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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3 통권 230호     필자 : 강진구 프린트   이메일 
[중국 사회와 문화 이야기]
중국은 왜 축구를 못할까?

고민이 많은 중국의 월드컵 예선
중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9월 3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차 호주전에서 0-3으로 패했다. 23개의 슈팅을 때린 호주에 비해서 중국은 단지 7개의 슈팅을 날렸을 뿐이며 그나마도 유효 슈팅은 단 한 개도 없었다. 9개의 유효 슈팅 가운데 3개를 성공시킨 호주와는 너무 큰 차이가 나는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한마디로 중국 팬들을 절망시킨 무기력한 모습 그 자체였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중국은 이번 호주와 축구 대결에 사활을 건 준비를 해왔고 가뜩이나 사이가 좋지 않은 호주를 향한 외교적인 메시지도 곁들이고 싶은 속내가 있었다. 월드컵 본경기도 아닌 예선전에 기울인 중국의 노력은 인해전술을 떠올리게 할 만큼 총력을 기울였었다. 80여 명에 이르는 대규모 선수단이 이미 3개월 전부터 카타르 도하에다 베이스 캠프를 차리고 최종예선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를 위한 중국 정부의 투자는 아낌이 없었다. 유럽리그 에버튼에서 2003년부터 3시즌 동안 미드 필더로 뛰었던 자국 선수 출신의 리티에(李铁) 감독과 5년 계약을 맺음으로써 안정적으로 중국 축구국가대표팀을 이끌 수 있도록 심리적 물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선수들을 위해서는 중국 프로축구리그를 전면 중지시켜서 오직 선수들이 월드컵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당 차원에서의 배려도 거침이 없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그에서 뛰고 있는 중국 축구의 영웅 우레이(武磊)의 빠른 합류를 위해 전용기를 보내는 등 중국 정부가 들인 공이 얼마나 큰지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간절함이 곳곳에 묻어났다. 군사와 경제 대국으로 세계를 향해 호령하는 중국이지만 축구에 관해서는 세계 주요대회에 입장도 못하는 바람에 숱한 좌절을 겪었고 조롱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되었다.




아직 갈 길이 먼 중국 축구
특히 이번 호주와 1차전은 미중(美中) 간의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 편으로 완전히 돌아선 호주를 향해서는 일격을 가함으로써 자국민들에게는 서구열강과 맞서는 중국의 힘을 자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기 시작하자 호주는 미국의 의견에 동조하며 중국을 향해 코로나19의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홍콩의 보안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중국 정부의 눈엣가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중국의 본심이라 할 수 있는 환구시보(环球时报)의 후시진(胡錫進) 편집장은 “호주는 중국의 신발 밑에 붙은 씹던 껌처럼 느껴진다. 돌로 문질러줘야 한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중국 정부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껌이 다시는 신발 밑에 붙지 않도록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한 중국 정부는 호주산 쇠고기와 보리, 와인 등의 농축산물에 대해 높은 수입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정책으로 맞붙었고 끝내는 호주에 결정타를 안기기 위해 철광석 수입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월드컵 예선전에서 중국이 호주를 눌렀다면 중국인들은 호주에 대해 제대로 된 복수를 했다고 여겼을 것이다. 

중국의 축구에 대한 중국인의 좌절은 멈출 기세가 없다. 호주전에 이어 9월 8일에 벌어진 일본과 예선 2차전 경기에서 중국은 0:1로 다시 한 번 패배를 맛봐야 했다. 전체 슈팅 수에서 일본은 18개, 중국이 3개를 기록했지만, 유효 슈팅 수에서는 일본이 3개인 반면 중국은 단 하나의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최종예선 B조에 속한 중국대표팀은 골득실차에서도 베트남에 밀려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도대체 중국은 왜 이렇게 축구를 못하는 걸까?

정치로 하는 중국의 축구
수영의 쑨양(孙杨), 탁구의 왕하오(王皓) 그리고 농구의 야오밍(姚明). 모두 중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이다. 그런데 유독 축구에서만큼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스타가 없는 것이 중국 축구의 현실이다. 중국도 안다. 14억 인구의 거대한 축구 시장이 있는 데다 그 많은 인구 가운데 축구천재가 최소한 11명은 있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감이 불러일으킨 패착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그러나 중국인이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중국의 지도자들이 정치를 가지고 축구를 하려는 좁은 생각을 갖고 있으며, 국민들은 축구의 발전이 문화발전과 함께 진행되어야 하는 통합적 성격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축구광이다. 광저우일보(广州日报)에서 발행하는 축구 전문지인 축구보(足球报)에 따르면 시 주석은 1980년대부터 직접 축구장을 찾아 경기를 관전할 만큼 축구에 대한 애정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2012년 2월 9일 LA를 방문할 당시 데이비드 베컴으로부터 직접 유니폼을 선물 받고는 베컴에게 자신이 열렬한 팬임을 밝혀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같은 해 7월 4일, 시진핑은 당시 한국의 민주당 대표였던 손학규 국회의원에게서 박지성의 친필 사인이 담긴 유니폼을 선물로 받자, 그 자리에서 “내겐 세 가지 소원이 있는데 바로 중국의 월드컵 진출, 중국에서의 월드컵 개최, 중국의 월드컵 우승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정치에서 축구굴기(蹴球堀起)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2014년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축구굴기를 실현하기 위한 세 가지 계획을 제시했다. 첫째 ‘축구 중장기발전계획(2016∼2020)’을 통해 축구 인구를 5천만 명으로 늘린다. 둘째, 2030년까지 남자축구대표팀을 아시아 최고로 만든다(2021∼2030). 셋째, 남녀축구국가대표팀을 세계 최강 수준으로 만든다(2031∼2050)로 요약할 수 있다.

