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회과학원이 분류한 중국의 사회계층은 ‘상류층-중상류층-중중류층-중하류층-하류층’의 5개 계층으로 나누어진다. 이 가운데 흔히 일컬어지는 중국의 중산층은 중상류층(주로 민간기업주와 전문 기술직)과 중중류층(주로 사무직과 자영업자)을 포함한다. 즉 중산층은 상류층과 하류층 사이에 있는 중간 정도의 부를 가지고 있는 자들로서 먹고사는 데 걱정은 없지만 고소득층이나 큰 부자라고 보기는 어려운 계층을 의미한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는 기존의 중산층과는 다른 새로운 성격의 중산층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들을 ‘신중산층’이라고 부른다. 신중산층이란 단어는 새로 만들어진 것으로 중국어로는 ‘신중찬제지(新中产阶级)’ 혹은 ‘신중찬취안청(新中产圈层)’이라고 부른다. 중국의 신중산층은 기업의 경영자, 첨단과학 기술자, 금융업 종사자, 전문직 같은 화이트칼라들을 중소상공업자, 자영 농민, 제조업 근로자 등의 ‘구중산층’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신중산층은 어떤 사람들이며,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후룬연구원(胡润研究院)에서 발표한 ‘2018년 중국 신중산층 백서(2018中国新中产圈层白皮书, China New Middle Class Report 2018)’와 우샤오보 채널(吴晓波频道)에서 발표한 ‘2017년 신중산층 보고(2017新中产报告)’, ‘2019년 신중산층 백서(2019新中产白皮书)’의 자료를 근거로 중국 신중산층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2018년 11월 23일, 중국의 후룬연구원에서 발표한 ‘2018년 중국 신중산층 백서’에 따르면 중국의 중산층은 이미 3,320만 호(약 7천만-8천만 명)에 달하며, 그중에 신중산층은 1,000만 호 이상(약 2천만~3천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신중산층은 한 채 이상의 주택과 고급 자가용을 소유하고, 300만 위안(약 5억 4천만 원) 이상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신중산층의 분포지역은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广州), 선전(深圳) 등 경제와 문화가 가장 발달된 일선도시(一线城市,대도시)와 청두(成都), 항저우(杭州), 우한(武汉),충칭(重庆),난징(南京), 톈진(天津) 등의 신일선도시(新一线城市, 신흥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일선도시에 사는 신중산층의 연수입은 최소 30만 위안(약 5천4백만 원)에 달하며, 신일선도시에 사는 신중산층의 연 수입은 최소 20만 위안(약 3천6백만 원)에 달한다. 각 연구기관마다 조사 결과가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우샤오보 채널에서 발표한 ‘2019년 신중산층 백서’에 따르면 중국 신중산층 가정의 연간 수입은 20만-100만 위안(3천 6백만–1억 8천만 원)이며, 연간 가계의 순소득(각종 지출을 제외한 순수 소득)은 10만-50만 위안(1천 8백만-9천만 원)에 달한다. 또한 투자가 가능한 자산은 20만–500만 위안(3천 6백만–9억 원) 정도이고, 가정의 순자산은 100만-2천만 위안(1억 8천만-36억 원)으로 조사되었다.
후룬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신중산층의 학력은 기존 중산층보다 훨씬 높다. 신중산층 중에서 대학 본과 졸업자가 72%, 석사 이상의 고학력자가 24%, 전문대학을 졸업한 자가 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안정적이고 고소득이 보장된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최첨단 과학기술 전문가, 전문직 프리랜서, 제조, 무역·유통, 법률·교육, 부동산, 금융업 등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 중 많은 사람이 직업을 통해서 얻는 소득 외에 다른 부가적인 수입원이 있다. 부가 수입원으로는 주식이나 펀드, 보험 등의 금융투자 수익, 부동산 월세, 자영업, 투잡(two job) 등이다.
신중산층은 주로 80년대와 90년대에 출생한 젊은이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평균 연령이 35세이다. 이들 중에 63%가 기업의 중간 관리자로 일하고 있고, 18%는 기업의 고위 임원이다. 기업의 중간관리자가 되면 연간 평균 수입이 약 65만 위안(약 11억 7천만 원)에 달한다. 또한 신중산층 중 94%가 기혼인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그중 79%가 한 자녀를, 17%는 두 자녀 이상을 양육하고 있다. 이들이 생활 중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는 5곳으로 자녀 교육(45%), 재테크를 위한 투자(42%), 직업의 발전(27%), 건강(26%), 부모님 부양(17%) 순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신중산층은 돈을 주로 어디에 사용하는가? 후룬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신중산층 가정의 80% 이상이 이미 취학 연령의 자녀를 둔 것으로 조사됐으며, 그들의 최대 관심사는 자녀 교육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교육에 관심이 높은 신중산층은 2017년 한 해 동안 자녀 교육비로만 연평균 9만 위안(약 1천6백만 원)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려 93%의 신중산층 부모들은 현재 자녀가 비록 어리지만 장래에 자녀를 해외로 유학 보낼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를 해외에 유학 보낼 시기에 대해서는 신중산층 부모 중 50% 이상이 대학 때 유학을 보내겠다고 대답했고, 22%는 중·고등학교 때 유학을 보낼 계획이라고 대답했다.
