, 또 북한 당국이 탈북민들의 송금을 강력히 단속하기 전에는 비교적 저렴하고 빠르게 돈을 보낼 수 있었지만, 브로커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 이후 송금 수수료가 급격히 오른 것이다. 브로커들이 많이 적발되면서 경쟁상대가 줄었고, 그만큼 중간 수수료를 높게 책정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또 국경 봉쇄로 북∙중 간에 인적 교류까지 중단되면서 현금의 유통이 막힌 것도 수수료가 급등한 이유로 꼽힌다. 중국에서 북한으로 현금을 가져갈 수 없게 되자, 직접 돈을 융통할 수 있는 북한 브로커들이 많이 사라졌고, 여기서 살아남은 사람들만 송금 대행을 독점하다 보니 수수료를 올리게 된 것이다. 수수료가 부담스러운 탈북민들이 송금을 주춤하게 되고, 횟수도 줄면서 이에 의존해 오던 북한 주민들은 제때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북한 시장에서 중국 위안화에 대한 환율의 폭락이다. 8월 말 현재 북한 시장에서 거래되는 중국 위안화 당 북한 원화의 환율은 약 570원. 일 년 전 약 1천200원의 절반 수준인데, 중국 위안화를 북한 돈으로 바꾸면 이전의 절반밖에 찾을 수 없다는 뜻이다. 최근 북한에서는 외화 사용을 엄격하게 단속하고 북한 돈 사용을 유도하고 있는데, 한국에 있는 탈북민이 북한의 가족에게 돈을 송금하면, 우선 중간 수수료로 절반을 떼이고, 북한에 있는 가족이 중국 위안화로 받은 돈을 다시 북한 돈으로 바꾸면 결국, 송금한 돈의 1/4 수준만 받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처럼 북한 시장의 물가가 폭등한 상황에서 탈북민이 어렵게 모은 돈을 송금해도 북한에 있는 가족은 고작 몇 달을 버티기가 쉽지 않다.

최대 60%까지 치솟은 대북 송금 수수료는 북∙중 국경이 열리면 인적 왕래가 재개되면서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 있지만, 그 시기를 가늠할 수 없어 탈북민이나 북한 가족들의 답답한 상황은 계속될 전망이다. 또 북∙중 국경이 다시 열린다 해도 탈북민 송금에 대한 북한 당국의 단속이 이어지면, 브로커들의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고, 송금 수수료는 계속 비싸질 수밖에 없는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북∙중 국경이 봉쇄된 이후 북한에 가족을 둔 탈북민들의 안타까움이 커지는 이유가 되고 있다.   

 
<올 7월 12일에 촬영한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의 세관과 건너편 문 닫은 상점의 모습. 오후 2시였음에도 활기를 잃은 도시의 모습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자유 아시아 방송)>

