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사교육 시장에 철퇴를 가했다 신화통신의 7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의무교육 단계 학생들의 숙제 부담과 학원 수업 부담의 경감에 관한 의견(关于进一步减轻义务教育阶段学生作业负担和校外培训负担的意见·이하 의견)’을 공식 발표하고 의무교육(초·중등학교) 과정의 중국어·영어·수학 등 학교 수업과 관련한 과목을 통해 사교육 기관들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금지할 뿐 아니라 기업공개(IPO) 등 자금조달도 막겠다고 밝혔다. ‘의견’에 따르면 초·중등 교과 관련 사교육 기관의 신규 허가를 금지된다. 기존 기관도 비영리 기관으로 일괄 등록해야 한다. 아울러 기존 온라인 사교육 기관은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사교육 기관이 상장을 통한 자금 확보도 금지된다. 사교육을 통한 영리활동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의 사교육 시장 규모는 1200억 달러(한화 약 138조 원)로 추산될 정도로 과열 양상을 보였다.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선전(深圳), 광저우(广州) 등 1선 도시에서는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10명 중 7명이 방과 후 과외수업을 받는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중국 지도자들은 양극화, 교육의 불평등, 자녀 교육비 부담 증가, 저출산 문제의 주요 원인을 사교육에서 찾고 있는 듯하다. 이번 조치는 예정됐던 수순이었다. 시진핑(习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월 양회(两会·전국인민대표대회,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 중 지역 간 교육 격차와 사교육업체 난립에 우려를 표하고 교육의 공익 원칙 유지와 교육 서비스 시스템 개선, 사교육시장 단속 강화 등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이어 5월 21일 시 주석 주재로 열린 중앙전면심화개혁위원회 제19차 회의에서 이번 조치와 관련한 ‘의견’을 심의, 의결됐다. 이어 7월 19일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中共中央办公厅), 국무원판공청(国务院办公厅)은 ‘의견’을 발간하고 24일 인민일보(人民日报) 웨이보를 통해 ‘의견’ 전문을 공개했다. 이에 앞서 교육부는 6월 사교육 시장을 단속하는 전문 조직인 ‘교외교육훈련감독관리사(司·국)’을 설립했고 유치원과 학원에서 3∼8세 아동에게 초등학교 선행학습을 금지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교육 부문에서 민간 역할을 줄이고 국가와 공산당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5월에는 개인이나 민간 기업이 초중등 의무교육을 맡은 학교를 인수하는 것을 금지했다. 외국 자본이 사립학교 최대 주주가 되는 것도 막았다. 모든 의무교육 담당 학교는 공산당의 지도를 따라야만 한다.
중국의 참된 의도를 좀 더 파악하기 위해 ‘의견’의 내용을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의무교육 강화와 학생들의 숙제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이다. 첫째, 초등학교 1∼2학년은 숙제를 내지 않으며 3∼6학년은 평균 60분 이내, 중학생은 90분 이내로 완료할 수 있는 숙제를 내야 한다. 둘째, 학부모에게 과제를 내거나 학부모가 숙제를 검사하고 수정하는 것을 금지한다. 셋째, 방과 후 수업 종료 시간은 원칙적으로 현지 퇴근 시간이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넷째, 교사의 외부 과외 활동을 엄정하게 단속해야 하며 이를 어길 시 교사 자격을 취소한다. 다섯째, 학교는 임의로 수업시간을 조정하거나 난이도를 높이거나 진도를 빠르게 해서는 안 되며 시험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는 시험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 사전 시험 준비, 전국 통일시험 규정 위반, 시험 범위 외 문제 출제, 성적 순위 공개 등을 해서는 안 된다. 여섯째, 교과 수업은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며 우수 일반고 모집 인원을 점진적으로 지역 내 중학교의 비율만큼 높이고 학생 모집 규정 위반과 악성 경쟁을 근절한다.