신중산층은 자기를 계발하는 일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이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예측 불가능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또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 독서, 유료 지식 서비스, 포럼·강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기능력을 계발하고 있다. 신중산층의 약 48%가 하루에 1~2시간씩 독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샤오보 채널에서 발표한 ‘2017년 신중산층 보고’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신중산층이 구입한 지식관련 상품은 책(83%), 영화(74%), 온라인 강의(63%), 영상 콘텐츠(36%), 음악(23%), 인터넷 문학(13%) 순으로 신중산층은 지적 호기심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후룬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신중산층은 여행이나 운동, 모임 등 활동적인 여가생활을 즐기는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들이 선호하는 여가생활은 여행(53%), 운동(40%), 자가용으로 야외 나들이(29%), 친구 모임(25%), 가정활동(23%), 쇼핑(22%), 독서(20%), 맛있는 음식 먹기(16%), 사진찍기(11%), 전자오락 하기(11%) 순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신중산층 중에서 지난 2년 동안 3-5차례 여행을 가는 비율이 4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신중산층은 삶의 질 향상과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면서 여유롭고 품위 있는 생활을 향유하고 싶어한다. 소비행위 방면에서 그들은 이성적이고 실속을 챙기며, 물건을 구매할 때 제품의 브랜드와 인지도뿐만 아니라 품질과 가성비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직구를 통해 검증된 품질과 안전한 상품을 구매하려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은 의류 구매에 있어서 고가의 명품 브랜드보다는 품질이 보장되고 가격이 합리적인 중·고급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샤오보 채널의 조사에서는 신중산층이 물건 구매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품질(82%), 시간절약(78%), 가성비(74%), 개성(72%), 브랜드(66%), 실제 테스트(65%), 외관이나 포장(40%) 등으로 나타났다.
현재 중국에서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한 신중산층이 새로운 소비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그들의 높은 구매력으로 소비 시장이 변하고 있다. 신중산층은 기존의 중산층과 달리 자녀 교육, 자기계발, 여가생활 등에 관련된 소비를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이전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소비와 함께 물질적인 향유와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쪽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이들은 자기 취향에 맞는 여가생활을 즐기는 등 정신적 소비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중산층의 82.7%가 자주 여행을 가고 있으며, 74.5%가 건강을 위해 피트니스 센터(fitness center: 체육 건강이나 미용을 증진하기 위한 운동ㆍ휴식 시설을 갖춘 체육관)에 나가고 있고, 62.8%가 사회봉사 활동에 참여하며, 55.9%가 해외 직구를 통한 상품구매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샤오보 채널에서 발표한 ‘2017년 신중산층 보고’에 따르면 향후 5-10년에는 신중산층 규모가 5억 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영향과 중미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중국 경제의 성장이 예전과 다르기 때문에 신중산층이 예상했던 것처럼 단시간에 급격히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신중산층의 규모와 범위는 점차적으로 깊고 넓게 퍼져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중국에서는 이처럼 기존의 중산층과는 다른 성격의 신중산층이 주목을 받고 있는 반면에 또 다른 한쪽에서는 ‘중산층(中产阶级)’을 풍자하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그것은 바로 ‘중찬제지(中惨阶级, 중참층)’이다. 원래 중산층을 뜻하는 ‘중산층(中产阶级)’의 두 번째 글자인 ‘产(chan)’을 중국어의 같은 발음인 ‘惨(can)’으로 대체해서 만든 신조어이다. 惨은 ‘비참하다’는 뜻으로 중국 시민층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풍자적으로 만들어낸 단어이다. ‘중찬제지(中惨阶级)’는 주택가격은 턱없이 높은 데 반해 사회 보장은 낮은 상황에서 그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서 날마다 고군분투하면서 사는 중산층을 의미한다. 현재 중산층의 삶이 얼마나 팍팍하고 고달픈지를 엿볼 수 있는 단어이다.
