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는 지난호에 이어 세 번째로 ‘형태는 다르지만 의미는 같은 사자성어’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즉 사용하는 한자가 다르지만 의미는 같은 성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1. 탁상공론(卓上空論): ‘탁자 위에서만 펼치는 실속 없는 논의’라는 뜻으로, 현실성이 없는 허황한 이론이나 논의를 이르는 말이다. 이 성어는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염파인상여열전(廉颇蔺相如列传)>에서 유래하였다. 전국시대 조(趙)나라의 조괄(趙括)이라는 사람은 병서를 즐겨 읽으면서 전략을 짜고는 했다. 모의전투가 열리면 그 누구도 조괄의 군사 작전을 이길 수 없었다. 심지어 명장이었던 그의 아버지 조사(趙奢)도 아들을 당해내지 못했다. 왕은 조괄이 병법에 뛰어나다는 말을 듣고 그를 대장군으로 삼고자 했다. 조괄의 부친은 “내 아들은 전투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 이 때문에 내 아들이 장수가 된다면 나라를 망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왕은 조사의 말을 무시하고 조괄을 장군으로 삼았고, 당시 최고 강국이었던 진(秦)나라와 운명을 건 전투의 사령관을 맡겼다. 결국 조괄의 군대는 진나라 백기 장군의 책략에 빠져 참패했다. 출전한 조나라 군사 40만 명이 대부분 생매장되었고, 살아온 병사는 겨우 200여 명에 불과했다. 그리하여 조나라는 B.C. 222년에 멸망한다. 이와 대응하는 중국어 성어는 ‘纸上谈兵’ [zhǐ shàng tán bīng]이다. 이 말은 ‘종이 위에서 전쟁(군사작전)을 말한다’는 뜻이다. 재미 있는 것은 이 두 성어의 배경이야기와 출처는 같으나 한국어는 ‘탁상공론(卓上空論)’, 중국어는 ‘지상담병(纸上谈兵)’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비록 두 성어의 형태는 다르지만 그 의미는 동일하다.
2. 경국지색(傾國之色): ‘한 나라를 기울게 할 정도의 미인’이라는 뜻으로, 뛰어나게 아름다운 여성을 이르는 말이다. 이 성어는 이연년(李延年)의 시에서 유래하였다. 한(漢)나라의 무제(武帝) 때 음악에 재능이 있고 춤에 뛰어난 이연년이 어느 날 무제 앞에서 “북방에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데, 세상에 둘도 없는 절세라네. 한 번 돌아보면 성이 기울고, 두 번 돌아보면 나라도 기울게 한다네(北方有佳人, 絶世而獨立, 一顧傾人城, 再顧傾人國)”라고 노래를 했다. 무제는 그 노래가 이연년의 누이동생을 빗대어 부른 것임을 알고 그녀를 불렀다. 과연 절세 미인이었고 춤과 노래까지 뛰어났다. 무제는 그녀에게 빠져 궁으로 불러들였으니 그녀가 바로 ‘이부인’이다. 무제는 정사는 돌보지 않고 오로지 이부인과 놀기에 바빠 나라는 차츰 기울어지게 되었다. 이와 대응하는 중국어 성어는 ‘倾国倾城’ [qīng guó qīng chéng]이다. ‘나라(国)를 망하게 하고, 성(城)을 기울게 한다’는 뜻이다. 한국어는 ‘경국지색(傾國之色)’, 중국어는 ‘경국경성(倾国倾城)’이다. 비록 두 성어가 형태는 다르지만 그 의미는 동일하다.