두 번째 조치는 사교육 부담 경감을 위한 6개 안이다. 기존 사교육 기관의 존립을 좌우하는 내용들이다. 첫째, 지방 정부는 초·중등 교과 관련 사교육 기관의 신규 허가를 금지하며 기존 사교육 기관은 비영리 기관으로 일괄 등록한다. 둘째, 온라인 교과 관련 사교육 기관은 심사비준제로 변경해야 하며 지방정부는 기존 등록된 온라인 교과 관련 사교육 기관을 전면 조사하고 신규 기준에 따라 다시 비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셋째, 교과 관련 사교육 기관은 상장을 통한 자금 확보를 금지하고 자본화 운영을 엄금한다. 넷째, 사교육 기관은 법정 공휴일, 휴일, 여름과 겨울 방학에 교과 관련 교육을 할 수 없다. 다섯째, 사교육 기관은 높은 연봉을 제시해 학교 교사를 스카우트할 수 없으며 교과 교육 강사는 반드시 상응하는 자격을 갖춰야 한다. 여섯째, 교육기관에 자본이 과도하게 유입되는 것을 엄격히 통제한다. 교육기관의 융자와 매출은 교육업무 운영에 주로 사용돼야 하며 허위, 과장 마케팅을 통한 부당한 경쟁을 금지한다.
이번 조치로 최대 위기에 직면한 회사는 ‘중국의 메가스터디’라 할 수 있는 신둥팡(新东方·뉴오리엔탈그룹)이다. 전국 100개 이상의 캠퍼스에 5만 명 이상의 교사, 5500만 명 이상의 학생을 거느리고 있는 중국 최대의 교육재벌이다. 장쑤(江苏)성 장인(江阴) 출신으로 베이징대 서양어과를 졸업한 위민훙(俞敏洪)이 1993년 베이징에서 영어학원을 설립한 뒤 해외유학 열풍을 타며 고속성장을 구가해왔다. 2016년 중국 교육 기업으로는 최초로 연매출 100억 위안(약 1조7700억 원)을 돌파했다. 2006년 9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이래 2017년 중국 교육 기업으로는 최초로 시가총액 100억 달러도 넘어섰다. 2019년 3월 홍콩증시에도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현재 신둥팡은 크게 외국어 교육, 초·중·고 12학년제 의무교육(K12), 미취학 아동교육, 온라인 교육, 해외 유학 컨설팅, 도서출판 등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중 K12교육과 대학교육은 주력 사업이다. 대학교육이란 각종 영어시험, 대학원·공무원·교사 시험, 해외 유학, 재무회계 고시 대비를 위한 사업을 뜻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대학교육 사업이 줄곧 주된 수입원이었다. 2019년 3분기부터 2020년 2분기까지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대학교육과 K12교육 매출 비중은 각각 59.4%, 27.3%였다. 코로나19로 해외 유학 사업이 차질을 빚은 대신 온라인교육 수요가 급증하면서 초·중·고생 온라인학원 강의가 활황세를 보여 K12교육이 최대 매출원이 됐다. 지난해 6∼11월 6개월간 K12교육 사업 매출은 3억3700만 위안(약 599억 2000만 원)으로, 대학교육 2억 9200만 위안(약 515억 6000만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하지만 교육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아왔다는 비난도 받아왔다. 최근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둥팡이 중·고교 우등생을 대상으로 1인당 21만 9800위안(약 3900만 원) 하는 45일짜리 여름 학습캠프 상품을 만들어 판매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이번 조치로 중국 교육 시장에 투자했던 전 세계 ‘큰손’들이 떠날 듯하다. 금융시장조사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교육 시장에 유입된 벤처캐피털 투자금은 81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6년부터 5년간 누적 투자액(155억 달러)의 절반 이상이 한 해에 몰렸다. 테마섹, GIC, 워버그핀커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힐하우스, 세쿼이어캐피털, 타이거펀드,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글로벌 투자 큰손들이 대거 투자했다. 사실 코로나19에 따른 특수로 온라인 수업이 성행하며 관련 시장이 거침없는 성장세를 구가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메이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온라인 교육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대비 20%포인트 넘게 급증, 4858억 위안(약 86조 3703억 8000만 원)에 달했다. 로이터통신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온라인 교육 벤처캐피털 시장이 차갑게 얼어붙었고, 손실을 우려한 이들이 현재 ‘출구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한편 고액의 과외 암시장이 활성화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터(SCMP) 등을 통해 보도됐다.
