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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6.3 통권 226호     필자 : 김영철 프린트   이메일 
[중국 영화]
《클래스메이트 마이너스(同学麦娜丝, Classmates Minus), 2020》
- 보통 사람들의 행복과 불안

대만 출신 황신야오(黄信尧)는 이 영화에서 각색과 감독, 연기, 내레이션을 겸해 재능과 끼를 맘껏 발산했다. 2020년 제57회 대만 진마장(金马奖)영화제에서 9개 부문의 후보에 올라 3개 부문에서 수상을 하였는데 그중 관객이 직접 뽑은 인기상을 수상하며 관객의 인기를 독차지하였다. 이번 영화는 진마장 5개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던 전작 《대불+(大佛+, The Great Buddha+), 2017》에 비하면 영화평론가의 평가는 박한 편이지만 감독 황신야오는 대중에게 사랑받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네 명의 고교 동창생은 일이 없으면 모교 근처 버블티(泡沫红茶) 찻집에 모여서 트럼프 카드 게임을 한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우밍톈(添仔 吴铭添, 施名帅 분), 망자에게 바치는 종이 장의용품을 제작하는 비제(闭结, 刘冠廷 분), 보험회사 직원 뎬펑(电风, 郑人硕 분), 동사무소(행정복지센터) 호구 조사원 관터우(罐头, 纳豆 분). 이들은 이제 40대의 중년이 되어 우정과 의리를 지키며 선량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는 시련이 잇따른다. 영화는 ‘왜 우리는 살아갈수록 궁핍해지는가?’라고 관객들에게 묻는다.

황신야오 감독은 인생의 기복을 말하기 위해 전작 《대불+》에는 플러스를, 이번 영화에는 마이너스를 제목으로 넣었다고 한다. 사실 영화는 인생의 부침(浮沈)보다 침전(沈澱)이 일상화한 삶을 말한다. 여주인공 마이나쓰(麦娜丝, 潘慧如 분)의 영문명은 마이너스로 번역된다. 고등학교 때 뮤즈였던 마이나쓰는 성인이 된 현실 세계에서는 마이너리그의 루저가 되어 있다. 

관터우는 전입과 전출을 조사하는 호구 조사원으로 가정집을 방문하다가 우연히 고등학교 캠퍼스 퀸인 마이나쓰를 만난다. 졸업 후 미국 유학을 떠난 줄 알았던 그녀는 불법 안마 시술 영업을 하고 있었다. 관터우가 평생 여신처럼 사모했던 그녀가 다른 고객에게 하듯이 서비스를 제안하자 관터우는 그녀의 집을 뛰쳐나와 길에서 눈물을 펑펑 쏟고 만다. 관터우는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그녀를 지켜주고 싶었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고이 간직하고 싶은 간절한 바람이기도 하다. 관터우는 순정을 바쳐 사랑했던 여성에게 배신을 당하고 사우나에서 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하다가 적지 않은 빚을 지게 되었다. 관터우의 지갑에는 게임에서 져도 지불할 돈은 한 푼도 없고 온갖 부적만 가득 들어 있다. 그 많은 부적은 그를 지켜 주지 못할 뿐더러 갈수록 돈과 사랑에 대해 허기를 느끼게 할 뿐이다.

뎬펑은 아버지의 유산과 대출로 간신히 신혼집과 옹색한 주차장을 마련한다. 직장에서는 부진한 인사고과로 계속 승진하지 못해 좌절을 거듭한다. 그는 고등학교 동기인 상사에게 모욕을 들으면서도 상사의 약점을 끝까지 지켜 주었지만 결국 사표를 내던진다. 

