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스타벅스와 경쟁할 것인가? 스타벅스가 중국에 진출한 것과 맞물려서 중국인의 커피 소비는 날이 갈수록 증가했다. 2013년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는 3.2잔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6.2잔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스타벅스와 경쟁하려는 중국의 토종 커피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전통적인 차를 대신해서 커피를 마시는 젊은이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2023년이 되면 중국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이 10.8잔에 도달하여 양적인 면에서는 한국의 2배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쳰잔산업연구원(前瞻産業硏究院)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커피 소비는 연평균 15%의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 워낙 인구가 많아서 매일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1년 치를 모아보면 그 양이 어마어마함을 알 수 있다.
세계에서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시는 네덜란드가 1인당 하루에 2.5잔을 마시고 대한민국도 커피 소비국으로서는 만만치 않은 기록을 갖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도 우리나라 성인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53잔으로 거의 매일 한 잔씩 마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3위에 오를 만큼 한국인의 커피 사랑이 대단함을 보여준다.
양으로 따지자면 미국이 커피 소비에 있어서는 부동의 1등을 차지하고 있지만, 어쩌면 조만간 그 자리를 중국에 내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중국은 윈난(雲南)성을 중심으로 전통의 푸얼차(普洱茶, 보이차) 대신 커피를 재배하는 면적이 날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산 커피 생산량의 98%는 윈난성에 재배된다. 윈난성의 커피는 프랑스 신부인 알프레드 리에타르(田德能)에 의해 묘목이 심어지면서 시작되었는데 그 역사는 100년을 훌쩍 넘기고 있다.
스타벅스의 괄목할 만한 성장에 놀란 중국은 토종 브랜드를 내놓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최근 가장 눈에 띄게 성장하며 중국인들의 입맛과 지갑을 사로잡은 브랜드는 루이싱 커피(瑞幸咖啡, Luckin Coffee)다. 2017년 베이징에서 창립한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2천여 개의 매장을 확보했고, 드디어 2019년 12월 기준으로 4,910개의 매장을 열어서 4,300개에 머문 스타벅스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커피가 일단 중국인들의 애용품이 된 이상 자국에서만큼은 외국 커피 브랜드에 밀릴 수 없다는 중국 특유의 정서와 이왕이면 스타벅스를 앞지르겠다는 큰 포부에 중국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바리스타를 앞세워 커피의 맛을 일정 수준으로 올리는 한편으로 스타벅스보다 20%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덕분이었다. 거기다 100% 앱을 통한 주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여 젊은 세대들에게 편리성을 제공하여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될 만한 조건을 갖춘 듯 보였다.
중국 토종 커피 브랜드의 한계와 도전 그러나 중국 1위가 세계 1위가 될 수 없는 한계도 노출시켰다. 2019년 미국 나스닥에 주식을 상장시키면서 기세가 등등했지만, 중국기업의 고질적인 병폐인 회계부정이 드러나면서 상장한 지 불과 8개월 만에 파산선고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50.2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4.39달러로 폭락하고 말았다. 기업가치와 주가를 높이기 위해 미국의 루이싱 커피는 하루 평균 매출액을 88%까지 부풀린 것으로 밝혀졌다.
스타벅스를 물리치고 세계적인 커피 브랜드가 되겠다는 루이싱 커피의 야심만만한 꿈을 현재로서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그런데 참 흥미로운 사실은 루이싱 커피의 주가가 폭락하고 파산 위기에 몰린 그 시점에 중국에서는 자국 기업인 루이싱 커피를 살리자는 운동이 일어난 점이다. 루이싱 커피 주문은 폭증했고 앱이 다운되는 기현상도 일어났다. 회계부정은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치는 부정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은 루이싱 커피의 부도덕한 행위를 보기보다는 미국을 대표하는 스타벅스와 중국을 대표하는 루이싱 커피가 맞붙은 미중 간의 대리전쟁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자국 기업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성원을 보내는 중국인들의 성향은 어떻게든 미국을 이겨서 세계 정상에 우뚝 서고 싶은 심리를 강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다.