중국의 인터넷 언론 중국경제망(中国经济网)이 2020년 9월 15일에 보도한 바에 의하면, 중국 국가통계국(国家统计局)은 “중국 14억 인구 중에서 중등소득을 얻는 사람이 4억 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말하는 ‘중등소득’은 중산층의 다른 표현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2017년부터 중국의 중산층이 4억 명을 돌파했다고 계속 발표해왔다. 국가통계국이 2019년 1월 25일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월 소득 2,000위안(약 36만 원)부터 5,000위안(약 90만 원)까지를 중등소득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0위안 이하는 ‘저소득’이며, 5,000-1만 위안(약 90만 원-180만 원)은 ‘상대적 고소득’이고, 1만 위안(약 180만 원) 이상은 ‘고소득’으로 정의했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국가통계국의 보고서에서 정의한 중등소득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들은 2,000위안(약 36만 원)으로는 한 달 먹고살기도 힘들뿐만 아니라 도시인들의 한 달 집세도 낼 수 없는 돈이라면서 상식적으로 중산층이라고 정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중국 국가통계국에서 말하는 중등소득층은 우리가 말하는 중산층이라고 볼 수 없으며, 중국 중산층이 4억 명에 이른다는 말은 재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징대학(南京大学)의 사회학과에서 ‘중국 도시 중산층 소비행위’에 대해서 연구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조사의 연구팀이 베이징의 한 회사를 탐방하였다고 한다. 당시 회사의 사장은 “내가 이해하는 중산층의 개인 자산은 200만 위안(약 3억 6천만 원) 이상에서 500만 위안(약 9억 원) 미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중산층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일하고 싶지 않다면 걱정없이 그냥 편히 쉴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지금 우리처럼 생계를 위해서 열심히 뛰어다니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사장이 말한 중산층의 수준은 신중산층의 생활 수준과 유사한 반면, 중국 국가통계국에서 정의한 중등소득층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중국 일선도시와 신일선도시의 집값은 엄청나게 비싸다. 서울 집값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주택을 구입할 때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하고, 그 대출금을 20-30년에 걸쳐서 상환해야 한다. 그들은 반평생의 재산과 청춘을 가불당한 채 힘들게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비교적 낮은 사회보장, 고강도의 노동, 자녀 교육, 호적의 문턱(중국은 호적을 쉽게 옮길 수 없기 때문에 시골 출신은 영원한 시골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까지 삶이 고단하기만 하다. 즉 중국의 일반적인 중산층들은 삶의 온갖 부담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집 노예(房奴)’, ‘차 노예(车奴)’, ‘카드 노예(卡奴)’, ‘아이의 노예(孩奴)’ 등 많은 ‘노예(奴)’가 덧입혀진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살다 보면 중산층은 영락없이 중참층으로 전락되고 만다.
중국 구직 전문사이트 ‘자오핀(招聘)’이 사무직 종사자 8천900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무거운 부채 부담을 지고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2018년 21.89%에서 2019년 34.6%로 크게 높아졌다. 응답자의 28%는 지난해 임금 인상률이 5%에 못 미쳤다고 답했으며, 40%는 임금이 동결됐거나 삭감됐다고 밝혔다. 고용 전망과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60%가 2020년에는 고용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산층의 체감경기 악화는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중국 중산층은 지난 50년 동안 고도성장의 최대 수혜자였지만, 이제 그들의 자신감은 사라지고 있다”면서 “부동산 가격 하락, 소득 감소 등에 시달리는 중산층은 자동차, 가전제품 구매 등은 물론 사교육비 지출마저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학자 오마에 겐이치 (Kenichi Ohmae, 大前研一)는 《M형 사회: 중산층 실종의 위기와 상업 기회(M型社会:中产阶级消失的危机与商机)》라는 책에서 "중산층의 실종"에 대해 사람들에게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스스로 질문해 보라고 말한다. (1)주택구입을 위한 대출금이 당신의 삶에 많은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가? (2)당신은 (돈 때문에) 결혼할 용기가 없거나 결혼해도 자녀를 갖지 않을 계획인가? (3)자녀의 미래 교육비용이 당신에게 걱정을 갖다 주고 있는가? 일본 학자의 주장에 의하면 만약에 이 세가지 중에서 하나라도 ‘그렇다’라고 대답한다면 당신은 진정한 의미의 중산층이 아니다. 당신은 중등정도의 비참함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중참층의 일원일 뿐이라고 말했다. 안타까운 것은 사실 한국의 상황도 중국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국민경제체제가 무너지고 있고, 소득불평등의 심화로 중산층 역시 점점 무너져 가고 있다.
<참고자료> https://wenku.baidu.com/view/81238e70ec06eff9aef8941ea76e58fafbb0457c.html https://m.sohu.com/a/366969069_100258799 https://baike.baidu.com/item/中惨阶层/8722565?fr=aladdin
사진 | 바이두 석은혜 | 본지 전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