우밍톈은 저렴한 광고를 찍지만 꿈에서도 영화감독의 꿈을 잊지 않는다. 그런 그가 정치인의 유혹에 빠져 국회의원 선거에 나간다. 그는 “내일은 더 나아질 겁니다(明天会更好)”라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우밍톈의 이름은 ‘내일은 없다’라는 의미인 무명천(无明天)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우정과 자신의 꿈마저 저버린 몰지각한 그의 행위를 우밍톈이란 이름으로 풍자하였다. 우밍톈은 친구의 결혼식장과 장례식장에서도 선거유세를 하다가 뎬펑, 관터우와 황신야오 감독까지 합세해서 우밍톈을 때려주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비제는 종이 장례용품을 만들면서 노쇠한 할머니를 돌본다. 늦은 나이에 결혼상담소의 소개로 재혼 여성을 만난다. 그는 관터우가 자살 실패로 남긴 빚을 갚아주고, 망자의 엄숙한 장례를 위해서는 고된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친구 밍톈이 국회의원 선거에 나갈 때는 평소 말을 더듬던 비제지만 대로변으로 나가서 당선 구호를 목청껏 외쳤다. 하지만 주유소에서 오해를 받은 비제는 조폭에게 구타를 당해 무고하게 죽는다. 네 친구 중에서 가장 선량했던 비제는 이렇듯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 

비제의 어이없는 죽음은 인생의 황당함을 말해준다. 예측할 수 없는 현실이자, 무기력한 현실이다. 이 세상에서 선량하게 살아도 그 어떤 보상은커녕 오히려 더 많은 고난과 역경을 견뎌야 하는 현실이 존재할 뿐이었다. 인간이 헤아릴 수 없는 현실 세계의 고난에 대한 질문은 성경의 <욥기>와 사마천의 《사기》에서도 잘 보여준다.

감독은 엔딩 크레디트에 작고한 동창생 라이쥔제(赖俊杰)에게 바친다는 자막을 올렸다. 그 뒤 대만의 인디그룹 줘수이시 공사(浊水溪公社)의 노래가 흘러 나온다. 푸념을 담은 가사가 인상적이다.

“선생님은 열심히 공부하라, 교장선생님은 민족부흥을 훈화하는 
이때는 중화민국 84년(서기 1995년), 
나는 동전 한 닢도 없는데 어떻게 출세하나요?
밀레니엄 시대는 다가오는데 해가 갈수록 삶은 힘들어지고 
애인에게 차이고, 세상에는 마음에 상처 입은 사람만 가득하고, 
성공은 언제나 내게 찾아올지 아득하기만 하다”

관객들은 영화가 끝나고 이 노래를 다 듣고 나서야 극장을 빠져나왔다고 전한다. 줘수이시 공사의 리드보컬은 대만 대학생 시절 퇴학을 당하고 재입학하여 후에 공무원이 되었다고 한다. 최근에 영화음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감독은 엔딩곡에 이어 ‘어려서는 미래에는 성공해 금의환향할 줄 알았는데 마흔이 넘은 나는 날지 못하는 한 마리의 닭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라는 내레이션을 달았다. 

영화의 시작에는 밍톈이 마지막 숫자가 맞지 않아 거액의 당첨금을 놓친 영수증 복권(统一发票)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의 끝부분에는 주요 출연진들이 평당 600만 대만 달러인 아파트 광고를 찍는 모습이 나온다. 완벽한 결혼의 조건을 갖춘 멋진 애인, 자동차, 저택이라는 콘셉트에 맞춰서 연출한 장면은 광고나 백일몽 같은 비현실성을 강하게 풍자한다. 매주 복권을 맞춰보고 광고에 취해 사는 현대인의 불안한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들 고교 동창생들은 이미 이립(而立)의 나이 30살을 넘어서 이제 불혹(不惑)의 나이 40대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흔들리고 방황한다. 난세라는 공자 시대보다 더욱 복잡다단한 시대에 사는 현대인의 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는 비단 대만이나 한국에 국한되지 않고, 40대 중년의 위기로만 국한하기도 어렵다.






사진 | 바이두
김영철 | 한양대학교 중국학과 교육전담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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