북∙중 국경 봉쇄 길어지는 두 가지 이유
김정은 정권이 북한 경제의 생명줄과 같았던 중국과 교역을 전면 중단하면서까지 북∙중 국경을 오랫동안 봉쇄하는 이유는 뭘까. 미국과 한국 내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대한 엄청난 공포를 가장 먼저 꼽는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도 북한에 아픈 상처를 남겼지만, 이제 면역이 생겨 북한 체제의 직접적인 붕괴 원인과 멀다고 할 수 있지만, 코로나19의 확산에 대해서는 중국과 교류까지 끊을 정도로 큰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판단된다. 기본적인 보건∙의료 환경이 열악하고, 아직 북한 주민이 백신 접종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 번 방역이 뚫리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기 때문에 국경 봉쇄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국경 봉쇄를 일부 완화하려던 북한 당국의 결정이 번복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초 조심스레 북∙중 간 무역 재개를 준비하던 중 중국에서 다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고, 북한과 접경지역인 랴오닝(辽宁)성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지금은 국경을 열 때가 아니다’라는 방침으로 선회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실제로 북한에 가족이 있는 한 탈북민에 따르면 지난 7월, 코로나19 방역 문제로 큰 소동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배를 이용한 밀수 과정에서 감기에 걸린 선원이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화들짝 놀란 북한 당국이 방역 책임자를 해임하고 엄벌을 내릴 정도로 극도의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기 때문에 북한이 당분간 최고 수준의 방역 체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북∙중 국경 봉쇄 장기화의 두 번째 이유는 ‘비사회주의 단속’과 ‘내부 기강잡기’다. 2019년에 하노이회담이 결렬된 이후 자력갱생을 내세운 김정은 정권이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면서,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통해 내부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강하다는 것이다. 특히 북∙중 교류를 통해 유입된 한류와 외부 정보 등이 북한 체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란 우려가 큰 가운데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내세워 중국과 무역 거래와 인적 교류 등을 통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예로 요즘 북한 시장에서 외화 사용에 대한 단속이 매우 엄격해지면서,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의 가치는 하락한 반면, 북한 원화에 대한 가치가 상승한 것도 북한 당국이 시장에 깊숙이 개입하기 때문이란 전문가들의 분석이 많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임을출 한국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에 따르면 북한이 중국과 교역을 더 할 수 있음에도 필수품 위주로만 하고 있는데, 이는 코로나19의 확산 예방에 중점을 둔 측면도 있지만, 가능한 북한 내부적으로 물자를 수급하고 조달하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은 눈앞에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보다 코로나19 방역대책이 뚫려 체제에 위협을 받는 상황을 피함과 동시에 자력갱생을 앞세운 시장 개입과 체제결속, 주민들의 사상∙사회 통제 등을 더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경 봉쇄의 완화를 늦추고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북, 민생경제 한계에도 국경 개방 쉽지 않을 것
2년 가까운 북∙중 국경 봉쇄의 장기화로 북한의 민생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은 가운데, 최근에는 수해까지 겹쳐 북한의 인도주의 위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이유로 시장활동과 사회 통제까지 강화한 이후 북한의 민생경제를 이끌어 온 ‘무역’과 ‘시장경제’라는 두 개의 동력이 무너진 것이다. 주민들은 그동안 모아 놓은 돈과 재산을 처분하며 버텨왔지만, 이미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또 밀수와 국제사회의 대북지원까지 막히다 보니 북한 주민의 생활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하루하루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그럴수록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무역과 밀수, 시장활동이 중단되고, 식량과 물자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계속 북∙중 국경만 봉쇄하면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김정은 총비서도 이 부분을 간과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심지어 국경 봉쇄 기간이 길어지면서 그동안 북한과 교역으로 먹고살았던 중국 상인들 사이에서도 북한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단둥시의 한 대북 무역업자에 따르면 2년 가까이 기다림에 지친 이들은 ‘국경 봉쇄를 풀든지 말든지, 맘대로 하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백신 보급의 지연 등으로 북∙중 국경 봉쇄의 장기화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북한 당국이 다시 국경을 열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상황과 북한 주민의 백신 접종 여부가 주요 변수이지만, 이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코로나19 백신을 공동 구매하고 배분하는 국제 프로젝트 ‘코백스’가 북한에 중국산 백신 ‘시노백’ 약 300만 회분을 북한에 배정했지만, 중국 백신을 불신하는 북한이 이를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또 이미 약 200만 회분이 배정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부작용을 우려해 수용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한미경제연구소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국장은 “북∙중 국경의 재개방을 위해서는 북한 전체 인구의 상당수가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데, 백신 확보와 접종 기간 등을 고려하면 내년 중∙후반까지도 국경 문은 닫힐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또 북한이 시장 통제의 강화를 위해 국경을 봉쇄하는 분명한 신호들이 감지됐기 때문에 만약, 북한이 정책적으로 이를 계속 이용하려 한다면 백신 접종 이후에도 국경 봉쇄는 당분간 유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예상보다 일찍 북∙중 국경의 문이 열릴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경제적으로 한계에 직면한 북한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북∙중 국경을 개방하거나, 내년 2월에 있을 북경 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해서라도 그 전에 국경 봉쇄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8월 말, 중국 내 중간 브로커에 따르면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에 이어 양강도 혜산에서도 조금씩 북∙중 간에 인적∙물적 교류가 가능해졌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하지만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다시 유행하는 코로나19 상황과 북한 내부 분위기를 고려할 때 이전처럼 북∙중 사이에 대규모 물자와 인력이 오가며 무역이 재개되기는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북∙중 국경의 재개방에 관한 온갖 소문과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기대와 실망, 한숨과 절망, 불안과 좌절 등이 교차하는 북∙중 국경도시의 답답한 상황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 이 글은 <북한개발소식> 2021년 9월호(통권 191호)에 실린 내용을 저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였습니다.





노정민 |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adio Fre Asia, RF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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