3. 화사첨족(畫蛇添足): ‘뱀을 다 그리고 나서 있지도 않은 뱀의 발을 덧붙여 그려 넣는다’는 뜻으로, 필요 이상으로 쓸데없는 일을 하여 도리어 실패함을 이르는 말이다. 이 성어는 유향(刘向)이 쓴 《전국책(戰國策)》의 <제책이(齊策二)>에 나오는 말이다. 전국시대인 초(楚)나라 회왕(懷王) 때, 어떤 인색한 사람이 제사를 지낸 뒤 여러 하인들 앞에 술 한 잔을 내놓으면서 나누어 마시라고 했다. 그러자 한 하인이 땅바닥에 뱀을 제일 먼저 그리는 사람이 혼자 다 마시기로 하자고 제안을 했다. 뱀을 다 그린 한 하인이 술잔을 집어 들고 말했다. “이 술은 내가 마시게 됐네. 나는 뱀의 발까지 다 그렸네.” 그때 막 뱀을 다 그린 다른 하인이 재빨리 그 술잔을 빼앗아 단숨에 마시면서, “세상에 발 달린 뱀이 어디 있나!”라고 말했다. 흔히 쓸데없는 군더더기를 ‘사족(蛇足)’이라고도 말하는데, 이 말은 바로 ‘화사첨족’을 줄인 말이다. 이와 대응하는 중국어 성어는 ‘为蛇画足’ [wéi shé huà zú]이다. 이 말은 ‘뱀의 발을 그려 준다’는 뜻이다. 한국어는 ‘화사첨족(畫蛇添足)’, 중국어는 ‘위사화족(为蛇画足)’이다. 비록 두 성어가 형태는 다르지만 그 의미는 동일하다.
4. 군계일학(群鷄一鶴): ‘닭의 무리 가운데에서 한 마리의 학’이란 뜻으로, 많은 사람 가운데서 뛰어난 인물을 이르는 말이다. 이 성어는 《진서(晉書)》의 <혜소전(嵆紹傳)>에 나오는 말이다. 위진(魏晉)시대에 대나무 숲에 모여 앉아 학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술을 즐기던 일곱 명의 선비가 있었다. 이들을 ‘죽림칠현(竹林七賢)’이라고 불렀는데, 그중에 혜강(嵆康)이라는 선비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게 되었다. 혜강에게는 혜소(嵆紹)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명석하고 총명했지만 아버지 때문에 벼슬에 나가지 못했다. 그래서 죽림칠현은 당시 황제였던 무제(武帝)에게 혜소만큼 똑똑한 인물이 없다면서 그를 관직에 등용할 것을 간청하였다. 그렇게 해서 혜소는 벼슬에 오르기 위해 낙양으로 떠나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이 혜소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는데 그들은 혜소의 당당한 모습을 보면서 마치 ‘닭 무리 중에 있는 한 마리의 학 같다’라고 칭찬을 했다. 그들이 한 말에서 이 성어가 유래하였다. 이와 대응하는 중국어 성어는 ‘鹤立鸡群’ [hè lì jī qún]이며, 이 말은 ‘닭 무리 가운데 서 있는 학’이라는 뜻이다. 한국어는 ‘군계일학(群鷄一鶴)’, 중국어는 ‘학립계군(鹤立鸡群)’이다. 비록 두 성어의 형태는 다르지만 그 의미는 동일하다.
5. 죽마고우(竹馬故友): ‘대나무 말을 같이 타고 놀던 벗’이라는 뜻으로, 어릴 때부터 같이 놀면서 자란 절친한 친구를 이르는 말이다. 이 성어는 《진서(晉書)》 <은호전(殷浩傳)>에 나오는 말이다. 진(晉)나라 12대 황제인 간문제(簡文帝) 때의 일이다. 촉(蜀)나라를 평정하고 돌아온 환온(桓溫)의 세력이 날로 커지자 간문제는 환온을 견제하려고 그의 어릴적 친구인 은호를 건무(建武)장군 양주자사(揚州刺史)에 임명했다. 학식과 재능이 뛰어난 은호가 벼슬길에 오르자 환온과 서로 반목하기 시작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왕희지(王羲之)가 나서서 둘을 화해시키려고 했지만 은호가 거절했다. 이 무렵에 5호16국(五胡十六國) 가운데 하나인 후조(後趙)의 왕이 죽자 내분이 일어났다. 진나라는 이 기회를 틈타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 은호를 장군으로 임명하고 출병하게 했다. 은호가 기세등등하게 전쟁터로 나갔지만 말에서 떨어져 크게 패하고 돌아왔다. 환온은 이 기회를 이용하여 은호를 비난하는 상소를 올렸고, 결국 은호는 귀양을 떠가게 되었다. 그때 환온이 사람들에게 말했다. “나와 은호는 어릴 때 같이 죽마를 타고 놀던 친구다. 내가 죽마를 타고 난 후에 버리면 언제나 은호가 가지고 가서 탔다. 그때부터 그가 내 밑에 있었으니 지금도 내 밑에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환온이 한 이 말에서 ‘죽마고우’가 유래되었다. 이와 대응하는 중국어 성어는 ‘青梅竹马’ [qīng méi zhú mǎ]이다. 이 말은 ‘(여자아이는) 매실은 따면서 놀고 (남자아이는) 대나무로 만든 말을 타고 놀았다’는 뜻으로, 소꿉장난하던 동무를 말한다. 한국어는 ‘죽마고우(竹馬故友)’, 중국어는 ‘청매죽마(青梅竹马)’이다. 비록 두 성어의 형태는 다르지만 그 의미는 동일하다.
