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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7.6 통권 227호     필자 : 강진구 프린트   이메일 
[중국 사회와 문화 이야기]
올림픽과 중국의 화장실 문화

올림픽은 사회발전의 원동력
제32회 도쿄하계올림픽이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새롭게 전개되는 가운데서도 7월 23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9일간의 열전에 돌입하게 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해 1년 연기된 이번 올림픽은 방역과 안전에 따른 문제 때문에 일본 국민의 취소 요구가 적지 않았지만, 일본 정부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어떻게든 만회하려 할 뿐만 아니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정치적 입지와도 깊이 연관되어 있어서 도쿄올림픽은 무관중 경기라도 진행하려 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비록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 취소의 권한을 갖고 있지만 노벨평화상에 대해 욕심을 내는 토마스 바흐 위원장의 명예욕 때문이라도 도쿄올림픽은 개최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 국제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인류의 위협적인 질병을 이기고 평화의 대전을 성공시킨 공로를 인정받고 싶은 생각이 바흐 위원장의 속마음이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서는 2022년 2월 4일에 열릴 예정인 베이징동계올림픽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라서 도쿄올림픽 개최는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만일 새로운 변이바이러스가 창궐하고 백신의 효과가 따라가지 못한다면 강행 또는 연기 여부의 결정을 도쿄올림픽을 기준 삼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로서는 올림픽에 거는 기대가 일본보다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단순한 국위 선양을 넘어서 코로나19의 발원지라는 불명예를 물리치고 코로나19를 정복한 세계의 중심 국가로서 우뚝 선 모습을 세계에 알리고 싶은 까닭이다. 특히 2008년 베이징하계올림픽의 성공이 가져다 준 자신감과 사회문화적 발전에 대한 기억은 중국 정부나 국민들에게 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상승시킬 수밖에 없다. 그동안 중국은 대외적 이미지에 있어서 땅덩이는 넓고 인구는 많지만, 후진국 문화를 가진 나라라는 오명을 씻기에는 뭔가 부족함이 있었다. 우리나라도 88서울올림픽을 통해 전쟁과 빈곤의 나라라는 이미지를 벗고 세계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한 것처럼 중국 또한 올림픽을 통해 경제강국에서 문화강국으로의 변신을 꾀할 계획을 갖고 있다.

공중화장실은 문화의 척도(尺度)
2008년 베이징하계올림픽에서 중국이 이룬 가장 중요한 업적 가운데 하나는 악명 높은 공중화장실 문화의 개선에 나선 일이었다. 베이징올림픽 이전에 중국을 여행한 사람들이라면 공중화장실에 대한 문화충격에 놀라고 당황스러운 경험을 잊지 못할 것이다.

여행객들 사이에서 입에 자주 오르내리던 중국 공중화장실은 세 가지의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첫째는 개방식이다. 화장실에 격벽이나 문이 설치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옆 사람은 물론 화장실에 드나드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볼일을 보게 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화장실이 은밀한 개인의 공간이라는 개념이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둘째는 인분을 모았다가 거둬가는 재래식이거나 경사로를 통해 위에서 물을 내리면 한꺼번에 쓸려 내려가서 모이게 되는 형태의 절약형 혹은 인분 재활용의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는 냄새를 피할 수 없고 난방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은 대부분의 공중화장실의 경우 겨울에는 물을 사용하기가 어려워 위생과 불편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셋째는 경우에 따라서는 남녀공용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칸막이가 있는 경우라면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이지만, 개방식의 구조라면 사정은 다를 수 있다. 한국인이라면 이웃한 남녀가 함께 볼일을 보는 경우를 상상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충격적인 중국 공중화장실 문화에 대해서 중국인들도 나름대로 할 말은 있다. 공중화장실에 문을 설치하지 않은 것은 대륙적 기질을 보여주는 중국인의 특성이라는 설명은 그 가운데서도 유머 감각이 있는 편에 속한다. 넓은 땅을 지켜보면서 볼일을 보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인생과 세상을 넓게 바라보며 살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일까. 현대식 화장실이 있는 요즘에도 문을 열고 볼일을 보는 중국인들을 가끔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중국의 충격적인 공중화장실 문화는 인구밀도가 높고 노동 집약형인 농촌사회가 만든 문화의 결과일 수 있다는 해석이 보다 타당성이 있다. 전통적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천연비료 역할을 하는 인분을 모으기 쉬운 형태의 화장실을 만들었고, 개인 주택에 화장실을 짓는 수고나 여유를 부리기보다는 한군데 모아 놓을 수 있다면 수거의 편리함도 있는 만큼 공중화장실은 경제적인 요건을 충족시키는 방편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칸막이가 없거나 낮은 공중화장실은 이웃과 얼굴을 마주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까닭에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어서 농촌의 사회공동체를 이루는 데도 효과적이란 해석도 한몫한다.

