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는 사자성어 중에서 한국에서 만들어진 사자성어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그 사자성어를 중국어로 번역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 함흥차사(咸興差使): ‘함흥으로 가는 차사(差使: 중요한 임무를 주어 파견한 관리)’라는 뜻으로, 심부름을 가서 돌아오지 않은 사람이나 늦게 돌아오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 성어는 조선 후기 야담(野談: 민간에 구전되거나 떠도는 여러 잡다한 이야기들)집인 《축수편(逐睡篇)》에 나오는 말이다. 조선 태조(太祖) 이성계(李成桂)에게 두 명의 왕비가 있었는데 첫 왕비 한씨는 아들 여섯 명을 낳았고, 계비 강씨는 아들 두 명을 낳았다. 태조는 한씨 소생의 왕자를 무시하고, 대신 강씨 소생의 막내인 방석(放釋)을 세자로 세웠다. 이에 한씨 소생의 다섯 번째 아들인 방원(芳遠)이 불만을 품고 ‘왕자의 난’을 일으켜 강씨 소생을 모두 죽였다. 태조가 노하여 장남인 정종(定宗)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고향인 함흥으로 내려갔다. 이때 이방원이 태종(太宗)으로 즉위하였고, 성석린(成石璘)을 보내어 태조를 모셔왔으나 태조가 1402년(태종 2년)에 다시 함흥으로 내려가 버렸다. 그후 태종은 여러 번 차사를 보냈으나 태조가 차사를 죽이거나 혹은 잡아 가두고 돌려보내지 아니한 데서 유래한 것이다. 이 성어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성어이기 때문에 이와 완전히 일치하는 중국어 성어는 없지만 의미가 비슷한 중국어 성어는 ‘线断风筝’ [xiàn duàn fēng zhēng]이다. 하늘을 향해 올라가던 연의 끈이 떨어진 것 같이 한번 가면 오지 않는 사람이나 물건을 이르는 말이다. 이 중국어 성어는 한국어 성어와 형태는 다르지만 그 의미는 비슷하다.
2. 송도계원(松都契員): ‘송도계(松都契)의 일원’이라는 뜻으로, 자신의 지위나 세력을 믿고 남을 멸시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이 성어는 조선 중기의 작가 이덕형(李德泂)의 《송도기이(松都記異)》에 나오는 말이다. 조선 시대 한명회(韓明澮)는 37세에 송도(지금의 개성)에서 말단 관직에 있을 때 생활이 그다지 풍족하지 않았다. 그 당시 한양에서 송도로 관직을 위해 온 사람들끼리 모여 계(契)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명회가 계모임에 갈 때면 높은 관직에 있던 자가 지위가 미천하다고 하여 그를 발로 차면서 쫓아내곤 했다. 그러나 후에 한명회는 세조의 부름을 받아 한양으로 올라가게 되었고, 성종 때까지 모든 관직을 거치는 것은 물론 영의정과 좌의정 등 세 번이나 재상에 오르게 된다. 이때 송도에서 계를 하던 한양 사람들이 땅을 치면서 후회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이후 세력을 가졌다고 남에게 거만하게 구는 사람이나 진실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켜 송도계원 같다고 말했다. 이 성어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성어이기 때문에 이와 완전히 일치하는 중국어 성어는 없지만 의미가 비슷한 중국어 성어는 ‘负才傲物’ [fù cái ào wù]이다. 자신의 재능과 학식을 믿고 교만해서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것을 말한다. 이 중국어 성어는 한국어 성어와 형태는 다르지만 그 의미는 비슷하다.
3. 오비이락(烏飛梨落): ‘까마귀가 배나무에 앉아 있다가 막 날아가려고 할 때 배가 떨어졌다’는 뜻으로, 아무 관계도 없이 한 일이 공교롭게도 때가 같아서 억울하게 의심을 받거나 난처한 위치에 서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이 성어는 조선 인조 때의 학자 홍만종(洪萬宗) 이 엮은 《순오지(旬五志)》에 나오는 말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라는 우리말 속담을 한역(漢譯)한 것으로 이 성어와 완전히 일치하는 중국어 성어는 없지만 의미가 비슷한 중국어 성어는 ‘瓜田李下’ [guā tián lǐ xià]이다. 이 중국어 성어는 ‘瓜田不纳履, 李下不整冠’ [guā tián bú nà lǚ, lǐ xià bù zhěng guān]을 줄인 말로써, ‘오이 밭에서는 신이 벗겨져도 다시 신지 말고, 자두나무 아래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뜻이다. 즉 남에게 의심받을 만한 일을 하지 말라는 말이다. 이 중국어 성어는 ‘瓜李之嫌’ [guā lǐ zhī xián]이라고도 하며, 그 의미는 ‘瓜田李下’와 일치한다. 이 두 개의 중국어 성어는 한국어 성어와 형태는 다르지만 그 의미는 비슷하다.
