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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9.2 통권 229호     필자 : 석은혜 프린트   이메일 
[한국어 사자성어를 중국어로 번역하기]
한국에서 만들어진 한국 고유의 사자성어 (2)

이번 호에서는 지난호에 이어서 사자성어 중에서 한국에서 만들어진 사자성어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그 사자성어를 중국어로 번역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 적반하장(賊反荷杖): ‘물건을 훔치러 들어온 도둑이 주인에게 발각되자 도리어 몽둥이를 든다’는 뜻으로, 잘못한 사람이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나무라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성어는 조선 인조 때 홍만종(洪萬宗)이 저술한 《순오지(旬五志)》에 나오는 말이다. 이 책에서 적반하장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든다는 것은 잘못한 자가 도리어 상대를 업신여기고 성내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賊反荷杖, 以比理屈者反自陵轢)’. 옛날 가난하고 힘없는 민초들은 갓을 쓴 도적들에게 많은 피해를 당했다. 고약한 벼슬아치들이 가난한 백성들을 수탈 하고도 권세를 믿고 큰소리를 쳤는데, 관리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는 도둑질이야 말로 가장 파렴치한 짓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의미가 비슷한 중국어 성어는 ‘倒打一耙’ [dào dǎ yì pá]이다. 자기의 잘못은 인정치 않고 오히려 남을 비난한다는 의미이다. 이와 비슷한 의미를 가진 중국어 성어로 ‘贼喊捉贼’ [zéi hǎn zhuō zéi]가 있다. 이 말은 도둑이 도둑을 잡으라고 고함친다는 뜻으로, 자신의 잘못을 감추려고 남의 이목을 다른 데로 돌린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두 개의 중국어 성어는 한국어 성어와 형태는 다르지만 그 의미는 비슷하다.

2. 우왕마왕(牛往馬往): ‘소가 갈 데나 말이 갈 데나 다 다닌다’는 뜻으로, 여기저기 안 다니는 곳이 없이 온갖 곳을 다 쫓아다님을 이르는 말이다. 또한 온갖 고난을 다 겪었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도 사용한다. 이 성어는 조선 중기의 학자 격암(格菴) 남사고(南師古)가 저술한《격암유록(格庵遺録)》에 나오는 말이다. 《격암유록》은 지금부터 450여 년 전에 남사고 선생이 후손들에게 남긴 책으로, 세론시(世論視)·계룡론(鷄龍論)·궁을가(弓乙歌)·은비가(隱秘歌)·출장론(出將論)·승지론(勝地論) 등 60여 편의 논(論)과 가(歌)로 기록되어 있다. 역학· 풍수· 천문· 복서(卜筮) 등의 원리를 인용하여 조선의 미래를 예측하는 예언서였다. 이 성어는 한국 문학작품에서 만들어진 성어이기 때문에 이와 완전히 일치하는 중국어 성어는 없다. 이와 의미가 비슷한 중국어 성어는 ‘饱经风霜’ [bǎo jīng fēng shuāng] 이다. 풍상(风霜)의 고초를 다 겪었다는 뜻으로, 온갖 시련을 다 겪었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중국어 성어에는 ‘안 가본 곳 없이 온갖 곳을 다 다녔다’는 뜻은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그 의미가 한국어 성어와 유사하다.

3. 십벌지목(十伐之木): ‘열 번 찍어 베는 나무’라는 뜻으로,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즉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면 기어이 이루어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은 ‘열 번 찍어 아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우리말 속담을 한역(漢譯)해서 만든 사자성어이다. 이 속담을 정확히 한자로 풀어보면 ‘십작목무부전(十斫木無不顚)’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말 속담을 언제부터 한역해서 사용하였는지 정확한 기록이 없다. 다만 아무리 뜻이 굳은 사람이라도 여러 번 권하거나 꾀고 달래면 결국은 마음이 변한다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이와 의미가 비슷한 중국어 성어는 ‘铁杵磨针’ [tiě chǔ mó zhēn]이다. 이 말은 쇠를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정성을 다하여 노력하면 아무리 힘든 목표라도 달성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뜻을 가진 성어로는 ‘积羽沉舟’[jī yǔ chén zhōu]가 있다. 새의 깃털이라도 쌓이고 쌓이면 배를 가라앉힐 수 있다는 뜻으로, 작은 힘이라도 합치면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두 중국어 성어는 형태는 다르지만 한국어 성어와 그 의미는 비슷하다.