세계관은 화장실 문화를 만든다 
그런데 중국의 공중화장실에 대해 놓쳐서는 안되는 중요한 세계관적 해석이 있다. 먹고 배설하는 것은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시면서 만들어 놓은 생리적 기능이지만, 배설을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인간이 만든 문화이며 이는 사회 구성원들을 지배하는 세계관의 결과일 수 있다는 점이다. 나라와 문화마다 화장실 문화가 다른 이유는 결과적으로 세상과 인생을 바라보는 세계관이 다른 까닭이다.

개방형 구조로 이루어진 중국의 공중화장실에 대한 세계관적 해석은 마오쩌둥(毛澤東)의 사회주의 혁명에 기인한다. 즉 마오쩌둥은 자신의 혁명을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방형 공중화장실을 활용했다는 사실이다. 베이징 특파원들의 글을 모은 책 《베이징 특파원 중국문화를 말하다》(서교출판사, 2020)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적어 놓고 있다.

첫째는 개방형 화장실 문화는 자신과 싸웠던 국민당 지지자들이나 자신의 사상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감시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1949년 중국인민공화국이 출범한 이후에도 마오쩌둥은 자신의 정적이었던 장제스(蔣介石)와 국민당 지지자들에 대한 경계를 늦추는 법이 없었다. 즉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나누는 데 공중화장실만큼 좋은 장소는 없다. 마오쩌둥은 대륙에 남아 있는 장제스의 국민당 지지자들이 몰래 활동하며 자신의 혁명과 사상에 반기를 들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고 한다. 따라서 공중화장실 안에서 자연스러운 감시가 이루어지도록 칸막이를 없앴다.

둘째는 마오쩌둥의 급진적 사회주의 운동인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의 결과란 사실이다. 마오쩌둥의 사회주의 사상 외에는 모든 것을 가치 없고 반혁명적인 것으로 몰아갔던 당시의 분위기는 홍위병(紅衛兵)들에 의해 주도되었고, 그들은 개인 집에 있는 화장실을 부르주아적 퇴폐주의의 사치품으로 보았다. 즉 서구문화가 유입되면서 서구인들의 집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퍼져나가던 깨끗하고 위생적인 개인 화장실은 퇴폐적 자본주의 문화로 몰렸고 개방형 공중화장실 형태는 농촌뿐만 아니라 도시에도 자리 잡기 시작했던 것이다.



화장실을 바꾸면 중국도 변화할 수 있다
중국의 공중화장실에는 낙서가 없다. 화장실 낙서란 불만과 욕망을 분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주로 사회에서 금지된 용어나 그림을 그려놓기도 하지만 공개적으로 발설하지 못하는 개인적 견해를 밝혀서 타인에게 알리는 저널리즘 기능이 낙서에는 있다. 지금까지 중국 공중화장실은 공산당 정부를 비판하거나 사적인 견해를 펼칠 수 있는 구조 자체가 형성되지 못했다. 그런데 올림픽이 뜻밖에도 서구적이며 개인적인 폐쇄형 화장실을 적극 보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은 그동안 사회주의 사상에 전도된 중국 인민들의 생각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모름지기 창조적인 사고는 가장 편안한 공간 안에서 남의 시선의 침해를 받지 않는 자유로움 속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기독교 신앙 또한 마찬가지다. 하나님과 일대일로 마주하는 공간과 시간이 있을 때 신앙은 새로워지고 깊어질 수 있다. 선교현장의 소식 가운데는 가족이나 주변인들에게 신앙의 핍박을 받는 사람들이 화장실에서 기도하고 말씀을 묵상하며 위로와 힘을 얻는다는 얘기를 듣고는 한다. 개인의 자유가 보호되는 화장실 문화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중국선교를 위해 무엇을 하면 좋겠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말할 수 있다. 화장실을 개선해주라고. 화장실에 변화를 주는 일은 선교의 시작일 수 있다.






사진 | 바이두
강진구 | 고신대 국제문화선교학과 교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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