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구르 인권탄압과 서구기업의 저항 지난 2월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했다. 미래지향적인 양국관계를 정립하자는 덕담이 오가는 것이 관례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작심이라도 한 듯 중국 정부의 홍콩 탄압과 더불어 신장(新疆)의 소수민족인 위구르(維吾爾, Uighur)족에 대한 인권 유린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경제·군사적으로 미국을 위협하는 강자로 떠오른 중국의 아픈 곳을 건드려서 중국을 견제하고 또한 친중국 경향을 보인 세계 여러 나라의 생각을 돌이키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를 바라보는 그리스도인의 시각은 철저히 팩트 중심으로 사건을 바라보며 이를 성경의 가치관에 빗대어 판단해야 한다.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탄압 얘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2019년부터 서방언론들이 대서특필하면서 인류평화를 위협하는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통일정책에 반기를 들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위구르인들은 ‘직업훈련센터’라는 이름의 수용소에 갇혀 이념교육을 받거나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서 독립운동을 벌이는 위구르 사람들의 공통된 증언에 따르면 집단수용소에 갇힌 위구르인들은 삼엄한 감시 속에서 의식화 교육뿐만 아니라 고문과 학대, 강제노동 등 중국 정부의 비인간적인 행태에 고통을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10월, 스웨덴의 글로벌 의류 브랜드인 H&M(Hennes & Mauritz)은 신장 위구르인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권탄압 사태에 대해 “책임 있는 구매자가 될 것”이라며 위구르족의 강제노동에 의해 생산된 신장지역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H&M는 면화 지속 생산을 위한 비영리단체 BCI(Better Cotton Initiative)에 가입되어 있는데 BCI가 위구르족에 대한 강제노역과 인권탄압을 이유로 신장 면화의 승인을 중단하자 H&M도 수입 중단에 나선 것이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바라보며 장사를 해 온 글로벌 기업으로서 위구르족을 탄압하는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입장에 선다는 것은 상당한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 역시도 미국의 중국 견제에 서방기업이 동참했다는 정치적 의미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 결과는 누구나 예상했듯이 H&M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매운동을 촉발시켰다. 쇼핑몰의 H&M 간판이 철거되었고 온라인 쇼핑몰과 지도에서는 아예 검색되지 않게 삭제되기도 했다. H&M 광고를 찍은 중국 모델들 또한 서둘러 계약을 해지했다. 중국 언론의 선동적인 기사는 불매운동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고, 불매운동을 애국으로 생각하는 중국인들은 위구르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반인권적인 행태를 들여다보기보다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국가들이 거짓말을 퍼뜨리고 중국의 발전을 가로막으려는 못된 의도로 여기는 분위기를 강하게 풍겼다.
위구르족에 대한 탄압은 인종청소로 나아갈 것인가? 중국 정부가 위구르족에게 보인 일련의 행태들은 단순한 소수민족 탄압을 넘어서 인종청소를 통한 중화민족으로의 통합을 꾀하는 제노사이드(Genocide)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 있어서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살리 후다야르(Salih Hudayar) 위구르 망명정부 총리는 월간조선 금년 5월호에 실린 인터뷰를 통해 현재 중국 정부가 위구르족에게 행하는 탄압의 실체를 밝혔다.
2014년에 건설된 위구르인 집단수용소는 15∼45세 위구르 남성을 수용하여 반(反)테러리즘을 위한 재교육을 한다는 명목으로 시작되었다. 후다야르 총리는 이를 본격적인 위구르 말살정책이 표면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이슬람 전통 속에 살아왔던 위구르인들의 문화 자체를 범죄행위로 보고 수용소에 가뒀기 때문이다. 이슬람 이름을 갖고 있거나, 외국에 한 번이라도 나간 적이 있는 사람, 파키스탄에 친척이 있거나 이슬람 남자들의 전통이자 장식용으로 갖고 다니는 칼이 있는 사람도 수용됐다. 미국 국무부는 2017년 12월 기준으로 100만 명이던 수용소 인원이 2021년에는 3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8년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에 따르면 천이백만 명이던 위구르족 인구는 올해 들어 천백만 명으로 발표했다. 2년여 동안 무려 백만 명이 줄어든 셈이다.