4. 입도선매(立稻先賣): ‘논에서 아직 익지 않아서 꼿꼿이 서 있는 벼를 미리 돈을 받고 파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본래는 돈이 없거나 부채에 쪼들린 농민들이 현금을 구하기 위해서 익지 않은 농작물을 지주나 상인에게 헐값에 팔거나 혹은 농작물을 저당잡혀 고리대금을 빌리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조선시대 후기부터 양반 지주들이 농민들의 경제상황이 곤궁함을 이용해 입도선매를 했는데 그 폐해가 매우 컸다. 게다가 일제강점기에는 총독부의 비호를 받은 일본 상인들과 지주들이 농민들을 상대로 입도선매를 강요하여 농촌의 황폐화를 촉진시켰다. 오늘날에는 입도선매의 뜻이 확대되어 농산물은 물론, 공산품도 완제품이 생산되기 전에 미리 생산량을 예측하고 판매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대개는 중간 상인이나 고리대금업자가 장래의 수요 공급을 예측하고 현금이 필요한 영세농민이나 또는 공산품 생산업자의 약점을 이용해 매점매석하여 이익의 극대화를 노리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오늘날에는 입도선매를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와 의미가 비슷한 중국어 성어는 ‘买青卖青’ [mǎiqīng màiqīng]이다. 이 말의 뜻은 푸른 채로 사고 푸른 채로 판다는 뜻으로, 아직 익지 않은 농작물을 헐값에 미리 사거나 혹은 미리 파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물건을 사는 지주나 상인의 입장에서 말하면 买青(mǎiqīng)이고, 물건을 파는 농민 입장에서 말하면 卖青(màiqīng)이다. 이 중국어 성어는 형태는 다르지만 그 의미는 한국어 성어와 비슷하다.

5. 십시일반(十匙一飯): ‘열 명이 한 숟가락씩 밥을 보태면 한 사람 먹을 분량이 된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이 조금씩 힘을 합하면 한 사람은 쉽게 도울 수 있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말 속담인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와 그 의미가 유사하다. 십시일반은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 저서 《목민심서(牧民心書)》의 호전(戶田) 세법(稅法)에 나오는 말이다. 원래는 십시일반이 남을 돕다는 뜻이 아니었다. 《목민심서》에 보면 아전(衙前)의 폐단을 언급한 부분에서 나오는 말이다. 아전에게는 봉급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아전은 원님을 찾아가 백성들에게 수고비조로 조금씩 세금을 거두어 달라고 부탁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십시일반이니 백성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을 것입니다.” 원님은 그 말에 넘어가 세금을 더 거두도록 허락해 주었다. 이렇게 해서 아전이 백성에게 거두어 가는 세금은 30년 사이에 서른 세 배나 늘어났고, 따라서 아전의 자릿값도 서른 세 배나 올랐다. 결국 십시일반은 조세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세금을 늘리려는 핑계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십시일반은 여러 사람이 조금씩 힘을 합쳐 한 사람을 도와준다는 뜻으로 바뀌었다. 이와 의미가 비슷한 중국어 성어는 ‘积少成多’ [jī shǎo chéng duō]이다. 조금씩 모으다 보면 많은 것을 만든다는 뜻으로, 티끌 모아 태산을 이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비슷한 성어로는 ‘集腋成裘’[jí yè chéng qiú]가 있다. 백여우의 겨드랑이 털을 모아 갖옷을 만든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이 협력하면 큰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두 개의 중국어 성어는 비록 ‘남을 돕는다’는 의미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한국어 성어와 그 의미가 비슷하다. 

