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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8.4 통권 216호     필자 : 나은혜 프린트   이메일 
[나은혜 선교문학]
단편소설 《회귀(回歸)》 (4)
이준민 선교사가 녹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먼저 말을 꺼냈다. “여보! 이젠 아무래도 않되겠소. 사역 이전에 아이들을 돌보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 같소. 선교사역이야 주님께 헌신한 당신과 내가 평생 해야 할 일이오. 하지만 아이들은 조만간 우리 곁을 떠나오. 만약 아이들이 잘못된다면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오.”

오 선교사는 남편의 말을 들으며 안심이 되었다. 남편은 마치 자신의 생각을 미리 알고서 말하는 것 같았다. 오 선교사는 자신이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편의 입을 통해서 그대로 듣게 되니 마치 녹음해서 듣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것은 그만큼 선교지에서 자녀를 돌는 것에 대해서 두 사람 다 동일한 아픔을 가지고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증거도 될 것이었다.  

그래서 오 선교사는 남편의 말을 들으며 안도의 숨을 내 쉬었다. “당신 말이 맞아요. 이번 지영이 일로 제가 얼마나 놀랬는지 몰라요. 만약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면 우리 가족은 모두 고국으로 귀국하는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이 선교사 부부는 우선 자녀들의 케어 문제로 의기가 투합되는 그 순간만큼은 마음에 평안이 있었다. 그래서 그나마 좀전에 있었던 지영이의 일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잠시 말을 끊고 이젠 적당하게 식어서 마시기가 수월해진 녹차를 몇 모금 더 마셨다. 그때 오 선교사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여보! 지영이가 조금 전에 확실하게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영접하기는 했지만, 안심이 되지 않아요. 아이들의 영혼을 지키기 위해서 이제부터는 지성이와 지영이에게 성경을 매일 가르쳐야 하겠어요.” 

영적인 문제를 중요시하는 이 선교사 역시 자녀 돌봄에 관한 가장 바람직한 오 선교사의 제의에 이견이 있을리 없었다. 그래서 그는 곧 대답했다. “그래요. 당신이 그렇게 해 준다면 좋겠어요. 그러면 나도 안심하고 더욱 현지 사역에 집중할 수 있을 테니 말이오.” 이준민 선교사는 교수 비자를 받고 선교지에 들어왔기 때문에 매일 현지의 대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을 해야 했다. 

그래서 오 선교사가 자녀들을 대상으로 성경을 가르치기로 했다. 오 선교사 본인도 오전에는 대학에 가서 언어도 배워야 하고 가족들도 건사해야 하는 등 매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남편 이 선교사보다는 시간을 더 자유롭게 낼 수 있었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성경을 가르치는 일을 맡기로 결정을 한 것이다.

그리하여 오 선교사는 자녀들에게 매주 한 번씩 시간을 내어서 일대일 제자양육 성경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마침 한국에서 가지고 들어온 일대일 제자양육 성경공부 교재가 몇 권 있어서 오 선교사는 사춘기의 두 자녀와 함께 성경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이 선교사 가족은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되었다. 선교지에 들어와서 홍역처럼 지나간 딸 지영이의 자살 소동 사건이 있은 뒤에, 지성이도 지영이도 더 학교생활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현저해졌다. 이 선교사는 현지 대학에서 한국어 강의를 하였고, 오 선교사는 가족들을 보내 놓고 자신도 오전 동안은 대학에서 현지어를 배웠다. 

오전 수업만 하는 중국어 수업이 끝나면 오 선교사는 부지런히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가족들이 모두 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오기 때문에 빨리 돌아가서 배고파 하는 가족들의 점심을 차려 주어야 했다. 더위 때문에 점심 시간이 긴 이곳에서는 가족들이 모두 집에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 다시 학교에 가는 것이다. 

지영이네 온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반찬은 감자볶음이었다. 오 선교사는 종종 학교에서 돌아오면서 길가에 열린 시장에서 돼지고기를 사 가지고 돌아왔다. 돼지고기 살코기를 넣고 감자와 양파를 깍아서 썰어 넣고 기름에 볶다가 진간장과 고추장과 설탕으로 간을 맞추고 나서 파와 마늘을 넣고 국물을 자작하게 졸였다. 감자볶음을 만드는 것이다. 

넓고 큰 접시에 감자볶음을 내 놓으면 아이들은 기쁨의 환성을 질렀다. 가족들은 밥에 걸죽한 감자볶음 국물을 함께 비벼서 김치와 함께 신나게 먹는 것이다. 별 반찬은 없었지만 배고픈 김에 먹는 감자볶음은 별미였다. 행복한 점심을 먹고 가족들은 책을 보거나 낮잠을 한시간 정도 자고나서 다시 오후 수업을 들으러 갔다. 

이처럼 이준민 선교사 가족의 삶이 조금씩 안정을 찾아갈 무렵이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이 선교사가 새로운 소식을 알려 주었다. 그것은 이 선교사가 교수로 있는 현지 대학교에 최초로 한국 유학생 두 명이 오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고국 사람이 그리운 선교지에서는 유학생이 오게 되었다는 이런 평범한 이야기조차 큰 뉴스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나은혜 | 장로회신학대학교 선교문학 석사, 미국 그레이스신학교 선교학 박사, 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지구촌 은혜 나눔의 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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