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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8.4 통권 216호     필자 : 김영철 프린트   이메일 
[중국 영화]
《유랑지구 (流浪地球, The Wandering Earth, 2019)》
- 인류의 불투명한 미래와 희망

궈판(郭帆)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2019년 2월 5일 춘제 때 개봉하여 중국 역대 흥행 2위까지 올랐다. 역대 흥행 1위인 《전랑(战狼)2》은 56억 위안의 흥행 수입을 올리고, 1억 4천만 명이 관람하였다. 또한 제32회 중국영화제 진지장(金鸡奖)에서 최우수 영화상과 녹음상을 수상하였다. SF 블록버스터 영화 《유랑지구》는 류츠신(刘慈欣)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하였다. 류츠신은 2015년 《삼체(三体)》로 73회 휴고상(Hugo Award, 미국의 SF 문학상)을 수상하여 아시아 첫 번째 수상자가 되었고, 2017년에는 《삼체Ⅲ·사신영생(死神永生)》으로 로커스상(Locus Awards)을 수상하였다. 

SF 문학은 중국에서 비과학이라는 비판을 오랫동안 받았다. 1949년 이후 중국 문단은 소련 사회주의 현실주의의 영향으로 SF 문학은 퇴조하였고 문화대혁명을 거친 뒤인 1980년대도 ‘정신오염’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90년대에 이르러 유행의 조짐을 보이며 SF 문학은 〈공상과학세계(科幻世界)〉라는 잡지를 통해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였지만 중국의 주류 문단에 진입하지는 못했다. 류츠신의 작품들이 〈공상과학세계〉에 실려 인기를 끌었지만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류츠신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면서 중국의 SF 문학이 세인의 주목을 받고 도약의 계기를 맞게 된다.

2019년 1월 중국 탐사선 창어 4호가 달 뒤 표면에 착륙하였는데 본 영화의 상영 기간이 음력설인 춘제였다. 영화에서 중국인이 지구를 구한다는 메시지는 중국의 우주굴기를 상징하며 중국인에게 중국의 국력에 대한 자부심과 애국심을 고취하였다. 2019년 9월 4일 중국 교육부와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는 초·중·고등학생 추천 영화로 선정하였다. 

애국주의 영화 《전랑》시리즈에서 감독과 배우를 겸한 우징(吴京)은 본 영화의 주인공 류페이창(刘培强, 우징 분) 역을 맡았는데, 중국인이 주체가 되어 세계를 구하는 연기를 한 그는 ‘중국’이란 대사에서는 특히 힘을 더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유랑지구》는 중국 영화의 세계화란 목표 아래 《전랑》에 비하여 애국주의와 민족주의 색채가 엷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중국 우주 비행사 류페이창의 아들 류치(劉啟, 취추샤오[屈楚蕭] 분) 일행이 행성 추진기를 이용해 목성을 점화하여 지구를 구하려는 계획이 실패하자, 류치의 여동생 한둬둬(韩朵朵, 자오진마이[趙今麥] 분)가 각국의 구조대에게 지원을 요청하자, 한국 구조대는 귀향의 생각을 접고 제일 먼저 달려간다. 이에 다른 수많은 외국 차량들도 합류하게 된다. 어떤 이는 이 장면을 2008년 원촨(汶川)대지진 때 한국이 신속하게 구조대를 중국으로 파송한 일을 연상시킨다고 해석했다.

또한 태양이 폭발하려 할 때 세계는 연합 정부를 설립하여 공동 대처하고 영화는 중국·한국·일본·인도네시아·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의 역할에 주목하였다. 하지만 중국과 함께 G2라 불리는 미국의 역할은 시종일관 부재 상태이다. 혹자는 미·중 간의 무역 마찰이 그 이유라고 설명하기도 하였다. 

2075년 태양이 노화하여 소멸하려 할 때 팽창하는 태양의 대기가 지구를 덮치려 하자 세계 연합 정부는 지구의 표면에 만여 개의 행성 추진기를 설치하여 지구를 태양계 운행궤도에서 이탈하여 지구로부터 4.2광년의 이웃한 별로 2500년 여정을 착수한다는 유량지구 계획을 가동한다. 인류는 빙하 세계로 변모한 지표면에 살 수 없어서 지하로 이주한다. 게다가 지구는 목성궤도를 지날 때 목성과 충돌할 위험에 빠진다. 목성의 인력으로 지구는 지진이 발생하고 행성 추진기들이 작동을 멈춰 행성 추진기를 재가동하여 지구가 목성의 인력에 의해 빨려들어가 충돌하는 것을 막으려고 하였지만 불가항력이었다. 이에 지구통합 정부는 유랑지구 계획을 폐기하고, 우주 정거장에 실린 인간 배아와 데이터를 다른 세계에서 문명을 복원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류치는 목성이 수소로 되어 있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목성의 수소를 발화시켜 그 충격파로 지구를 다시 목성궤도에서 탈출시킨다는 계획을 세운다. 한둬둬는 각국 지원군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모든 노력이 실패하자, 류페이창은 우주 정거장에 남아 있는 연료를 무기로 하여 목성으로 돌진했다. 목성은 대폭발을 하고 그 충격파로 지구는 목성의 인력에서 무사히 벗어나 항해를 계속한다.