루이싱 커피가 스타벅스를 흉내 내어 세계 진출을 노렸다면 그 밖에 중국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몇몇 토종 카페들은 순수한 카페의 기능을 보여주기보다는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면서 여흥을 즐길 수 있는 복합식당 공간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1997년에 시작한 상다오 커피(上岛咖啡)는 시골에서도 볼 수 있을 만큼 중국인들에는 친밀한 공간이기도 하다. 량안 커피(两岸咖啡)는 중국 외식 산업에서 성공한 여성기업가로 유명한 진메이양(金梅央)이 설립한 회사로 스타벅스와 루이싱 커피가 양분하고 있던 중국 내 프랜차이즈 커피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브랜드다. 그 밖에도 디어우 커피(迪欧咖啡)와 마이룽 커피(麦隆咖啡), 만 커피(漫咖啡) 등 중국의 토종 브랜드들이 중국의 커피 문화를 개척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브랜드 커피 시장의 특징은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스타벅스처럼 공간을 제공하여 고객을 끌어들이는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둘째는 커피 고유의 기능을 살려서 맛과 각성효과 등을 손쉽게 제공하는 편의점 커피 혹은 인스턴트커피 시장이 있고, 세 번째는 스마트폰의 앱을 통한 커피 배달 시장이 존재한다. 배달 커피는 인터넷 문화와 스마트폰의 발전에 힘입은 바 크지만, 결정적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이 가장 컸다. 집에서 나갈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는 배달 전문 업체와 손을 잡고 배달서비스를 하기 시작했다. 현재 각양각색의 커피숍과 전문 브랜드가 난립하는 경향이 있지만 배달 커피의 성장세가 가장 두드리고 있다. 스타벅스로부터 배우는 선교전략 전통적인 차 문화가 지배적인 중국의 기호 음료 시장에 커피 문화를 정착시킨 스타벅스의 성공은 현대사회에서 중국선교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좋은 사례연구가 될 수 있다.
첫째는 현지화 전략이다. 우리는 스타벅스가 커피만을 팔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내 아시아인들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진출을 염두에 두고 스타벅스는 2012년에 차 전문 브랜드인 티바나(Teavana)를 인수했다. 티바나는 Tea와 Nirvana를 합친 말로 힌두교와 불교가 추구하는 궁극적 목적인 열반(涅槃)의 의미를 가진 니르바나(Nirvana)처럼 차를 마시는 사람의 정신과 영혼의 세계를 고양시킬 수 있음을 광고했다. 스피릿(spirit)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의 마음이 움직인 것은 당연했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차는 현대인의 미각에 맞게 가공된 형태로 스타벅스 매장을 통해 지역의 특산품과 결합하여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둘째는 교회가 스타벅스에서 잃어버린 영성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드루 신학대학교의 교수를 역임한 교회 미래학자인 레너드 스윗(Leonard Sweet)은 그의 저서 《영성과 감성을 하나로 묶는 미래교회》(Postmodern Pilgrims)와 《교회, 스타벅스에 가다》(The Gospel according to Starbucks: Living with Grande Passion)를 통해서 스타벅스가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4가지의 코드를 기억하고 이를 교회에 적용할 것을 권고했다.
그가 제시한 미래교회의 성장에 필요한 핵심 코드 4가지는 ‘경험(experience)·참여(participation)·이미지(image)·관계(connected)’로써 이것들은 모두 스타벅스가 지금 우리에게 제공하는 것들이며 과거 기독교 공동체가 누렸던 영성의 요소들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즉 스타벅스가 교회의 좋은 것들을 벤치마킹해서 자신의 사업에 성공적으로 쓰고 있지만, 정작 교회는 원래 가지고 있던 좋은 것을 잃어버렸다는 의미가 된다. 레너드 스윗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교회가 한때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집단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현재 뭔가 부족한 점이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현대인들은 스타벅스에 가서 자기 취향에 맞는 커피를 선택함으로써 특별한 경험에 참여할 수 있고, 다양하고 고전적인 이미지에 둘러싸여 앉아 있노라면 이웃이나 친구와 만나고,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연결 관계가 형성된 공동체의 유대감을 쉽게 형성한다.
레너드 스윗은 교회가 스타벅스에서 배워야 할 점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통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위로를 경험하고, 열정으로 참여하며, 이미지로 느끼고 상호교감하며, 서로 연결되어 공동체를 즐기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젊은이들은 토종 커피 브랜드의 지속적인 출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타벅스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중국선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스타벅스로 향하는 미래의 세대를 품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스타벅스에서 배울 점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만하지 않은가!
사진 | 바이두 강진구 | 고신대 국제문화선교학과 교수, 영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