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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4 통권 219호     필자 : 김종건 프린트   이메일 
[중국기독교회사]
마테오 리치의 북경선교(3)

평화선교의 강조
《천주실의(天主實義)》의 출판은 사회적으로 반감을 유발하였으나, 《이십오언(二十五言)》이나 《기인십편(畸人十篇)》이 호평을 받게 되자 서광계는 마테오 리치에게 저술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독려하게 되었다. 아울러 마테오 리치는 서적을 통한 선교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 본부로부터 서적출판 허가권을 요청하여 부여받았고, 중국 주재 선교사들에게 중국 서적의 독서와 중문 서적 편찬에 최선을 다하도록 이끌었다.

그는 대규모 포교와 성급히 개종을 시도하는 방식을 포기하는 대신 소규모로 신중하게 서서히 개별 전도를 하여 입교시키는 방법을 취하였다. 그는 교우들의 양보다는 질을 중시하는 것이 교회에 더 큰 유익이 있으며, 경건하지 못한 교우는 오히려 없는 것만 못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는 선교 중점을 상층 인사로 향해야 한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하였다. 그는 1608년 8월 22일자 편지에서도 "현재 교우는 4개 성에서 합계 2천여 명인데, 북경교회의 300여 명은 대부분 지식인이며 좋은 교우이다”1)라고 했다. 마테오 리치는 구여기(瞿汝夔)의 입교 이후 “이 한 명의 지식인의 입교가 수많은 일반 교우들보다 훨씬 가치가 있고 영향력도 크다”2)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마카오에서 예수회 선교사를 적대시하던 사람들은 선교사들이 포르투갈인들을 앞세워 중국을 쳐들어올 것이라는 등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려 선교의 앞길을 방해하였다. 그럴수록 그는 더욱 중국인들이 서양선교사들에 대한 염려와 걱정을 갖지 않게 하면서 중국선교 기반을 잡아 나가는 평화선교전략을 강조하고 실천해 나갔다.

중국선교 성과에 대한 자기 평가
마테오 리치는 1608년 9월부터 천주교의 중국 전파에 관한 회고록을 찬술하기 시작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1609년 2월 15일, 예수회 극동 부성회장 파시오(Pasio)에게 보낸 서신은 중국에서의 20여 년 동안의 선교전략을 스스로 총결산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그는 중국 황제의 비준을 얻어 선교사들이 마음 놓고 명 제국에서 선교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최선의 길임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유럽 과학 소개와 중문 저술, 천주교의 중국에 대한 보조 작용, 평화선교의 방침 등을 통해 지식인들을 귀의시키는 것이 우선임도 강조하였다. 지식인선교가 이루어지면 이들 계층의 사회적 지위와 영향을 통해 일반인들의 교회에 대한 적대시와 반감을 해소할 수 있고, 많은 지식인들이 입교하면 황제가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 역량을 형성할 수 있으며, 황제가 마침내 이들이 믿고 따르는 천주교의 생활 방식을 승인하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한편으로 황제를 만나 볼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인간의 힘으로 중국에서 선교의 자유를 얻기란 실현 불가능하다는 점, 중국인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 마카오와 왕래를 줄이고 토지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 입교 지식인들이 사회적 영향력을 형성하는 것이 단기간 내에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정 등 현실적인 과제에 대한 인식도 구체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당장 뚜렷한 방법이 없으므로 오로지 조금씩 조심스럽게 천천히 선교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자기 진단을 하였다.

