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관용어1.jpg) 한국어 관용어를 중국어로 통역하고 번역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관용어(惯用语)란 둘 이상의 낱말이 결합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그 의미는 낱말의 본래의 의미와 상관없이 특별한 의미를 나타내는 어구(語句)를 말한다. 다시 말해 관용어는 둘 이상의 낱말이 결합하여 제3의 새로운 의미로 사용되는 관습적인 말이다. 때로는 문법에 맞지 않지만 오랫동안 생활 속에서 습관적으로 사용되어 온 것으로 결합 형식이 고정되어 있다. 속담, 고사성어, 격언 등도 넓은 의미에서 관용어에 속한다. 이번 호에서는 한∙중 관용어 중에서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서로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제유(사물의 한 부분으로 그 사물의 전체를 나타내는 수사법)를 사용하는 것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행차 뒤에 나팔.’ 이 관용어는 ‘이미 일이 다 끝나서 필요 없게 된 뒤에 부산을 떨며 하는 행동’을 이르는 말이다. 이 관용어와 비슷한 말로는 ‘원님 행차 뒤 나팔’과 ‘뒷북치다’가 있다. 이 한국어 관용어에 대응하는 중국어 관용어는 ‘马后炮’ [mǎhòupào]이다. 이 말은 원래 장기에서 ‘马’(말)이 지나간 난 뒤의 ‘炮(포)’라는 말로 ‘일이 다 끝난 다음의 쓸데없는 언행’을 이르는 말이다. 한국어 관용어에서는 원님(사또)과 같이 높은 관리가 지나간 다음에 부는 ‘나팔’이나 ‘북’ 등을 제유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어에서는 ‘장기’라는 놀이에서 나오는 말(马)이 뜬 뒤에 나타난 ‘포(炮)’를 제유로 사용하여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2, ‘국수를 먹다.’ 이 관용어는 ‘어떤 사람이 결혼식에 초대를 받거나 혹은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 관용어와 대응하는 중국어 관용어는 ‘吃喜糖’ [chī xǐtáng] (결혼 사탕을 먹다) 또는 ‘喝喜酒’ [hē xĭjiŭ](결혼 축하주를 마시다)이다. 한국에서는 결혼식 피로연에서 흔히 국수를 대접했는데 거기에서 유래하여 ‘결혼식’을 말할 때 ‘국수’라는 제유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결혼식에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사탕을 선물하거나 혹은 축하주를 마시는데, 그런 풍습에서 유래하여 ‘결혼식’을 말할 때 ‘사탕(喜糖)’이나 ‘술(喜酒)’을 제유로 사용하고 있다.
3. ‘코가 납작해지다.’ 이 관용어는 ‘몹시 무안을 당하거나 기가 죽어서 위신이 뚝 떨어지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관용어와 대응하는 중국어 관용어는 ‘碰一鼻子灰’ [pèng yì bí‧zi huī]로 이 말을 직역하면 ‘벽에 부딪쳐 온 코에 횟가루를 묻히다’이다. 이 말은 ‘무안을 당하거나 거절당해서 망신스럽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한국어에서는 무안을 당해 망신스럽게 된 경우를 ‘코가 납작해지다’라는 제유를 사용하지만 중국어에서는 ‘코에 횟가루를 묻히다’라는 제유를 사용한다.
4. ‘떡고물이 떨어지다.’ 이 관용어는 ‘(어떤 일 따위에서) 부수적인 이익이 생기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관용어와 대응하는 중국어 관용어는 ‘有油水’ [yǒuyóushuǐ]로 이 말을 직역하면 ‘기름기가 있다’이다. 이 말은 ‘부수적인 이익이 있다’, ‘부수입이 짭짤하다’라는 의미이다. 어떤 일에서 부수적인 이득을 얻게 되었다는 것을 표현할 때 한국어에서는 ‘떡고물’을 제유하는 사용하는 반면, 중국어에서는 ‘(음식물의) 기름기’를 제유로 사용한다.