4. 설저유부(舌底有斧): ‘혀 아래에 도끼가 들어 있다’는 뜻으로, 말을 잘못하면 화를 불러일으키니 말을 조심하라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은 혀 아래에 도끼가 들었다는 우리말 속담을 한역한 것이다. 이 성어는 조선 후기 조재삼(趙在三)에 의해 편찬된 《송남잡식(松南雜識)》에 나오는 말이다. 《송남잡식》은 총 14권 7책으로 되어 있으며, 이 책은 순조(1800-1834) 때 여러 분야에 관한 것을 저술한 백과사전류의 일종이다. 이 책에는 천문·세시·지리·관혼상제·과거·농경·의식주·음악·종교·사상·언어·동식물 등의 인문학과 민속학이나 종교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총망라되어 있다. 이 성어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성어이기 때문에 이와 완전히 일치하는 중국어 성어는 없지만 의미가 비슷한 중국어 성어는 ‘唇枪舌剑’ [chún qiāng shé jiàn]이다. 입술로 창을 만들고 혀로 검을 만든다는 뜻으로, 논쟁이 격렬하고 말이 날카로운 것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이 중국어 성어에는 말을 조심하라는 의미는 들어 있지 않다. 이 성어와 비슷한 의미를 지닌 중국어 성어로는 ‘口祸之门’ [kǒu huò zhī mén]이라는 말이 있다.‘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 된다’는 뜻으로, 말조심을 해야 한다고 경계하는 말이다. 이 중국어 성어의 의미가 한국어 성어 설저유부의 의미와 더 가깝다.
5. 동족방뇨(凍足放尿):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뜻으로, 잠시 동안 임시변통은 될지 모르나 그 효력이 오래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사태가 더 나빠짐을 이르는 말이다. 이 성어는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우리말 속담을 한역한 것이다. 이 성어는 홍만종이 엮은 《순오지》에 나오는 말이다. 저자의 서문에 따르면, 1678년 가을에 홍만종이 병들어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자 근심을 잊기 위해 예전에 들은 여러 가지 이야기와 속담 등을 기록하여 책을 만들었다. 이 책을 쓰기 시작한 날부터 끝마친 날까지 십오 일이 걸렸기 때문에 이 책의 이름을 《순오지》라고 하였다고 한다. 이 성어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성어이기 때문에 이와 완전히 일치하는 중국어 성어는 없지만 의미가 비슷한 중국어 성어는 ‘车薪杯水’ [chē xīn bēi shuǐ]이다. 한 잔의 물을 끼얹어서 달구지 위에서 불타고 있는 땔감을 구해보려고 한다는 뜻으로, 힘이 너무 작아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 중국어 성어에는 ‘점점 더 사태가 나빠진다’는 뜻은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한국어 성어와 그 의미가 비슷하다.
6. 만신창이(滿身瘡痍): ‘온몸에 부스럼과 상처가 가득하다’는 것을 뜻하거나 ‘온몸이 상처투성이로 성한 데가 없다’는 뜻으로, 일이 아주 뒤죽박죽으로 헝클어져서 엉망이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 성어는 두 가지 유래가 전해지고 있다. 하나는 한의학에서 온몸(滿身)에 난 부스럼(瘡: 종기)을 이르는 말인 ‘만신창(滿身瘡)’이라는 단어에 ‘상처 나다’라는 뜻의 ‘이(痍)’를 붙여 만든 것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만신창이의 원래 뜻은 ‘온몸에 부스럼이 퍼져 있고 상처가 가득하다’라는 말이다. 또 다른 주장은, 창은 원래 부스럼이나 종기를 말하지만 칼과 같은 쇠붙이에 찔리거나 베인 상처도 창이라고 한다. 이는 상처라는 뜻이다. 이 둘이 합쳐진 창이(瘡痍)가 되었는데, 이것은 칼과 같은 무기에 다친 상처를 말한다. 만신은 온몸이라는 뜻이므로 만신창이는 ‘온몸이 (칼이나 창 따위의 날에 베이거나 찔린) 상처투성이’라는 뜻이라고 주장한다. 어떤 유래가 맞든지 간에 현재는 이 말이 파생되어 ‘일이 뒤죽박죽이 되어 아주 엉망이 되었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와 의미가 비슷한 중국어 성어는 ‘百孔千疮’ [bǎi kǒng qiān chuāng]이다. 백 개의 구멍과 천 개의 상처라는 뜻으로, 상처와 파괴된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뜻을 가진 성어로는 ‘遍体鳞伤’ [biàn tǐ lín shāng]이 있다. 이 말은 온몸이 모두 상처를 입었는데 상처 자국이 물고기 비늘처럼 빽빽하다는 뜻으로, 상처가 매우 심각함을 형용한 것이다. 비록 두 개의 중국어 성어에는 ‘일이 엉망진창이 되었다’는 뜻은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한국어 성어와 그 의미가 비슷하다.
7. 오비삼척(吾鼻三尺): ‘내 코가 석 자’라는 뜻으로, 자기 사정이 급하여 남을 돌볼 겨를이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이 성어는 조선 중기 학자인 홍만종이 엮은 《순오지》에 나오는 말이다. 《순오지》는 우리말 속담을 한역한 대표적인 책으로, 부록에 우리 나라의 속담 130여 개가 실려 있다. 이 책에서는 내 코가 석 자라는 속담을 오비체수삼척(吾鼻涕垂三尺)으로 한역해 놓았다. 이 말은 나의 콧물이 석 자나 드리워졌다는 뜻으로, 감기로 인해 흐르는 콧물이 길게 늘어져 있어 그것부터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남을 돌볼 여유가 없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오비삼척은 오비체수삼척의 준말이다. 이 성어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성어이기 때문에 이와 완전히 일치하는 중국어 성어는 없지만 의미가 비슷한 중국어 성어는 ‘自顾不暇’ [zì gù bù xiá]이다. ‘자신을 돌보는 일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돌볼 틈이 없다’는 말이다. 이 말은 청(清)나라 이여진(李汝珍)의《경화록(镜花缘)》에 나오는 말이다. 이 중국어 성어는 한국어 성어와 형태는 다르지만 그 의미가 비슷하다.
사진 | 바이두 석은혜 | 본웹진 전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