그는 중국에서의 선교 성과와 현실적 문제를 여덟 가지로 간추린 바 있다. 
첫째, 선교 사업의 기초는 잘 갖추어지고 있다. 날이 갈수록 교우의 숫자도 늘고, 자질도 좋아지고, 선교사들이 지방관들과도 일상적으로 왕래하고 있으며, 일반인들로부터 중시되고 있다. 
둘째, 중국 사대부들을 귀의시켜 천주를 믿게 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중국 사대부들을 교화시켜 천주를 믿게 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것은 우리 신앙이 이치에 합당하고 쉽고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대부들이 우리와 같은 신앙을 갖게 되면 다른 사람들은 더 쉽게 귀의할 것이다. 
셋째, 서적을 이용한 선교가 이미 효과를 거두고 있다. 서적을 이용하여 선교하는 것이 가장 편리한 방법이며, 어느 곳이든 거침없이 전해질 수 있고, 중국인에게 천주교에 대한 우호적 인식을 하게 한다. 
넷째, 과학을 가르침으로써 종교를 쉽게 받아들이게 할 수 있다. 그들에게 수학과 우주학을 조금만 가르쳐도 대단한 감탄과 감사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다섯째, 중국인들도 하늘을 받들어 자신을 수양하는 경향이 있는 것처럼 중국 선현의 가르침에 천주의 은혜가 더해지면 그들도 구원 승천할 수 있다. 중국 고대의 성현들이 ‘천리’와 양심을 준수하였으니 거기에 천주의 인자하신 은총이 더해지면 그들도 구원을 얻어 천국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 황제 한 사람의 통치하에 교회를 지키기가 더 쉬우며, 평화선교는 반란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 만일 천주교가 이곳에서 널리 퍼진다면 미래에는 만세태평을 구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일곱째, 중국 학문을 열심히 학습하여 학술을 이용하여 사대부들을 교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들은 우리가 학자요, 성현이라고 칭찬하고 있다. 
여덟째, 유가와 불교와 도교의 벽이 높지만 충분히 극복하면서 중국 학자들로 하여금 천주를 신앙하고 좋은 교우가 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학술선교에 대한 자기 평가
마테오 리치는 중국선교에 대한 평가의 결론에서 학술선교가 세 방면을 포괄해야 한다고 했다. 즉, 첫째, 중국 학문에 대한 학습과 이해를 위한 노력. 둘째, 서방 수학과 자연과학을 가르치는 일. 셋째, 중문으로 저술된 서적을 이용한 선교 등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마테오 리치는 학술선교를 통해 기독교가 유학을 보완할 수 있다고 보았다.
첫째, 정치적인 면에서 중국 통치를 공고히 하는 데 유익하다고 했다. 그는 중국인들이 기독교에 귀의하면 그들이 두려워하는 상황들인 반란이나 왕조 교체가 절대로 일어날 수 없을 것임을 표명했다. 둘째, 종교적인 면에서 중국 고대 선현의 가르침과 천주의 은혜가 결합되어 중국인들의 영혼을 구원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인식의 기초 위에서 마테오 리치는 중국인의 하늘에 대한 제사, 조상 제사, 공자 숭배 등의 의례가 자신들의 관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보았다. 하늘에 대한 제사는 황제의 고유 직무의 하나이고, 조상 제사도 단지 이미 죽은 조상에 대해 공경과 추념의 정을 표시하는 것이며, 공자 숭배도 앞선 스승에 대한 존경과 그 학설에 대한 감격의 표시이지 복을 내려 주기를 기도하거나 요청하려는 의미는 없는 것이라고 보았다. 마테오 리치는 유가가 기본적으로 우상을 숭배하지도 않고 믿지도 않는 하나의 철학 유파로 인식하였다. 

이러한 마테오 리치의 학술 중심의 평화선교전략은 무장 선교정책을 앞세운 포르투갈, 스페인 선교단의 과오를 중국에서 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어 실천된 것이었다. 북경에서 마테오 리치는 시종 이러한 평화선교의 이념에 대해 아주 확고하면서도 명확하게 표현하였으며, 이러한 전략을 충실히 수행하였다. 



미주    
1) 羅漁 譯, 《利瑪竇書信集》 下冊, pp. 289, 384.
2) 羅漁 譯, 《利瑪竇書信集》 下冊, p. 314.





사진설명 | 마테오 리치와 구여기 /  출처 | 바이두
김종건 | 대구한의대학교 기초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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