5. ‘이빨 빠진 호랑이.’ 이 관용어는 ‘이전의 세력을 모두 잃어버린 무능력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뜻을 가진 속담은 ‘종이 호랑이가 된다’이다. 이 한국어 관용어와 대응하는 중국어 관용어는 ‘死老虎’ [sǐ lǎohǔ]로 이 말을 직역하면 ‘죽은 호랑이’이다. 이전의 세력을 잃어버린 무능력한 사람을 표현할 때 한국어에서는 ‘이빨 빠진 호랑이’, ‘종이 호랑이’를 제유를 사용하는 반면 중국어에서는 ‘죽은 호랑이’를 제유로 사용한다.
6. ‘입에 거미줄 치다.’ 이 관용어는‘가난하여 먹지 못하고 오랫동안 굶었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관용어와 대응하는 중국어 관용어는 ‘喝西北风’ [hē xīběifēng]이다. 이 말을 직역하면 ‘서북풍을 마시다’이다. 한국어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서 입만 벌리고 있으니 거미가 와서 거미줄을 친다’라고 표현한다. 즉 가난하여 굶고 있는 상황을 표현할 때 ‘거미줄 치다’를 제유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중국어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입만 벌리고 있으니 배 속으로 바람만 들어온다’라는 표현으로 ‘서북풍을 마시다’를 제유를 사용하였다.
7. ‘한 배를 타다.’ 이 관용어는 ‘운명을 같이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다시 말해 공동의 이익 또는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같은 편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관용어와 대응하는 중국어 관용어는 ‘同坐一条板凳’ [tóngzuò yìtiáo bǎndèng]으로 이 말을 직역하면 ‘한 걸상(벤치)에 같이 앉다’이다. 이 말은 공동의 이익을 위해 같은 편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운명 공동체를 나타내는 데 사용된 제유가 한국어에서는 ‘한 배’를 탄 것으로 표현하는 데 반해 중국어에서는 ‘한 걸상(벤치)’에 같이 앉은 것으로 표현한다. 8. ‘비행기 태우다.’ 이 관용어는 ‘남을 지나치게 칭찬하거나 높이 추어올려 비위를 맞추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관용어에 대응하는 중국어 관용어는 ‘戴高帽子’ [dài gāomào·zi]로 이 말을 직역하면 ‘높은 모자(고깔모자)를 씌워주다’이다. 이 말은 다른 사람을 치켜세워 주거나 알랑거리는 것을 의미한다. 옛날 중국에서는 모자가 높을수록 높은 지위를 상징한 듯하다. 다른 사람을 치켜세워주고 알랑거리는 것을 표현하는 데 사용된 제유가 한국어에서는 ‘비행기 태워주는 것’인 반면에 중국어에서는 ‘높은 모자를 씌워주는 것’으로 표현한다.
9. ‘빛 좋은 개살구.’ 이 관용어는 ‘겉보기에는 먹음직스러운 빛깔을 띠고 있지만 맛은 없는 개살구’라는 뜻으로 ‘겉만 그럴듯하고 실속이 없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이에 대응하는 중국어 관용어는 ‘绣花枕头’ [xiùhuā zhěn·tou]로 이 말을 번역하면 ‘자수를 놓은 베개’이다. 수놓은 베개를 보면 겉은 아름답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것은 보잘것없는 ‘겨’라는 뜻이다. 보기에 그럴듯하지만 실속이 없는 것을 이르는 말이거나 겉모습만 번지르르하고 실제로는 재능과 학식이 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겉은 그럴 듯한데 실속이 없는 경우를 나타내는데 사용된 제유가 한국어에서는 ‘빛 좋은 개살구’인 반면에 중국어에서는 ‘수놓은 베개(绣花枕头)’로 표현하였다.
10. ‘뒷손을 쓰다.’ 이 관용어는 ‘은밀히 대책을 강구하거나 뒷수습을 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에 대응하는 중국어 관용어는 ‘做手脚’ [zuò shǒujiǎo]로 이 말을 직역하면 ‘손발을 쓰다’이다. 이 말은 ‘몰래 간계를 꾸민다’, ‘몰래 뒷손을 쓰다’라는 의미이다. 은밀하게 어떤 대책을 세우거나 간계를 꾸미는 것을 표현하는 데 사용된 제유가 한국어에서는 ‘뒷손을 쓰다’인 반면에 중국어에서는 ‘손발을 쓰다(做手脚)’로 표현한다.
사진 | 바이두 석은혜 | 본지 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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