6. 결초보은(結草報恩): ‘풀을 묶어서 은혜를 갚는다’는 뜻으로, 죽어 혼이 되더라도 입은 은혜를 잊지 않고 보답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성어는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나오는 말이다. 춘추시대 진(晉)나라 군주 위무자(魏武子)에게 애첩이 있었다. 어느 날 병석에 눕게 된 위무자는 아들 위과(魏顆)를 불러 자신이 죽으면 애첩을 재가시키라고 말했다. 그러나 위독해진 위무자는 자신이 죽으면 애첩도 함께 묻으라고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전혀 다른 두 유언 사이에서 고민하던 위과는 아버지의 애첩을 순장(殉葬)하는 대신 다른 곳에 시집을 보내면서 “난 아버지께서 맑은 정신에 남기신 말씀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후 이웃 진(秦)나라에서 진(晉)나라를 침략했을 때의 일이다. 이 전투에서 위과가 진(秦)나라 적장 두회(杜回)를 뒤쫓아갔는데, 갑자기 두회가 묶어 놓은 풀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이렇듯 뜻밖에 두회를 사로잡은 위과는 큰 공을 세울 수 있었다. 그날 밤, 한 노인이 위과의 꿈속에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나는 네가 시집보내 준 여자의 친정 아버지이다. 오늘 풀을 묶어 놓은 것은 네가 내 딸을 살려준 은혜에 보답한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결초보은’이라는 말이 유래했다. 이와 대응하는 중국어 성어는 ‘衔环结草’ [xián huán jié cǎo]이다. ‘衔环’은 ‘은혜에 보답한다’는 뜻으로, 이 성어는 ‘풀을 묶어서 은혜에 보답한다’는 뜻이다. 한국어는 ‘결초보은(結草報恩)’, 중국어는 ‘함환결초(衔环结草)’이다. 비록 두 성어의 형태는 다르지만 그 의미는 동일하다.
7. 개과천선(改過遷善): ‘지난날의 잘못이나 허물을 고쳐 올바르고 착하게 된다’는 뜻으로, 악한 사람이 선한 사람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성어는《진서(晉書)》의 <본전(本傳)>에서 나오는 말이다. 진(晉)나라 2대 황제 혜제(惠帝) 때, 양흠이라는 지방에 주처(周處)라는 사람이 살았다. 그의 나이 10살 때 태수 벼슬을 하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방탕한 생활을 하였다. 급기야 그의 포악한 성격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로부터 마을의 삼해(三害)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 삼해는 바로 남산에 사는 호랑이, 장교(長橋) 아래 사는 교룡, 부랑아 주처였다. 스스로 깨달은 바가 있어 새사람이 되겠다는 각오를 한 주처는 남산에 올라가 먼저 호랑이를 죽이고, 장교 아래에 가서 교룡도 죽였다. 주처가 천신만고 끝에 살아나 마을로 돌아왔으나 그를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실망하여 마을을 떠난 그는 동오에 가서 대학자 육기(陸機)와 육운(陸雲) 형제를 만났다. 주처가 지난 일들을 말하자 두 사람은 그를 격려해 주면서 말했다. “지난날의 잘못을 깨닫고 굳은 각오로 고쳐서 착하게 된다면(改過遷善), 자네의 앞날은 밝을 것이다.” 그 격려에 힘입어 주처는 그후 10년 동안 학문과 덕을 익혀 마침내 대학자가 되었다. 이 이야기에서 ‘개과천선’이라는 말이 유래했다. 이와 대응하는 중국어 성어는 ‘改过自新’ [gǎi guò zì xīn]이다. 이 말은 ‘잘못을 고쳐서 스스로 새롭게 행동한다’는 뜻이다. 한국어는 ‘개과천선(改過遷善)’, 중국어는 ‘개과자신(改过自新)’이다. 비록 두 성어의 형태는 다르지만 그 의미는 동일하다.
사진출처 | 바이두 석은혜 | 본지 전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