갑자기 축구는 학교체육의 필수과목이 되었고, 유소년팀들이 증가하는가 하면 2030년까지 15만 개의 축구 경기장을 짓기로 정부는 약속했다. 공산당의 입김에 자유롭지 못한 대기업들은 중국의 프로축구리그인 슈퍼리그에 거액을 주고 외국 용병들을 대거 투입함으로써 중국인들의 관심을 끄는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것은 축구에 중화사상을 실현하려는 정치적 욕망에서 나온 것일 뿐 진정 축구를 좋아하고 즐기는 인재를 발굴하여 공정한 게임과 경쟁 속에서 축구 문화를 성장시키려는 건강한 생각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 주도적 계획은 곧 한계를 드러냈다. 한·중·일 삼국의 최근 FIFA 랭킹은 중국 축구굴기의 성공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축구는 정치로 하지 않고 발로 하는 운동이다. 축구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라 축구인들이다. 중국 체육계를 총괄하는 국가체육총국의 일일이 간섭하는 관(官)주도형은 업적 내기에만 몰두할 뿐 축구를 즐기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어렵다. 축구는 축구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정치는 이들이 잘할 수 있도록 도우면 그만이다. 우스갯소리로 ‘정치란 사진찍기’다. 보여주기식의 겉치레로 끝나기 쉽다는 뜻이다. 최고 정치지도자의 마음을 만족시켜서 출세하려는 사람들의 숫자가 축구 선수 숫자보다 많다면 축구발전은 이미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축구는 사회 문화 발전과 함께
축구경기를 잘하는 팀의 핵심 전력은 크게 두 가지로 좌우된다. 하나는 선수 개개인이 갖고 있는 기술력과 선수 전체를 하나로 움직이게 만드는 조직력이 그것이다. 중국 축구의 어려움을 전문가들은 기술력보다는 조직력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유는 뜻밖에도 경기장 밖에 있다. 

오랫동안 산아제한정책의 영향으로 인해 지금 활약하는 선수들은 독자(獨子)로 성장하여 온갖 귀여움을 받고 자란 세대다. 함께 나누고 협동하며 공동체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고 더 나아가서 자기만 아는 세대의 특징이 중국 축구의 조직력을 와해시키는 근본 이유로 작용하고 말았다. 

거기다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 즉 지금 활약하는 국가대표선수들은 돈이 있는 집안 자제로 태어나 풍족한 물질적 지원을 받으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고 보면 된다. 이것은 남미나 아프리카 선수들이 유럽에서 뛰기를 갈망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축구에 대한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 돈이든 명예든 축구에 대한 갈망이 중국 선수들에게는 적을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의 프로리그인 슈퍼리그 국민의 이목을 모으고 활성화를 위한 목적으로 중국의 프로축구선수들은 자신의 실력에 비해 터무니없이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 중국 프로축구 1부인 슈퍼리그의 평균 선수 연봉은 일본 J리그의 약 6배 그리고 한국 K리그의 12배에 달한다. 유럽에서 불러주지도 않지만 설사 부른다 해도 굳이 말도 안 통하는 유럽에 가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마음고생하며 경쟁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선수와 심판, 임원과 관중이 보여주는 총체적인 부패 역시 축구발전을 저해하는 경기 외적인 요소다. 2010년 난융(南勇) 전 축구협회 부회장이 저지른 비위는 대표적이다. 그는 승부 조작은 물론 강등 대상 팀을 잔류시켜주는 등 부당한 권력을 행사해 10년간 총 119만 위안(약 2억 원)이 넘는 뒷돈을 챙기다 체포되어 법원에서 거액의 벌금과 10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중국 축구계를 둘러싼 부정부패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축구 도박의 인기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중국국가체육총국에 따르면 중국의 합법적인 축구 복권 판매는 월드컵 기간이던 2018년의 경우 1148억 위안(19조 4400억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불법으로 자행되는 스포츠 토토(非法赌球)의 규모가 합법적인 복권 판매금액의 10배 이상이 이른다고 하니 축구를 둘러싼 부정부패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축구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정직하고 깨끗한 사회 문화를 만드는 데 함께 힘을 쓸 필요가 있다. 중국 선교에 희망이 있고 중국의 발전을 위해 그리스도인의 역할이 새삼 주목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돈과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정직한 그리스도인 축구 지도자와 선수 그리고 행정가가 중국에는 필요하다. 중국 축구 관계자들의 세계관이 바뀔 수 있다면 중국이 세계 최강의 축구 팀을 갖는 일은 시간 문제일 수 있다. 그리스도인의 선한 영향이 중국 축구에 희망을 가져올 날을 기대해 본다.

“너희가 이방인 중에서 행실을 선하게 가져 너희를 악행한다고 비방하는 자들로 하여금 너희 선한 일을 보고 오시는 날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려 함이라”(벧전 2:12) 






사진 | 바이두
강진구 | 고신대 국제문화선교학과 교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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