중국 당국의 사교육 시장 통제로 인해 훨씬 비싼 가격의 비밀과외 암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련 업계 종사자와 학부모를 인용해 SCMP는 7월 30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당국의 발표 이후 지방 정부들은 학교 밖 수업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에 나섰지만, 고등학교와 대학교 입시를 포함한 국가시험에 대한 압력으로 사교육에 대한 중산층 가정의 수요는 계속 강하게 유지될 것이다. SCMP는 중국의 이번 정책이 1980년대 한국 전두환 정권의 헛된 과외금지정책을 연상시킨다고 분석했다. 당시 한국도 학생들의 부담 완화를 위해 거의 모든 종류의 사교육을 금지했지만 암시장을 키우는 역효과를 냈다고 했다. 사교육 암시장이 이미 형성됐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안후이(安徽)성 황산(黃山)시에서 한 중학교 교사가 비밀과외를 진행하는 현장을 경찰이 급습했다. 당시 경찰의 작전이 마치 성매매나 도박장을 단속하는 것처럼 펼쳐졌다고 현지 신문은 보도했다. 후베이(湖北) 등 다른 지역에서도 음란물이나 불법 출판물 단속을 담당하는 경찰에 사교육 시장 단속 임무가 주어졌다. 교육부는 지난 7월 27일 공립학교 교사의 학교 밖 유료 강의를 금지하는 경고문을 발표했다.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현직 교사의 개인 과외가 성행했다. 베이징에서 일대일 과외가 시간당 3천 위안(약 53만 원)까지 치솟았다는 얘기도 돌았다. 이는 중국 한 달 평균 임금의 절반에 해당한다. 대학입시가 존재하는 한 과외교사는 언제든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도 흘러나온다.
중국 사교육 시장 규제를 바라보면서 역발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 불평등과 학부모 부담의 고리를 끊기 위해 중국교회는 물론 해외교회가 새로운 교육의 기회를 중국에 선사하면 어떨까. 적은 비용, 아니면 무료로 고품질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면 학생 개인과 학부모들의 시름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학생들이 영어·수학·중국어 등 학과목을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부족한 부문을 보강할 수 있도록 세계 기독인들의 품앗이, 도우미 교육이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을까. “이때를 위함”이라는 믿음을 갖는다면 세계 기독인들이 나서서 ‘중국판 칸아카데미’ ‘중국판 무크’ ‘중국판 코세라’ ‘중국판 유다시티’ 등도 만들 수 있고 기존의 유익한 교육 플랫폼을 중국 학생들이 보다 쉽게 향유하도록 배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교회 내 목회자나 교인들도 나서서 이웃의 학생들을 위해 교육 도우미가 되거나 플랫폼을 구축해 아낌없이 지식과 지혜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을 통한 교육혁명에 따른 플랫폼과 세계의 각 분야 전문가와 교수, 교사들이 자신들의 ‘지식 십일조’ ‘시간의 십일조’라는 힘을 합쳐 교육공공재로 중국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의 자녀의 성공만을 생각하지 않고 좀 더 중요한 것을 볼 수 있는 안목과 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의식을 학부모들에게도 줄 수 있지 않을까. 중국 당국에 왜곡된 능력주의로 만들어지는 불공정과 기회의 불평등을 걷어내고 공동체의 성장과 나눔을 가능하게 할 때 온전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중국의 사교육에 대한 조치가 또 다른 중국선교와 선교중국의 기회와 계기이자 새로운 비영리 교육선교의 길임을 중국교회와 세계교회가 상상하고 멀리 보고 행동하면 좋겠다.
사진 | 바이두, 픽사베이(위에서부터) 왕빈 | 중국인사역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