류치의 외할아버지 한쯔앙(韓子昂, 우멍다[吳孟達] 분)은 지구에 빙하 세계가 펼쳐지기 전에 사람들은 태양에 관심도 없고 돈에만 관심을 갖고, 자신은 아내가 만들어 준 요리가 맛은 없었지만 행복했다고 회상한다. 또한 영화는 아들에게 날씨가 추워져서 내복을 챙겨 입으라는 어머니의 따뜻한 쪽지를 소개하였다. 지하 세계로 이주한 인류는 지상 세계에 대한 삶과 인간의 정을 종종 회고한다. 지구에 홍수가 닥쳤을 때 한쯔앙은 물에 빠진 한둬둬를 구출해주고 죽은 자신 딸의 이름을 지어주고, 외손자 류치와 함께 키웠다. 류치는 여동생 한둬둬와 몰래 할아버지의 운전 면허증을 가지고 지표면에 올라와 할아버지의 수송차를 몰다가 붙잡히고 한쯔앙도 손자들을 구하려다가 체포되었다. 중국 구조대는 멈춘 행성 추진기를 재 점화하기 위해서 작전을 수행하다가 한쯔앙의 운송차를 징발하였다. 한쯔앙은 방호복이 훼손되고 산소가 부족해지자 손자와 손녀 그리고 구조대 활동에 방해가 될까봐 자신을 희생하는 길을 선택한다. 

영화는 미래의 지구를 전체주의, 배급 사회, 특권 계급 사회로 상상하였다. 섣달 그믐날에는 주민위원회가 만두를 배급하였다. 지하 세계에는 제한된 사람만 거주권을 갖고 일반인은 추첨을 통해 지하 세계에 들어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영하 수십 도에 노출되어 죽음을 기다리게 된다. 주인공 류페이창은 우주 비행사의 특권으로 거주권을 가족에게 주고, 또 지하 세계의 거주권을 얻기 위해서 아내에 대한 연명 치료를 중단하기로 결정한다. 이 때문에 아들 류치는 오랫동안 아버지를 원망한다.

전체주의에 대한 반감은 휴고상을 수상한 류츠신의 작품 《삼체》에도 나타난다. 이 소설의 배경은 문화대혁명 시기이다. 여주인공은 문화대혁명에 희생당한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서 외계 문명을 끌어들인다. 《유랑지구》의 원작소설에서는 반군 세력이 연합 정부와 맞서고, 영화에서 목성의 인력에 빨려 들어가는 지구를 포기하려는 계획을 세운 연합 정부를 간접적으로 비판한다.

《유랑지구》는 1999년 〈공상과학세계〉라는 잡지에 발표한 중편 SF 소설이다. 영화의 내용은 2만 3천 자의 원작소설과 차이가 있다. 소설은 지구가 간신히 태양을 벗어난 뒤에 태양이 소멸하지 않자 지구유랑 계획은 속임수로 인식되어 반군 세력은 연합 정부와 결전을 벌여서 반군이 승리를 거두고 연합 정부의 구성원들은 영하 백여 도의 지표면으로 쫓겨난다. 이때 태양이 폭발하고 인류는 우주유랑을 계속한다. 소설은 최후의 날에 대한 공포·고독·억압·회의·반란이 주를 이루고, 영화는 희망·단결·개인의 희생을 강조하였다. 

어떤 이는 영화에서 인류가 왜 지구를 버리지 않고 유랑하냐고 질문하였다. 토지에 집착하는 중국인은 지구를 끝까지 지키려고 하였다고 말한다. 중국인의 가치관과 생활 문화가 영화 곳곳에 묻어 있는 것이 보이는데 이를 통해 중국 특유의 SF 영화를 표방였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인 선생은 지하 세계에 사는 학생들에게 희망은 이 시대에 다이아몬드같이 귀중한 것이라고 가르쳤다. 영화는 인류의 역사가 어디로 향하더라도 최후의 선택은 희망이라고 힘주어 말하면서도 인류의 미래를 낙관적이거나 무릉도원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류는 생존을 위해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고, 인류의 대를 이은 이러한 사투는 희망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진 | 바이두
김영철 | 한양대학교 중국학과 교육전담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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