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영화 (2).jpg) 《소년과 장화(旺扎的雨靴, Wangdrak's Rain Boots)》는 1989년생 칭하이(青海)성 하이난(海南) 출신 라화자(拉华加, Lhapal Gyal) 감독의 첫 장편 영화이다. 티베트인 차이랑둥주(才郎东主)의 동명 단편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2018년 제68회 베를린영화제 신세대 경쟁부문(Generation KPLUS)에 출품했고, 제12회 중국 FIRST 청년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았다. 감독 라화자는 칭하이성 티베트족자치주(藏族自治州)에서 성장하고 베이징(北京)영화대학을 졸업한 젊은 영화인이다.
칭하이성 고산지대의 티베트족들이 사는 한 마을의 초등학생 왕자(旺扎, 周拉多杰 분)는 우기에도 장화가 없어서 운동화를 신는다. 운동화는 진흙탕에 빠지기 일쑤이고, 장화를 신지 않아서 학교에서 놀림을 받는다. 왕자는 부모님에게 장화를 사달라고 조르지만, 왕자네 가정 형편은 농작물을 추수할 변변한 낫 하나도 살 수 없을 만큼 여의치가 않다. 엄마는 집에 돈 될 만한 유일한 작은 양가죽을 트럭 잡화상에게 주고 낫 대신에 파란 장화를 가져온다. 왕자는 장화를 신고 학교에 갈 날만 기다리지만 매일 따가운 햇볕만 내리쬔다.
이 영화는 여동생의 잃어버린 신발을 위해 달리기를 하는 어린 남자 주인공을 소재로 한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1999)》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감독 라화자는 이란과 티베트 두 지역의 풍속과 어린이의 심리상황도 다르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이웃집 누나 고원지대 마을의 자연풍광은 그지없이 아름답다. 그러나 외아들 왕자와 부모, 세 식구는 낮에는 척박한 고산에서 분투하고, 밤에는 좁은 방에서 함께 잠을 자는 고된 삶을 산다.
아름다운 자연의 미덕을 빼닮은 왕자의 엄마 런지(仁吉, 先玛吉 분)와 이웃집 누나 라무(拉姆, 朋毛样专 분)는 왕자를 늘 도와주고 위로해준다.
라무는 등굣길에 장화가 없는 왕자를 등에 업고 비가 와서 물이 불어난 개울을 건넌다. 그리고 자신의 장화를 벗어서 왕자에게 신게 해주고, 자기는 장화가 없는 불편을 마다하지 않는다. 또 발에서 냄새가 난다고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아 혼자 밥을 먹는 왕자와 함께 밥을 먹는다.
엄마 런지는 아들이 운동화를 신고 집으로 돌아오다 빗길에 넘어져 손을 다친 것이 안쓰러워, 남편 칸번(侃本, 金巴 분)이 낫을 사려고 말려둔 양가죽을 잡화상에게 주고 장화와 바꿔서 아들에게 주었다.
왕자의 이웃 누나와 어머니는 평소 온순하지만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용기를 낸다. 라무는 라마교 사원에 들어가서 불상에 세 번 절하고 사탕 한 개만 가져가면 탐욕이 아니라고 말한다. 왕자는 얼른 사탕을 집었고, 다음 날 라무는 불상 앞에 과일을 바치고 절하였다.
아들과 아버지 왕자는 작은 초등학교에서 유일하게 남들이 부러워하는 개구리 장난감을 가지고 있다. 5학년 형은 장난감을 좀 만져보자고 보챘지만 거절당하자 왕자를 개울에 밀어서 분풀이를 했다. 아이들은 왕자에게 필통이나 연필깎이를 가져와 개구리 장난감과 바꾸자고 했지만 왕자는 모두 거절했다. 왕자는 학교 책상 위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자신이 장화가 없는 것을 위로 삼았다. 왕자는 어느 날 길에서 장난감을 잃어버리고 5학년 형을 의심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사람을 함부로 의심하지 말라고 타일렀다.
새 장화를 갖게 된 왕자는 비 오기만을 기다리는데 라마 승려 쉐다얼(雪达尔)이 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비를 내리지 못하게 할까 봐 승려의 손자인 동기생에게 개구리 장난감을 주며 쉐다얼이 주문을 외울 때 쓰는 목검을 훔쳐오게 한다. 심지어 동기생에게 비가 내리지 않으면 장난감을 돌려줄 것을 약속받는다.
왕자는 아버지 얼굴을 보기도 힘들다. 아버지는 농사일로 밤늦게 들어오고 집에 오면 텔레비전을 보기 때문에 가족 간에 대화가 없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공부하라고 핀잔을 준다. 가부장적인 아버지는 낫 대신 아들에게 장화를 사준 것을 보고 침묵했다. 다만 매일 무딘 낫을 숫돌에 가느라 무던히 애쓴다. 아버지는 논에 물을 대는 일로 이웃 농부와 실랑이하다가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영화는 아름다운 풍광 속에 싸우는 장면을 숨겼다.
영화는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 어린이와 성인, 동심과 욕망 등 갈등을 다각도로 조명하였다. 영화는 인간의 욕망이나 빈곤 문제 등에 대해 결론을 내리거나 판단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가을 추수를 앞두고 폭우나 우박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선물을 들고 쉐다얼을 찾아갔다. 아들은 쉐다얼의 손자인 동기생에게 자신이 아끼는 개구리 장난감을 주고 주술에 쓰이는 나무칼을 훔쳐서 숨겨 두었다. 아버지는 가을 추수를 위해서 비가 내리지 않길 바라고 아들은 장화를 신고 학교에 가고 싶어서 비가 내리길 바랐다.
원작소설은 결말에 왕자와 라무가 마을로 달려갈 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폭우를 예보하였다. 영화의 결말은 늦가을이지만 푸른 풀 사이로 달리는 왕자와 라무, 두 아이를 통해 생명과 희망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 영화의 시작과 결말은 원작소설과 다르다. 소설에는 개구리 장난감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는 인간의 욕망을 증폭시키는 기제(機制)를 활용하였다.
폭우와 우박을 막으려는 라마 쉐다얼과 천방지축 티베트족 남자아이, 가을 추수의 풍요를 바라는 아버지와 비가 내려 장화를 자랑하고픈 아들, 고산지대 허술한 집에서 위태롭게 뛰어내려 학교에 가는 어린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이웃과의 싸움도 불사하는 아버지.
중국은 G2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지역불균형 성장을 개선하기 위해 서부대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영화는 폭우와 우박 등으로 인한 농민의 자연재해와 지방 정부의 보조금을 언급하였다.
이 티베트어 영화에는 중국적 요소를 가미하였다. 왕자가 즐겨 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서유기(西遊記)>와 <대두 아들과 소두 아빠(大头儿子和小头爸爸)>이다. 이것은 중국인에게 사랑받았던 중국중앙TV방송국(CCTV)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초라한 학교 건물 담벼락에는 “규범 글자를 쓰자”는 간체자 구호가 보인다. 장이머우(張芸謀) 감독의 영화 《책상 서랍 속의 동화(1999)》에서 보이는 초등학교의 정경(情景)과 오버랩하지만 다르다. 본 영화는 민족적인 색채와 종교적인 사색을 더하였다
사진 | 바이두 김영철 | 한양대학교 중국학과 교육전담교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