6. 계란유골(鷄卵有骨): ‘달걀에도 뼈가 있다’는 뜻으로, 운수가 나쁜 사람은 모처럼 좋은 기회를 만나도 역시 일이 잘 안됨을 이르는 말이다. 이 성어는 ‘계란에도 뼈가 있다’는 우리말 속담을 한역한 것으로 조선 후기의 학자 조재삼(趙在三)이 엮은 《송남잡식(松南雜識)》에 나오는 말이다. 이 책은 7권 14책으로 되어 있는데, 조재삼이 자녀교육을 하기 위해 자연과 생활에 관한 지식을 기록한 백과사전이다. 계란유골은 이 책의 방언(方言)편에 실려 있다. 세종(世宗) 때 황희(黃喜)라는 신하는 어진 인품으로 18년간 영의정을 지냈으면서도 청렴한 생활을 하다 보니 집에 비가 샐 정도로 가난했다. 이것을 안타깝게 여긴 세종은 황희를 도와줄 방법을 찾다가 묘안을 생각해냈다. 어느 날 하루 남대문을 열면 새벽부터 저녁까지 드나드는 모든 물건을 사서 정승에게 주라는 명을 내렸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날은 온종일 비바람이 몰아쳐 물건을 사고파는 상인들이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날이 어두워질 무렵에 한 시골 노인이 달걀 한 꾸러미를 들고 왔기에 그것을 얻어 집으로 왔다. 요기를 할까 하고 달걀을 삶았더니 모두 오래되어 곯은 것이어서 한 개도 먹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계란에 뼈가 있을 리 없지만 계란 곯은 것이 한자의 골(骨)과 음이 같아서 이러한 속담으로 변한 듯하다. 이와 의미가 비슷한 중국어 성어는 ‘喝凉水都塞牙’ [hē liángshuǐ dōu sāi yá]이다. 냉수를 마셔도 이에 끼인다는 뜻으로, 운수가 나쁜 사람은 좋지 않은 일이 연거푸 생긴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중국어 성어는 한국어 성어와 형태는 다르지만 의미는 비슷하다. 

7. 이판사판(理判事判): ‘막다른 데 이르러 어찌할 수 없게 된 지경’을 이르는 말이다. 이 성어는 원래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불교 용어로 《불서(佛書)》에 나오는 말이다. 이판(理判)이란 세속을 떠나 전심으로 수행하는 것을 말하며, 사판(事判)이란 절의 모든 재물과 사무를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판사판의 뜻이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게 된 데에는 조선의 억불정책 때문이다. 조선은 건국이념으로 숭유억불(崇儒抑佛: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압함)을 표방하였다. 고려 말의 정권교체와 함께 하루아침에 불교가 탄압을 받자 천민으로 전락한 승려들은 활로를 모색하였다. 그래서 승려 중의 일부는 잡역에 종사하면서 절의 모든 재물과 사원(寺院)을 유지하였고, 다른 일부는 은둔해서 참선 등을 통한 수행으로 불법(佛法)의 맥을 이었다. 그런데 당시 승려는 신분이 최하위 계급이었기 때문에 성내 출입도 금지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승려가 된다는 것은 인생의 막다른 궁지를 선택하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이판사판은 ‘막다른 궁지’ 또는 ‘끝장’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 이와 의미가 같은 중국어 성어는 ‘进退两难’ [jìn tuì liǎng nán]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의미를 가진 성어는 ‘铤而走险’[tǐng ér zǒu xiǎn]이다. 막다른 처지에 몰려 위험을 무릅쓴다는 뜻이다. 이 중국어 성어는 한국어 성어와 형태는 다르지만 의미는 비슷하다.








사진 | 바이두
석은혜 | 본웹진 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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