수용소 안팎의 위구르 어린이들은 중국공산주의를 따르고 중국 문화의 우수성을 믿도록 교육받고 있다. 위구르 여성들은 한족과 결혼을 통해 위구르의 혈통을 희석시키는 한편으로 한족 여성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출산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한족이 한 가구 한 자녀 원칙에 통제되던 시절에도 소수민족들은 다자녀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출산율에 있어서 한족보다 월등히 앞선 위구르족은 정반대로 출산율을 낮추기 위해 가혹한 희생을 당해야 했다. 위구르 여성들은 의무적으로 임신 검사를 받으며 피임과 임신중절은 물론 세 자녀 이상 출산한 가정은 많은 벌금과 수용소에 구금되는 등의 강력한 산아제한 조치를 받는 중이다.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인권탄압이 제노사이드임을 공식적으로 세계에 알린 사람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무부 장관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였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을 하루 앞둔 2021년 1월 19일 기자들 앞에서 성명 하나를 발표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기 전날에 발표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것만큼은 마지막으로 미국 국무장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싶다는 뜻이 아닐까?
“활용 가능한 사실을 세심하게 검토한 결과, 공산당의 지시와 통제 속에서 중국이 신장지역에서 무슬림 위구르족과 다른 소수민족을 상대로 집단학살을 저질렀다고 결론 내렸다. 나는 이 집단학살이 진행 중이며, 우리는 위구르족을 파괴하려는 체계적 시도를 목격하고 있다고 믿는다.”
문명개화의 능력을 가진 기독교 살리 후다야르 위구르 망명정부 총리는 위구르가 처한 위기를 미국 정부와 SNS를 통해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위구르가 이슬람 문화와 역사를 가진 민족으로서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으로부터 받는 탄압에 대해서 이슬람 국가가 아닌 미국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위구르의 독립과 자주는 이슬람 형제국이 아니라, 인권을 중히 여기는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의 지지와 원칙에 기초해 확보될 것이다. 이슬람에 기대봤자 아무것도 못 얻는다. 이슬람권은 위구르 독립 문제에 무심하다. 자국의 이해관계만 따질 뿐이다.” 즉 이슬람 국가들은 모두 중국의 경제적 도움을 받고 있다. 터키·이란·사우디아라비아·파키스탄 모두 자국 정권의 이익을 위해 이슬람 형제국으로서 위구르를 지지하기보다는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애써 위구르 사태를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살리 후다야르 위구르 망명정부 총리의 선택은 미국이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강국이기도 하지만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나라인 까닭이다. 자유·인권·이성(理性)이 살아있는 미국은 위구르가 처한 심각한 학살의 현실을 세상에 알리고 구원의 손길을 펼칠 수 있는 나라라고 그는 믿고 있다.
중국선교에 있어서 소수민족은 복음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다. 복음은 영혼 구원의 열쇠이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가장 인간다운 삶을 지지하는 문명개화의 능력을 가지고 있음도 알 필요가 있다. 로마의 기독교가 국교화한 이후 북유럽의 야만족들은 기독교를 접한 후 문명인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노동은 노예만 하는 줄 알았던 세상에 노동의 가치를 부여한 것은 수도원의 수도사들이었다. 사람이 일만 하고 사는 존재가 아니라 휴식(안식일)이 얼마나 인간다운 삶에 필요한지를 가르치고 제도화하게 된 것은 기독교 덕분이었다. 고아와 과부를 돌보고 교육을 통한 인간다운 삶을 주창한 것도 기독교였다. 인권의 역사에서 기독교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교회가 권력화하고 부패하지 않는다면 가장 인간다운 삶을 실현할 수 있는 토대는 기독교 사상으로부터 비롯될 수 있다.
기독교 신앙과 사상을 가진 사람이라면 위구르족이 중국 정부로부터 당하고 있는 부당한 처사에 대해 침묵할 수 없으리라. 이슬람 형제들이 외면한 위구르인들에게 기독교인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 하나님은 나그네들을 보호하시며 고아와 과부를 붙드시고 악인들의 길은 굽게 하시는 분이심(시 146:9)을 우리가 먼저 깨닫고 위구르인들에게 알려야 한다. 어려울 때 돕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이듯이 지금 위구르인들을 생각하고 그들을 돕기 위한 지혜를 모을 때이다.
사진 | 바이두 강진구 | 고신대 국제문화선교학과 교수, 영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