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 시절부터 목회자 아버지를 보며 막연하게 목회자가 되고 싶었다. 중3 때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 하나님을 뜨겁게 체험한 뒤 목회자의 소명을 확신하였다. 그러나 확신은 대학 3학년 때 흔들렸다. 청소년 시절에는 다분히 감정적이며 지식과 세계관 등이 정리되지 않은 신앙이었다면, 대학생활은 여러 배움과 역경을 통해 신앙의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이었다. 대학에서 기독교상담학과 신학을 공부하면서 신자로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에는 확신이 있었지만, 그것이 ‘굳이 목회의 삶을 통한 것이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이러한 흔들림이 소명에 대한 흔들림이 아닌 목회자로서의 삶에 대한 두려움과 이 세상의 좋음을 보고 그것들을 취하고 싶은 마음에서 왔던 흔들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안에 가장 큰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을 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인생이 가장 복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두려움을 이기게 하시고, 가장 좋으신 하나님과 함께 끝까지 이 길을 걸어갈 것이다.
하나님을 의지하는 사역자가 되고 싶다. 신학 공부는 나에게 참으로 많은 유익을 주었다. 그러나 좌절 또한 컸다. 신학을 공부하면, 사역을 시작하면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연약한 나의 모습은 잘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열심을 냈다. 신학을 더 깊이 공부하려고 하였고, 더 기도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쌓여가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 때문에 참으로 고통스러웠다. ‘왜 성경에서 말하는 이 놀라운 진리가 내 삶의 현장에서는 그저 하나의 이론으로만 그치고 마는가’라는 질문이 들 때마다 신학을 하는 회의감, 사역에 대한 회의감에 빠져들었다.
어느 날 말씀을 묵상하는 가운데 내 안에 있는 율법적인 나를 발견하였다. 지금까지 나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하려고 했구나 하는 것과 하나님을 의지한다는 게 무엇인지 더욱더 새롭게 깨달았다. 그동안 연약함과 죄악 된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회개하며 결단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결단은 항상 무너졌다. 하지만 이번의 깨달음 뒤에 기도가 많이 바뀌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하던 기도가 “하나님! 도와주세요, 저는 할 수 없네요.”로 바뀌었다. 아내와 다툼이 일어나려고 할 때, 나태해지려는 순간, “주님! 도와주세요, 저는 할 수 없어요.”라는 고백의 기도가 내 입술을 통해서 나온다. 주님을 더욱 온전히 의지하게 된다. 날마다 이러한 자세로 사역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영혼을 살리는 설교자가 되고 싶다. 설교를 통해서 영혼이 살아난다고 믿는다. 설교자는 날카로운 통찰력과 뜨거운 사랑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며, 그 말씀대로 살아야 한다. 한때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렇게 많은 신학생이 있는데 나 한 명 있고 없고 무슨 차이가 있을까?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생각을 안 한다. 바울과 많은 선지자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그 내적 소명이 내 안에도 갈수록 충만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단에서 선포되는 하나님의 말씀이 온전하게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렇기에 내 삶이 먼저 하나님의 말씀으로 충만하기를 원한다.
또 하나의 바람은 청년들에게 성경의 진리를 잘 가르치고 싶다. 교회 밖에서, 교회 안에서 힘들어하는 많은 청년들을 본다. 말씀 밖에서 방황하는 청년들, 말씀을 듣고 하나님을 위해 헌신하면서도 방황하는 청년들이 참으로 많다. 말씀과 삶이 분리된 모습의 청년들을 볼 때 매우 안타깝다. 이런 청년들을 대할 때마다 말씀을 잘 가르쳐야겠다고 결심한다. 머리만 키우는 가르침 말고 청년들의 삶을 흔드는 가르침을 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나 자신부터 공부와 경건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훗날 하나님께 칭찬받는 사역자가 되어 있다면 부모님의 영향력이 컸을 것이다. 부모님의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하나님 앞에서 순수하고 선하며, 자식들 앞에서조차 겸손한 그 신앙을 삶으로 가르쳐 주셨기 때문이다. 가끔 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울컥할 때가 있다. 아픈 아버지와 그 옆에서 돕는 어머니가 오로지 복음을 위해 사시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한 복잡 미묘한 마음이다. 이런 마음과 함께 선교사역을 하는 선교사님들을 향한 긍휼의 마음이 솟구친다. 사역을 하면서도 한 가지 놓고 싶지 않은 것은 선교사님들을 섬기는 일이다. 선교사님들을 부모님을 대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섬기며 위로해드리고 싶다. 내가 받은 사랑을 흘려보내는 삶을 살고 싶다. 예수님처럼 제자들처럼 그리고 우리 아빠, 엄마처럼.
* 이 글은 <나는 선교사입니다>(고신총회세계선교회)에 실린 내용을 저자의 허락을 받아 수정, 보완하여 게재하였습니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김수민 | 중국선교사 MK, 열린교회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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