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겪은 두 가지 위기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진자 수가 2021년 1월 26일 현재 1억 명을 돌파했다. 2019년 12월 31일 중국 우한(武汉)에서 첫 공식 확진자가 보고된 이후 약 13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다.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스(Worldometers)가 집계한 세계 인구 78억 4156만 명을 기준으로 계산하자면 78명 중 1명이 확진자이거나 감염된 적이 있다는 뜻이다. 누적 사망자 수 또한 215만 명을 넘어서서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인 재앙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누가 봐도 지난해 시진핑(习近平) 주석은 2013년 3월 후진타오(胡锦涛)의 뒤를 이어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된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는 듯 보였다. 우한이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인식되면서 코로나 팬데믹 초기부터 세계 각국은 중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차단하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는가 하면, 유럽과 미국의 확진자 수가 중국 내의 숫자보다 많아지자 원성은 분노로 치닫기까지 했다. 중국 내에서 또한 민심은 요동쳤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 사실을 최초로 인터넷에 올린 우한시중심병원(武汉市中心医院) 안과의사 리원량(李文亮)은 중국 공안에 “인터넷에 부정적 발언을 올렸다”는 이유로 체포되기도 했다. 리원량은 공안으로부터 풀려난 이후에도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다 코로나19에 감염되어 2월 7일에 사망했다. 서구 언론은 리원량에 대해 양심적인 세계시민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찬사를 보냈지만 중국 내에서는 중국의 국가 이미지에 먹칠을 한 인물로 매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차단되는 가운데 도시가 봉쇄되고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는 정치나 사회,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시진핑의 중국은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다고 볼 수 있었다.
거기다 미 대통령 재선에 나선 도날드 트럼프는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부각시키면서 ‘중국 때리기’를 재선을 위한 전략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조 바이든에 대해서는 ‘바이든이 중국을 대변한다’며 중국에 대해 비판적인 미국인들의 표를 사기 위한 선거전략을 노골적으로 펼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임기 동안 이룩해온 미국 경제 호황이 중국발 코로나19로 번지기 시작한 지 불과 2개월 만에 급격한 하향곡선을 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미 트럼프의 마음에서 중국은 세계평화와 번영을 위한 동반자 내지 협력자로서는 거리가 먼 대상이었다. 그는 2019년 5월에 미국 기업들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회사가 생산한 통신 장비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1년 더 연장했다. 그 결과 중국 최대의 정보통신기업체인 화웨이(华为)와 ZTE(中兴)와 같은 중국 회사는 심각한 타격을 면치 못했다. 트럼프 정부의 행정명령 직전만 하더라도 휴대전화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며 애플과 삼성의 3강 구도를 구축했었지만 트럼프의 제재 이후 화웨이는 이후 6위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중국 정부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코로나19와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시진핑의 중국은 건재했다. 내부 속사정은 자세히 알 길이 없지만 세계지표와 통계상 중국은 코로나19와 미국의 경제제재라는 두 가지 위기를 잘 견뎌낸 것으로 보인다.
첫째, 서방 선진국과 달리 역성장은 없었다. 중국국가통계국이 지난 1월 18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의 2020년 국내총생산(GDP)이 전년에 비해 2.3% 증가했다. 로이터 통신과 블룸버그 통신이 각각 중국의 2020년 경제성장률을 2.1%로 전망한 바 있으므로 이 통계는 과장되거나 허위일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문화대혁명이 끝난 1976년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44년 만에 최저치다. 2019년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6.1%인 것과 비교하면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이 대단히 큰 타격을 받은 것 같지만 서방 주요 국가들과 비교할 때 오히려 양호한 실적임을 알 수 있다. 미국은 전년 대비 –3.5%, 유로존이 –7.2%, 유럽 최고의 경제 강국 독일도 –5.4%의 역성장의 어려운 경제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이웃한 일본 또한 –5.1%에 이르렀고 그나마 대한민국이 –1.0%로 선방한 정도임을 생각할 때 중국의 2.3% 성장은 시진핑 정부로서는 어깨에 힘줄 만한 수치인 셈이다.
무엇보다도 중국의 경제성장이 갖는 의미가 세계의 공장으로서 역할을 계속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어 코로나19의 여파 가운데서도 세계 각국의 경제회복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즉 중국의 경제마저 무너졌다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제적 혼란은 가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둘째, 강압적인 방역정책으로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일찌감치 승리를 선언한 일이다.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중국 내와 중국 밖의 세계가 판단하는 바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자체적인 평가는 코로나19 방역의 성공을 자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세계보건기구의 통계에 따르면 2021년 1월 31일 오전 9시 현재 미국의 누적 확진자 수는 25,512,197명에 누적 사망자 수는 429,652명에 이르렀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만 158,153명에 달했다. 중국은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 수가 89,522명, 누적 사망자는 4,636명에 불과하다. 13억의 거대한 나라이면서 서방 선진국과 같은 자유로운 정보소통과 현대화한 의료체계를 갖고 있지 않은 가운데서 이뤄낸 업적인 까닭에 중국인과 중국 정부의 자부심은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중국의 이러한 방역 성과는 시진핑의 공산당 정부의 강력한 통제와 억압, 즉 인권과는 거리가 먼 방역정책이 가져온 결과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은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져나가기 시작한 2020년 1월 23일 오전 10시부터 4월 8일 오전 0시까지 76일 동안 도시가 전면 봉쇄됐다. 우한의 인구는 1,100만 명.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봉쇄되는 바람에 우한시민들은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죽음의 공포에 떨어야 했다. 76일의 봉쇄 기간 동안 숨진 우한시민은 중국 전체 사망자의 80%에 달했다. 사회주의 우수성을 선전하게 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3월 10일 우한을 찾아 전염병에 대한 승리를 선언했다. 뉴스 보도 만을 보자면 우한시민들은 시진핑을 보고 환호했고, 시진핑은 훠선산(火神山)병원을 방문하여 방역진들을 격려했다. 그 시간에 코로나19는 밖으로 퍼져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선진국은 대혼란에 빠졌다. 중국은 이것을 반전의 기회로 삼았다. 즉 서방 선진국가보다 먼저 코로나19를 막고 사회를 정상화한 것을 ‘사회주의 체제의 우수성’으로 포장하고 선전하기 시작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열약한 인권 문제와 공산당 1당 독재의 문제를 내세울 때마다 궁지에 몰렸던 상황을 극적으로 전화시킬 수 있었던 사건 또한 일어났다. 금년 1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 수천 명이 국회 의사당에 난입하여 바이든 후보의 당선 확정절차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세계 자유 진영을 대표하는 미국의 민주주의 가치는 무너지고 말았다. 코로나19를 이겨 낸 중국공산당의 독재적인 체제가 오히려 미국보다 우월할 수 있다는 생각을 중국인들에게 심어준 사건이었다.
중국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중국인들이 배우고 싶은 모범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자신의 삶과 비교할 때 스스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도록 훌륭한 외부의 존재가 있음을 인식시켜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사진 | 바이두 강진구 | 고신대 글로벌교육학부 교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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