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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3 통권 221호     필자 : 정보애 프린트   이메일 
[특집] - 2021, 다시 품는 선교중국 소망의 메시지
믿음의 정중동(靜中動) 동중정(動中靜)

어느 일간지(誌) 기사를 보니, 2022년 3월에는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1억 명에 이를 전망입니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 연관어 중 가장 많이 등장한 네 단어는 마스크, 집, 확진자, 예방이라고 합니다. 또한 감정이 담긴 단어들로는 힘들고, 고맙고, 지친다는 단어가 가장 많은 빈도를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코로나19에 대한 우리의 대응과 자세를 잘 나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신문, 방송을 보면 많은 정보가 일상을 회복하려는 우리를 도리어 끝없는 나락 속에 빠뜨려서 허우적거리게 합니다. 특별히 감정적인 에너지 소모가 커서 우리 몸에서 크고 작은 이상 징후로 나타나고 나서야 아! 인간은 감정의 영향이 70%, 이성의 영향이 30%였지 라고 뒤늦은 인식을 하게 되고는 합니다. 제 개인만 이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 

제가 작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저 자신에게 되뇐 단어는 ‘정중동(靜中動) 동중정(動中靜)’이였습니다. 원래 이 말은 중국 명나라 말기에 《채근담(菜根譚)》을 지은 홍자성(洪自誠)이 한 말입니다. 정중동이라 함은 ‘표면적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부단히 움직이고 있음’을 뜻합니다. 하얀 백조가 우아하게 물 위를 미끄러지고 있지만 사실 물 아래로 보이지 않는 두 발은 부단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나무의 모습도 그와 같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어 보이는 듯 하나 그 뿌리는 사방으로 뻗어나가고 그 가지에서는 쉴 새 없이 잎사귀들이 돋아나며, 그 잎사귀에서는 엄청난 양의 양분들이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져 다시 뿌리와 꽃과 열매로 보내집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강제적인 멈춤의 시간은 처음의 혼란과 두려움을 넘어 복음과 선교, 교회와 선교, 선교사와 선교 등 그동안 익숙하던 개념과 실천의 세계에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선교란 무엇인가? 선교사란 무엇인가? 선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교회란 무엇인가? 내게 지금 복음이란 무엇인가? 이와 같은 질문들에 깊은 고민과 성찰, 회계와 변화의 필요를 절감하게 되는 시절입니다. 겉모습을 중시하고,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며, 성과 지상주의로 활동을 통해 증명하려고 했던 저는 한국교회의 산물(産物)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성경을 읽다가 성난 파도 속에서 주무시던 예수님의 이야기를 보며 다시 정중동을 떠올려 봅니다. 폭풍 속에서 죽은 듯 주무실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분의 삶이 고단했다는 의미일 겁니다. 하지만 죽은 듯 잠들어 있는 그분에게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엄청난 능력과 힘이 있었습니다. 반면 있는 힘껏 노를 저었지만 풍랑에 대항하여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제자들의 모습은 동중정(‘겉으로는 움직이나 속으로는 움직임이 없음’)이라 부를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그들에게는 오히려 부산함을 줄이고, 만물의 창조주이신 주님께 나아가는 고요함이 필요했습니다. 우리 선교사들의 삶도 그와 같습니다. 우리가 매우 열심히 살아왔으나 사실은 선교사의 여정과 삶은 정체된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바쁘게 움직였지만 무기력하게 여겨지는 우리의 삶도 폭풍 속에 힘차게 노를 젓던 제자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습니다. 소용없는 일이지요. 풍랑을 이겨 보겠다고 처절하게 애쓰는 우리들의 모습은 부질없습니다.

사실 제자들 중 여러 명이 어부였고, 그들에게 갈릴리 호수의 폭풍은 아주 일상적인 일이었습니다. 갈릴리 호수 서쪽은 두 개의 깊은 계곡으로 열려져 있기 때문에, 여름 오후에는 주위의 높은 지역의 찬 공기와 낮은 곳에 있는 갈릴리 호수 위의 더운 공기가 서로 만나면서 강한 서풍이 불어오게 됩니다. 이 바람은 몇 분 내에 잔잔하던 호수 위에 높이 2m가 넘는 파도를 만들기 때문에 오후에는 항해가 위험합니다. 사실 제자들이 경험한 이 폭풍은 이 갈릴리 호수에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었지요. 어부였던 일부 몇몇 제자들에게는 풍랑을 만나는 것이 어쩌다 한번 경험하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풍랑 앞에서 경험하게 되는 무기력함은 우리가 많이 경험했다고 해서 쉽게 해결책이 생기는 문제는 아닐 겁니다. 문제와 어려움은 늘 새롭게 우리를 도전합니다. 이번 풍랑을 이겨 내면 다음엔 더 강해질 것이라고 자신을 위로하는 것도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이제는 함께하시는 분이 우리 주님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믿음에 굳게 섭시다. 의심하는 사람은 바람에 밀려 요동하는 바다 물결과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코로나19는 오히려 우리를 회복하시고 재건하시는 하나님의 기회라고 여겨집니다. 코로나19가 경제·사회·정치 지형뿐 아니라, 종교·가족 등 인간의 기본적인 삶과 관계를 둘러싼 전 영역에 영향을 주고 있지만 이제는 본질적인 성경이 말하는 것, 곧 예수 그리스도의 관심과 방향에 초점을 다시 맞추어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현상에서 진단과 처방, 예견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이 필요한 세상에 성경이 말하는 선교,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천착(穿鑿, 어떤 원인이나 내용 따위를 따지고 파고들어 알려고 하거나 연구하다는 뜻의 한자어)이 더욱 더 필요한 때입니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정보애 선교사 | UPMA(미전도종족선교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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